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1부
가영이 '흐으..'하고 가볍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틈을 타 슬그머니 손을 밑으로 내렸다.
그렇게 반쯤 걷힌 이불 안으로 파고 들어가 있던 가영의 왼팔을 밖으로 끄집어낸 뒤 그것의 손목 부분을 양손으로 꼬옥하고 움켜쥐었다.
이제 좀 진정이 되기 시작했는데 내가 갑자기 팔쪽을 건드리기 시작하니 놀란 것일까.
움찔하는 떨림과 함께 가영의 팔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허나 그뿐이었다.
대각선으로 곧게 뻗은 팔이 살짝이지만 뻣뻣해질 정도로 힘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가영은 손목을 움켜쥐고 있던 내 손을 차마 떨쳐내질 못했다.
덕분에 한결 느긋하게 그녀의 손을 감상할 수 있었다.
가영의 손에 대한 첫 인상은 다름아닌 '작다'라는 것이었다.
내 손도 충분히 작은 편이라 생각했는데 가영은 한술 더 떴다.
손을 요리조리 훑어대는 내 시선이 느껴지기라도 했던 것일까. 엄지손가락 두 개를 이용해 쫘악하고 펼쳐놓았던 가영의 왼손이 자꾸만 움찔거렸다.
그래서 귀여웠다.
그렇기에 더 안타깝기도 했고.
이 앙증맞은 손에 뭔 놈의 흉터가 이리도 많단 말인가.
그나마 다행인 점이 하나 있다면 눈에 확 띌 정도로 커다란 흉터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 정도?
오른손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적어도 지금 내 앞에 놓여져있는 왼손은 그랬다.
그런 식으로 군데군데에 자리하고 있는 생채기같은 흉터들을 하나하나 눈으로 쫓고 있으니 문득 눈으로 들어온 건 가영의 왼손 약지 끝부분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낡은 반지였다.
손만큼이나 수많은 흉터를 몸에 새기고 있는 그것의 모습에 두근두근하고 딱 기분 좋게 뛰고 있던 심장이 순식간에 침잠했다.
그렇게 질투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몸을 타고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걸 느끼면서 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 가영과 이어지게 된다면 저 반지부터 보이지 않게 치워버릴 거라고.
반지야 뭐 알바라도 해서 새로 맞춰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은 그런 것보다 오늘의 학습목표인 가영의 팔에 집중할 때였다.
그런 식으로 자꾸만 눈에 밟히는 것으로부터 시선을 억지로 떼어내고는 다시금 가영의 손과 팔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앙증맞은 손바닥과 연결되어 있는 그녀의 팔은 얼굴만큼이나 희었다.
그리고 굉장히 말랑말랑해보였다.
특히 팔뚝 쪽이 그랬다.
막 살집이 있고 그런 건 아닌데 처진 부분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팽팽하게 당겨져있는 것이 왠지 모르게 찹쌀떡을 생각나게 했으니까.
그것도 그냥 찹쌀떡이 아니라 갓 만든 찹쌀떡 같다고 해야할까.
묘하게 맛있어 보이는 게 맘 같아서는 한 입 크게 베어문 뒤 입술을 이용해 잘근잘근 해보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대미는 역시 그 팔뚝 안쪽에 자리한 것이었다.
흔히 겨드랑이라고 부르는 곳.
깔끔하고 매끈하게 정리되어있는 가영의 겨드랑이가 시야 속으로 파고들어온 순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겨드랑이 패티쉬라는 게 어째서 존재하는 지를.
그만큼.. 야했다.
그저 팔과 상체 사이에 존재할 뿐인 곳이 왠지 모르게 그렇게 느껴졌다.
특히나 안쪽 부분에 도톰하게 붙어있는 살집이 살짝 접혀서 주름이 져 있는 게 꼭.. 보지의 둔덕을 축소시켜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야말로 없던 패티쉬도 생기게 만드는 야한 겨드랑이라고 해야할까.
심지어 냄새마저도 그랬다.
평소에 꽤 신경써서 관리라도 하는 것인지 불쾌한 냄새같은 건 전혀 나지 않았다.
대신 묘하게 야릇한, 암컷이라는 단어를 생각나게 하는 냄새가 풀풀 풍기는데 이런 게 페로몬인가 싶더라.
그래서일까.
안 그래도 힘이 바짝 들어가있던 물건이 어느새 바지를 뚫고 튀어나올 정도로 꼿꼿하게 서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튀어나와 있는 부분의 끝부분은 살짝이지만 젖어있었고.
'미치겠네..'
어떻게 가슴도, 그렇다고 보지도 아닌 곳이 이토록 야하게 느껴질 수가 있는 걸까.
마음 속으로 감탄인지 탄식인지 모를 것을 흘리면서 자꾸만 그곳을 탐하려하는 시선을 억지로 떼어냈다.
맘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곳에 고개를 쳐박고 싶었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순서라는 게 있으니까.
이왕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확실하게 해야겠지.
