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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9화 〉1부 (79/315)



〈 79화 〉1부
대체 뭘까  표정은.


적당히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줬으니 틀림없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 순간 세나의 얼굴 위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좋아하는 표정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그보다는 차라리 뭔가가 뒤죽박죽 섞인 듯한 그런 표정이라고 해야할까.

그렇기에 이해가 되질 않았다.

거의 생명의 위기에 버금가는 상황을 무사히 넘기는데 성공했는데 기뻐하지는 못할 망정 저런 표정이라니.

이래서야 내가 기껏 배려해준 보람이 없지 않은가.

차마 겉으로 그러지는 못하고 속으로나마 입술을 삐죽거리고 있던 것도 잠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나를 골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하면 자신만의 세계에 퐁당 빠져버린 그녀를 골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ㅡ


"아, 맞다. 누나."

"..으, 응?"

"나 카메라 좀 확인해봐도 돼?"

슬그머니 카메라의 존재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자 세나가 반응이랍시고 보여주었던 것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어깨를 크게 움찔하고 떨어대는데 솔직히 그것만 봐도 알  있을 지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가봐도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 사람의 반응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식으로 티를 팍팍 내는 것도 모자라..


"카, 카메라?"


"응."

"그, 그건 갑자기 왜..?"


거기에 대고 아예 쐐기까지 박아버리더라.


이쯤되니 진심으로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내가 잠들어있는 동안 대체 뭔짓을 했길래 카메라 좀 보자는 말에 저렇게까지 격하게 반응하는 건가 싶었으니까.


그렇다고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주기로  상황에서 그 말을 곧이곧대로 입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기에 적당히 둘러대기로 했다.

"아, 찍힌 것좀 확인해보려고."


"그러니까 찌, 찍힌 건 뭐하러.."

"응? 아.."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던져진 세나의 질문에 멋쩍게 웃으며 볼을 긁적거렸다. 마치 부끄러움이라도 느끼는 것처럼 잠시 그러고 있다가ㅡ


"그.. 이상하게 나왔을까봐. 혹시 나 자는 동안 침 흘리거나 그러진 않았지?"


내가 찍힌 걸 확인하려고 하는 건 널 의심해서가 아니라 그 점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내뱉은 순간 세나의 얼굴 위로 안도라는 감정이 슬그머니 떠오르는 걸 확인할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순수하게 안도하지도 못했다.

내 말 덕분에 의심받는 중이 아니라는 건 알게 되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가 카메라에 찍힌 걸 확인하려 한다는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안도하면서도 동시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세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이내 피식하고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리고는 세나로 하여금 보란듯이 손을 휘휘 저어보였다.

물론, 됐다는 뜻이었다.

"아니다. 생각해보니까 귀찮네. 그냥  볼래."

"으, 응?"


"어차피 이상하게 나왔으면 누나가 알아서 지워줄 거잖아."

싱긋 웃으며 그리 말하고는 우물쭈물하고 있던 세나를 향해 '아니야?'라고 질문을 툭 던졌다.


그런 내 물음에 세나가 여부가 있겠냐는 듯 고개를 붕붕 흔들어대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음.."

세나에게 잘 들리도록 일부러 입을 크게 벌려 하품하는 척을 해댄 건 덤이었다.


진짜로 하품을 한  아니라 어디까지나 흉내만 내고 있었을 뿐인데 그런 식으로 하품하는 척을 하고 있으려니 진짜로 하품이 나왔다.


덕분에 찔끔 새어나와 눈꼬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것을 손가락으로 훔치면서 고개를 살짝 털어보였다.


"하음.. 자다가 깨서 그런가  이렇게 피곤하지.."

"..피곤하면 마저  자던가."

"음.. 그래야겠다. 어우.."


마치 잠이  깨지 않아서 그러는 것처럼 머리를 부르르 터는  몇 번이고 반복하다가 소파에서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얼른 가서 쉬라며 독촉 비스무리한 것까지 해대는 세나를 뒤로한채 2층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2층으로 올라와 세나가 있는 거실을 향해 흘깃하고 시선을 던져보니ㅡ


티셔츠 위로 도드라진 가슴에 손을 얹은 채 '휴우..'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인트는 뭐니뭐니해도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었다.


 그런 얼굴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끄러움인지 뭔지 모를 것에 젖어있는 세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대로 3층에 있는 내 방으로 향했다.

그런 식으로 생각치도 못했던 헤프닝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아침은 찾아왔다.

어제 가영의 가슴을 쪽쪽 빨았던 순간에 대한 기억이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일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마자 기립성 저혈압이라도 온 것마냥 심장이 쿵쾅쿵쾅하고 빠르게 뛰어대기 시작했다.


