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화 (13/21)

17...

서 있어도 엉덩이 아랫 라인이 보이는 몸에 심하게 달라붙는 분홍색 원피스는 어깨 끈조차 없는 탑 스타일로 보영의 쇄골보다 더 아래인 가슴 언덕까지 드러나 있었다.

이런 옷에는 도저히 적응이 안 되는 보영이인지 연신 앞섬을 잡아 끌어올린다.

“미.쳤지.. 내가 미쳤어..”

“큭큭...윽~”

“웃음이!!.. 나와요?”

“기브 앤 테이크잖아요. 진짜 보기만 좋은데...”

“지금 이게!!.... 에휴...”

깊은 한 숨을 내쉬며 보영이는 또 원피스를 끌어 올린다.

“옷이 왜 이 모양이야.. 올리면.. 아래가 보이고... 내리면 위가...”

“하하하하하하하.”

“저... 집에 갈래요.”

“어허~! 약속했잖아요! 이제 거의 다 왔구만..”

“이러고 다니는 걸 회사 직원이라도 본다면....”

“절대 못 알아봐요! 그래서 가발까지 사줬잖아요.”

“...이런다고..”

“진짜 딴 사람 같아요!”

“정..말이죠?”

계속 싱글거리는 내 모습에 체념이라도 한 듯 보영은 짧은 단발머리의 가발을 햇빛 가리개에 달린 거울로 확인하며 고쳐 쓰길 반복했다. 그리곤 고개를 숙여 자신의 치마 밑단을 한참동안이나 내려다보고 있었다. 

원피스의 밑단과 가슴을 가린 위 부분을 한참동안 내려다보더니 뭔가가 번뜩 생각이 났는지 서둘러 뒷좌석에 있던 쇼핑백을 들어 이 원피스로 갈아 입기전의 옷들을 헤치며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여기 있다..”

“...?”

“이것도 한 세트니까. 약속은 지키는 거죠!?”

“....”

보영이가 쇼핑백에서 꺼낸 건 아주 작은 반팔 가디건이었다. 가디건이라고 하긴 좀 그런.. 이 원피스의 특징인 상체 노출을 그나마 외출복으로서 커버하기 위한 재킷 같은 역할의 가디건을 보영은 금세 신이 난 듯 입기 시작했다.

그리곤 이젠 치마를 잡아끌어 내린다.

큭큭거리는 내 모습에 또 입이 대빨 나온 보영은 내 얼굴조차 보기 싫은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리고 곧 도착한 곳에서 선뜻 내리지 못하고 빤히 지켜만 보고 있다.

“나..이트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네!”

“여긴... 나이트 아니잖아요.”

“기대 많이 했구나... 한 번도 안 가봤어요?”

“,,,그건 그렇지만, 표전..포차?”

“혹시 감성주점이라고 들어봤어요?”

“감성주점??”

“요즘 아주 핫 한 곳이에요.”

“....핫 하다뇨?”

“보통 감성주점이란 곳이 음~~.. 포장마차 단란주점 나이트 클럽... 하여튼 모든 걸 짬뽕시켜 놨다고 해야 하나? 나이트보다는 훨씬 작지만 스테이지도 있고..”

“...많이 다녔나 봐요.”

“아뇨. 저도 처음인데. 얘기만 많이 들었죠. 하하하하하”

“허풍쟁이.. 꼭 가본 것처럼 얘기나 하고.. 아까도..”

“하여튼 여긴 좀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감성주점이란 곳이 술이 특화된 곳이 있는가 하면 클럽 같은 분위기가 특화 된 곳도 있고..”

“....여기는요”

“노출? 음~~ 부킹?”

“...”

“겁나죠!?”

“무..뭐가요?”

“또 제가 어떤 음탕한 짓을 시킬지.. 겁 안나요?”

“........나요.”

“그럼 집에 갈래요?”

“...그래도 돼요?”

“아뇨!.”

“,,,,피~.. 순 자기 마음대로야.”

“근데.. 생뚱맞지만.. 보영씨 진짜 많이 변했어요....”

“제가..요?”

“네! 지금 같은 반응도 그렇고.. 애교도 부리고..”

“누..누가요! 제가요? 참나.. 애교는..”

