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는데··· 욕실 안으로 들어온 건 지나가 아니었다.
"그으··· 유한아···?"
"고, 고모?"
그랬다.
욕실 안으로 들어온 건 지나가 아닌 가영이었다.
솔직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예상 외인데 심지어 가영은 거기서 한술을 더 떴다.
"샤워하는 거니···?"
"네? 네···"
비싸보이는 별장답게 욕실 안에는 샤워부스가 따로 차려져있었다.
그리고 난 그 안에 들어와있는 상태였고.
거기에 몸에 묻은 오일을 씻어내기 위해 일부러 뜨거운 물까지 틀어놨으니 부스 밖에 있는 가영의 입장에서 보면 김 때문에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안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속으로 의문을 느끼면서도 일단은 그리 답했다.
그리 답했는데ㅡ
"별 건 아니고··· 갈아입을 옷이 필요할 것 같아서···"
부스 밖에서 그런 말이 들려오더니 바로 다음 순간 부스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뜨거운 김이 어디론가 훅 빠져나갔다.
가영이 문을 열고 샤워 부스 안으로 들어온 탓이었다.
"고모···?"
아까 더워서 먼저 들어가서 쉬고 있겠다고 하더니만 부스 안으로 들어온 가영은 여전히 수영복 차림이었다.
그녀의 피부만큼이나 새하얀 비키니가 농염한 몸매를 아슬아슬하게 감싸고 있는 광경은 절경이라 부르기에 충분했고.
특히나 가슴 쪽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볼륨감 넘치는 가슴을 새하얀 비키니가 간신히 떠받치고 있는데··· 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더라.
'씨발···'
내 꼬추도 그랬고, 가영의 가슴을 감싸고 있는 비키니도 그랬다.
아니, 그래서 대체 여긴 왜 들어온 걸까.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한창 샤워 중이었던 나와 이런 식으로 마주하고 있는 게 민망하기라도 했는지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고 있던 가영이 본인의 입으로 직접 밝혔으니까.
"호, 혹시··· 고모가 도와줄 건 없을까···?"
"네?"
"혼자 씻기 힘들 것 같아서···"
세살배기 꼬맹이도 아니고 설마 그렇겠냐만은 여기서 그 말을 꺼내드는 건 바보나 할만한 짓이겠지.
아무래도 지나에 대한 질투 때문에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이러는 모양인데··· 당연한 말이지만 나야 굳이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혼자 속으로 삭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런 식으로 억지라도 부리는 편이 백배천배 나았으니까.
내가 잠시동안 말이 없으니까 더 민망해진 걸까.
안 그래도 부끄러움인지 뭔지 모를 것으로 발갛게 달아올라있던 가영의 얼굴이 조금 더 붉어졌다.
"피, 필요 없으면은···"
그러더니 입술을 꾸욱 한 번 깨물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더라.
"아, 그런 건 아니고 마침 잘 됐다 싶어서요."
"···응?"
"아무래도 이게 기름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잘 씻기지가 않네요. 등에 손도 안 닿고···"
그리 말하면서 손을 등뒤로 돌려서 낑낑대는 시늉을 해보이다가 이내 가영을 향해 도와달라 말했다.
"등부터 좀 닦아주실래요?"
"···"
어찌어찌 용기를 내서 여기까지 오긴 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딸에 대한 질투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새삼 더 민망해진 걸까.
아까와는 다르게 가영은 말이 없었다.
그저 고개를 끄덕끄덕거리기만 할뿐.
그런 식으로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치고 손만큼은 아까 전부터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있긴 했지만.
바디워시를 챙겨가 그것을 손에 대고 듬뿍 짜낸 가영이 이내 양손을 모아 살살 비벼가며 거품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거품이 잔뜩 묻은 손을 그대로 내 등을 향해 뻗는데··· 닿자마자 손을 움찔하고 떠는 게 귀여웠다.
"잘 닦아주세요. 저는 그쪽에는 손이 안 닿아서···"
"으, 응···"
개인적으로는 손 말고 가슴을 써서 닦아줬으면 했지만··· 손도 나쁘지 않더라.
기본적으로 손재주가 있는 편이다보니까 거품이 잔뜩 묻은 손이 등을 따라 쭉 미끄러지는 느낌이 의외로 괜찮았으니까.
그렇게 가영에게 등을 맡겨놓고 있다가ㅡ
"이만하면 등은 된 것 같고··· 이제 앞쪽도 부탁드릴게요."
"앞에도···?"
닦는 김에 앞도 좀 닦아달라고 부탁하니까 당황했는지 가영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허나 그뿐이었다.
일순간 가영을 멈칫하게 만들었던 그 감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으니까.