그것을 차가운 물로 달래준 뒤, 머리에 남은 물기를 수건을 이용해 탈탈 털어주며 그대로 1층으로 내려갔다.

평소였다면 깔끔하게 말렸겠지만 어제 일로 깨달았으니까.

남자 몸에서 나는 샴푸냄새라는 것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는 걸 말이다.

모처럼 깨달음 비스무리한 걸 얻었으니 바로 현실에 적용해봐야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오늘 아침에 행해질 포상의 시간에는 샴푸향이라는 새로운 메뉴가 옆에 곁들어져 나갈 예정이었다.

'이 정도면..'


밥하고 뭐하고 하다보면 딱 좋게 말라있겠지.

살짝 젖은 머리카락을 손가락을 이용해 만지작대다가 그대로 냉장고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그 안에서 오늘의 희생양이 될 녀석들을 끄집어냈다.


'이상하게 오늘따라 소고기 뭇국이 땡긴단 말이지..'


마침 양지하고 무도 있겠다 그것들을 꺼내 품에 안았다.


그렇게 꺼내든 것을 싱크대 위에다가 올려놓고는 다시 냉장고 쪽으로 다가가 사이드 반찬이 되어줄 어묵하고 햄, 감자까지 꺼낸 뒤 그대로 냉장고 문을 닫았다.

어묵하고 햄은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다가 직사각형 모양으로 썰어주고, 감자는 감자볶음용으로 채썰었다.

식당같은데서 보면 가끔 감자볶음에 당근도 같이 넣는 경우가 있던데 그건 그냥 패스했다. 당근을 씻고, 껍질 벗기고, 채썰고 하는 시간도 아까울 뿐더러 색감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난 감자볶음에 당근이 들어가는 걸 그리 좋아하진 않았으니까.


그렇게 썰어낸 것들을 햄이 들어간 어묵볶음이랑 감자채볶음으로 바꿔준  소고기 뭇국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마늘부터.'

적당히 가열해놓은 냄비 안에다가 참기름을 휘휘 둘러준  통 안에 들어있던 다진마늘을 푹 떠서  위에다가 때려부었다.


치이이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마늘 특유의 향이 주방 안을 점령한 순간, 고추가루를  위에다가 솔솔 뿌려주었다.

'이게 옳게  소고기 뭇국이지.'


서울식은  좋은데 칼칼한 맛이 없어서 좀 그렇더라.

아무튼 고추가루와 만난 기름이 빨갛게 변하기 시작했을 때 미리 뜯어둔 한우 양지를 그 위에다가 투하했다.


그렇게 양지에서 날  있는 잡내를 잡아주면서  위로 매콤한 맛을 코팅해준  네모낳고 납작납작하게 썰어둔 무까지 냄비 속으로 때려부었다.

순식간에 매운 소고기 무볶음으로 변해버린 것을 냄비 안에서 달달달달 볶다가 무 안에 들어있던 수분이 빠져나와 냄비 안으로 고이기 시작했을 때쯤 정수기를 통해 확보한 뜨거운 물을 적당히 부어주었다.


찬물이었다면 끓어오를 때까지 꽤 오래 기다려야 했겠지만 뜨거운 물을 부은 덕분에 그럴 필요까진 없었다.

금세 팔팔 끓기 시작한 것을 숟가락으로 살짝 떠서 간보기용 그릇에 옮겨담은  살짝 맛을 봐주니 한우 양지의 고소한 맛이 국물에 그대로 녹아서 고소하고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혀를 간지럽혔다.

'크..'

감탄이 절로 나오는 맛.

덕분에 오늘도 당당하게 가영에게 포상을 요구해도 될 것 같았다.


불을 끄기 전에 마지막으로 액젓을 이용해 간을 맞춰주었다. 적당히 슴슴하게 맞춰놓으면 먹기 좋게 식었을 때쯤에는 딱 맞는 간이 되어있겠지.

'자, 이러면 아침은 끝났고.'

고추기름으로 매콤하게 볶아낸 어묵볶음에다가 고소하고 담백한 감자채볶음.


그리고 얼큰하고 시원한 소고기 뭇국까지.


누가 오더라도 부정하기 힘들 정도로 완벽한 아침상이었고, 그렇기에 몸에 걸치고 있던 앞치마를 당당히 벗어던지고는 그대로 가영의 방으로 향했다.

물론 오늘도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그런만큼  안의 풍경도 평소와 같았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마냥 침대 위에 누워 색색하고 고른 숨소리를 내고 있는 가영의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이내 그녀가 누워있는 침대 위로 올라갔다.

'복습은 확실하게 해야지.'

예습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복습 아니겠는가.


해서 침대 위로, 가영의 몸 위로 올라타자마자 그녀의 몸을 덮고 있던 이불부터 걷어냈다.

