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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8화 〉 [후일담] 누나의 생일까지 (6) (148/156)

〈 148화 〉 [후일담] 누나의 생일까지 (6)

* * *

“에?”

서로 상반되는 대답을 꺼낸 동생과 저는 서로 놀라며 눈을 마주쳤어요.

동생은 조금 놀란 것 같았지만, 저는 얼굴이 창백해 질 정도로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어요.

저는 동생과 연애하는걸 말할수는 없다는 생각에 없다고 했고, 동생은 그런데도 당당하게 있다고 해 버린 상황이었어요.

혹시 저랑 사귀고 있다는 걸 말해버리려는건가 하고 잔뜩 긴장한 제게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어머, 역시…? 그치, 이런 애를 놔두는 여자애가 어디있겠니...그리고….”

당연하게도, 엄마가 저와 동생의 관계를 의심하지는 않았어요.

엄마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작게 웃으며 말했고, 저를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어요.

괜히 말했다는 듯이...미안한...저는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엄마를 잠깐 봤다가 벌컥벌컥 내려앉듯이 뛰는 심장소리에 잠겨 동생의 눈치를 살폈어요.

당연히...엄마가 나랑 동생이 연애한다고 생각할리가 없는데…나도 있다고 말할 걸 그랬나....

없다고 해서 기분 상하지는 않았을까….

동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음식을 썰어 먹고 있었지만, 저는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생일인데...서로 사귀게 되고 처음 맞는 이벤트인데..오늘 동생한테 엄청 좋아해, 좋아해 하고 말하면서 시간 보내려고 했는데….

“...원래 누나한테 자주 찾아오세요?”

“아...그게...자주, 안...왔단다….”

“...예전부터?”

“그게...응….”

“...바쁘신가봐요?”

“그, 그렇...지...응….”

엄마때문에 엉망이 되어버린 데이트에 기분이 상한 저는 울적한 마음으로 포크를 잡아 아무것도 없는 그릇을 긁었어요.

엄마랑 동생이 대화하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그냥...빨리 이 시간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득했어요.

동생하고 보내는 시간을 빼앗긴 것 같아 속상하기만 했어요.

“오늘만 축하해주고 다시 가는거에요?”

“아, 아니?! 저...이번에는 일주일 정도...시간 냈으니까…처음 보는...건 아니지만, 얼굴도 볼 겸....”

“이번에는?”

“...응.”

“...그래요?”

평소에는 생일축하도 전화로만 해 주면서, 별로 관심도 없으면서….

돈은 보내주고, 신경은 써 주는 것 같다가도...조금 엄마다운 행동을 한다 싶으면 또 남자친구 불러서 섹스하면서….

아무리 술에 취해서 남자가 집으로 데려온다 해도, 술에 취하는 것 부터 잘못이라고 생각하면 술을 마시지 말아야지...성욕이 많으면 자위하거나, 운동하거나...조금이라도 참지….

돈 주는 것 말고는 엄마 역할 해준것도 없으면서, 방해나 하고….

“어떤 일 하세요?”

“아...아빠가 말 안해줬...니?”

“말 해줬어요. 그래도 물어보는거에요.”

“...여러 나라, 여러 회사들 번역...통역하고 다니고 있어…어제까지만 해도 모스크바에 있었고....”

“일은 어때요?”

“좋은...일이야. 일 끊길 일도 없고, 돈도...나쁘지 않게 벌어서, 둘 다….”

“흐음….”

“아니...응...그렇게...좋은 일은...아니고….”

아니...제가 나쁜거지만...동생하고 섹스하려고 엄마랑 동생이 시간보내는 것도 싫어하는 제가 나쁜거지만...그래도...싫어요….

엄마가 동생을 그런 눈으로 봤다는 것도 싫고, 안 그래도 연애한지 얼마 안 되어서 동생을 남자로만 보고 싶은데 다시 동생으로 보라고 강요당하는 듯한 기분도 싫고, 다른것보다...동생을 두고 엄마를 질투한다는 상황이, 동생한테 이러는게 이상하다는게 느껴지는게 너무….

“어?”

점점 우울한 기분에 빠져들던 저는 멍하니 앉아있다가 주변이 조용해진 걸 깨닫고 눈을 깜빡였어요.

대체 어떤 이유인지 동생과 엄마 사이의 분위기가 굉장히 안 좋아져 있었어요.

엄마는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동생은 정말 화났을때나 보이던...시선에 베일 정도로 차가운 눈빛을 하고 엄마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어…? 왜, 왜 그래요…?”

저는 제가 저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났던걸까 하고 동생과 엄마에게 물었어요.

그러자 동생은 눈을 감고 한숨을 쉬면서, 엄마는 제 시선을 피하며 같은 대답을 했어요.