잠시 멈춰있던 가영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뒤에서부터 날 끌어안다시피 한채로 앞쪽을 닦아주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앞으로 안 오고 굳이 뒤에서 그러는 이유는 아마··· 부끄럽기 때문이 아닐까.
덕분에 나야 좋았다.
자세 덕에 가영의 가슴이 내 등을 기분 좋게 눌러주고 있었으니까.
겸사겸사 거리가 아까보다 한결 가까워진 덕에 숨소리도 좀 더 또렷하게 들렸고.
내 몸을 대신 닦아주며 흥분한 걸까.
잔뜩 흐트러진 호흡이 귀를 간지럽혔다.
그렇게 날 뒤에서부터 꼭 끌어안은 채 조심조심 내 몸을 닦아주던 가영이 멈칫한 것은··· 내 은밀한 부분을 앞에 두었을 때였다.
꿀꺽하고 침을 삼키는 소리가 제법 크게 울려퍼졌다.
자기가 낸 소리를 듣고 놀란 것일까.
앞쪽을 닦아주기 시작했을 때부터 기분 좋게 내 등을 눌러주고 있던 가영의 몸이 순간 흠칫하고 떨렸다.
"···고모?"
그런 그녀의 동요를 눈치채지 못한 척 시치미를 뚝 떼며 의아해하는 목소리를 내니까 가영이 다시 한 번 몸을 떨었다.
중요한 부분을 코앞에 두고 그대로 멈춰버렸던 손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건 그 직후였다.
거품이 잔뜩 묻은 손이 내 배를 따라 쭉 미끄러지더니 이내 내 물건을 조심스레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손에 적당히 힘을 줘서 물건을 슥슥 문질러대기 시작하는데··· 그 손길이 퍽 집요했다.
이미 물로 한 번 헹궈놔서 뭐가 묻어있는 것도 아니건만 가영은 내 물건에 뭐가 묻어있기라도 한 것처럼 계속해서 내 물건을 문질러댔다.
"윽··· 고, 고모 잠시만요···"
부드러운 몸은 등을 기분좋게 꾹꾹 눌러대지 거품 때문에 평소랑은 다르게 미끌거리는 손은 딱 적당한 힘으로 물건을 훑어대지··· 덕분에 사정감이 실시간으로 끓어오르는 걸 느끼고 잠시 멈춰달라고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가영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간지러워도 조금만 참으렴. 여, 여기처럼 중요한 곳은 특히 더 깨끗히 씻어야 되니까···"
오히려 답지 않게 단호한 목소리까지 내면서 계속해서 내 물건을 훑어대는데··· 그 집요하면서도 질투심으로 가득 차 있는 손길 덕분에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가영도 질투를 한다는 걸.
질투라니.
다른 이도 아니고 그 가영이 질투라니.
이토록 각별한 순간을 금방 끝내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걸 조금이라도 더 맛보기 위해 참고 또 참다가ㅡ
"윽···!"
결국 눈앞이 새하야지는 것만 같은 강렬한 쾌감과 함께 가영의 손에다가 정액을 싸질렀다.
이렇게 보면 경쟁이라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무지성적인 경쟁은 많은 폐해를 낳지만 지금처럼 건강한 경쟁은 수동적인 사람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니까.
설마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내가 뭘 하려고만 하면 늘 안 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가영이 저런 식으로 나올 거라는 걸 말이다.
비록 질투심에서 기인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게 어딘가?
그렇게 보면 지나가 빚어낸 지금의 구도가 여러모로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얘는 대체 왜 이 모양인 걸까.
"뿌우우웁···!"
세나를 찾으러 나온 건 어디까지나 그렇게 도망치고 나서 뭘 하고 있는 지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찾아나섰는데··· 수영장 앞에 앉아서 튜브에 바람을 불어넣고 있더라.
'이걸···'
아직도 포기를 안 했다고?
솔직히 말하면 좀 감탄했다.
동시에 궁금해졌다.
대체 세나의 안에서 마당에 딸린 수영장이 어떤 의미길래 이렇게까지 수영장에 집착하나 싶었으니까.
'아니,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튜브가 있으면 분명 바람넣는데 쓰는 펌프같은 것도 있을텐데 왜 직접 저러고 있는 걸까.
그것도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말이다.
혹시 뭐 불편함의 미학같은 거라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중인 걸까.
"헥··· 흐헥··· 죽겠드아···"
직접 할 거면 좀 작은 걸로 고르던가 심지어 튜브는 세나보다 컸다.
그런 걸 끌어안고 낑낑대는 모습이 참··· 귀여우면서도 안쓰럽더라.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오기라는 것이 솟구치기도 했다.
