〈 77화 〉 힐링
* * *
꿈을 꾸었다.
너무 피곤해서 꿈 같은 건 기억도 못 할 정도로 깊게 잔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이대로 눈을 뜨면 잊어버릴 것 같아, 눈을 감은 채로 꿈을 다시 떠올렸다.
꿈 속의 나는 평소와 똑같이 아침에 일어나, 민서 누나가 차려 준 맛있는 아침을 먹고 강의를 들으러 갔다.
1교시, 출근 시간과 겹치는 지하철.
당연히 나를 쳐다보는 수많은 음흉한 시선, 그리고 자신의 신체 부위를 은밀히 노출하는 노출광들, 그리고 몰래 내 몸을 어루만지는 손길들을 헤치고 갈 각오를 했었지만.
어?
내가 가까이 갔음에도 너무나도 평온해 보이는 여자들.
나와 눈이 마주쳐 얼굴을 확인하고 약간 자기 취향이라는 듯 바라보는 시선은 있었지만, 거기에서 무조건적인 성적 흥분까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아침부터 눈호강 한 셈치고 쿨하게 넘어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뭐지? 원래 세계로 돌아온 건가?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여전히 절대다수의 회사원이 여자인 걸로 봐서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지하철에 낑겨 탔을 때에도 기존처럼 몸을 부비대는 대신, 내가 살짝 불편하지 않게 배려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지하철이 흔들릴 땐 어쩔 수 없었지만….
덜컹, 하고 흔들리며 옆 여자의 가슴이 내 얼굴을 짓눌렀지만 여자는 엇,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할 뿐.
더 이상 나에게 뭔갈 하려 하지는 않았다.
학교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안녕, 하늘아!
안녕.
일찍 왔네?
살갑게 대해 주는 동기들을 마주쳤지만, 기존처럼 짐승 같은 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너무나 평화로웠다.
서, 성유진.
안녕, 하늘아.
…그게 끝이야?
응? 왜, 더운데 아이스크림이라도 사 달라는 표정 해도 소용없어.
아니, 그건 아니고….
그래? 그럼 다음 수업 때 보자.
심지어 성유진을 마주쳤을 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흥분을 가라앉히려 했다.
하지만 고양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아아, 천국이다.
내 곁에 있는 모든 여자들이 날 따먹으려 환장해 있지 않다니!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누릴 수 있다니!
하지만, 심장 박동이 빨라진 시점에서 꿈은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주변의 풍경이 흔들리고, 곧 암전되었다.
그렇게 나는 짧고도 행복한 꿈을 꾸었다.
따뜻했다.
눈을 뜨니 민서 누나의 거대한 가슴이 코앞에 있었다.
앞섶을 제대로 여미지 않아 반쯤 그대로 드러난 가슴.
누나의 가슴에 뺨을 대고 있으니 편안하고 푹신했다.
고개를 살짝 들었다.
민서 누나는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누나….’
아마 내가 제대로 잠들 때까지 꼭 안아 주고, 지켜봐 주고, 토닥여 주느라 제대로 자지도 못했겠지.
나를 감싸고 있는 누나의 한손을 조심스럽게 잡아 내 앞으로 가져왔다.
‘손 크다….’
누나의 손에 내 손을 마주 대고 겹쳐 보았다.
내 손보다 최소 반 마디씩은 크다.
가만히 누나의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
따듯하고 부드러운 손.
곧게 뻗은 손가락, 정갈하게 다듬은 예쁜 맨손톱.
이렇게 예쁜 누나의 예쁜 손을 가까이서 잡고 있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게다가 눈앞에는 부드럽고도 거대한 가슴 두 개가 젖꼭지를 보일락말락한 상태로 있었으니.
‘조, 조금 보이는데.’
마음만 먹으면, 조금만 각도를 바꾸거나 옷을 살짝 젖히면 핑크빛 유두를 들여다볼 수 있다.
‘앗. 큰일났다.’
푹 자고 일어나 컨디션이 최고조인데다, 눈앞에서 이런 걸 봐 버리면….
나는 아랫도리가 누나에게 닿기 전에 하체를 살짝 뒤로 뺐다.
“하늘이, 일어났어?”
그리고 그때 머리 위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드니 누나가 조금 졸린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으응…. 누나도 잘 잤어?”
“하늘이 걱정하느라 한숨도 못 잤지.”
“앗…. 미안.”
“농담이야. 너 자고 얼마 안 있다 나도 잤어.”
누나는 제 손을 가져다가 손깍지를 끼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반대쪽 손으로 귀엽다는 듯 나를 쓰다듬었다.
“그래도 좀 괜찮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다.”
누나의 정성 어린 간호 덕분에.
그리고 방금 꾸었던 행복한 꿈 덕분에.
‘어쩌면 누나의 간호 덕에 이런 꿈을 꿀 수 있었던 건지도….’
세상 온 여자에 대한 불신과 혐오는 마음 속에서 어느 정도 씻겨 내려간 후였다.
‘역시 힘들 땐 가족이 최고야….’
기댈 곳 하나 없을 때, 나에게 가슴… 아니 어깨를 빌려 주는 든든한 누나가 있으니 마음 깊은 곳부터 조금씩 치유가 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치유되고 있어 좋긴 한데.’
문제는 아랫도리도 필요 이상으로 치유되고 있다는 점일까.
누나의 체취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옷차림, 피부가 맞닿는 감촉은 내 자지를 분기탱천하게 만들었다.
나는 누나를 다시 슬쩍 올려다보았다.
‘누, 눈치 못 챘겠지?’
