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화 〉1부 (21/315)



〈 21화 〉1부

"아, 뭐야. 개노잼. 이게 링피트가 안 걸리네."


[ㄹㅇ ㅋㅋ]


[악질은 따로 있었네 ㅋㅋ 이걸 바로 노잼소리부터 박는다고?]

[어떻게든 동생 분 괴롭히려고 ㅋㅋㅋ]


[응 이게 민주주의야~]

[꼬우면 1등 하시던가요~]

[그러게 투표를 잘 하셨어야죠 ㅋㅋ루삥뽕]


[이상형 월드컵 드가자~ 드가자~]


"늬예늬예 이겨서 참 기분 좋으시겠어요."

[동생 괴롭힐 기회 놓쳐서 화났네 ㅋㅋ]

[예민하네~ 화났네~]


그리 말하는 것 치고는 세나는 미리 준비라도  것마냥 능숙하게 이상형 월드컵 사이트로 접속했다.

"근데 님들 이상형 월드컵이라고 해도 종류 엄청 많잖아요."

[생각해보니까 그렇네]


[아 또 투표하면 돼지 ㅋㅋ]

[돼지는 선생님이 돼지고요]


[뒈지고 싶냐? 너 어디 살어]


"또 투표하라고? 귀찮은데.."

[그럼 동생분한테 고르라고 하자]

[빨리 동생분한테 마우스 넘기고 꺼지라고!!]


[얼굴 치워!! 안보이잖아!!}


"싫은데? 싫은데? 이거 내 방송인데? 안 비킬 건데?"

"와.."

[엌ㅋㅋㅋㅋ]

[이 년 민망해서 얼굴 새빨개진 거 보소 ㅋㅋㅋㅋ]


[수치심 500배]

[그래도 평소 리액션 잘  해서 동생 앞에서 리액션  해도 되는  어디야 ㅋㅋ]


[가족 앞에서 후원 리액션? 오우쒯..]


[돈 벌기가 이렇게나 어렵읍니다..]

깐족거리는 모양새가 얄밉기 그지없어서 나도 모르게 감탄했더니 그 소리를 들은 세나가 민망해서 죽으려 했다.


그런 세나를 시청자들은 또 좋다고 놀려대고 있었고.


"크흠.. 야, 여기서  하고 싶은  골라봐."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굳어있던 것도 잠시, 의자 째로 살짝 뒤로 물러난 세나가 내게 마우스와 컴퓨터  자리를 양보했다.

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앞으로 의자를 바짝 당겨 앉으니..

[왕위를 계승중입니다..]


[이 방송은 이제부터 동생분 겁니다 동생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세청자 일동은 오늘 부로 세나 강점기에서 해방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기나긴 모멸과 핍박의 시간이었다..]


[피부 뭐야..]

[형 혹시 스킨  쓰세요?]

[앗 앞이 안 보여..!]


[캠화면에 빛만이 가득해..]


내 얼굴을 좀 더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게된 시청자들이 동비어천가를 부르짖기 시작했다.


"그냥 아무 거나 해도 돼?"

"응, 고르기 힘들면 시청자 분들한테 추천받아도 되고."


"흠.. 뭐가 좋을까요?"


추천 받아도 된다길래 캠에 대고 그리 말하니 그때부터 미친듯이 채팅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영화음악 월드컵 ㄱㄱ]

[추억의 노래 월드컵이지]


[-틀-]


[애니 명장면 명대사 월드컵 ㄱ?]


[씹덕 쉑 눈치없이 끼어드네]

[안경 벗어 씹련아]


[얘들아 이 새끼 쇼타 애니 본다!!!]

[머중의 픽으로다가 커멸의 칼날 월드컵 어떠신가요?]


[실례지만 국적이 일본이신가요 씹덕 새끼야]

[아무튼 대중의 픽이라고~]

[4구라 아십니까? 겁나 슬.픕.니.다.]


[씹덕 련들 또 신났네]


[일단 최신순 말고 인기순 ㄱㄱ]


"인기순이요?"

인기순으로 정렬해보라길래 그대로 해보니 가장 먼저 눈으로 들어온 건 5위에 랭크 되어있는 '여자 스트리머 이상형 월드컵'이었다.

[음식 ㄱㄱ?]