진작에 경쟁할 준비를 끝마친 지나와 그런 지나의 영향을 받아 한 발 늦게 경쟁 모드로 들어간 가영과는 다르게 세나가 보여주는 이런저런 행동들은 내가 기억하는 평소의 세나하고 별반 차이가 없었으니까.
셋 중에 둘은 그런데 유독 한 명만 그렇다는 게 은근히, 아니 상당히 신경이 쓰이더라.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행동거지가 평소하고 다를 바가 없다는 건 세나가 경쟁에 참여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말은?
가영이나 지나하고는 다르게 나에 대한 마음이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뜻일 것이고.
물론,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세나의 본의는 다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받아들이기에는 그랬다.
그러니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있겠는가.
'저걸 어쩌지 진짜···'
그새 또 튜브의 바람넣는 부분을 입에 문채 뿌뿌거리고 있다가 금세 또 헥헥대고 있는 세나의 뒷통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인기척을 냈던 것도 그래서였다.
방금까지처럼 가만히 있는 것보다야 뭐라도 시도해보는 편이 저 상태에 머물러있는 세나를 어찌하는데 그나마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뭐해 누나?"
해서 이제 막 이곳에 도착한 것처럼 오늘따라 더 둥그스름해보이는 뒤통수에 대고 그리 물었더니만 튜브를 다시 입쪽으로 가져가던 세나가 그런 내 목소리에 반응해 어깨를 움찔하고 떨었다.
"뭐, 뭐야 언제 왔냐···?"
"방금?"
"···언니는?"
자기가 먼저 그렇게 물어봐놓고서 뒤늦게 아차하는 표정으로 내 눈치를 살피는 건 대체 뭐하자는 플레이인 걸까.
솔직히 말하면 그런 세나의 행동이 좀 웃겼지만 일단은 모르는 척 해주기로 했다.
그녀가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글쎄?"
해서 적당한 얼버무림과 함께 어깨까지 으쓱해보이며 모르는 척을 해보이니 귀엽게 눈동자를 데록데록 굴려대고 있던 세나가 살짝 안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가 화제를 확 비틀어버린 건 그 직후였고.
"그나저나··· 튜브는 또 어디서 꺼낸 거야?"
"응? 아, 이거? 아까 창고 뒤지다보니까 거기 있던데?"
그럼 거기에 펌프같은 건 없었던 걸까.
어쩌면 그럴 가능성도 있긴 했지만 방송 외적인 부분에서는 뭐 저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허술해지고 어설퍼지는 세나기에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방송 중이라면 모를까 방송 중이 아닌 세나라면 눈에 확 띄는 튜브만 적당히 주워왔을 가능성이 크니까.
내가 속으로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동안 세나는 나로인해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던 작업을 재개하려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튜브 크기가 거의 자기 몸만하다보니까 뭔가 좀 뜻대로 잘 되지 않는 것일까.
뿌우우우우하는 소리와 함께 얼굴이 새빨갛게 변할 정도로 열심히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 치고 튜브는 참 놀랍게도 약간의 미동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헥···! 헤엑···!"
그렇다보니 결국 세나가 호흡부족으로 나가떨어지는 게 먼저더라.
"으··· 진짜··· 쓸데없이 커가지고는···"
튜브를 달랑 하나만 비치해두진 않았을테니 여러개 중에서 저게 마음에 들어서 자기가 직접 고른 걸텐데 대체 뭐라는 걸까.
"왜? 뭐가 잘 안 돼?"
"응? 아··· 그냥 안에 바람이 잘 안 들어가가지고···"
심각한 일도 아니니까 신경끄라는 투로 그리 말하길래 피식 웃으며 세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줘봐. 내가 한 번 해볼테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세나가 건네줄 때까지 가만히 두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줘보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의례적으로 내뱉은 것에 불과했고, 갑작스러운 내 요구에 세나가 다시 한 번 몸을 움찔대며 당황스러워하는 반응을 내비치는 동안 세나 쪽을 향해 뻗은 손을 이용해 그녀의 품 안에 갇혀있던 튜브를 내쪽으로 가져왔으니까.
그리고는 그대로 튜브의 입구 부분을 입에 무니까ㅡ
"야, 자, 잠깐···!"
뒤늦게 날 만류하려다가 그런 내 모습을 확인한 세나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그 잠깐 사이에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은 덤이었다.
"웅? 왜?"
튜브 입구를 입에 문채 그런 세나를 상대로 의뭉스러워하는 반응을 되돌려주니 그때는 또 입을 막 붕어마냥 벙긋벙긋거렸고.
그러더니만ㅡ
"아, 아냐···"
결국 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옆으로 팩 돌려버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