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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8화 〉1부 (108/315)



〈 108화 〉1부

그렇게 지나라는 이름의 위기에서 무사히 탈출하여 방으로 복귀하는데 성공한 가영을 반긴 것은 매트리스만 남은 침대 위에 대자로 드러누운 채 쿨쿨 자고 있는 유한의 모습이었다.

태평함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옮겨다놓은 듯한  모습에 가영은 속에서부터 뭔가가 울컥하고 북받치는 것을 느꼈다.


그에 유한을 째릿하고 흘겨보던 것도 잠시, 가영은 황급히 유한에게서 시선을 떼어냈다.

계속 그쪽을 바라보고 있기에는 천장을 향해 빨딱 서 있는 것의 존재가 너무나도 부담스러웠으니까.


'오, 옷을 입혀야 하는데···'

차마 유한의 몸에 손을 댈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꾸만 이성을 흐릿하게 만들던 술기운과 열기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나니 새삼 깨달아버리고 말았으니까.

지난 밤동안 유한과 했던 행동들이 얼마나 말도  되고, 해서는 안 되는 짓이었는지를 말이다.

차라리 필름이라도 끊겨서 기억이라도 나지 않으면 좋으련만 숙취로 머리가 지끈거리는 와중에도 지난 밤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기억만큼은 유난히도 또렷해서 자꾸만 몸을 흠칫거릴 수밖에 없었다.

딱히 떠올리려는 노력같은 걸 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이 유한에게 했던 행동들이, 그리고 유한이 자신에게 했던 행동들이 머릿속으로 불쑥불쑥 떠오르곤 했던 탓이었다.

허나 바로 조금 전에 지나에게 들킬 뻔했던만큼 유한을 언제까지고 저 상태로 방치해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가영은 아까 화장대 위에 올려두었던 유한의 옷을 들고 조심스레 침대로 향했다.

차마 유한이 차지하고 있는 침대 위로 올라갈 수는 없었기에 대신 유한이 간밤에 끌어다놓은 의자에 앉으려던 가영이 그대로 몸을 멈칫했다.

의자에 앉기 위해 몸을 숙이던 순간 발견해버리고 말았으니까.


자신이 지난 밤에 손수 벗어서  위에다가 올려놓았던 어떤 물건의 모습을 말이다.

새하얀 가죽으로 된 의자와는 어울리지 않게 잔뜩 때가 타서 본래의 색을 잃어버린 낡은 반지가 의자 위에 덩그러니 놓여져있는 모습에 가영은 슬그머니 입술을 깨물었다.

사별한지 오래된 남편에 대한 미안함 때문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정말 유한을 아들이 아닌 남자로 대했다는 것을.


그렇지 않고서야 반지를 벗을 이유가 없었다.

덩그러니 놓여져있던 것을 집어들어 다시 손가락에다가 끼웠던 것도 그래서였다.


스스로의 마음에 족쇄를 채우듯 반지를 원래 있던 자리에다가 되돌리면서 가영은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다.


'술 때문이야··· 술 때문이니까···'


지난 밤동안 있었던 일들은 어디까지나 술 때문이었다고.

그러니 다시는 실수하지 않을 거라고.


똑같은 말을 몇 번이고 되뇌이며 다짐한 덕분일까.

술렁술렁거리던 것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자꾸만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들던 당혹스러움의 기세가 아까보다 한결 약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유한의 몸에 손을 대는 건 저어되긴 했지만···

'이, 이건 그냥 옷 입혀주는 거니까···'

그리 되뇌이면서 어찌어찌 바지까지는 입혀줄 수 있었다.

지치지도 않는지 여전히 힘이 바짝 들어가있는 것에 시선을 두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손만 움직이니 어떻게든 되더라.


'티, 티셔츠도 입혀줘야 하는데···'

그저 구멍에다가 다리를 끼워놓고  잡아당기기만 했던 아래와는 다르게 위는 난이도가 좀 있다보니 선뜻 손을 대기가 꺼려졌다.

거기에 아직 유한을 어떤 얼굴로 봐야할지,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알 수 없는 상태기도 했고.

지난 밤에 있었던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단호하게 쳐내는 것이 최선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차마 그리 할 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여자 때문에 상처를 받은 적이 많은 유한인데 자신마저 그리해버린다면 그때는 정말 유한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엇나가버릴지도 몰랐으니까.


