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1부
'여기가 약점이었단 말이지..'
어쩐지.
처음봤을 때부터 야한 냄새가 풀풀 풍기더라니.
그래서 그런 거였구만.
입을 맞춘 순간 튀어나온 반응만으로도 이곳에 가영의 약점 중 하나라는 건 이미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긴 했지만 마지막 1퍼센트를 채우는 느낌으로 다시 한 번 가영의 겨드랑이를 자극해봤다.
원래 이런 것일수록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으니까.
다만 이번에도 입을 맞추긴 좀 그래서 대신 살짝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다.
입을 맞췄으니 이번에는 핥는 느낌으로, 아니 사실대로 말하면 그건 핥는 수준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혀만 살짝 가져다댔을 뿐인데ㅡ
그렇게 입을 빠져나간 것이 다른 곳보다 포동포동한 겨드랑이의 둔덕을 꾸욱하고 누르기 무섭게 이불 밖으로 살짝 빠져나와있던 가영의 발이 안쪽으로 팍 오그라드는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에 힘을 꽉 줘서 발등을 굽히고 있는 건 물론 거기에 달린 앙증맞기 그지없는 발가락들까지 꽉 오므리는 것이 꼭 마치 요의라도 느끼고 그걸 참는 듯한 모양새였다.
손만큼이나 작은 발을 그런 식으로 동그랗게 말고 있는 것이 왠지 모르게 귀엽게 느껴져서 한 번 더, 아니 가영이 축 늘어질 때까지 계속 자극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한곳한곳 꼼꼼하게 확인을 한다고 시간을 너무 많이 써버린 탓에 이제 슬슬 지나가 돌아올 시간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일단 이건 킵해놓자.
지나가 돌아오기 전까지 꼿꼿하게 발기한 것도 모자라 바지 앞섬까지 살짝 적실 정도로 크게 흥분한 물건을 진정시키려면 이쯤에서 미리 멈출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일단 꼬옥하고 움켜쥐고 있던 가영의 팔을 침대 위에다가 조심스레 내려놓은 뒤 그대로 그녀의 몸 위에서, 침대 위에서 내려왔다.
침대에서 내려오기 무섭게 몸을 덮친 건 갈증이었다.
어느새 바짝 말라버린 입 안을 급한대로 침을 이용해 축여주며 가영의 팔 곳곳에 남아있는 내 흔적들을 입고 있던 옷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그런 식으로 뒷처리를 얼추 끝내고 나니 바지는 물론 티셔츠까지 축축한 상태가 되어버렸지만 그것들의 뒷처리는 잠시 뒤로 미루고 일단 물건을 진정시키는데 주력했다.
가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도록 뒤로 돌아선 채 열심히 애국가를 부르고 있으니 아플 정도로 딱딱하게 굳어있던 것이 점차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풀발상태였던게 반발상태까지 수그러들었을 때 가영을 향해 돌아섰다.
이만하면 가영도 어느 정도는 진정이 됐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가영 쪽으로 돌아선 뒤 여전히 잠든 척을 하고 있는 그녀를 깨웠다.
"흠흠, 일어나세요. 고모."
"으, 으음.."
며칠이나 됐다고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척하는 모습이 퍽 자연스러웠다.
"그러면 식기 전에 얼른 나오세요."
그런 식으로 내 목소리를 듣고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척을 하는 가영을 적당히 상대해주다가 미련없이 그녀의 방을 빠져나왔다. 가영에게도 잔뜩 달아오른 몸을 달랠 시간이 필요할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거실로 나온 순간, 주방으로 향하는 대신 그 옆을 지나 3층으로 향했다.
바지도 티셔츠도 축축한 상태다보니 밥상차리는 것보다는 일단 그것들부터 어떻게 해야할 것 같았으니까.
계단을 껑충껑충 뛰어오른 끝에 방에 도착해 티셔츠하고 반바지는 물론 안에 입고 있던 팬티까지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벗어던진 것들을 손에 쥔채 다시 1층으로 향하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질질 흘러나온 쿠퍼액으로 흠뻑 젖어버린 이 팬티를 활용해보는건 어떨까.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이긴 했지만 한 번 시도해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함정을 어떤 식으로 깔아두느냐가 관건이긴 하지만 일단 제대로 설치해놓기만 한다면 지나든 가영이든 둘 중에 한 명은 반드시 걸려들 수밖에 없을테니까.
뭐, 타이밍을 고려하면 함정에 걸리는 건 아마도 지나가 될 가능성이 크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니까.
혹시라도 가영이 함정에 걸린다면 간신히 진정하는데 성공한 그녀를 다시 한 번 흔들어놓을 수 있을 터.
물론, 지나가 걸리더라도 딱히 상관없었다.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을 테니까.
