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8화 〉1부 (298/315)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어색했으니까.

분위기가 어찌나 어색한지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임에도 전력질주라도 하고 있는 중인 것처럼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어색하기 그지없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던 가운데··· 먼저 움직인 건 다름아닌 가영이었다.

스윽하는 소리와 함께 침대 위를 유영하던 가영의 손이 내 허벅지 위로 올라왔다.

동시에 가까워지기 시작한 건 평소보다 더 윤기가 흐르는 것 같은 연한 분홍빛의 입술이었다.

시선이,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눈을 감았다.

'쵹···♡'하는 소리와 함께 가영의 입술이 내 입술 위로 내려앉은 건 그 직후였다.

뜨겁고, 촉촉하면서도 이 세상 그 어떤 물건보다도 부드러울 것 같은 것이 내 입술을 부드럽게 짓눌러왔다.

그에 맞춰 입을 벌리니 기다렸다는 듯이 안으로 밀고 들어온 것은 입술에 버금가는 부드러움에 좀 더 촉촉한 감촉을 지닌 혀였다.

그것이 입 안을 조심스레 휘젓는 느낌이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그런 식으로 가영의 움직임에 호응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보다 느긋하게 가영과의 키스를 즐겼다.

그리고 조금씩 호흡이 벅차오를 때쯤ㅡ

"···이제 할까요?"

조심스레 입술을 떨어뜨리고는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가영이 돌려준 건 수줍기 그지없는 끄덕거림이었다.

누가 위로 향할 것인가.

그건 중요치 않았다.

그저 몸이, 마음이 가는대로 움직였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가영과 몸을 바짝 밀착시킨채 몸을 겹치고 있더라.

내가 밑에 있고 가영이 그런 내 위에 올라타서 몸을 겹친 형국이었다.

"흐움··· 츄···♡"

방금했던 키스만으로는 조금 부족했던 것일까.

몸이 겹쳐지자마자 가영은 입술부터 맞춰왔다.

한 번 시작된 가영의 탐욕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느새 밑을 향해 내뻗어진 가영의 손이 조심스레 내 물건을 움켜쥐었다.

그러더니 어딘가를 향해 인도하기 시작했다.

가영의 손에 잡힌 물건이 쑤욱하는 느낌과 함께 좁은 틈을 반쯤 억지로 벌리며 그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시작하기 전부터 마사지를 통해 잔뜩 달궈놨기 때문일까.

가영의 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눅진눅진하고··· 뜨거웠다.

"윽···"

꼭 따뜻한 진흙으로 이루어진 늪 속에 빠진 것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계속 이 안에 있으면 결국에는 빠져죽을 수밖에 없다는 걸 분명 알고 있는데도 물건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포근하고 안락한 느낌이 너무나도 흡족해서 이 안에서 빠져나가고 싶지가 않았다.

그런 내 기색을 가영도 느꼈던 것일까.

후훗하고 작게 웃는 소리가 귓가로 메아리치더니 가영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야릇한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기분 좋니···?"

그걸 지금 질문이라고 하는 걸까.

솔직히 말하면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사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가만히 있어도 가영의 안이 꿈틀꿈틀거리면서 내 민감한 곳을 투두둑 긁어주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얼른 정액을 내놓으라고 재촉이라도 하는 것 같은 움직임.

이또한 내가 가영에게 건네주었던 환의 효과인 걸까.

확실한 건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좋다는 것이었다.

꼭 마치 가영의 몸이 날 기분좋게 만든다는 목적에 맞춰서 변화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럼··· 움직일게···?"

내 볼에 대고 쪼옥하고 가볍게 입을 맞춘 가영이 이내 내 위에서 스르륵 몸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내 가슴팍을 손으로 짚은 채 조심스레 몸을 움직이기 시작ㅡ

"아주 그냥··· 누가보면 이 안에 둘만 있는 줄 알겠어? 응?"

하려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불만스레 툴툴대는 목소리가 덮쳐오더니 어느새 가영의 뒷편에는 지나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뭘 하려고···?'

하필이면 거기에 자리를 잡은 걸까.

그 의문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지, 지나 너어엇···?!"

그도 그럴 것이 지나가 행동으로 몸소 보여주었으니까.

스윽하는 소리와 함께 가영의 등뒤에서부터 뻗어나온 지나의 손이 그대로 가영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설마 다른 이도 아니고 딸인 지나한테 그런 식으로 기습을 당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걸까.