'휴우···'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코까지 도롱도롱 골면서 곤히 잠들어있는 유한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그런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 괜스레 심술이 났다.


자는 얼굴이 천사같아서 더 그랬다.


유한의 볼을 손가락으로 콕 찔렀던  다름아닌 그래서였다.

맘 같아서는 콕 찌르는 게 아니라 꼬집거나 하다못해 딱밤이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었지만 혹시나 유한이 잠에서 깨기라도 할까봐 차마 그리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신 볼을 찌르는 걸로 벌을 줬던 것인데ㅡ


"으으음, 고모···?"

그 순간 꼬옥하고 감겨있던 눈이 꿈틀꿈틀하고 떨리더니 이내 눈꺼풀이 스르륵 걷히며  아래에 숨겨져있던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막 잠에서 깨어난 탓일까.

평소에는 늘 또렷한 모습만 보여주던 것이 잠기운으로 잔뜩 흐려져있는 광경을 보고 있으려니 왠지 모르게 은밀한 모습을 훔쳐보고 있는 것만 같아 괜스레 민망해졌다.

그래서 그런 지 몰라도 또다시 열이 오르려 하는 얼굴을 숨기기 위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초점이라도 잡고 있는 중인지 몇 번이고 깜빡거리길 반복하던 눈이 이내 사르르 접혔다.

그 변화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던 중이었다는 사실마저도 잊은 채 그대로 멈칫했던  그렇게 유한의 눈가로 내려앉은 눈웃음 때문이었다.

더 없이 사랑스러운 뭔가를 바라볼 때나 지을 법한 그 눈웃음에 괜히 숨이 막혔다.


숨이 막히면서 목 안쪽이 간질간질거렸다.

···갈증이  심해졌다.

동시에 살짝이지만 유한이 원망스러워졌다.

"좋다···"


자신은 이리도 혼란스러운데 대체 뭐가 그리도 좋다는 건지  수가 없었으니까.


"···일어났으면 얼른 옷부터 입으렴."

그래서 황급히 유한의 옆을 떠나려 했다.


찬물에 세수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으니까.

그랬는데ㅡ

"그럼 키스해주세요."

"뭐, 뭐···?!"


"잘 잤냐고 모닝 키스 해주시면 일어나서  입을게요."


뒤이어 들려온 유한의 말이 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했다.


"그, 그게 무슨···"


"얼른요."

그리 말한 유한은 이미 두 눈을 꼭 감은 채 입술만 앞으로 살짝 내밀고 있었다.

마치 키스해주기 전까지는 계속 그러고 있을 거라고 시위라도 하는 것처럼.

그렇기에 당혹스러웠다.

아직 유한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결정하지조차 못했는데 유한은 자신에게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있었으니까.

"아, 안 돼···"


"왜요?"

"그, 그건···"


뭐라고 답을 해야할까.


알 수가 없었다.


어떤 말을 해야 유한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가, 가족끼리는·· 그, 그런 거 하는 거 아냐···"


그래서일까.


뭐라도 말하지 않으면 안  것 같아서 내뱉었던 말에는 스스로 느끼기에도 힘이 하나도 없었다.


"네? 외국에서는 가족끼리도 한다던데요?"

"그, 그건··· 외, 외국이니까··· 인사하는 거니까···"


"그러면 고모도 저한테 잘 잤냐고 인사해주시면 되잖아요."


그리 말하며 슬며시 내민 입술을 검지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기는 유한의 모습에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꽉 묶어두었다고 생각했던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뛰어댔다.


"그, 그래도··· 안 돼··· 고, 고모는 그런 거 못 해주니까···"

"그러면 제가 할까요?"


"무, 뭐···?!"

"음, 생각해보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그리 말하는 유한의 얼굴에는 어제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 때 머금고 있었던 것과 똑같은 요요한 미소가 맴돌고 있었다.

더없이 사랑스러운 얼굴에다가 그런  가득 머금은 채 유한이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스륵···

그러면서 난 소리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퍼졌다.


주춤하고 뒤로 물러났던 건 그래서였다.

유한이 다가왔다.

한 걸음 더 물러났다.


자박하고 바닥을 밟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조금 더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유한이 다가올 때마다 도망을 거듭하다보니 어느새 등뒤에 있는 건 벽뿐이었다.

유한의 손이 이쪽을 향해 뻗어오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몸에 닿을 것처럼 서서히 가까워지는 그것의 모습에 눈을 질끈 감으며 몸을 움츠렸다.