“뭐라고 할까... 아! 얼음여왕! 얼꽃여인? 그런 이미지가 강했는데.. 언제부턴지 보영씨가 일반적인 여자 같아졌다고 해야 하나? 그것도 아주 가끔이지만...”

“저도 여자거든요!”

“이런 반응이요! 못마땅하다는 듯이 혼자 중얼거리면서 입술 내미는.. 이봐!!”

“내..내가 언제요! 사람을 이상한 사람 만들어..”

“이상한 거 아닌데.. 귀여워서 한 말인데..”

“귀..여워요? 제가요?”

“네.”

“.....”

“우차! 다 왔다..”

연신 싱글거리는 건 보영의 옷차림 때문만이 아니라 보영의 태도와 행동 때문이라는 걸 말을 하며 깨닫게 된다.

내가 한 말에 기분이 업이 된 보영이는 잠시 동안의 머뭇거림을 보여주곤 곧 차에서 내렸다.

생각보다도 훨씬 화려하고 큰 감성주점의 내부에 보영과 들어온 나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나이트와 다른 점은 나이트의 웨이터와는 달리 명찰에 적힌 가명도 없는, 호프집의 여점원과 같은 모습의 여자가 걸어와 메뉴판을 놓고 간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메뉴도 나이트보다는 포장마차와 같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그러나 역시 붉은 스모그와 매캐한 담배 연기 냄새, 그리고 무엇보다 스테이지란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결정적으로 달랐다.

화려한 사이킥 조명아래에 신나는 비트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남녀들의 모습과 양 옆으로 나 있는 은색의 굵은 바가 무엇보다도 일반 주점과는 전혀 달랐다.

“춤 잘 줘요?”

“...네?”

“춤 잘 추냐고요!”

“아뇨!! 이런데도 한 번도 안 와봤어요.”

“예절 교육에는 춤은 없었어요?”

“발레하고.. 한국 무용은 좀...”

“...”

“..왜요?”

“그럼 우리 나가서 춤출래요?”

“....싫어요!”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나와 보영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목소리를 높이게 되었다.

“이왕 왔으면 춤을 춰야지! 나가요!”

“...”

“뭐해요! 우선 나가서 흔들다보면...”

목소리를 더 크게 높여 보영이에게 점점 다가가는 내 어깨를 누군가 두드린다.

남직원이라고 하기엔 좀 나이가 많은 남자가 내 귀에 입을 대곤 얘길 한다.

분위기 좀 내보려던 우리에게 흥을 깨는 남자의 말은 아주 간단했다.

“따라오세요...”

내 몰골이 문제인 게 분명했다.

양복차림에 여기저기 멍들고 터진 얼굴과 거기에 더 끔찍한 대머리까지... 누가 봐도 쌩 양아치가 분명해 보였을 테고 이런 곳에서 쫓겨나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으니...

머릿속에 이 상황을 타파할 궁리를 아무리 해보지만.. 

계획에 없던 상황에 멍하니 앉아 있게만 된 내 팔을 잡아끌고 가다시피 하는 남자의 행동에 보영이도 놀라 날 쫓아온다.

젠장..일반 나이트를 갔어야 하나...

라는 생각에 반쯤 포기하고 있던 날 남자가 끌고 간 건 엉뚱하게도 입구가 아닌 스테이지의 가장 안쪽이었다.

봉이 바로 보이는 왼쪽 가장자리의 테이블 자리는 문은 없었지만 흡사 나이트 VIP룸과도 같은 칸막이까지 있었다. 

“왜 이렇게 늦게 오셨습니까!”

“.ㄴ..네???”

“자! 그럼 아가씨는 날 따라 오라고..”

“....”

“뭐해!! 빨리빨리 움직이라고 지금 분위기 다운 된 거 안 보여!?”

“피..필민...”

내 이름을 다 부르기도 전에 보영은 남자의 손에 이끌려 스테이지로 끌려 나갔다.

그것도 스테이지의 중앙이 아닌 스테이지에 있는 봉이 있는 원형의 무대 위로 올라가게 된 보영의 모습에 그제야 사태파악을 하게 된 나였다.

클럽식 주점인 이 감성주점이라는 곳에도 수질 관리란 것도 중요하다면, 만약 그렇다면 대범하게 봉을 잡고 섹시한 춤을 추는 미녀들이 일반 손님이 아닌 고용된 여자일 거란 추리는 어디선가 들었던 소문들에 확신을 주게 된다.

