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0화 〉1부
"읏, 흐으으···♡"
허리를 뒤로 쭉 젖히고 혀까지 살짝 내민 채 천박하게 몸을 떨어대던 지나가 이내 내 위로 풀썩 엎어졌다.
그러고서도 여운이 완전히 가시질 않았는지 간헐적으로 몸을 부르르 떨어대는 지나의 몸을 양팔로 꼭 끌어안아주니 지나가 땀으로 살짝 젖은 머리칼을 내 가슴팍에 대고 부비적거렸다.
그러면서 올라오는 근질근질한 느낌에 나도 모르게 몸을 흠칫대고 있으려니 가슴팍에 코를 가져다댄채 킁킁하고 냄새를 맡아대고 있던 지나가 이내 고개를 살짝 들어올렸다.
그렇게 서로 눈이 마주친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섹스 전에 했던 진득하고 질척한 키스와는 사뭇 다른 부드럽고 편안한 키스.
고양이가 그루밍을 하듯 상대방의 입 안을 핥짝핥짝 핥는 느낌으로 혀를 섞고 있으려니 아까부터 계속 움직여대고 있는 탓에 호흡이 달리기라도 했는지 지나가 먼저 떨어져나갔다.
"아으으으···"
내 위에 올라타서 거의 내리찍는 느낌으로 허리를 격렬하게 흔들어대더니만 그 반동이 이제 좀 돌아오기 시작한 걸까.
깊숙하게 집어삼키고 있던 내 물건을 조심스레 빼내며 내 옆으로 풀썩 쓰러진 지나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땀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얼굴에다가 붙여놓고 있는 게 은근히 귀여워서 피식 웃으며 볼에다가 쪽 뽀뽀를 해줬더니 지나가 받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듯 내 팔을 자기 가슴 사이에다가 가두며 내가 준 걸 그대로 돌려주었다.
그에 이번에는 탄탄하면서도 매끈한 배를 아랫배서부터 복근이 있는 곳까지 부드럽게 문질러주었더니 잠시 몸을 부르르 떨어대던 지나가 그대로 내쪽으로 돌아누웠다.
"흐응··· 유한아."
"응?"
"침대 말이야."
"침대?"
갑자기 침대 이야기는 왜 나오는 걸까.
그것도 하필 이 타이밍에 말이다.
영문을 알 수가 없어서 의문어린 표정을 하고 있었더니만 손가락을 세워 그것으로 내 가슴하고 유두 부분을 살살살살 긁어대던 지나가 이내 은근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응, 혹시 불편하지는 않아?"
지금 쓰고 있는 병원 침대를 말하는 건 아마 아닐테고 집에 있는 걸 말하는 거겠지.
불편했나?
그랬던가하고 한 번 생각해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애초에 그런 걸 신경쓰는 성격도 아닐 뿐더러 딱히 불편하지도 않았으니까.
"글쎄··· 그런데 그건 왜?"
그래서 그리 말했더니만 가슴 쪽을 간질이는데 쓰고 있던 손가락을 떼어내고는 대신 내 목덜미에다가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춘 지나가 이내 귀에 대고 속삭여왔다.
"아니이··· 슬슬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
"흠?"
"그거 꽤 오래 썼잖아."
"그런가?"
"그런가가 아니고 그래."
침대 하나 바꾸는 일이 그렇게까지 단호해질 필요가 있는 일인가 싶긴 했지만··· 뭐, 바꾸면 편하긴 하겠지.
그래봐야 얼마나 편해질까 싶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에···"
그래서 말인데?
"이왕 바꾸는 김에··· 이거 집에다가도 하나 놓는 건 어때?"
"이거?"
"응, 이거 말이야."
그리 말한 지나가 나로 하여금 보란듯이 지금 우리가 신세를 지고 있는 침대를 팡팡 소리가 나도록 두들겼다.
그럴 때마다 일반적인 매트리스와는 다르게 안쪽이 액체로 채워져있는 것이 출렁출렁하고 묘한 흔들림을 내보였다.
그러니까 그 말은ㅡ
"물침대?"
"응."
순진하기 그지없는 표정과 몸짓을 선보여가며 고개를 끄덕여 내 말에 맞장구를 쳐대는 지나의 모습을 보고 순간 할 말을 잃었던 것은··· 그 안에 담겨있는 의도가 너무나도 노골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내 방 침대를 물침대로 바꾸자니.
그 말은 그만큼 잔뜩 하겠다는 뜻 아닌가.
"으음···"
"···왜? 별로야?"
솔직히 말하면 그랬다.