턱ㅡ


이윽고 울려퍼진 건 손으로 벽을 짚는 소리였다.

그에 눈을 슬쩍 떠보니 유한의 양손이 벽을 짚은  어디로도 도망치지 못하게 자신을 가두고 있었다.


"이제 더 도망치지도 못하시겠네요?"

목덜미에 와서 부숴지는 숨결이 뜨거웠다.


뜨겁고··· 달콤했다.

"아, 안 돼··· 유한아··· 고모한테 이러면···"


"걱정하지 마세요. 고모. 이건 그냥 인사일 뿐이니까."

귀에 대고 속삭여지는 목소리가 이성이라는 것을 마구잡이로 헤집어댔다.

이윽고···


"읍···! 읏, 응···♡"


입술이 입술 위로 포개어졌다.


그렇게 가영이 죄책감과 쾌감으로 몸을 오들오들 떨며 유한의 키스를 받아들이고 있을 때 유한은 눈을 가늘게 뜬채 그런 가영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귀엽네···'

맘 같아서는 피식 웃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지금도 충분히 곤란해보이는데 내가 웃기까지 해버리면 그때는 정말 가영의 얼굴이 펑하고 터져버릴지도 모르니까.


평소대로였다면 자는 척을 하고 있는 가영을 상대로 키스를 하고 있을 시간에 온전히 깨어있는 그녀를 상대로 입을 맞추고 있으니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전자의 것이 묘한 배덕감이 들어서 기분이 좋다면 지금하고 있는  그냥 행복하달까.

가영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그녀의 양옆을 틀어막는데 썼던 손을 떼어내어 그녀의 몸을  끌어안았던 건 다름아닌 그래서였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행복감을 주체할 수 없을  같았으니까.

덕분에 일어났을 때부터 빨딱 서있던 것이 가영이 입혀준 것으로 추정되는 반바지 위로 확 도드라지며 가영의 아랫배에 대고 애교를 부리듯 머리를 비벼대기 시작했다.

그런 식으로 가영을 꼭 끌어안은 채 실컷 아침 인사를 하다가 숨이 벅차오를 때쯤 가영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고모?"


그리고는 진짜 아침 인사를 건넸다.


당연한 말이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흐읏, 흐으으···♡"


그도 그럴 것이 가영은 내게 아침 인사를 잔뜩 당한 탓에 숨을 헐떡거린다고 바빴으니까.

그 헐떡거림이 꽤나 듣기 좋았다.


해서 잠시동안 그것을 만끽하다가 이내 가영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고모? 인사 안 해주실 거예요?"

"흐으, 후으읏···♡"


"음, 아무래도 인사가 부족했나 보네요."


그리 말하고는 다시금 가영에게 입을 맞췄다.

"응···♡ 우움, 츄웁···♡"

그렇게 가영의  한줌마저도 전부 집어삼킬 기세로 입을 맞추다가 다시 한 번 그녀를 향해 물었다.


"···후우, 안녕히 주무셨어요? 고모?"

"으, 응···"

이번에도 대답을 하지 않으면 내가 또 아침 인사를 시작할 거라는 걸 드디어 깨달아버린 것일까. 가영이 달콤하게 젖어든 목소리로 황급히 대답했다.

"이, 인사 했으니까··· 이, 이제···"

놓아달라는 걸까.


하기사 아까 전부터 아랫배를 꾹꾹 눌러대는  신경쓰이겠지.

어제 자신의 보지를 그토록 무자비하게 쑤셔댔던 녀석이니 말이다.


아마 그게 몸에 닿는 것만으로도 어젯밤에 느꼈던 쾌감들이 머릿속으로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을까.


물론, 그렇다고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이렇게 딱 좋게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것을 대체  놓아줘야 한단 말인가.


'어차피 한 번에 무너질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어.'


어제 가영이 그런 짓까지 했던 것은 그동안 쌓인 것도 쌓인 거지만 사실 술기운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정도로 많이 마신 상태였으니까.


허나 술을 깬 지금은?


찬물이라도 뒤집어 쓴 것처럼 이성이 또렷한 상태겠지.


그동안 그녀를 괴롭혀댔던 욕구들도 간밤의 섹스로 확실하게 풀렸을테니 더더욱 그럴테고.

그런  가지고 가영이 할 행동이야 솔직히 뻔했다.


가영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는 것도 다 그래서였다.