생각지도 않게 일이 재밌게 진행된다.

난 의자에서 일어나 무대 위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보영의 모습을 찬찬히,, 그리고 뚫어져라 쳐다본다.

보영을 끌고 간 남자가 보영이가 입고 있던 가디건까지 벗긴 후 내려오자 보영은 말 그대로 탑 스타일의 부대자루 같은 아주 야한 원피스 하나만을 입은 채 봉을 잡고 있는 꼴이 되었다.

보영의 모습에 환호성를 지르며 봉이 달린 원형의 무대를 둘러싼 수많은 남자들의 시선에 처음 나만큼이나 당황한 보영이가 연신 치마만 끌어 내릴 뿐 얼음처럼 몸이 굳어진 건 두말 할 필요도 없었다.

무대 아래에 있는 남자들은 보영의 드러난 허벅지와 그리고 끌어내려도 각도로 인해 보이는 팬티에 연신 환호성을 질러댔고 그 와중에 멀뚱히 나만 쳐다보는 보영의 시선에 난 춤을 추듯 몸을 흔들며 당신도 몸을 흔들라는 제스처를 손으로 해 본다.

그런 내 행동에 기가 차다는 듯 보영이가 날 매섭게 노려보며 어떻게 해보라는 듯 주먹을 쥐 손을 연신 흔들어 대는 보영의 모습에 난 손가락을 가리켜 맞은편 봉이 있는 작은 무대를 가리켰다.

봉을 잡고 허벅지를 크게 벌려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허리를 요염하게 흔들어 대는.. 보영과 비슷하게 한쪽 어깨끈만이 있는 달라붙는 흰색 티셔츠와 핫팬츠를 입은 여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자신의 본분을 잊은 채 반대편 봉을 잡고 흔드는 여자의 모습을 놀란 토끼마냥 큰 눈으로 쳐다보는 보영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킥킥 거리게 된다. 그러다가 또 보영과 시선이 마주치게 된다.

날 매섭게 노려보던 보영이가 내 웃는 모습을 확인하곤 입술을 오므리며 뭐라 중얼거리더니 두 눈을 질끈 감고는 갑자기 어색한 웨이브를 시전 한다.

아마도 대충이라도 시늉을 해야 내가 만족하고 무대 위에서 끌어 내릴거란 걸 눈치 챘는지 정말로 보기에도 뻣뻣한 웨이브를 보여줬다.

두 다리를 꼿꼿이 모으곤 무릎을 굽히지도 않은 채 허리만 앞뒤로 움직이는... 표정은 진지한데 몸은 따로 노는 보영의 모습이 난 입은 웃고 있었지만 내가 다 부끄러워져 창피함을 참지 못하고 눈을 가리게 된다.

그런 보영의 로봇과도 같은 몸짓에도 뭐가 좋은지 남자들은 환호성을 더 크게 질렀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젠 보영을 끌어 내릴 생각으로 눈을 가렸던 손을 내리며 발걸음을 옮겨 둘러싼 남자들을 막 비집고 들어가려는데... 

남자를 한 두명 제치고 더 가까이 가 고개를 들었을 때 작은 원형 스테이지 위엔 보영이 혼자만이 아니었다.

닭 벼슬처럼 머리를 새운 새파랗게 젊은 놈이 언제 올라갔는지 기겁을 하고 있는 보영의 뒤에서 보영의 허리를 잡고는 엉덩이를 밀착한 채 흔들고 있었다.

치마 밑단을 끌어내리기에 정신이 없는 보영은 다른 한 손으로 남자의 손을 뿌리치려 밀어내보지만 남자는 이런 춤과 상황에 능숙한 듯 보영에가 바짝 달라붙어 발정난 개새끼처럼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어대고 있던 것이다.

보영이가 엉덩이에 닿는 놈의 물건을 의식한 듯 앞으로 한 걸음 움직이자 마찬가지로 반걸음 움직여 더 달라붙은 남자는 아예 보영의 허리에 팔을 두르기 시작했다.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보영이 내게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도와달라는 건지.. 말려달라는 건지..

알아듣지는 못해도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있는 분위기와 표정에 결국 더 무대 가까이로 걸어가게 된다.

“어이!!”