아무튼 둘 중에 한 명은 꼭 걸려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대로 주방과 연결되어 있는 다용도실로 향했다.
그렇게 다용도실에 들어서자마자 3층에서부터 챙겨온 바지와 티셔츠를 세탁기 옆에 놓여져있는 커다란 빨래바구니 안에다가 대충 던져넣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남은 팬티를 바구니 앞쪽에다가 고이 놓아두었다.
마치 빨랫감을 바구니 안에다가 던져넣으려다가 조준에 실패해 떨어뜨리기라도 한 것처럼 보일 수 있도록.
물론, 바닥에 떨어진 그것을 집어들기 위해 몸을 숙였을 때 팬티 중에서도 질척질척하게 젖어있는 부분이 눈에 확 들어오도록 위치하고 각도를 세심하게 조절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친 김에 아예 그것을 집어드는 시늉까지 직접 해보니 확실히 그것을 주워들기 위해 몸을 앞으로 숙이기 무섭게 팬티의 젖어있는 부분이 눈으로 확 들어왔다.
'그래, 이게 함정이지.'
흡족한 마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잽싸게 다용도실을 빠져나온 순간이었을 것이다.
현관 쪽에서 띡띡띡하고 도어락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에 호다닥 몸을 움직여 인덕션 앞에 섰다.
그렇게 인덕션 앞에 자리를 잡기 무섭게 띠로롱하고 경쾌하기 그지없는 소리가 1층 안으로 울려퍼지며 굳게 닫혀있던 문이 벌컥 열렸다.
그와 함께 등장한 건 오늘도 어김없이 땀으로 몸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는 지나였다.
"오늘 메뉴는 뭐야?"
"소고기 뭇국하고 감자채볶음. 아, 어묵볶음도 있어."
그렇게 운동을 끝마치고 돌아온 지나를 적당히 상대해주고 있으니 그녀가 다용도실이 아닌 자신의 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갈아입을 옷으로 추정되는 것을 손에 든채 재등장한 지나가 그것을 곱게 말아서 품 안에 안더니 그대로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향해 몸을 홱 돌렸다.
그러더니 이내 그것을 성큼성큼 오르기 시작한 지나의 뒤통수에 대고 늘 하던 말을 외쳤다.
"내려올 때 세나 누나도 같이 데리고 내려와!"
"어."
짤막하게 대꾸하고는 그대로 모퉁이를 돌아 사라져버리는 지나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아쉬움을 곱씹었다.
개인적으로 지나보다는 가영이 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손수 설치해둔 덫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서 증발해버리니 그건 그것대로 또 아쉽게 느껴졌으니까.
그렇게 속으로 입맛을 쩝하고 다시면서 누구든 나오면 바로 식사할 수 있도록 밥상을 착착 꾸리고 있으니ㅡ
"아으.. 개피곤하네.."
"응? 뭐야? 왜 벌써 내려와?"
아직 지나는 내려오지도 않았는데 어쩐 일인지 세나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그, 그냥 오늘따라 눈이 일찍 떠지더라."
"그래? 또 게임하다가 밤 꼴딱 샌 건 아니고?"
"그, 그런거 아니거든?"
"아니면 말고."
아무래도 바로 어제 그런 일이 있었다보니 내 얼굴 보는 게 좀 민망했던 것일까.
오늘따라 말하는 게 묘하게 어색한 세나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헛웃음을 흘리던 것도 잠시, 마침 잘 됐다는 표정을 얼굴 위로 띄우며 그녀에게 나머지 작업을 떠넘겼다.
그리하면 틀림없이 왜 자기한테만 시키냐고 툴툴거릴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러지 않더라.
"씨이.."
잘못 걸렸다는 표정으로 잠시 씨근덕대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으니까.
그러더니 그 다음부터는 마치 내가 그 말을 꺼내기만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밥상을 척척 차리더라.
식탁 주위를 뽈뽈 돌면서 각자의 자리에 숟가락하고 젓가락을 세팅하고 있는 세나의 모습을 힐끔거리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아, 맞다. 누나."
"으, 응?"
"어제 그건 어떻게 됐어?"
"..그거라니?"
"동영상 있잖아. 동영상."
동영상에 대해 언급하기 무섭게 살짝 쳐져있던 세나의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힘이 잔뜩 들어가서 굳어버린 어깨와 그 주변의 모습이 어찌나 딴딴해보이는지 맘같아서는 손가락으로 목 뒤를 콕 찔러보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면 틀림없이 귀여운 소리를 내겠지.
아니면 뭐하는 짓이냐고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펄쩍 뛰거나.
아무튼 내게 등을 보이고 있는 상태라서 어깨 외에 다른 건, 그러니까 표정같은 건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눈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나는 듯 했다.
그래서 침묵이라는 상당히 안 좋은 선택을 해버린 세나를 다시 한 번 불러봤다.