그녀가 술 때문이라는 변명을 내세우지 못할 때 뭐라도 하나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었으니까.

"고모."


"으, 응···?!"


내 목소리가 귀에 직접 속삭여지는 것이 그리도 놀랄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품 안에 갇혀있던 가영의 몸이 움찔하고 떨리며 말랑말랑하던 것이 살짝이지만 뻣뻣해졌다.

"아직 안 씻으셨죠?"


느낌상 왠지 그럴  같아서 한 번 말해봤는데 아무래도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뻣뻣하게 굳어있던 것이 다시 움찔하고 튀어오르는 걸 보면.


"아, 아냐··· 씨, 씻었어··· 아, 아까 일어나자마자···"

"거짓말."

거짓말을 할 거면 목소리나 좀 어떻게 하고서 말을 하든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면 그걸 누가 믿어주겠는가.

"야한 냄새가 이렇게 풀풀 나는데요?"

"유, 유한이 너···!"


"안 되겠어요. 또 자위하고 싶어요."

말이 자위지 사실상 섹스하고 싶다고 대놓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안에 갇혀있던 가영의 몸이 한층  뻣뻣해졌다.


"아, 안 돼···!"

"왜요? 밤에는 하게 해주셨잖아요."

"그, 그건···"


"만족할 때까지 고모 보지로 자위해도 된다고 하셨잖아요."


맨정신으로 듣는 야하고 과격한 말의 파괴력은 술에 취해있던 때하고는 차원이 달랐던 것일까.

꿀꺽하고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오길래 슬그머니 시선을 던져보니 가영의 얼굴이 새빨갛게 익어있는 모습을  수 있었다.

"지, 지금 코, 콘돔 없으니까···"


"그러면 콘돔 있으면 고모 보지로 자위해도 돼요?"


하필 고른 탈출구가 그거라니.

속으로 피식 웃으며 가영을 향해 물으니 가영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지금 가서 사올까요? 콘돔? 잔뜩 사다놓고 하루 종일 자위나 할까요?”


"아,  돼···! 아, 아침에는···"

"그럼 밤에는요?"


"바, 밤에도···  돼···"

그럼 대체 언제 자위시켜주곘다는 걸까.

"두, 둘이서 있을 때만···"


아하, 그런 식으로 나오시겠다.


언뜻 보면 단둘이 있을 때는 얼마든지 보지를 써서 자위해도 좋다는 허락처럼 들리지만 실은 그게 아니라는 것쯤은 듣자마자 눈치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쉬는 날도 거의 없이 바쁘게 일하는 가영하고 단둘이 있는 상황이 얼마나 있겠는가.


집순이인 세나가 허구헌날 집에 찰싹 붙어있는데 말이다.


그러니 이건 조건부 오케이가 아니라 사실상 거절이나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일단은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둘뿐인 상황이야 만들면 그만이니까.


"알겠어요. 고모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힘들지만 제가 좀 참아볼게요."


"그, 그래···"

"그러니까 대신 같이 씻어주세요."

아쉬운대로 그걸로 참아보겠다는 것처럼 그리 말하니 가영이 몸을 퍼뜩 떨었다.

"무, 뭐···?!"


"아직 안 씻으셨잖아요."


"씨, 씻었다니까·· 고, 고모 씻었어···"

"같이 씻는 것도 안 돼요?"


"아, 안 돼···"


"왜요?"


"유, 유한이 너는 다 컸으니까··· 다, 다 큰 어른들끼리는 같이 씻는 거 아니야···"


횡설수설하는 가영의 귀에 대고 푸욱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모는 맨날 안 된다고만 하시네요."


"····"

"알겠어요. 그러면 대신 오늘 아침 같이 만들어요."

"아, 알겠어···"

같이 요리하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판단한 것일까.


가영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하신 거예요?"


"으, 응···"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가영의 모습은 가만히 내버려두기 힘들 정도로 귀여웠다.


해서 그녀를 품에서 풀어주는 척 하며 괘씸하게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가영의 입술에다가 쪽하고 가볍게 입을 맞춰주었다.


그리고는ㅡ


"그럼 저 얼른 씻고 나올게요."


'어···?'하는 느낌으로 동그랗게 뜬 눈동자를 파들파들 떨고 있는 가영을 뒤로한채 그대로 화장실로 쏙 들어갔다.

그랬더니 문이 닫히기 전에 털썩하고 뭔가가 바닥에 주저앉는 듯한 소리가 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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