가슴이 잡혀버린 가영이 그 어느 때보다도 격하게 몸을 떨어댔다.

그리고 그 떨림 속에 담겨있는 건 대부분 당혹이라는 감정이었다.

"진짜··· 우리 유 여사님은 왜 살이 안 찌시지?"

그러거나 말거나 한 번 행동을 개시한 지나는 말 그대로 거침이 없었다.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와 함께 가영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던 지나의 손이 야릇하기 그지없는 움직임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

"읏, 흣···♡ 지, 지나 너어···"

"먹은 게 다 여기로 가는 건가?"

"그, 그만 두지 못하겠니힛···?!"

그렇게 시작된 지나의 손놀림은 뭔가 좀 달랐다.

그러니까··· 지극히 효율적이라고 해야할까.

내 눈에는 별다른 생각이나 의도없이 그냥 손이 가는대로 주무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럼에도 지나의 손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가영의 몸이 퍼드득하고 떨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격한 떨림을 보여주었다.

특히나 가슴을 앞쪽을 향해 쭈욱하고 잡아당기면서 빳빳하게 선 유두를 손가락 사이에다가 끼워놓고 살살 비벼대는 손길이 예술이었다.

지나가 그런 움직임을 선보일 때마다 가영의 안이 미친듯이 꿈틀꿈틀거리면서 내 자지를 맛있게 물어댔으니까.

"왜?"

"무, 뭐?"

"왜 그만 둬야하는데?"

설마 역으로 그런 질문을 받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걸까.

가영의 눈이 동그랗게 변하며 그녀의 움직임이 딱 정지한 순간, 그 뒷편에 자리를 잡고 있던 지나의 얼굴 위로 떠오른 건 음흉하기 짝이 없는 미소였다.

"엄마가 좀 이해해줘. 여기 사람만 세 명이잖아. 그런데 끝날 때까지 아무 것도 안 하고 얌전히 앉아만 있는 건··· 좀 그렇잖아?"

가영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그리 말한 지나가 지금까지 보여준 건 다 장난에 불과했다고 주장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본격적으로' 손을 놀려대기 시작했다.

이미 뒤에서부터 단단히 포박당했을 뿐만 아니라 자극마저도 쉬지 않고 주어지는 상황에서 가영이 지나의 품 안을 벗어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일까.

가슴을 주물럭거리는 손길에 고개를 뒤로 살짝 젖힌 채 몸을 움찔움찔하고 떨어대던 가영이 뒤로 젖히고 있던 고개를 힘겹게 원위치시키더니 이내 누군가를 향해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날려보내기 시작했다.

물론, 그 대상은 내가 아니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인 건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내 위에 올라타있는 건 가영 뿐만이 아니었으니까.

가영은 물론이거니와 지나도 내 위에 올라탄 상태다보니 몸을 일으켜 지나의 손길에 시달리는 가영을 도와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그렇다보니 가영으로부터 그런 눈빛을 받게 된 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세나 말이다.

언니가 엄마를 상대로 벌이는 하극상의 현장을 경악어린 표정과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던 것도 잠시, 얼떨결에 엄마한테서 구조 요청을 받게 된 세나가 움찔하고 몸을 크게 떨어댔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긴 하지만 그토록 눈에 띄는 반응을 눈앞에 두고도 세나에게 일어난 일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지나는 바보가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보다 못한 세나가 몸을 움직이려고 할 때 서늘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방 안으로 울려퍼졌다.

"야, 유세나."

세나로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그런 목소리였다.

"왜? 뭐 해보려고?"

그런 목소리로 던져진 물음에 막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던 세나가 그 자세 그대로 딱딱하게 굳었다.

채찍만으로는 엄마를 상대로 완전히 우위를 점할 수 없으리라 판단한 걸까.

지나는 채찍에 이어 당근도 내밀었다.

"그리고··· 너도 오래 기다리긴 싫잖아? 안 그래?"

그러니 잔뜩 달아오른 상태에서 오래 기다리고 싶지 않거든 당장 이리와서 날 도와라.

꼭 그런 투로 내뱉어진 지나의 발언은 세나를 혼란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이성은 엄마를, 본능 쪽은 언니를 도와야 한다고 외치고 있는 상황.

덕분에 둘 사이에 딱 껴서 이도저도 못하는 세나의 모습을 보다못해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지 말고 이리와 누나."