섹스할 때 물침대가 보여주는 유용성은 인정하지만 잘 때도 이런 물컹한 감촉을 느껴야 한다면 그게 신경쓰여서라도 편히 잠들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그 점을 솔직하게 밝히니까 지나가 대안이랍시고 내놓은 건 바로ㅡ
"그러면 네 방 침대는 평범한 걸로 바꾸고 누나 방에 있는 걸 이걸로 바꿀까?"
"누나 방에 있는 걸?"
"응, 바꿀 때 같이 바꾸는 게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 싶어서."
"그건···"
확실히 그렇긴 했다.
나 하나만 바꾸면 가영이나 세나의 시선이 내쪽에 집중될 수밖에 없지만 지나하고 같이 바꾸면 시선이 상대적으로 분산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괜찮겠어? 이거 계속 쓰면 좀 불편할 것 같은데···"
"음, 그럴 수도 있으려나? 그러면···"
살짝 말꼬리를 늘어뜨린 지나가 이내 설핏 웃으며 내 유두를 쪽 소리가 나도록 가볍게 빨았다.
그에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하고 떠니 바로 조금 전에 자기가 빤 부분을 혀로 핥짝거리고 있던 지나가 날 보며 씩 웃었다.
"잠은 유한이 방에서 자지 뭐."
어쩐지.
뜬금없이 침대 이야기는 왜 꺼내나 했더니만··· 다 이걸 위한 빌드업이었구만.
"흐으음··· 정말 얌전히 잠만 잘 수 있겠어?"
"뭐어··· 겸사겸사 다른 것도 좀 하고···"
"왜? 아예 손만 잡고 잔다고 그러지?"
"흐음, 그럴까? 손 꼭 잡고 같이 잘까?"
"됐네요."
당연한 말이지만 지나의 제안은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가영이 아직 나와 지나나, 나와 세나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모르는 상태이니만큼 그럴 수밖에는 없었다.
'언제고 오픈을 하긴 해야되는데···'
상황과 타이밍을 어떻게 가져가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섣불리 결정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실에는 세이브 로드같은 편리하기 그지없는 기능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이게 아니다 싶으면 바로 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게임과는 다르게 현실에서는 한 번 발을 잘못 디디게 되면 그대로 끝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하물며 이게 보통 문제인가.
'진짜 어쩌지···'
속으로 그런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까 내 가슴팍 위에다가 머리를 올려놓고 심장뛰는 소리를 감상하고 있던 지나가 대뜸 '아.'하고 탄성인지 탄식인지 모를 소리를 입밖으로 내뱉었다.
"맞다. 유한아."
"···응?"
설마 아직 침대 건을 포기하지 않은 걸까.
지나라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ㅡ
"너 학교는 어떻게 할 거야?"
그게 아니더라.
"학교?"
"응."
"글쎄···"
원래 계획은 방송 핑계를 대며 휴학을 시전하는 것이었지만 바로 며칠 전에 세나와 머리를 맞대고 작성한 장기 휴방 공지를 올렸었던만큼 그 계획은 사실상 백지화된 상태라 봐도 무방했다.
그런 고로 휴학을 때릴 필요또한 없어지긴 했지만ㅡ
'학교라.'
솔직히 별로 구미가 당기질 않았다.
뭐, 다니면 신선하긴 하겠지.
원래 세계와는 정반대로 여자들이 남자 한 번 꼬셔보겠다고 목매는 꼴을 볼 수 있을테니까.
그렇다고 그걸 위해 다니자니 뭔가 좀 그랬다.
거기에 상황이 좀 그렇기도 했고.
'뭣보다···'
대학에는 '그년'이 있었다.
내가 일찌감치 요주의 대상으로 찍어놨었던 여자가 신입생의 탈을 쓴채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걔 말고도 유린이라는 귀여운 맛이 있는 후배도 한 명 있긴 하지만ㅡ
'그래도 좀 그렇지···?'
그 예비 얀데레겸 소시오패스 년한테 잘못 걸리면 그대로 감금엔딩을 당하게 될 가능성이 크니까.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년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가능케 만들 수 있는 힘은 물론 배경까지 있는 년이니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겠지.
애초에 예비 얀데레년이 해외 대학이 아닌 국내 대학으로 기어들어온 건 국내 대학을 발판으로 삼아 교환학생이라는 명분으로 해외 유명 대학으로 유학을 가기 위함이니 말이다.
그러다가 주인공하고 만나고 엮임으로서 내재되어있던 얀데레성이 폭발하고 그 탓에 그대로 국내에 눌러앉게된다는 설정이니까··· 아마 이대로 1년 정도 휴학을 때려서 접점을 완전히 없앴다면 아마 내년에는 알아서 꺼져있지 않을까.