“..”

“어이!!!!!”

“..예?”

“잠깐 얘기 좀 하지!”

“...”

아까 날 이 자리로 데려온 남자가 남자들을 비집고 들어가던 내 팔을 잡고 다시 있던 자리로 잡아끌었다.

끌려가는 나였지만 시선은 보영에게 향해 있었다. 클럽 문화란 것이 워낙 지저분함을 담고 있다는 걸 동영상과 얘기로 많이 들었기에 보영이의 행동을 주시할 수밖엔 없었다.

“우리 제대로 계약하자고! 알바 말고 일주일에 삼일 어때요?”

“....”

“얼마를 줄까? 보통은 시간당 5만인데..”

“.....”

“아저씨!”

“아! 진짜!!!”

“....”

“왜 자꾸 귀찮게... 뭔가 잘 못 알고 있는 거 같은데! 그냥 놀러 온 거...”

내가 짜증을 내며 말을 하는 사이에 무대 위로 또 한 명의 남자가 뛰어 올라갔다.

계속 된 남자의 추행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보영이 도저히 참지 못하고 무대에서 뛰어내려오려던 그 찰나에 또 한명의 남자가 올라가 보영의 앞을 막고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샌드위치처럼 남자사이에 낀 형태가 되어버린 보영은 꼼짝달싹 하지도 못한 채 흔들리는 몸을 겨우 지탱하며 남자들의 더듬는 손을 막기에 바빴다.

뒤에 남자가 보영의 허벅지를 쓰다듬자 그 남자의 손목을 잡아 밀어내기 시작했고, 그 틈을 타 앞에 남자가 보영의 가슴을 만지려 하자 나머지 한 손으로 그 손을 막기에 또 바빴다. 그러나 보영의 팔은 두 개 밖에 없었다.

그런 보영의 미약한 저항을 무대 아래에서 지켜보던 다른 남자들은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알코올의 기운에 취한 듯 오히려 휘파람과 박수로 자극적인 흥분을 더 돋우고 있었다.

뒤에 남자가 연신 허리를 만지며 원피스를 끌어 올릴 때마다 언뜻언뜻 보이는 보영의 팬티에 무대 아래에 있는 남자들이 외쳐 되는 ‘더더!’라는 소리가 음악소리보다 더 크게 무대 앞에서 울려 펴지기 시작했고, 그 자극적인 외침에 보영이가 몸을 돌리려 발버둥 거린다.

그럴수록 남자들의 손은 더 집요하게 보영의 몸을 흔들어 대기 시작한다.

분위기가 거의 절정에 다다르듯 두 남자의 추행이 극에 달하기 시작함과 동시에 보영이가 갑자기 앞의 남자에게 싸다귀를 날렸다.

밑에 있던 남자들의 호응과 환호성에 흥분한 보영의 앞에 서 있던 남자가 보영이 어렵게 연신 잡아 내리는 원피스를 갑자기 끌어올리곤 팬티 속으로 손을 밀어 넣은 것이다.

“와!!!!”

“오우~~~”

“우우우!!!!!”

웃음소리와 함께 탄식, 그리고 야유소리가 보영을 향해 울려 펴졌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보영이가 귀를 막으며 무대에서 뛰어 내려오려 했다. 

그런 보영의 행동도 용납이 되질 않는지 싸다귀를 맞은 남자가 보영의 팔을 잡고는 저항도 못하게 번쩍 들어 몸을 돌렸다. 

흡사 집단 강간이라도 할 기세로 뒤에 있던 남자가,,, 이젠 보영의 앞에 위치하게 된 남자가 보영의 탑 스타일의 원피스의 위 부분을 손으로 잡고는 들썩거리며 가슴 안을 훔쳐본다.

그리곤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려는 듯 한 쪽 손을 귀에 가져다댔다가 다시 까딱이길 반복한다.

“내려라!! 내려라!!!

“벗겨라!”

“다 벗겨 버려!”

약속이라도 한 듯 남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쳐대기 시작한다.

“전부 기대하신다면야!!!!!!!”

소리를 지르며 보영의 원피스를 조금씩 끌어내리는 놈의 행동에 집단으로 미쳐버린 놈들처럼 환호성을 넘는 고함을 지르며 드러나는 보영의 탐스러운 가슴에 환장하기 시작한다.