[라면 월드컵 어떠신가요? 라면 좋아하시나요?]

[라면? ㅗㅜㅑ..]


"음식이요? 음.."


보자마자 좋은 생각이 났지만 덥썩 고르긴 좀 그래서 올라오는 채팅들을 보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척'을 해보였다.


그러다가..

"음, 그냥 이걸로 할게요."

"엑..? 야, 걍 다른 거 해."


"왜? 재밌을 것 같은데."


[그래 동생 분이 하고 싶으시다잖아]


[동생 분 하고 싶은대로 다 해!]


[아 ㅋㅋ 오늘 수출 오지게 되겠네]

[몰래 방송보고 있는 련들 혹시 자기 나올까봐 두근두근 하겠누 ㅋㅋㅋ]

"에휴, 난 모르겠다."


괜히 나섰다가 이미  편으로 돌아선지 오래인 시청자들의 집중 포화에 직격당한 세나가 그대로 다시 물러났다.

[세나 광탈할까봐 초조하겠누 ㅋㅋ]

[걸리는 순간 바로 조별따리 행이죠?]


[세 조 딱!]


[세나는 조별따리가 딱이야!]


[근데 한쪽 고를 때마다 왜 골랐는지 이유 말해야 되는  아시죠?]


"네? 그렇게까지 해야돼요?"


[네]


[ㅖ]


[당연하죠]


"그건 쫌.."


작정하고 귀여운 척을 하면 반응이 어떨 지가 궁금해서 한 번 해봤는데  번은 하면  될 것 같았다.

시선을 살짝 내리깔면서 볼만 긁적거렸을 뿐인데 채팅창이 말 그대로 폭발해버렸으니까.

[미치겠다.. 미칠 것 같애.. 심장 터질 것 같애.. 심정지 올  같애!!!!!!!!!]

[메모장 안 켜놨으면 ppt 따일  했누 ㅋㅋㅋ]

[하 씨.. 걍 헛웃음만 나오네 ㅋㅋㅋ]


[나 이런 거 좋아했구나]

[이래서 씹덕이 되는 건가?]


[이게 씹덕..? 어라..?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지도..?]

[씹덕 새끼들 지들끼리만 좋은 거 보고 있었네 ㅋㅋ]

[아 같이 보자고~]


[아니 3D인데 왜 씹덕인데 ㅋㅋㅋ]

[얼굴이 현실성이 없잖아]

[ㄹㅇ ㅋㅋ 아무튼 씹덕임]

[holy.. what is his name?]

[영어 무야]


[아 ㅋㅋ  방 개꿀인 건 또 어떻게 알아가지고 양년까지 기어들어왔네]


[곧 좌표가 찍힐 예정인 방입니다]


[한국 스트리머 방에 왔으면 한국어만 쓰라고!!]

'여자 스트리머 이상형 월드컵'은 무려 랭킹 5위에 랭크된 것 답게 꽤나 공을 들여 만들어진  인듯 했다.

최대 몇 강까지 있을까 궁금해서 확인해보니 무려 256강까지 있었으니까.


"몇 강짜리가 좋을까요?"


[어차피 시간도 낭낭하니까 국룰대로 128강 ㄱㄱ]

[128강 좋다]


[드가자~ 드가자~]

"그럼 128강으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128강짜리로 세팅한 채 시작버튼을 꾹 눌렀다. 제발 그 128명 안에 세나가 포함되어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날 이 세계로 납치한 여신이 그런 내 간절한 소망을 들어주기라도 한 것일까.

'안 걸렸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으로 고개를 치켜들기 무섭게 화면 위로 세나의 사진이 등장했다.

어디 행사같은데 가서 찍은 것일까.

화면 속의 세나는 지금 내 뒤에 앉아있는 세나와는 달리, 드레스 차림에 풀메이크업까지 한 상태였다.

덕분에 알 수 있었다.


예쁜 사람이 작정하고 꾸미면 정말 차원이 달라진다는 걸.


세나의 사진이 등장하자마자 그걸 보며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던 건 그래서였다.


그렇게 고개를 갸웃해준 뒤 세나와 화면을 번갈아 바라보는 척까지 해줬다.

"..이거 누나 맞지?"

