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이 셋의 몸 안으로 스며드는 걸 기다리는 건 꽤나 힘겨웠다.
설명서에 적혀있기를 15분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고 적혀있었는데 15분이라는 시간이 그토록 길게 느껴질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으니까.
조금 과장을 보태서 말을 하자면 1분이 하루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아무튼 그렇게 15분이라는 시간이 무사히 지나갔고, 이제는 셋을 씻겨야할 때였다.
침대 위에 추욱하고 늘어진채 야릇하게 숨을 쉬어대고 있던 지나와 세나, 그리고 가영을 자리에서 일으켜 방에 딸린 욕실로 향하게 했던 건 그래서였다.
역시 다함께 씻는 건 뭔가 좀 민망하고 부끄러웠던 걸까.
셋은 각자 따로 씻길 원하는 눈치였지만··· 내가 그걸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꼭 한 번 확인해보고 싶은 게 있었으니까.
그래서 저번에 지나와 함께 외출해서 구매했던 것들 중 하나를 집어들어 셋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욕실 안으로 들어선 순간이었을 것이다.
"와, 왔니···?"
"씨··· 좁아 죽겠는데 꼭 여기서 씻어야 돼?"
기다렸다는 듯이 들려온 두 명의 목소리에 살짝 숙이고 있던 고개를 치켜드니 뭐라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야한 경치가 눈앞에 펼쳐져있었다.
이 느낌을 뭐라 표현하면 좋을까.
확실한 건··· 셋이 이렇게 몸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넷이 쓰기에는 너무나도 비좁은 욕실 안에 나란히 서 있는 걸 보니 실로 감격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만··· 딱딱하게 발기해버리고 말았다.
그런 내 변화를 셋도 확인한 것일까.
셋이 각자 다른 반응을 보여주었다.
가영은 딱딱하게 선 내 물건을 보며 움찔하고 몸을 떨어댔고, 지나는 예의 그 색기 넘치는 미소를 지어보였으며ㅡ
"이런 걸로 세우기나 하고··· 하여간에 진짜···"
세나는 볼에다가 홍조를 머금은채 그런 식으로 툴툴댔다.
"그래서 이제 씻으면 되는 거야?"
"응? 아, 응··· 그런데 그 전에···"
써야할 게 있었다.
'사실 안 써도 상관없기는 한데···'
그래도 이왕 돈주고 산 거 최소한 한 번 정도는 써봐야하지 않겠는가.
"이거 한 번 좀 써볼래?"
그래서··· 욕실 안으로 들어서기 전에 챙겼던 것의 포장을 뜯어봤다.
그러자 눈앞으로 튀어나온 건 상상도 못한 비쥬얼을 가진 녀석이었다.
배란테스트기라고 하길래 내 딴에는 같이 구매했던 임신테스트기처럼 체온계하고 유사한 비쥬얼을 상상했었는데 말이다.
정작 튀어나온 건 그 옛날 학교에서 신체검사할 때마다 하나씩 쥐어주던 소변검사용 스틱같은 놈이었다.
"그건··· 뭐니?"
그래서일까.
어쩌면 이 물건에 대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가영조차도 내가 꺼내든 것을 보고 의문어린 반응을 표했다.
"그러게 꼭 소변검사할 때 쓰는 막대기처럼 생겼네."
거기에 대고 맞장구를 친 건 다름아닌 세나였고.
세 명 중에 유일하게 그럴 듯한 반응을 보인 건 다름아닌 이 물건을 제 손으로 직접 구매했었던 지나였다.
직접 산만큼 물건의 정체와 사용법또한 이미 알고 있는 걸까.
어지간하면 그러는 법이 없는 지나답지 않게 얼굴을 민망함으로 붉게 물들인채 애꿏은 입술만 오물거리는데 그런 지나의 반응을 확인한 가영과 세나가 다시 한 번 의문을 내비친 건 말할 것도 없었다.
"한 번 직접 확인해보시겠어요?"
그런 둘에게도 물건의 용도를 깨우쳐주기 위해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둘을 향해 내밀었다.
그렇게 포장지이자 설명서 역할을 겸하고 있던 것이 내 손에서 둘한테로 넘어가고 나서 얼마나 지났을까.
"이, 이건···"
비닐 부스럭대는 소리 외에는 고요하던 욕실 안으로 가영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런 가영의 목소리는 당황으로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세나?