“하지 마! 전부 신....”

보영이가 뭐라고 소리를 지르지만.. DJ까지 흥분을 했는지 더 크게 음악을 틀었고 보영의 목소리가 그 음악소리에 묻혀 버렸다.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보영의 젖꼭지의 바로 위까지 끈 없는 브래지어와 원피스를 같이 끌어내리며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놈의 행동은 이미 작정을 한 듯 허리까지 흔들며 보영의 몸에 바짝 붙어 있었다.

‘획~ 쿵!!!!“

“어떤 새...”

솔직히.. 가만히 놔둬도 그케 상관은 없었다.

아무리 분위기가 이 오픈된 장소에서 보영과 섹스를 할 것처럼 변한다고해도 사실상 섹스를 할 리는 없었고 오히려 보영이의 면역력을 더 키우기 위해서라면 내가 아닌 다른 놈의 손으로 이뤄진 노출정도까지는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역시나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나보다.

내 손에 끌려 내려와 엉덩방아를 찧은 놈이 욕을 하며 막 일어나려다가 내 얼굴을 보곤 흠칫거린다.

‘오호라~’

아주 약간이었지만 날 이 지경으로 만든 민우 놈에게 감사를 한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멸치대가리 같은 새끼가!! 뭐!! 뭐~!! 확!!”

날 노려보던 놈의 눈동자가 바닥으로 향해 내리깔린다.

역시나 험한 얼굴만큼 먹어주는 건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신하며 발까지 들었다가 내려놓으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 보영의 팔을 잡고 있는 놈을 향해 인상을 한 번 더 써주자 손을 놓고는 항복하듯 손바닥을 내밀며 무대에서 내려간다.

“우!!!!~~~~~”

그러나 한번 달아오른 사람들의 흥분은 좀처럼 쉽게 가라앉질 않았다.

“휴~.. 난리가 아니구나.”

난 무대로 올라간 후 보영을 안고는 속삭이듯 귓속말을 한다.

“빨..리 나가요. 무서워요.”

“이러다가 싸움 나겠는데...”

“그...럼 어떻게 해요?”

보영도 흥분한 관중들의 모습이 심상치 않음을 곁눈질로 확인하며 걱정스럽게 날 쳐다본다.

“음~.. 과감하게 한 번 깔까요?”

“..네? 까다뇨?”

“뭐긴 뭐에요.. 이거지!”

“뭘....헉!!”

탐스러운 보영의 가슴이 내 손에 의해 출렁이며 붉은 조명에 더 자극적인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로 인해 완전히 방심하고 있던 보영은 미처 막지도 못한 채 1~2초 동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여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가슴을 드러낸 후 그 자리에 바로 주저앉게 된다.

계속 이어지던 야유 소리는 곧 다시 환호성과 박수로 바뀌어 또 ‘더더’라는 합창으로 이어졌다.

“이제 고만 하지!!!!”

난 목이 터져라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자자! 재미는 여기까지고! 이제 진짜 주인도 온 거 같은데! 우리는 그만 퇴장!!”

내 눈에 들어온 아까의 남자와 그 옆에 서 있는 섹시한 복장의 여자를 가리킨 후 아직도 주저앉아 있는 보영의 옷을 대충 고쳐 입히곤 부축하며 그 곳을 빠져나왔다.

정신없이 도망치듯 차까지 도착했으며 보영을 먼저 조수석에 앉혔다.

“괜찮아요?”

“....”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또 봉변당했을.. 악!!!!”

‘퍽!’

보영의 주먹이 내 팔뚝에 그대로 꽂혔다.

하필이면 가장 많이 얻어 맞은 분위였기에 엄청난 고통에 눈물이 핑~ 돌았다.

“...”

“진짜라니까요! 클럽 한 번도 안 와봤죠!. 이런 일은 일상다반사.. 아악!!!”

‘퍽!’

“진짜 아프다고요!”

“아프긴 해요!?”

“...”

“사람이 어쩜...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끌려가는데도 말리지도 않고.. 다른 남자가 막... 더듬는데도...”

보영인 정말로 억울하고 분한지 말을 잇지 못하고 날 한참동안 노려봤다.

“...미..안해요.”

“...뭐가요? 뭐가 미안한데요?

“.....말리지도 않고.”