[동생  어리둥절해 하시는  보소 ㅋㅋ]


[솔직히 저때 화장빨 오지긴 했어 ㅋㅋㅋㅋㅋ]

[놀랍게도 동일인이 맞습니다]


[못 믿으시겠다고요? 으쯔라고요]


[얼굴 그렇게 막 쓸거면 나한테 넘겨 유세나!!]


[누나 자리도 같이 넘겨!!]


"뭐. 불만있냐?"


"아니 참.. 다르다 싶어서."


[안타까운 눈빛 ON]


[세흐나야.. 방에만 있지 말고 밖에 나가서 친구도 만나고 그러렴..]


[아 씨 기억폭행하지 말라고 ㅋㅋㅋ]


"이 정도 까지는 아니더라도 평소에도  꾸미고 다니면 참 좋을텐데."


"..뭐래."

"안타까워서 그렇지 안타까워서.. 꾸미면은 참.."


[그래도 동생 분이 참 솔직하시긴 해 ㅋㅋ]


[ㄹㅇ ㅋㅋ 예쁘다는 말은 안 하시잖아]

[(대충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표정)]

[내가 부끄러워? 어?! 내가 부끄럽냐고!!]

올라오는 채팅들에 시선을 두고 있다가 마침 잘 됐다는 투로 하소연을 시작했다.


"아니, 글쎄 오늘도 목 늘어난 후드티에다가   빠진 청바지만 달랑 걸치고 나왔다니까요? 심지어 신발도 슬리퍼였지?"

[어우 듣는 내가 다 부끄럽네 ㅋㅋㅋ]

[돈 벌어서 대체 다 어따 썼누..]


[게임 캐릭터  만 사지말고 제발 니 옷도  사!!]


"아 바빠서 그랬어 바빠서."


"에휴, 진짜.."

그런 식으로 세나와 투닥거리다가 다시금 모니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으음.."

그리고는 세나와 세나의 상대로 등장한 이의 사진을 번갈아 바라보며 고민하는 척을 했다.


[광탈! 광탈! 광탈! 광탈!]


[세!조!딱! 세!조!딱! 세!조!딱! 세!조!딱!]


[세나는 조별따리가 딱이지~]


[세조딱 세조딱 신나는 노래~ 나도 한 번 불러본다~]


[제발 광탈..! 제발 참교육..! 제발 정의구현..!]

[쩨발!!!]

[떨어진다 꽉 잡아! 떨어진다 꽉 잡아! 떨어진다  잡아! 떨어진다 꽉 잡아!]

물론,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말할 것도 없이 세나가 여기서 탈락하는 것인듯 했지만.

그 사실을 등 뒤에서 자기 휴대폰을 이용해 채팅창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세나가 모를 리 없었다.


만약 여기서 정말 그녀를 탈락시킨다면?

모르긴 몰라도 토라질 가능성이 크겠지.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차피 세나를 고를 생각이긴 했다.


상대의 외모가 괜찮은 편이었다면 고민하는 척이라도 했겠지만 초심자의 행운인지 뭔지 세나의 상대랍시고 등장한 이는 세나의 상대가 되질 못했으니까.

얼굴도 그랬고, 외모도 그랬다.


일반적으로 붙으면 절대 질리 없는 상대.


그런 상대에게 져서 시작하자마자 광탈하게 된다면 세나가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 참으로 궁금하긴 했지만..


"에휴, 쯧.. 봐줬다."

계획대로 세나를 선택했다.


[ㄲㅂ]

[이걸 사네]

[가족 찬스 에반데;;]

[실망입니다]

[아빠지갑훔치는유세나: 근데 솔직히 세나 클라스가 있는데 조별따리는 에바긴 해 ㅋㅋ]


[간신 쳐내!!]

[아빠지갑훔치는유세나: 아니 솔직히 세나가 꾸미질 않아서 그렇지 와꾸  치는 편이긴 하잖아?]

[세나야 부캐로 뭐해?]


[세하다 추나야]

당연히 시청자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그들이 원한 그림은 이런 게 아닐테니까.


분명 세나가 조별따리를 하고 민망함에 어쩔 줄 몰라하는 광경이 그들이 원했던 그림이었을 것이다.

평소에 쌓인  많았던 것일까.


아쉬움이 듬뿍 담겨있는 채팅들 사이로 한 명의 채팅이 유독 눈에 띄었다.