그러자 눈앞으로 드러난 건ㅡ


'이런..'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뚫어낼 수 있었던 어제와는 다르게 꽤나 굳건해보이는 방비태세였다.


그녀 나름대로 대비를 해둔 것일까.

어제봤던 슬립대신 가영의 몸을 덮고 있는 티셔츠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입술을 비뚜름하게 말아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놓으면 내가 못 건드릴 거라 생각한 모양인데..


'이건 이것대로 꼴린다는  모르는 건가?'

티셔츠를 입으면 뭘하겠는가.

정작 그 아래 아무 것도 없는 것을.


그랬다.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벗겨낼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기 그지없었던 슬립과는 다르게 가영의 몸에 착 달라붙어 그녀의 몸을 꽁꽁 감싸고 있는 티셔츠 아래에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덕분에 어제 입에 넣고 열심히 빨아댔던 것의 윤곽이 가영의 가슴에 찰싹 달라붙어 팽팽하게 당겨져있는 티셔츠 위로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하긴 뭐..'

브라까지 차고 자자니 불편했을테니까. 그 모습이 이해가 안 되는  아닌데..


'너무 야한데..'

대꼴보다는 은꼴이라고 여성 특유의 풍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 위로 자그마한 버튼 같은 게 툭 도드라져 있는 모습이 미친듯이 야했다.

키스면 키스, 가슴이면 가슴이었던 그 전까지와는 다르게 손으로 티셔츠에 감싸인 가영의 가슴을 슬그머니 움켜쥐면서 그녀의 입술을 훔쳤던 건 그래서였다.

제법 두꺼운 티셔츠 너머로도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로 따뜻하고 뭉클한 감촉이 손바닥으로 착하고 감겨들어옴과 동시에 가영을 향해 쭉 내밀고 있던 것이 부드럽고 말캉한 것과 부딪혔다.

가슴하고 입술에서 동시에 올라오는 쾌감에 계속 잠든 상태로 있을 수만은 없었던 것일까.

맞닿은 입술을 통해 흠칫하는 떨림이 전해져왔다.

덕분에 가영이 평소보다 훨씬 빨리 잠에서 깨어났다는  눈치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안으로 혀를 밀어넣어 진득하게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가슴을 움켜쥐고 있던 손을 움직일 때마다 가영의 목구멍에서 새어나온 '흐으..'하는 나지막한 소리가 그대로 내 입안으로 슉 빨려들어왔다.


그런 식으로 지난 시간에 뺐던 진도를 철저하게 복습해준 뒤 가영의 입술을 훔치기 위해 조심스레 앞으로 기울여놓고 있던 상체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물론, 그 와중에도 그녀의 가슴을 움켜쥔 손만큼은 절대 풀지 않았다.

"흐.."


촉촉하게 젖어 반들반들 빛나는 연분홍빛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온 나지막한 소리가 그대로 허공으로 흩어졌다.


가슴하고 입쪽을 동시에 공격당한  이번이 처음이다보니  전까지 느꼈던 것들보다도  느껴버린 것일까.

평소였다면 분명 잠에서 깼다는 사실을 내게 들키지 않기 위해 벅차오른 호흡을 여러  나눠서 뱉었을텐데 오늘은 그런 것따윈 없었다.

덕분에 쾌감인지 당혹감인지 모를 것으로 부르르 경련하는 입술 사이로 그 전까지 들었던 것보다 훨씬 거칠고 뜨거운 것이 날 것 그대로 새어나오는 광경을 눈에 담으며 잠시 고민했다.

지난 시간에 대한 복습은 방금 한 번에 끝냈으니 이제 새로운 진도를 뺄 시간이었으니까.

'오늘은  배워볼까.'

사실 맘같아서는 이대로 아래쪽으로 향하고 싶었지만 거긴 심화 중에서도 심화과정이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인 내가 도전하기에는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고로 아래로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할까.

그런 식으로 고민하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문득, 아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왕 이리된 거 가영의 몸에 대해 철저하게 배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역시 기초가 가장 중요한 법 아니겠는가.

 기회를 빌어 가영의 몸에 대해 철저하게 학습해둔다면?


나중에 심화과정에 도전하게 되었을 때 분명 적지않은 되어줄 터.

문제는 어디부터 공부를 시작하냐는 것인데ㅡ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


속으로 그 말을 중얼중얼하며 가영의 상체를 눈으로  훑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내 무릎하고 슬며시 맞닿아있던 가영의 팔이 흠칫흠칫하고 경련하는게 무릎을 통해 전해져왔고, 그 미약하기 그지없는 떨림 덕분에 결정할 수 있었다.

어디서부터 공부를 시작하면 좋을 지를.

그리하여 마침내..


선생님이자 동시에 교보재인 가영과 함께하는 신비한 인체탐험 시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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