세나야 뭐··· 당황이라는 감정을 눈동자 속에 가득 채운 채 경악으로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야 당연히 그렇겠지.
둘의 입장에서 보면 물건의 정체도 정체지만··· 사용법또한 당황스럽기 그지없었을테니까.
"그··· 유한아···? 이건··· 왜···"
그렇게 '지나'와 똑같은 얼굴이 되어버린 둘에게서 그런 질문이 날아든 것은 다름아닌 그 직후였다.
그리 묻는 가영의 옆에서 미친 거 아니냐는 표정으로 내쪽을 쳐다보는 세나까지 한 눈에 모두 담아내면서 날 향해 던져진 질문에 답을 했다.
"이왕이면···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요."
물론, 전부 핑계였지만.
사실 이건 말 그대로 불필요한 절차긴 했다.
무려 여신씩이나 되는 이가 보증한 물건에 하자가 있을 리 없으니까.
그럼에도 셋을 향해 저것들을 내밀었던 건 셋에게도 환과 오일의 효과를 확인시켜주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ㅡ
'솔직히 보고 싶기도 하고···'
모녀가 한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기 위해 본인의 배란 상태를 체크한다?
내 딴에는 그것만큼 꼴리는 광경이 또 있을까 싶었으니까.
그렇다고 보여달라고 해서 보여줄 것 같지도 않았기에 이런 식으로 밀어붙일 수밖에는 없었다.
거기에 아까도 말했듯 기껏 사온 게 아깝게 느껴지기도 했고.
대체 누굴 닮은 건지는 몰라도 지나의 손이 하도 큰 탓에 저걸 박스째로 사와버렸는데 현실적으로 그걸 다 쓰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라도 소모해줘야하지 않겠는가.
"그럼··· 거기 나온대로 부탁드릴게요."
배란테스트기라는 거창하기 짝이 없는 이름을 달고 있긴 하지만 지금은 세나의 손에 쥐어져있는 저 물건의 사용법은 생김새만큼이나 굉장히 간단했다.
'그러고보니까 맞추긴 맞췄네···'
세나가 제 입으로 이미 말하지 않았던가.
신체검사할 때 주는 소변검사용 막대처럼 생겼다고 말이다.
그런만큼 사용법또한 동일했다.
뭐, 설명서에 따르면 배란 상태거나 배란일이 가까울 경우 몸에 무슨무슨 호르몬인지가 분비되서 저 막대를 이용해 그 호르몬의 존재를 확인하는 식이라는데ㅡ
'그건 내 알바 아니고.'
내가 보고 싶은 건 그 과정이었다.
그래서 셋의 맞은 편에 쪼그리고 앉았더니만 그런 내 행동을 보고 내 의도를 눈치챈 가영이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야··· 너··· 미, 미쳤냐···?"
세나의 반응도 거기서 크게 다르지 않았고.
그렇게 셋 중에 둘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지나만이 태연해보였다.
그렇다고 그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멀쩡해보인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가영이나 세나만큼은 아니더라도 지나또한 어느 정도 민망함에 젖어있는 상태였으니까.
그야 뭐 그렇겠지.
내가 요구한대로 하려면 엄마가, 언니가, 동생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볼일을 봐야한다는 소리니까.
그런만큼 선뜻 나서지 못하고 망설인다고 해도 얼마든지 기다려줄 생각이 있었는데··· 의외로 기다림의 시간은 금방 끝이 났다.
그리고 그걸 끝내버린 이의 정체또한 내게는 의외였다.
솔직히 말하면 난 지나가 가장 먼저 나설 거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매번 그래왔으니까.
그래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지나가 총대를 메고 나서면 보다 못한 가영과 세나가 그 뒤를 따르는 식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확인해본 현실은 그렇지가 않더라.
"씨··· 해! 하면 될 거 아냐···!"
그랬다.
참으로 놀랍게도 먼저 총대를 메고 나선 건 지나가 아닌 세나였다.
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건지는 모르겠지만 씨근덕대는 목소리와 함께 세나가 손에 든 테스트용 막대를 팔랑팔랑 흔들며 앞으로 나선 순간 애꿏은 입술을 오물오물대면서 망설이고 있던 지나가 눈썹을 꿈틀하고 떨어댔다.
그러더니만 바로 앞으로 슥 나서더라.
가영이라면 몰라도 세나한테는 절대 질 수 없다 생각한 걸까.
그 다음부터는 뭐··· 순리대로였다.
세나에 이어 지나까지 나서버리니 계속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던 것일까.