말 그대로 악질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닉네임.

그런 걸 당당하게 달고 있는 것 치고는 '아빠지갑훔치는유세나', 줄여서 '아지유'는 유독 세나를 감싸고 있었다.


악질답게 까도 내가 까겠다는 심리인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둘 중에 어느 쪽일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기억해두기로 했다.


저 정도로 세나를 감싸고 도는  보면 어쩌면 저게 정답일 수도 있었으니까.


그 뒤로도 풀메이크 버전의 세나는 주기적으로 화면에 등장했다.


그리고 등장할 때마다 승리를 거두었다.

덕분에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긴장하기 바빴던 세나의 기세가 살아나기 시작한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어우 꼴보기 싫어]


[저저 콧대 올라간 것봐 꿀밤 봊내 마렵네]

[아 유세나 대진운 개좋네 ㅋㅋㅋ]


[이걸 운빨로 8강까지 간다고?]

[제발 8강따리.. 제발 8강따리.. 제발 8강따리..]


[아빠지갑훔치는유세나: 근데 솔직히 지금까지 나온 애들 중에서 세나가 와꾸는 제일 낳다 ㅇㅈ?]


[낳긴  낳아 10련아 ㅋㅋ]

[제발 낳으세요]

[아빠지갑훔치는유세나: 아니 솔직히 그렇잖아 ㅋㅋ 아니면 뭐 니들 세나한테 열등감 느끼냐?]

[응 이제 쟁쟁한 애들밖에 안 남았어~ 이제 운빨 안 통해~]


그랬다.

세나는 64강에서도 32강에서도, 심지어는 방금 있었던 16강에서도 적당한 상대하고만 매치되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세나가 아니라 상대를 택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비교적 풀이 넓었던 32강까지는 그러려니 했지만 방금은 솔직히 나도 좀 놀랐다.

128명이었던게 16명까지 줄어든만큼  16명 중에 만만한 상대라고는 내가 일부러 섞어놓은 한  뿐이었는데 설마 그 한 명이 딱 걸려버릴 줄이야.


진짜 방송의 신이 그녀를 보우하기라도 하는 걸까.

[동생 분 혹시 뒤에 앉아있는 사람한테 협박을 당하고 계시다면 몰래 왼쪽 눈을 세 번 깜빡여주세요!]

[세나 이년 방송 시작하기 전에 현질했네 ㅋㅋ]

[동생 분 계좌 조사해봐야 된다]

[이거 백퍼 주작임 아무튼 주작임]


[아빠지갑훔치는유세나: 동생 분이 정직하시네]

[간신 좀 쳐내!!]

[쟨 뭔데 아까부터 닉값 못 하고 세나 빨아주고 있누 ㅋㅋ]

[돈은 쟤가 받은 듯 ㅋㅋㅋㅋㅋ]


살짝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8강이 시작되었고, 세나는 3번째 차례때 등장했다.


그리고 세나의 상대를 확인한 시청자들이 환호성을 토해냈다.


[아~ 여기까지죠?]

[운빨 끝났죠? ㅋㅋㅋㅋ]


[잘 싸웠다 유세나! 잘 싸웠다 유세나! 잘 싸웠다 유세나!]

[아빠지갑훔치는유세나: 아니 누가 봐도 왼쪽이  낫구만]


[응 아니야~ 무적권 오른쪽이야~]

[간신련 즈그 군주 떨어질 각 보이니까 ㅂㄷㅂㄷ하죠?]

척봐도 만만치 않은 상대가 세나의 오른쪽에 떡하니 버티고 있었으니까.

내게도  익숙한 이였다.


대충 보고 넘겼던 다른 이들과는 달리 혼혈 느낌을 물씬 풍기는 외모가 유독 눈에 밟혀서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남더라.

혼혈답게 몸매또한 이국적인 맛이 넘쳤고.

"음.. 이분한테는 죄송하지만.."

그런 이를 상대로 세나는ㅡ

"솔직히 세나 누나가 더 낫지 않아요?"

다시  번 승리를 거두었다.

그렇게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세나의 4강행이 결정된 순간.

"..에?"

모니터 위로 얼핏얼핏 비치던 세나의 얼굴이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빨갛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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