억지로 떼어낸 시선을 채찍질해 그것을 다시 가영의 손바닥을 향해 던졌다.
아까봤을 때보다 좀 더 움츠러든 모습으로 변한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내 몸을 향해 잡아당겼다.
생각해보니 시작하기 전에 가영을 좀 흥분시켜놓고 시작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몸쪽으로 잡아당긴 가영의 손을 향해 몸을 들이밀었다.
사실상 첫 터치이니만큼 내가 지금 그녀로 인해 얼마나 흥분한 상태인지를 알려주는 것부터 하기로 했다.
그래서 몸쪽으로 잡아끈 손을 그대로 내 가슴 위에다가 올려놨더니 내 몸하고 맞닿은 가영의 손이 뻣뻣하게 굳었다.
허나 그 뻣뻣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얄팍하기 그지없는 티셔츠 따위로는 자길 막을 수 없다고 화라도 내는 것처럼 빠르고, 격렬하게 뛰어대는 심장의 박동이 가영에게도 전해졌는지 내 가슴과 맞닿아있던 그녀의 손이 자꾸만 움찔움찔대기 시작했으니까.
덕분에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얇은 티셔츠로 덮여있는 가슴 위에서 움찔움찔대는 게 꼭 가영이 내 가슴을 애무라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으니까.
"후우.."
그 묘하디 묘한 간질거림을 가슴말고도 다른 곳으로도 느껴보고 싶었다. 가영의 손목을 꼬옥하고 움켜쥐고 있던 손을 천천히 밑으로 내리기 시작했던 건 다름아닌 그런 욕망 때문이었다.
내가 슬그머니 손을 내릴 때마다 그것에 붙잡혀있던 가영의 손이 그런 내 손을 따라서 움직였다.
그에 맞춰 아까전부터 열심히 움찔움찔거리고 있던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몸을 훑으며 내려갔다.
그 감각이 기이할 정도로 선명했다.
그래서일까.
기껏 정리했던 게 무색하게도 다시금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이번에는 그걸 굳이 정리하려 들지 않았다.
입에서 흘러나오는대로 내버려두는 편이 지금의 가영에게는 훨씬 효과적일 것 같았으니까.
그런 식으로 제멋대로 거칠어진 숨을 입밖으로 흘리면서 계속해서 가영의 손을 인도했다.
마치 여길 만져줬으면 좋겠다고 그녀에게 일러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느릿하고 꼼꼼하게 손을 움직이고 있다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 가영은 어떤 기분일까.
내게 손이 잡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들처럼 생각하고 애지중지 길렀던 아이의 몸에 손을 대는 것도 모자라 품평이라도 하는 것처럼 구석구석 꼼꼼하게 어루만지고 있는 상황.
그것도 모자라 내 입에서는 누가봐도 크게 흥분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는 거칠기 그지없는 숨소리가 쉬지않고 터져나오고 있으니..
아마 모르긴 몰라도 여자로서의 흥분과 엄마로서의 배덕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지 않을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간절히 바라면서 생각을 한다고 아주 잠시동안 멈췄던 인도를 다시금 이어나갔다.
그렇게 느릿하지만 꾸준하게 손을 움직이다보니 가슴에서 출발했던 것이 어느새 아랫배까지 내려와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여기서 더 내려간다면?
'그게' 나오겠지.
남자의 몸에 대해 알고 있다면 누구나 간단하게 추론해낼 수 있는 사실.
그렇기에 가영도 금방 그곳에 다다랐던 모양이다.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손에 힘을 주긴 했어도 잠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을만한 수준으로 조절하고 있던 가영이 언제 그랬냐는 듯 팔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거기까지는 안 된다고 생각한 모양.
머릿속으로 달뜬 목소리를 상상하며 버티기를 시작한 가영을 향해 속삭이듯 말을 내뱉었다.
"여기도.. 여기도 만져주시면 안 돼요?"
순간 귓속으로 흘러들어온 그 목소리에 당황했던 것일까.
점차 뻣뻣하게 굳어가고 있던 가영의 팔이 언제 그랬냐는 아까 내게 리드당할 때의 상태로 돌아갔다.
그래서 아랫배 쪽에 머무르고 있던 그녀의 손을 조금 더 밑으로 잡아끌었더니ㅡ
언제 힘을 풀었냐는 듯 다시 힘을 꽉 주더라.
그렇게 다시금 멈춰버린 가영의 손은 정말 내 물건 바로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아마 내가 여기서 살짝이라도 허리를 움직인다면.. 그대로 둘이 닿아버리겠지.
많이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말 그대로 살짝, 자세가 불편해서 고쳐앉는 느낌으로만 움직여도 충분할 거다.
그렇기에 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단 한순간의 쾌락을 위해 그런 짓을 하자니 걸리는 게 너무 많았으니까.
그렇다고 기껏 여기까지 끌고 왔는데 이대로 끝내자니 그 사실이 영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서ㅡ
"고모가 만져주니까.. 기분 좋아요.."
다시 한 번 입을 열어 예의 그 귀에 대고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를 입밖으로 내뱉었다.