“하아...아무것도 아니에요.”

“어? 으, 응...아무것도...아니야….”

# # #

식사가 끝난 뒤, 동생과 엄마는 정말 서로 한 마디도 대화하지 않았어요.

엄마는 동생에게 말을 걸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동생은 엄마가 하는 말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었어요.

레스토랑을 나와 택시를 탔을 때도 엄마는 동생과 저와 함께 앉고 싶어하다가 동생이 바라보자 깜짝 놀라며 앞에 앉았고, 택시에서 내린 뒤에도 동생하고 같이 걷는 제게 가까이 오려다가 동생이 잠깐 보고 있으면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조금 거리를 벌렸어요.

“...아까 다른 생각 하느라 대화를 못 들었는데...무슨 일 있었어요?”

둘이 싸우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저는 대체 제가 잠깐 정신을 판 사이 무슨일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제게는 붙고, 엄마와는 떨어져서 걷는 동생에게 작게 물어봤어요.

그러자 동생은 엄마를 한번 힐끔거리더니 저를 내려다보며 엄마한테도 들릴만큼 큰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별로 대단한 대화는 안 했어요.”

“어…?”

저는 동생이 이런 행동을 한다는 거에 굉장히 충격받아 엄마와 동생을 번갈아 봤어요.

일부러 작게 얘기한건데, 이렇게 크게...엄마한테 들으라는 듯이, 엄마랑 대화하기 싫다는 듯이...일부러 따돌리고 누나랑 대화중이라고 알리는 것 같은 말을 하다니.

뭔지 모르겠지만, 제가 정신을 놓고 있던 사이 동생과 엄마의 관계가 정말 순식간에, 크게 틀어졌다는게 느껴졌어요.

“왜, 왜 그래요…?”

저는 당황해서 동생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물어봤지만, 동생은 대답해주지 않았어요.

엄마에게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냐는 말을 담아 눈빛을 보냈더니, 엄마는 정말 술에 취했을 때나 보여주던, 울기 직전의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버렸어요.

저는 생일 같은 건, 동생하고 섹스같은 건 바로 잊어버리게 만드는 분위기에 당황해 동생과 엄마의 눈치를 살폈고, 셋 다 아무 말 없이 집에 도착했어요.

“저기…! 가족끼리 오랜만에 봤으니까...대화, 라도….”

“피곤하실텐데 주무세요.”

“어?”

“모스크바에서 막 왔다면서요? 누나도, 피곤할텐데 자요.”

“어? 아직...어...네….”

현관문을 열자마자 엄마는 동생과 저를 보며 용기내어 말했지만, 동생이 곧바로 엄마와 대화하기 싫다는 듯한 대답을 해 버렸어요.

엄마와 동생 뿐만 아니라 저와 엄마의 대화도 막는듯한 말에 저는 당황해 엄마와 시선을 교환했고, 엄마는 슬픈 얼굴이 되어서 제게서 고개를 돌렸어요.

그 모습을 보고 동생은 제게 빨리 자러 가자는 듯이 등을 살짝 떠밀었고, 저는 뭐라 말하기 힘든 묘한 분위기에 숨이 막히는 걸 느끼며 제 방으로 걸어갔어요.

평소에는 동생하고 자지만...지금은 엄마도 있고...동생하고 엄마를 같이 재울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제가 엄마랑 자야겠다는 생각에서였어요.

“어디 가요?”

“네?”

그러자 동생이 제 방으로 향하는 저를 불러세우더니, 자기 방으로 가라고 턱짓했어요.

저는 엄마를 한번 보고 안된다고 고개를 저었지만, 동생이 눈짓으로 가라고 할때 가라고 하자 거절할 수 없게 되어버렸어요.

결국 저는 제 방으로 들어가 자면서 입을 편한 옷만 챙기고 나왔고...엄마는 제가 옷을 챙기고 나오는 모습을 보고 당황해서 말했어요.

“어? 아, 아니...소파에서 잘 건...엄마랑….”

“누나랑 저는 제 방에서 같이 잘 테니까, 엄마는 누나 방에서 주무세요.”

“어?”

“어?”

동생의 말을 들은 엄마와 저는 당황한 눈으로 동생을 바라봤어요.

저는 엄마한테 해선 안 될 말을 하는 것 같은 동생을 불안해하며 봤고, 엄마는 동생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저를 보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어요.

“아니...저, 그래도...성인 남녀 둘이….”

“누나랑 동생이 자는게 이상해요?”

“이상한 건...아닌데...그래도, 너희는…오랫동안, 못봤...고?”

“하아….”