"···"

당연한 말이지만 세나는 내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내 말에 따르자니 언니와 엄마의 눈치가 보였던 것일까.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어깨를 흠칫하고 떨면서 지나와 가영 쪽을 힐끔힐끔 쳐다보기 바쁜 세나를 다시 한 번 호출했다.

"얼른."

'치사해···'

정말로 치사하다고 세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른 상황도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 불러버리면 대체 어쩌란 말인가.

지금도 봐라.

엄마도 그렇고 언니도 그렇고 서로 투닥투닥거릴 때는 언제고 이쪽이 공공의 적이라도 된 것처럼 이쪽을 지그시 노려보고 있지 않나.

난감했다.

언니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무서운 상대면 무서운 상대였지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으니까.

하물며 둘이 합심해서 덤빈다면?

이쪽은 정말 당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그렇기에 난감했다.

난감한데도··· 이리 오라는 유한의 말을 차마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엄마의 부름에 응하기 위해 일으키다가 말았던 몸을 다시금 침대 위로 띄워올렸는데ㅡ

'힉···?!'

그러기 무섭게 얼굴로 날아와 꽂히고 있던 시선이 강렬해지다 못해 따끔해졌다.

물론, 그 출처는 말할 것도 없이 언니였고.

그럴 리 없건만 마치 시선에 형태가 존재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따끔따끔하기 그지없는 것이 지금 이 순간 얼굴을, 몸을 노리고 날아들고 있었다.

문제는 엄마의 눈빛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시선에 박제당하는 것 같은 감각마저 느끼고 있을 때··· 어느새 뻗어온 유한의 손이 그대로 손을 움켜쥐더니만 이쪽의 몸을 제멋대로 잡아당겨버렸다.

"아, 앗···!"

정신 차리고 보니 이미 유한의 앞에 도착해 있었다고 말을 하면 저 둘이 믿어줄까.

어느새 코앞까지 근접해있는 유한의 얼굴을 보고 눈동자를 둘쪽을 향해 또르륵 굴리려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유한의 얼굴이 좀 더 가까워지더니··· 어느새 시야가 그것으로 가득 차 버렸다.

예쁘게 오똑 솟은 코와 살짝 흐릿한 눈동자.

그런 것들만이 시야 속에 가득 했다.

다른 건 일절 보이지 않았다.

코인지 아니면 입술인지 모를 곳에서 갓 새어나온 뜨겁고도 촉촉한 것이 볼하고 턱을 따라 이리저리 흩어지는 느낌이 간지러웠다.

간지러워서··· 더 참지 못하고 눈을 꾹 감아버리고 말았다.

말캉한 것이 입술 위로 살포시 내려앉은 건 그렇게 눈을 감은 직후였다.

내려앉을 때는 조심스럽기 그지없던 것이 내려앉자마자 순식간에 태세를 전환했다.

꾸욱하고 아랫 입술이 짓눌리는 감촉이 이상했다.

"아··· 으···"

이상해서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벌어진 틈 사이로 말캉한 것이 쑤욱하고 파고 들어왔다.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입 안으로 불쑥 밀고 들어와서 입천장을 부드럽게 간질여대는 유한의 움직임에 아까 전부터 배 안쪽을 장악하고 있던 불씨가 순식간에 덩치를 불리기 시작했다.

꼭··· 사막 한 가운데에 내던져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몸이, 목 안쪽이 뜨거웠다.

동시에 모래라도 한웅큼 씹어삼킨 것처럼 목 안쪽이 버석거렸다.

그 느낌을 잠재워보기 위해 꼴깍하고 침을 삼켜봤다.

하지만 부족했다.

고작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 이쪽의 기색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까 전부터 꼭 맞붙어있던 것을 통해 미지근한 것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목이 말라서 그런 걸까.

전혀 시원하지 않은데도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동시에··· 달콤했다.

여태껏 마셨던 그 어떤 음료수보다도 달콤하게 느껴져서 유한이 넘겨주는 것을 정신없이 꿀꺽꿀꺽 받아마셨다.

그렇게 세나가 유한과의 키스에 푹 빠져있을 때 그 모습을 보며 못마땅하다는 듯 작게 혀를 차는 이가 있었으니 그건 다름아닌 지나였다.

"쯧···"

하여간에 마음에 안 든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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