어제까지만 해도 세상 다 잃은 얼굴로 모든 걸 거부하던 사람이, 하룻밤 자고 일어났다고 자지를 세우고 쿠퍼액이나 뚝뚝 흘리고 있다니.
이 얼마나 쪽 팔리는 일인가.
“후후.”
하지만 누나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깍지를 끼고 있던 손이 스륵 풀렸다.
그리고 누나의 손은 내 허리를 쓰다듬고, 엉덩이 쪽으로 움직였다.
“왜 빼고 그래?”
상체는 그대로에, 하체만 오리궁둥이처럼 빼 두었던 내 엉덩이를.
누나는 그대로 자기 쪽으로 쑥 끌어당겼다.
툭.
“앗.”
다시 누나 몸에 밀착된 나는 외마디 소리를 냈다.
내 자지가 누나의 얇은 파자마 바지 위를 찔렀다.
그것도 하필이면 누나의 팬티 위를… 아니, 누나 팬티 안 입었…?
“귀여워. 하늘이.”
누나는 그대로 내 엉덩이를 자기 쪽으로 밀착시켰다.
그러자 내 자지는 옷을 사이에 두고 누나의 보지를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그새 누나랑 또 하고 싶었어?”
“그, 그게….”
내 얼굴이 달아올랐다.
솔직히 누나가 내 몸을 잡고 끌어안은 시점에서 내 이성은 날아가기 일보직전이었다.
애초에 내 몸에는 한 번 시동이 걸리면 몸을 성욕의 노예로 만들어 버리는 호르몬이 힘차게 흐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나를 정성스레 간호해 주었던 누나를 원하고 있었다.
가족 간에 이런 감정이 들어도 되는가, 그런 문제는 내 뇌에서 호르몬이 처리했으니 걱정말라구! …아니, 이게 아닌데.
아무튼….
“누나….”
나는 대답 대신, 조심스럽게 누나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옳지. 착해, 하늘이. 솔직하구.”
누나는 나를 꼭 안고, 이마에 입술을 맞춰 주었다.
그리고, 내 엉덩이를 잡았던 손으로 바지를 마법처럼 벗겼다.
누나의 잠옷도 순식간에 스륵, 내려가고.
누나는 거대한 가슴을 다 가리지 못하는 아슬한 윗옷만 남긴 채, 다리로 내 하체를 꼬옥 감았다.
“흣.”
자지는 육체적, 심리적 흥분에 쿠퍼액을 줄줄 생성해 내며 누나의 질 입구를 찾아 껄떡거렸다.
“하늘아, 네가 움직여 볼래?”
누나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안은 채로 내가 위로 가도록 몸을 돌렸다.
“누나….”
원래 세계에서는 정상위라고 불리는 자세지만, 이곳에서는 남성상위라는 단어로 불리는 자세.
예전에 꺼무위키에서 본 기억을 되짚어 보자면, 평균적으로 남자의 성욕이 적기 때문에 남성상위를 해 주는 남자가 거의 없어 여자에게는 일종의 꿈의 자세라고….
하긴, 이쪽 세계의 남자들이 적극적으로 밤에 허리를 쓰는 건 이젠 나도 잘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니까.
‘누나가 그런 자세를 원한다면…. 누나라면 몇 번이고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이미 내 상태 역시 지금 한시라도 빨리 누나와 하나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상태다.
이제 내가 허리를 꾹 누르기만 하면.
누나의 질에.
내 자지가.
찔걱
‘…?’
마음을 굳게 먹고 누나의 질에 내 자지를 밀어 넣으려는 순간, 나는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삽입에, 쾌감에 얕은 숨을 뱉었다.
“헤읏?”
반쯤 놀란, 그리고 반쯤 살짝 가버린 내 얼굴을 보며 누나가 빙긋 웃었다.
“귀여워.”
상황은 간단했다.
다리로 내 하체를 감싸고 있던 누나가 그대로 다리를 꽉 조여 강제로 삽입시킨 것.
한번에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 내 자지는 기쁨에 부르르 떨었다.
질을 밀고 들어갈 때의 적당한 저항감, 내 귀두부터 기둥까지 쭉 어루만지며 구석구석을 자극하는 질 내부의 주름들.
그리고 들어간 후에도 내부를 꾸욱 조였다가 풀며 반복적으로 전해지는 자극까지.
한 번 끝까지 들어온 것뿐인데도, 저릿한 쾌감이 온몸을 휩쓸었다.
“누나…. 흣.”
달랐다.
어제 느꼈던 것과는 달랐다.
알바 누나에게, 그리고 양아치 3인방에게 당했을 때에도 내 자지는 꾸준히 쾌감을 뿜어 냈지만, 내 마음은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내가 육체적으로 느끼는 쾌감을 생성하는 동시에, 사랑하는 누나와 하나가 되었다는 정신적 쾌감이 나를 충만하게 채웠다.
“좋아, 하늘아?”
“너무 좋아….”
누나의 품에 안겨 있던 나는, 문득 손으로 침대를 짚고 상체를 살짝 일으켰다.
그리고 반쯤 풀린 눈으로 누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누나는, 좋아?”
사랑하는 누나를, 나도 기쁘게 해 주고 싶었다.
누나는 그 말에 잠깐 동안 말없이 나를 마주보았다.
물음에 대답이 없자 괜히 물었나 싶어 살짝 초조해지려는 찰나.
와락.
누나가 나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너무 좋아, 하늘아.”
마지막 순간, 왠지 누나의 눈가가 촉촉해져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