동생은 짜증이 가득한 눈으로 엄마를 보며 위협적인 숨소리를 냈어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듯이...오랫동안 못본게 누구 때문인 줄 모르냐는 듯, 지금 그게 입밖으로 내도 괜찮은 얘기냐고 하듯...엄마는 동생의 얼굴을 보고 자기가 무슨 말을 한 건지 깨닫고 얼굴이 창백해졌어요.

자기가 이혼해서, 자기가 따로 살게 해놓고...따로 살았으니 서로를 이성으로 볼지도 몰라 안된다니.

자기가 이성으로 보는 행동을 해 놓고, 딸도 똑같은 취급을 하다니.

남매한테, 자기 자식들한테 둘이 성인이니까 해선 안 될 짓을 할지도 모르니 같이 자면 안된다니….

“자요.”

“어, 어…?”

“주무세요.”

“으...응…잘...잘자렴....”

저는 상황이 이해되면서도 이해되지 않아 혼란스러워하며 동생이 잡아당기는대로 끌려갔어요.

엄마가 동생과 제 시간을 방해한 건 싫었지만, 동생에게 갑자기 이렇게 적대시당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뭔가 이러면 안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사실 엄마의 말이 맞는데…저랑 동생을 같이 두면 안되는데...걱정하고 있는 거 매일 밤 하고 있는데....

심지어 오늘은...받으면 안되는 걸 안에 잔뜩 받으려고 준비까지 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옆방에서 잘 거니까 그럴 일은 없긴 하겠지만, 오늘은 안 그럴거지만...정말, 너무 복잡한 기분이었어요.

“하아….”

“앗, 잠깐….”

방 안으로 저와 함께 들어간 동생은 곧바로 문을 잠그고, 화가 잔뜩 난 듯 떨리는 한숨을 내뱉었어요.

그런 동생에게 대체 왜 갑자기 엄마하고 이렇게 된거냐고 질문하려고 하자 동생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주지 않고 저를 더욱 당황스럽게 만들었어요.

“어? 어…?”

동생은 아무 말 없이 저를 꽉 끌어안더니, 가만히 서 있었어요.

야한 느낌이 아니라...따뜻하게...정말, 키스도 안 하고...그것도...배에 안 대고...순수하게…?

토닥토닥 하고, 쓰다듬고...달래주는 듯한 동생의 모습에 저는 당황한 눈을 깜빡이며 밖에 들리지 않을만큼 작은 소리로 물었어요.

“왜...왜 그래요…?”

“...그냥요.”

“왜애...앗….”

동생은 갑자기 제 머리를 뒤에서부터 쓰다듬더니, 제게서 조금 떨어져 따뜻한 눈빛으로 내려다봤어요.

저는 왜 이러는건지 몰라 어리둥절하면서도 부끄러워져서 동생의 손길을 받으며 동생을 끌어안은 손에 살짝 힘을 줬어요.

그러자 동생은 제 머리를 빗질하듯 쓸어내려주며 소리 없이 웃으며 말했어요.

“...오늘 엄청 예쁘네요.”

“어? 어...네에….”

“화장했어요?”

“아, 응...그게...네….”

“옷도 예쁘고...머리결도...평소보다….”

“응….”

저는 제가 신경 써서 꾸민 걸 전부 하나하나 말해주는 동생의 낮은 목소리에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떨어뜨렸어요.

기분 좋지만 간지럽고...부끄러운...좋지만, 기쁘지만, 역시 부끄러워서...동생을 제대로 바라보는게 힘들었어요.

그런 저를 내려다보던 동생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려 제 턱밑을 쓰다듬더니, 살짝, 살짝 밀어올려 고개를 들게 했어요.

“아...안돼요….”

“뭐가?”

저는 동생이 원하는게 뭔지 눈치채고, 멍하니 고개를 젖힌 채 동생을 말렸어요.

당연히...하면 안 되는데, 키스도...지금 이렇게 끌어안는 것도 안되는데….

안된다는 걸 알아도 거절하기 힘드니까, 동생이...참아줘야 하는데….

“옆방에...엄마…있어요....”

“혀 내밀어요.”

“읏….”

동생은 그래서 어쩌라는 듯이 저를 바라보며 제 입술 가까이까지 얼굴을 가져와 줬어요.

정말, 그런거 상관없다고 말하듯...빨리 하라고 재촉하듯...들키면, 정말 큰일날텐데...큰일인데….

그런데도 제 입에서는 그만하라는 단호한 말이 나오지 않았고, 두 손은 동생을 밀쳐내지 못했어요.

혀만 뻗으면 바로 닿을 거리...키스할 수 있는 거리...키스....

빨리 하라고 재촉하며 허리를 끌어안는 손에, 저절로 발끝이 세워지며 입술이 더 가까워졌어요.

저는...지금은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혀를 내밀어서, 소리없이 서로의 혀를 얽혀버렸어요.

“하아…응....”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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