"누나?"
"아, 아..! 어, 어제 찍었던 거?"
"응."
"그으.. 거는 편집해서 올리라고 편집자한테 보냈는데.."
"그래? 막 이상하게 나오거나 그러진 않았지?"
"이, 이상하게라니?"
"뭐 그런 거 있잖아. 잠꼬대라든지 코를 곤다든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으니 세나가 등을 보이고 선 상태 그대로 고개를 붕붕 흔들어댔다.
그렇게 세나의 고갯짓에 맞춰서 요리조리 흔들리기 시작한 갈색의 머리칼을 보고 있으니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거기에 뭐가 찍혔길래 세상에서 유일하게 원본 그대로를 감상했을 세나가 저렇게까지 반응하나 싶었으니까.
혹시 뭐 자기가 내 옷을 몰래 벗기는 장면이라도 찍힌 건가?
사실 그게 아니면 저토록 격한 반응을 보일 이유가 없긴 했다.
그래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으려니ㅡ
"야, 그.. 있잖아."
어쩐 일인지 세나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뭐 부탁하고 싶은 거라도 있는 걸까.
먼저 말을 걸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하면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서 슬쩍 그녀쪽을 돌아보며 의아한 목소리를 내주었다.
"응?"
"그.. 오, 오늘도 하나 찍어야 되거든?"
"오늘도?"
"어.. 그.. 끝날 때까지 매일 찍어야 된다고 그랬잖아."
"아, 맞다. 그랬었지."
한 발 늦게 세나가 컨텐츠 설명이랍시고 들려주었던 것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으니 그런 내 얼굴을 힐끗힐끗 훔쳐보던 세나가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져왔다.
"그.. 뭐 시킬지는 정해놨냐?"
"응? 오늘?"
"..어."
"흠, 글쎄.. 아직 생각 안 해봤는데.."
턱을 살살 쓰다듬으면서 고민하는 척을 하다가 이내 세나를 향해 물었다.
"누나는?"
"응? 나?"
"혹시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좋은 생각이라도 있으면 좀 말해보라는 뜻으로 그리 말했더니 세나의 입술이 삐죽하고 튀어나왔다.
"그런 걸 왜 노예한테 물어보시죠? 주인님?"
"아니, 뭐 물어볼 수도 있는 거지."
"..정 생각나는게 없으면 어제처럼 안마나 시키든가."
내 얼굴을 자꾸만 힐끔힐끔 훔쳐보던 세나가 정 시킬 게 없으면 그거라도 시켜라라는 투로 내뱉은 말이 귓가로 울려퍼진 순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제멋대로 움찔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도 모르게 풋하고 헛웃음을 흘릴 뻔 했으니까.
'이것 봐라?'
사람이 기껏 모르는 척 하고 넘어가줬더니만 이걸 2트를 외친다고?
위에는 봤는데 아래는 못봐서 아쉽기라도 했나?
그런 세나에게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불과 어젯밤까지만 해도 물건에 남아있었던 흔적은 오늘 아침에 한 샤워로 완전히 지워진지 오래였다.
그렇기에 더는 거리낄 것도 없긴 했지만.. 그래도 세나의 말을 덥썩 물자니 뭔가 좀 그랬다.
"아니 이틀 연속으로 똑같은 걸 시키는 건 좀 그렇지 않나?"
"그러면 뭐 시키려고."
"음.. 글쎄.."
뭐가 좋을까.
뭘 시켜야 잘 부려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라고 고민하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드디어 샤워를 끝냈는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지나가 2층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웬일로 깨우기도 전에 일어났냐?"
"뭐, 그냥.."
세나가 혼자서 일어난 게 그리도 놀라운 일인지 눈까지 살짝 크게 뜨고 있던 지나가 이내 세나의 옆을 지나쳐 다용도실 쪽으로 향했다.
덕분에 더는 세나에게 관심을 줄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그것보다 훨씬 더 시급한 것이 지금 이 순간 시시각각 닥쳐오고 있었으니까.
'걸리려나?'
속으로 그 말만을 곱씹고 있던 순간, 마침내 다용도실 앞에 도달한 지나가 굳게 닫혀있던 그것의 문을 밀어젖혔다.
그러더니 다른 곳보다 훨씬 높은 그곳의 문턱을 넘는 대신 그곳을 발로 꾹 밟고 서더니ㅡ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다용도실 안을 향해 휙 던졌다.
다용도실 안까지 들어갈 생각이 전혀 없어보이는 그 모습에 마음 속으로 안도감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으려니..
"아, 씨.."
던진 게 이상한 곳으로 떨어지기라도 했는지 살짝 얼굴을 찡그리고 있던 지나가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그대로 다용도실 안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어..?'
이게 이렇게 된다고?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