“제가 지금 그것 때문에 화 난거 같아요?”

“다른 놈이 보영씨 더듬는데도 지켜만 보고..”

“그게 다에요!?”

“...”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분명 자신이 원인을 알려주고도 미안하다는 내 사과에 더 화를 내는..

“하여튼.. 다 미안해요.”

“하여튼!!?”

“아니.. 진짜 미안하다고요.”

“지금 진심이긴 해요?”

“........”

“됐어요! 약속이고 뭐고... 다 필요 없어요!”

“약속... 미안하다니까요.”

“그럼 뭘 잘 못 했는지 다시 얘기해봐요!”

“그.......”

“됐어요.”

화가 점점 밀려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익숙지가 않았다. 모든 면에서 깔끔하고 철저한 보영이란 여자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행동 자체가 익숙지가 않게 보였다.

하지만...

내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한 달밖에 없었다.

한 달 이후에도 과연 이런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지.. 아마 불가능 할 것이다.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정말 미안해요.”

“.....필요 없어요.”

“.........”

“..”

“그럼 어떻게 할 까요!? 제가 무릎이라도 꿇고 또 빌까요?”

“비는 게 특기세요?”

“...지금 말 다했어요?”

“네!”

“..”

잠시 잊고 있었다.

오보영이란 여자가 얼마나 자존심이 셌고 고집이 셌는지를 말이다. 

“그만하죠. 남은 시간도 얼마 없는데...”

“...”

“솔직히 그깟 가슴 하나 보여준 게 그렇게 큰 잘못은 아니잖아요. 벌써 몇 명이나 봤..”

“그깟??”

“......”

화가 난 상태에 말이 헛 나왔다.

난 지금 이 싸우는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어떻게든 화를 풀어주려 했는데..

‘탁~.’

잠시 날 노려보던 보영이 갑자기 차에서 내린다.

내려서도 창문 너머로 날 한참동안이나 노려보더니 갑자기 우리가 나왔던 그 주점이란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화가 단단히 난 보영은 말도 없이 그 주점 속으로 사라졌고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난 보영의 의도를 눈치 채곤 뒤늦게 보영을 쫓아가게 된다. 

내가 막 주점에 들어갔을 때 보영이가 걸어가며 잔에 든 술을 원샷하는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입구의 아무 탁자에서나 집어 든 잔이 분명했고, 그 잔은 곧 다른 탁자에 있던 잔과 교체되어 보영의 목을 적시게 된다.

뒤를 쫓아가던 난 보영이가 탁자에서 든 잔의 정체를 같이 놓여 있던 반쯤 비워진 양주병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빈 잔을 든 보영은 또 다른 타인의 탁자에 놓여있던 잔을 들어 마시곤 잠시 동안 봉을 잡고 춤을 추는 여자를 쳐다본다.

오 분?.. 그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보영은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고 그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동안 여러 명의 남자에게 대시를 받고는 거절하는 모습을 내게 보여줬다.

그리곤 가슴에 손을 얹고는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모습을 보여주곤 똑바로,, 발걸음이 약간 비틀거리는 중에도 아까 섰던 스테이지로 똑바로 걸어 올라갔다.

걸음걸이만으로도 짧은 시간동안 급하게 마신 술로 이미 반쯤 취하게 되었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작은 원형의 무대 위에 두 명의 여자가 마주보고 서 있게 되자 다시 남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 보영의 시선은 뭔가를 찾듯 두리번거렸고 내 존재를 확인하고서야 봉을 잡고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다리를 살짝 벌린 채 무릎을 굽히곤 아까와는 달리 반대편 봉을 잡고 흔드는 여자와 많이 흡사하게 허리를 흔드는 보영이의 모습에 다시 환호성이 주점 안을 채워갔다.

벌린 다리만큼 팬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보영의 자세에 서로 더 가까이서 보려는 듯 남자들이 더 바짝 다가갔고 결국 한 쪽에 멍하니 서 있던 여자는 투덜거리며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쩌는 볼륨감을 자랑하듯 엉덩이를 더 빼낸 보영의 모습은 방금 전까지 봉을 잡고 춤을 추던 여자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섹시했고 예뻤다. 그건 몸매뿐만이 아니었기에 남자들이 더 크게 환호를 할 수밖에 없어보였다.

