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7화 〉1부 (107/315)



〈 107화 〉1부

가영과 유한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의외로 가영이었다.


"으으음···"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찾아든 지독한 갈증에 꼬옥하고 감고 있던 눈을 꿈틀꿈틀거리던 것도 잠시, 뒤늦게 숙취를 느끼기라도 했는지 가영이 눈에 질끈 힘을 주었다.


마무리를 와인으로 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여러 종류의 술을 골고루 마셨기 때문일까.

평소에 술 마시고 난 후에 느꼈던 것보다 몇 배는  강렬한 것 같은 지끈거림에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표정을 와락 일그러뜨리고 있던 것도 잠시, 순간 허리쪽에서 욱씬하고 올라온 통증에 가영은 반사적으로 몸을 흠칫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통증으로 인해 전부 생각나버렸으니까.


지난 밤동안 있었던 일들과 자신이 유한을 상대로 어떤 행동까지 했는 지를.


그리고··· 유한과 선을 넘어버리고 말았다는 것도.

그 모든 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몸을 꾸욱하고 짓누르고 있는 무게감이 증명해주고 있었다.

"읏···!"

유한의 강요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유한을 향해 엉덩이를 내민 채 자지로 보지 좀 긁어달라고 간청했던 모습이나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유한의 밑에 깔려서 앙앙대기만 했던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얼굴을 화끈거리게 했다.

솔직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머리가 어질어질한데  와중에 더 당혹스러운 것은 여전히 자신의 안에 파고 들어와있는 유한의 물건이었다.


마치 그곳이 제 집이라도 되는 것마냥 안을 빈틈없이 꽉꽉 채워주고 있는 물건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자각하는 순간 왠지 모르게 숨쉬기 버겁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거대했다.

그리고 딱딱했다.

마치 어젯밤에 자신의 안을 거침없이 쑤셔댈 때처럼 딱딱하고 뜨거웠다.

그래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배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것의 존재감이 신경이 쓰여 미칠  같았으니까.

남자들 중에서 그나마 성욕이 강한 편에 속하는 이들은 아침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물건을 세우는 경우가 있다던데 유한도 그런 것일까.


'어, 어제 그렇게 잔뜩···'


해놓고서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하는 듯한 물건의 딱딱함에 가영은 자기도 모르게 '읏···'하고 헛숨을 들이켰다.

그도 그럴 것이 등 위에 올라탄 유한에게서 '으음···'하고 잠꼬대하는 소리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질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유한의 물건이 꿈틀꿈틀대며 안쪽을 휘젓기 시작했으니까.


찬물이라도 뒤집어 쓴 것마냥 정신이 번쩍 들었던 것은 전부 그것 덕분이었다.

그렇게 정신이 번쩍 듬과 동시에 깨달았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걸.

한시라도 빨리 주변을 어떻게든 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처참하기 그지없는 현장을 딸들에게 보이게 될지도 몰랐으니까.

'뭐, 뭐부터 해야···'

문제는 치워야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몸도 씻어야지, 어제 바닥에 흘린 것들도 치워야하지, 심지어는 이불하고 침대 시트도 빨아야 했다.


이렇게 야한 냄새를 풀풀 풍기는 걸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었으니까.

시간이 별로 없었다.

아직 바깥이 어둑어둑하긴 했지만 그래도 좀 있으면 지나가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밑으로 내려올지도 몰랐으니까.

어제 술을 잔뜩 마신만큼 오늘만큼은 아침 운동을 거를지도 모르지만 만약 그게 아니고 평소처럼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밑으로 내려온다면?

자신의 방에서 자고 있어야할 유한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야 방에 들어서자마자 눈치챌테고, 사라져버린 유한을 걱정하며 찾으려고 들겠지.

그러다가 이 현장을 발견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엄마와 동생처럼 생각했던 유한이 몸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서로 꼭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보기라도 하는 날에는···


상상하는 것만으로 얼굴이 화끈거리고 당혹스러워서 손이 제멋대로 벌벌 떨렸다.

아직 몸에 힘도 별로 없고, 머리도 지끈거렸지만 그럼에도 등 위에 올라타있던 유한을 손으로 조심스레 밀어내며 몸을 옆으로 돌렸던 건 그래서였다.


다른 건 몰라도 그런 광경만큼은 보일 수 없었으니까.