"···음, 역시 휴학하는게 좋을 것 같아."
"그치? 잘 생각했어."
그래서 그리 말했더니만 그것이야말로 지나가 내심 원했던 대답이었던 모양이다.
저렇게까지 화색을 띄는 걸 보면 필시 그런 거겠지.
"그러면 슬슬 휴학신청 해야되는 거 아니야?"
"그런가?"
"응, 아마 휴학신청 받아주는 기간이 따로 있을걸?"
그렇다길래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을 해보니까 일주일 뒤까지 휴학신청 기간이었다.
그래서 내친 김에 바로 휴학신청을 넣으려고 하니까 학과행정실로 방문해달라는 오류메시지가 뜨면서 안 되더라.
"으음··· 직접 가야되나 보네."
"왜? 인터넷으로는 안 돼?"
"응, 막 이상한 오류메시지 뜨면서 신청이 안 되네."
"그래? 그럼 학교로 직접 가야되려나?"
"그런 것 같은데? 안 그래도 학과행정실로 방문해달라고 뜨더라."
"그래? 그럼 누나가 데려다줄까?"
"응? 바쁘지 않아?"
가려면 아마 낮에나 가야될텐데 최근들어 지나는 촬영인지 뭔지를 한다고 낮에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리 말했더니만 지나가 내 이마에 찰싹 달라붙어있던 머리카락들을 손수 떼어주며 설핏 웃었다.
"아무리 바빠도 혼자보낼 수는 없지."
"괜찮은데···"
"누나가 안 괜찮아서 그래."
그렇다니 뭐··· 휴학때리러 학교에 방문할 때는 지나와 함께하기로 했다.
그렇게 대화를 대충 마무리 짓고 나서 지나와 찰싹 달라붙은채 모처럼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으려니 반쯤 발기한 물건을 손으로 움켜쥔채 느긋하게 손장난을 쳐대고 있던 지나가 막 생각났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유한아."
"응?"
"방송도 안 하고 학교도 쉬면은 한동안 시간 널널하겠네?"
"뭐··· 그렇지?"
"그러면은··· 누나랑 둘이서 여행갈래?"
"여행?"
그 말을 들은 순간 깨달았다.
즉흥적으로 꺼낸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즉흥적으로 꺼낸 말은 아니라는 걸.
"갑자기 여행은 왜?"
"그냥··· 힐링 겸해서 가는 거지. 겸사겸사 데이트도 좀 하고."
"데이트···"
"누나랑 데이트하기로 했던 거 잊었어?"
내가 말했던 데이트는 어디까지나 하루 안에 끝나는 것이었는데 그게 왜··· 여행이 되어버린 걸까.
설마 여행도 데이트라고 우길 생각인 걸까.
"아니, 기억하고는 있는데···"
"그러면 가는 거다? 여행?"
솔직히 말하면 나야 사양할 이유가 없긴 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ㅡ
"우리 둘만 간다고 하면 고모나 세나 누나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다름아닌 그것이었다.
"그거야 뭐··· 그동안 운동 열심히 한 상으로 좋은데 데려가서 힐링시켜주는 거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힐링이라.
어디로 갈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하루종일 방 안에 쳐박혀서 섹스만 하는 섹스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건 과연 기분 탓일까.
"아니면 혹시··· 싫어? 누나랑 여행가는 거?"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잠시 대답하길 망설였더니만 지나가 답지 않게 시무룩한 표정을 얼굴 위로 띄워보였다.
그래서 그런 건 아니라는 의미로 살짝 상체를 들어올려 삐죽하고 튀어나와있던 입술에다가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춰주었다.
"누가 싫대? 그냥 갑작스러워서 그렇지."
"유한이 너는 신경 쓸 필요 하나도 없어. 그냥··· 몸만 오면 돼. 몸만."
"그러다가 내가 진짜 몸만 달랑 들고 가면 어쩌려고?"
"음, 글쎄··· 그러면은···"
슬며시 웃은 지나가 잽싸기 그지없는 몸놀림을 선보이며 그대로 내 위에 올라탔다.
그러더니 내 배 위에 살며시 걸터앉은채로 날 내려다보면서ㅡ
"몸으로 때우면 되지 않을까?"
요망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입술을 슬쩍 핥으면서 입맛을 다시더라.
그것만으로도 여행에 대한 욕구가 울컥하고 솟구쳤지만 일단 한 번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칫···"
"세나 누나도 도와줘야 되고, 학교 가서 휴학신청도 해야되잖아."
"그래, 뭐··· 어차피 준비하려면 아직 좀 더 걸릴테니까."
여행이라.
이왕 갈거면 다같이 갈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말이다.
어떻게 안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