가영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채 검사용 스틱을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그리하여 마침내ㅡ
"후우··· 진짜···"
세나의 한탄과 함께 셋의 하체에 조금씩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막상 싸려고 하니까 잘 나오질 않는 것일까.
"읏···"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오줌을 싸기 위해 하체 쪽이 힘을 꽉 주고 있는 상황이 그리도 민망하고 부끄러운지 셋의 얼굴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제히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가운데 먼저 포문을 열어젖힌 건ㅡ
쪼르르륵···♡
"흐으웃···"
의외로 가장 마지막으로 나섰던 가영이었다.
꾹 깨물고 있던 입술 사이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새어나오더니 이내 다리를 좌우로 벌리고 서 있던 가영의 다리 사이에서 샛노란 물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
그렇게 쏟아지기 시작한 것들이 가영이 손수 보지 앞쪽에다가 가져다놓았던 검사용 스틱을 토도독 두들기며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게 바로 시작이었다.
"하웃···"
"흣···"
바로 다음 순간 질 수 없다는 듯 가영의 양 옆을 지키고 서 있던 지나와 세나의 다리 사이에서도 비슷한 색의 액체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했고, 그렇게 서로 민망해서 죽으려고 하는 가운데 이루어진 검사 결과는ㅡ
"여기가 이 색깔이 초록색이 되면 현재 배란된 상태래요."
"···"
"셋 다··· 초록색이네요?"
역시나 긍정적이었다.
무려 오피셜까지 떴으니 이제 남은 건 정말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남지 않은 상황.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심장이 막 두근두근거렸다.
'아이라···'
솔직히 말하면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주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내게 있어서는 결혼보다도 멀게 느껴지던 것이 바로 아이라는 존재였으니까.
저쪽 세계에서야 말할 것도 없었고, 어느덧 현실이 되어버린 이쪽 세계에서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그랬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내가···'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제대로 사랑해줄 수 있을까.
그렇다보니까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들고 마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별로 자신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역할이었으니까.
그러니 자신이 있고 없고를 논할 문제는 아닌 듯 했다.
그렇지만··· 해야겠지.
해내야만 하겠지.
예측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약간의 기대감으로 가슴 속이 술렁술렁거리는 와중에 그나마 다행인 점이 하나 있다면ㅡ
'귀엽겠지···'
앞으로 태어날 아이는 틀림없이 그럴 거라는 것이었다.
지나를 닮았든, 가영을 닮았든, 세나를 닮았든 틀림없이 그럴 거다.
'자, 그러면···'
나도 슬슬 나가보실까.
셋이야 이미 진작에 샤워를 끝마치고 침실로 돌아간 상태였기에 이제 나만 나가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침실을 빠져나가니··· 하나같이 새빨개진 얼굴을 한채 침대 위에서 날 기다리고 있던 셋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유독 지나의 표정만 불만이 가득한 걸 보면··· 아무래도 내가 몸을 씻는 동안 또 예의 그 모종의 합의가 이루어진 모양이다.
내용은 아마 누가 먼저 할지 순서에 관한 게 아니었을까.
"···다 씻었니?"
아니나 다를까 내가 침대 앞에 도달하기 무섭게 세나와 지나가 스리슬쩍 좌우로 비켜나더니 그녀들을 대신해 가영이 전면으로 나섰다.
"네? 아, 네···"
안 그래도 빠르게 뛰어대고 있던 심장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미친듯이 뛰어대기 시작한 건 정확히 그 때부터였다.
귓가로 울려퍼지는 심장소리가 어찌나 큰지 누군가 내 귀에다가 북같은 걸 가져다놓고 미친듯이 두들겨대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 일단 여기 앉아볼래···?"
수줍은 듯 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팡팡하고 침대를 두들기는 소리가 용기있게 그 사이로 밀고 들어온 건 다름아닌 그 와중이었다.
이 느낌을 뭐라 표현하면 좋을까.
그래, 꼭 마치 가영하고 첫 섹스를 앞두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바로 옆에서 세나와 지나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들더라.
"후아···"
덕분에 한껏 벅차오른 숨을 고르면서 가영이 정해준 자리로 가서 앉았다.
침대 매트리스가 출렁거리는 느낌과 함께 따뜻하면서도 보들보들한 것이 어깨를 툭하고 건드려왔다.
"···"
"···"
그렇게 서로 꼭 붙어 앉았건만 나도 가영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