지나를 위해서기도 했고, 자신의 속도 모르고 쿨쿨 잠들어있는 유한을 위해서기도 했다.


그렇게 옆으로 돌아누우니 순간 멀어진 온기가 아쉽기라도 했던 것일까.

"으응·· 고모···"


누가봐도 잠꼬대임이 분명한 소리와 함께 슬금슬금 뻗어온 유한의 팔이 허리를 꼭 끌어안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유한에게 뒤에서부터 끌어안긴 순간이었을 것이다.

가영은 얼굴이 아까와는 다른 느낌으로 확 달아오르며 심장이 쿵쿵하고 당혹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뛰는 걸 느꼈다.

동시에 안 그래도 갈증으로 메말라있던 목이 한층 더 바짝바짝 마르는 듯한 느낌에 가영은 누가 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허둥지둥하며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유한의 팔을 황급히 풀어냈다.


'아, 아직 취해서··· 취해서 그런 거니까···'


절대로 유한에게 두근거렸던 게 아니라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읊조린 가영이 여전히 안쪽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어와있는 유한의 물건을 빼내기 위해 슬그머니 엉덩이를 움직였다.

쯔으으읍···

잠들어있는 동안 계속 박혀있었기 때문일까.

어느새 유한의 모양대로 변해버린 것만 같은 보지가 유한의 물건을 꼬옥하고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자신의 보지가 유한의 물건에 매달라는 모양새라서 다시 한  얼굴이 화끈거렸다.

"읏···♡"

동시에 깨달았다.

유한의 물건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명기인지를.

그저 빼내기만 하고 있을 뿐인데 커다랗게 부풀어오른 것이 안쪽을 박박 긁어대며 자꾸만 달콤한 소리를 내게 만들었다.

그게 혹시라도 잠들어있는 유한에게까지 닿을세랴 가영은 양손으로 입을 꼭 틀어막은  계속해서 엉덩이를 움직였다.


쯔으으으웁···


그리하여 마침내 유한의 물건을 빼내는데 성공한 순간 가영은 다시  번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궁을 틀어막는 마개 역할을 하고 있던 자지가 빠져나가니 간밤동안 유한이 자궁 안에 대고 싸지른 것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으니까.


그 느낌이 너무나도 노골적이라서 쉬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와중에 그나마 할 수 있었던 것은 황급히 손을 밑으로 내려 구멍을 틀어막는 것 뿐이었다.

이불은 물론, 침대 시트도 이미 자신과 유한이 흘린 것으로 축축하게 젖어버린지 오래였지만 그래도 더 더렵힐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혹시라도 안에 있는 것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보지를 손으로 받친 채 가영이 조심스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실시간으로 새어나오고 있는 것들부터 어떻게 하기 위해 그대로 화장실로 향하려던 순간ㅡ


찌익-!


바닥에 널브러져있던 것이 그녀의 발에 밟히며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것을 바닥에 대고 찍 토해냈다.

가영이 자신이 밟은 게 어제 유한의 물건을 빨아줄 때 썼던 콘돔이라는  깨달은 건 그 직후였다.


"아, 앗···"

아직 뭐 하나 치우지도 못했는데 치워야할 것이 하나 더 늘어나버린 상황.

뿐만 아니라 어제 자신이 유한으로부터 직접 뽑아냈던 것이 바닥을 타고 질질 흐르는 모습이 너무나도 민망해서 가영은 손으로 보지를 꼭 틀어막은  어쩔 줄 몰라했다.

그만큼 민망했으니까.


허나 계속 그러고 있기에는 바닥을 타고 흐르는 것보다 안에서부터 흘러내리기 시작한 것의 양이 몇 배는  많았고, 그렇기에 그녀는 허둥지둥하며 화장실 안으로 향했다.

혹시라도 바깥에 있는 유한이 잠에서 깰세랴 물도 세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평소 샤워할 때보다 훨씬 약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샤워기를 보지에다가 바짝 들이민채 조심스레  안을 헹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었다.

유한이 자신의 안에 얼마나 많이··· 사정을 했는 지를.

몇 번을 헹궈도 정액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샤워기를 끄고 쪼그려 앉아있던 몸을 일으켰던 건 다름아닌 그래서였다.

이대로는 정말 끝도 없을  같았으니까.