그런 내 발언에 놀란 걸까.
몸에서 살짝 떨어뜨린 채 몸하고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 놓아두었던 것이 흠칫하고 스스로 느낀 동요를 고스란히 드러내보이더니 이내 묘하게 움찔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저도.. 기분좋게 해드릴게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가영의 손을 위로 들어올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외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움찔움찔대고 있는 그것에 조심스레 입을 맞추었다.
손바닥 안쪽에 있는, 살짝이지만 움푹 패인 곳에다가 입을 맞춘 뒤 그대로 혀를 살짝 내밀어 핥아주니 가영의 손이 확 움츠러들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손금을 따라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츠윽하고 습기어린 소리가 방 안으로 울려퍼질 때마다 가영의 손은 쫘악하고 펴졌다 움츠러들기를 반복했다.
그 모습이 꼭 쾌감 때문에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여성의 하체를 축소시켜놓은 듯 했다.
흥미로운 건 같은 손바닥이라고 해도 반응이 다 같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상대적으로 덜 반응하는 곳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훨씬 격한 반응을 보여주는 곳도 있었으니까.
그 중에서도 특히 격한 반응을 보여주었던 곳은 엄지하고 검지 중간 쯤에 있는 곳이었다. 그 왜 있지 않은가. 손바닥을 쫙 펼치면 살짝 뽈록하게 튀어나오는 부분 말이다.
터져나오려고 하는 뭔가를 참아내듯 입술을 슬며시 깨물고 있던 가영이 처음으로 소리를 냈던 것도 바로 그곳을 혀로 슬쩍 핥았을 때였다.
반응을 보니 그토록 궁금해했던 가영의 약점 중 하나를 찾아내는데 성공한 것 같아 그 위치를 똑똑히 기억해둔 뒤 손가락으로 갈아탔다.
그리고는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입 안에 넣고 혀로 핥기 시작했다.
혀만 썼던 아까와는 다르게 지금은 입 안까지 사용하고 있기 때문일까. 손바닥을 혀로 핥짝거릴 때 났던 것하고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야릇하고 노골적인 소리가 방 안으로 울려퍼졌다.
가영에게도 그 소리가 무사히 전해졌던 것일까.
꼬옥하고 감고 있던 눈을 슬쩍 떠서 가영의 얼굴을 향해 시선을 던져보니 어느새 귀까지 빨갛게 물들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귀엽네..'
라는 감상과는 별개로 참으로 안타깝게도 손가락 쪽에서는 쓸만한 곳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중지하고 약지 사이를 혀로 훑었을 때 나름대로 괜찮은 반응이 나오긴 했지만, 손바닥에 있는 약점을 건드렸을 때 튀어나왔던 것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에 불과했다.
하나 더 찾아보겠다고 나름대로 공을 들였건만 그게 모조리 수포로 돌아가버리니 아쉬움이 장난 아니었다.
덕분에 허해진 마음을 채우기 위해 마침 눈에 들어온 것을 입 안으로 밀어넣고는 분풀이라도 하듯 이빨을 이용해 잘근잘근 씹었다.
그렇게 낡아빠진 반지를 끼고 있는 가영의 왼손 약지에 대고 화풀이겸 영역표시를 하다가 그것을 입밖으로 뱉어내고는 가영의 팔을 따라 천천히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물론, 내려가면서도 탐색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고개를 슬쩍 움직일 때마다 어김없이 쪼옥하고 입 맞추는 소리가 방 안으로 울려퍼졌고, 그 농밀하기 그지없는 애정공세에 가영은 결국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리고 말았다.
그런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민망함일지 당혹스러움일지 알 수 없는 것으로 새빨갛게 익어있었다.
자는 척을 하고 있는 중이니만큼 그걸 내게 보여선 안 된다고 판단한 걸까.
아무래도 좋을 일이라 생각하며 계속해서 밑으로 향했다.
그렇게 팔꿈치 안쪽을 지나 팔뚝으로 접어드니 그때부터 가영의 반응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저걸 뭐라고 해야할까.. 묘하게 안절부절 못하는 느낌?
그래, 딱 그런 느낌이었다.
그 모습이 꼭 이 근처에 또다른 약점이 있다고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만 같아서 상상한대로 보들보들하고 탱탱한 팔뚝의 감촉을 입술을 통해 만끽하면서 계속해서 밑으로 향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아까 내 시선을 잔뜩 사로잡았던, 야하고 음탕한 암컷냄새를 흩뿌려대는 겨드랑이에 도달한 순간 계속 그랬던 것처럼 그곳에 대고 입술을 꾸욱하고 눌렀다.
정확히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아주 잠깐이지만 가영의 하체가 퍼뜩하고 튀어올랐던 것은.
그녀가 여태껏 보여준 반응들을 전부 합쳐놓은 것보다도 더 크고 격렬한 반응.
그것이 시야 속으로 확 박혀든 순간 찾아온 직감과 함께 속으로 슬쩍 웃었다.
'여기였네..'
여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