'오, 오늘은··· 안전한 날이니까···'

안쪽을 헹구는 건 잠시 뒤로 미루기로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계속 거기에만 매달려 있기에는 바깥의 상태가 너무나도 심각했으니까.

몸에 묻은 물기를 수건으로 대충 닦고는 화장실을 빠져나와 옷부터 걸쳤다.

팬티를 걸치기 무섭게 팬티가 안쪽에서부터 흘러나온 것으로 축축하게 젖어드는 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콸콸 쏟아지다시피 했던 아까보다는 견딜만 했다.

그렇게 알몸에서 벗어난  유한이 문 앞에다가 벗어놓은 옷들부터 챙겨들었다.

이걸 다행이라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벗어던진 탓에 옷은 다시 입혀도 상관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혹시라도 방을 청소하는 동안 거기에 뭔가 묻지 않도록 그것들을 곱게 개서 화장대 위에다가 올려둔  일단 아까 밟은 것부터 치우기 시작했다.

바닥에 쪼그려앉아 그 위에 생겨난 희끄무레한 물웅덩이를 티슈로 닦아내고 있으려니 뭐라 이루말할 수 없는 야하고, 묘하게 달콤한 냄새가 자꾸만 콧속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래서일까.

자꾸만 침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왠지 모르게 허벅지도 제멋대로 움찔거렸고.


그 느낌을 애써 외면하며 유한의 것으로 질척질척하게 변해버린 티슈를 변기에다가 넣고 그대로 물을 내렸다.

그런  차마 휴지통 안에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바닥을 치우고 나니 남은 건 침대였다.


이불은 물론, 시트까지 밤새 흘린 것으로 축축하게 젖어있는 상황.

멀리 떨어져있음에도 숨을 쉴 때마다 거기서 나는 야릇하기 그지없는 냄새가 콧속으로 빨려 들어오는 것만 같아서 얼굴을 붉히고 있던 것도 잠시, 침을 꼴깍 한  삼키고는 여전히 곤히 잠들어있는 유한의 몸을 살살 떠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불부터 회수하고 나니 문제는 시트였다.

그것도 어찌어찌 잠들어있는 유한을 깨우지 않고서 벗겨낼  있었다.

그리고는 그 안에 가슴 쪽이 유한의 정액으로 젖은 슬립과 애액이 말라붙어있는 팬티를 쑤셔박다시피 해서 숨긴 뒤 그대로 조심스레 방을 빠져나왔다.

참으로 다행히도 아직 지나는 일어나지 않은  했다.

어제 술을 잔뜩 마신만큼 오늘만큼은 아침 운동을 쉬기로 한 것일까.

휴우하고 살짝 한숨을 내쉬며 안도하면서 자꾸만 허벅지를 움찔움찔대게 하는 음탕하기 그지없는 냄새를 풀풀 풍기는 것들을 품에  안아든  다용도실로 향했다.

그리고는 그것들을 모조리 세탁기 안에다가 쑤셔넣고 한시라도 빨리 거기에 묻어있는 간밤의 흔적들을 지워버리기 위해 세탁기 버튼을 꾹꾹 눌러대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응? 뭐야? 거기 누구야?"


내심 듣지 않았으면 했던 목소리가 문틈 사이로 흘러들어왔다.

지나의 목소리였다.

그에 순간적으로 철렁했던 것도 잠시, 가영은 일단 누르려다가 말았던 시작버튼부터 눌렀다.


그러자 찰칵하고 세탁기  잠기는 소리가 다용도실 안으로 울려퍼졌다.

그 소리를 듣고 나니 지나의 목소리에 반응해 쿵쿵하고 빠르게 뛰어대던 심장이 그나마 좀 가라앉았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는 건 똑같았지만.


그렇게 돌아가기 시작한 세탁기를 뒤로한채 황급히 다용도실을 빠져나왔다.


그런 가영을 맞이한 건 정수기 앞에 서서 물을 꼴깍꼴깍 들이키고 있는 지나의 모습이었다.

"크흐···! 뭐야 누군가 했더니 엄마였어?"

"으, 응··· 이, 일어났니? 잠은 잘 잤고?"


"속이 좀 쓰리긴 한데 뭐 그것빼곤 딱히? 엄마는? 숙취 심하면 운동 갔다오는 김에 숙취해소제라도 하나 사다드릴까?"

"아, 아냐·· 괜찮아···"

실은 전혀 괜찮지 않았다.


지나가 눈앞에 있고, 유한이 몸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자신의 침대 위에 누워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심장이 쿵쾅쿵쾅하고 미친 듯이 빠르게 뛰었으니까.


자그마한 것이라도 티를 내면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가슴께를 손으로 꼬옥하고 누르고 있었던 건 다름아닌 그래서였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으니까. 동시에 목이 바짝바짝 말랐다.

"흠, 그래? 그렇다면야 뭐··· 흐으으음, 그나저나  쓰리니까 유한이한테 시원하게 콩나물국이나 끓여달라고 할까···"

"유, 유한이도 숙취 때문에 힘들텐데 그, 그러지 마···"

"그런가? 그럼 그냥 자라고 내버려둬야겠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콧노래까지 흥얼거릴 정도로 기분이 좋아보이는 딸을 상대로 그래도 어찌어찌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던 와중이었을 것이다.


"아, 근데 있잖아. 엄마."

"으, 응···?"


"왜 거기서 나와?"

딸의 입에서 정말 듣고 싶지 않았던 한 마디가 흘러나온 것은.

쿵···! 쿵···! 쿵···!

심장 뛰는 소리가 귓가로 메아리쳤다.

동시에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으로 떠올랐다가 가라앉길 반복했다.

어떻게 답을 하면 좋을까.


여기서 뭐라고 답을 해야 지난 밤동안 있었던 일을 딸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가영에게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나는 귀가 굉장히 밝았다.


다른 곳에 비하면 두꺼운 편인 다용도실  너머에서 들려오는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마저도 놓치지 않고 잡아낼 정도로.

"응···? 뭐야? 빨래 돌렸어?"


아침도 아니고,  새벽에 뜬금없이 빨래를 하고 있는 상황.

쿵ㅡ! 쿵ㅡ!

당연히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렇기에 가영은 심장이 아까보다 더 크고 거칠게 뛰는 걸 느꼈다.


"으, 응···"


"이 새벽에?"

"그, 그게··· 실은··· 유, 유한이가··· 어제 기분이 좋아서 좀 무리했었나봐···"

"뭐야, 설마··· 걔 토하기라도 했어?"

"으, 응··· 새, 새벽에 찾아와서 속이 안 좋다길래 화장실에다가 데려다주려고 했는데 마, 많이 힘들었는지  참고···"

"아이고··· 어쩐지 좀 과하게 마신다 싶더라니···"


골치 아프다는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던 것도 잠시, 지나가 가영을 향해 물었다.

뭐가 그리 실망스러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실망한 듯한 표정을 얼굴에 머금은채로.


"그럼 걔 지금 엄마 방에 있겠네?"


"으, 응··· 수, 숙취 때문에 많이 힘든  같아서 일단 쉬라고 재워뒀어···"


그래도 어찌어찌 무사히 넘긴 것 같다고 가영이 내샘 안도하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흠, 그래? 한  상태좀 봐야겠다."


그리 말한 지나가 그대로 가영의 옆을 지나쳐 그녀의 방으로 향하려 했고, 딸의 목적지가 자신의 방이라는  깨달은 가영은 앞뒤 잴 것 없이 일단 손부터 뻗었다.

"···응? 엄마? 왜?"

"아, 아냐 그, 그러지마···! 소, 속 안 좋아서··· 밤새 못 잔 것 같던데···"

목소리가 자꾸 덜덜 떨렸지만 그럼에도 말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지나를 놓쳐버리면 정말 끝이었으니까.


그 뒤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감히 상상조차  수 없었다.


"그래···?  정도였어? 그러면 이온음료라도 하나 사다주는  좋으려나?"

지금 이 순간 가영이 바라는 건 딱 하나뿐이었다.


지나가 한시라도 빨리 집을 빠져나가는 것.

유한을 위해 뭐라도 사다주는 게 좋을지 고민하고 있던 딸의 등을 조심스레 떠밀었던 것도 사실은 그걸 위해서였다.

"그러면 얼른 다녀올게."


"아, 아냐··· 어, 어차피 유한이 자고 있으니까 너무 서두르진 말고, 그··· 쉬엄쉬엄 다녀와."

"네엡."


그렇게 순식간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지나가 호다닥 집을 빠져나간 순간, 가영은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그대로 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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