나란 존재를 그나마 기억하는지 방금 전과는 달리 뛰어 올라가는 남자는 없었지만.. 그런 상황이 보영에게 점차 자신감이란 걸 심어주기 시작한 듯 점점 더 대범하고 음란하게 몸을 흔들기 시작한다.

흡사..

내 위에서 요분질을 하던 그런 모습처럼..

민우란 남자를 등지고 민우의 명령에 허리와 엉덩이를 흔드는 그런 모습으로 춤이라기 보다는 섹스의 한 장면을 그리며 보여주는 형태에 가까웠다.

어쩌면 저런 율동과도 같은 행위가 춤보다는 더 익숙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 그렇게 보여졌다.

점점 더 말려 올라가는 보영의 치마에 남자들의 목소리는 더 크게 번져갔다.

그리고 드러난 티팬티는...

내가 입혀놓은 팬티였지만 조명을 받아 이렇게 음란하게 변할 줄은 전혀 상상도 못한 형태로 오히려 민무늬의 분홍색 티팬티였기에 이 섹스러움을 설명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보영은 엉덩이의 반 이상을 드러내곤 춤을 추고 있었다.

그리고 보영이가 춤을 추는 동안에도 날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된다. 부끄러움이란 감정보다는 내게 작은 복수를 결심한 여자처럼 내 표정과 행동을 지켜보며 춤을 추는 보영의 행동에 이곳에 있는 어떤 남자보다 더 큰 흥분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동그란 엉덩이와 잘록한 허리에서 떨어지는 탄탄한 허벅지를 겨우 가리고 있는 옆 라인의 끈이 점점 더 모습을 보일수록 흥분의 도가니는 말 그대로 도가니탕이 될 정도의 광분을 일으키게 되었고, 결국 또 다른 욕정덩어리를 불러들이게 되었다.

청바지에 아까 놈보다는 더 근육질의 젊은 남자가 무대 위로 올라가 보영과 같은 리듬으로 사타구니를 밀착해 흔들기 시작했다.

알코올의 기운에 아주 잠깐 동안 그 남자와 리듬을 맞추게 된 보영은 곧 제정신을 차린 듯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런 보영의 모습은 남자에게 다른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뒤에서 보영의 아랫배에 팔을 두른 채 한 손을 올려 보영의 턱을 잡고는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1초..정도의 시간동안 무방비로 입술을 뺏긴 보영은 화들짝 놀라 황급히 남자를 밀쳐냈다.

그리곤 쏜살같이 도망치듯 다시 주점 밖으로 뛰어 나가버렸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말대로 난 그 순간들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을 뿐이었고, 뒤늦게 보영을 쫓아가는 키스를 퍼부었던 남자를 뒤쫓게 된다.

내가 주점을 막 빠져나갔을 때..

골목 바로 앞에 있는 전봇대를 잡고 오바이트를 하고 있는 보영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뒤를 쫓던 남자가 보영에게 다가가는 모습까지 확인하게 된다.

“누나! 괜찮아요? 화장실로 가서 토하지.. 가요.”

“욱!..웨엑!!!..”

“윽!.. 깬다.. 가요 누나.”

“...놔..놔요!”

“어라.. 왜 빼고 지랄이래. 도와줄게 가요!”

“이..이거 놓으라고요!.. 우..욱!!”

“허~~.. 좋게 말로 하려고 했더니.. 안 되겠네..”

“더럽게 어딜 만져!!”

“...”

보영의 고함소리에 나까지 깜짝 놀랐다.

아마도 지금의 더럽다는 표현이 남자를 향한 것만이 아닌 자신에게도 향한 보영의 말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 한 마디가 남자의 화를 돋우는 결정적인 한방이기도 했다는 걸 알코올에 취한 보영은 미처 알지 못하는 지 다시 허리를 숙인다.

다시 오바이트를 하는 보영의 바로 뒤에서 내려다보던 남자가 주위를 확인하듯 두리번거린다.

인적이 뜸함을 확인하곤 그대로 보영의 허리에 팔을 두르곤 나머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바둥거리는 보영과 함께 그대로 골목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이게 미쳤나.. 좋다고 흔들어 댈 땐 언제고...”

“으웁!! 웁욱!!!”

“바둥거리지 말고 좀 가만히 있어라! 확 그어버리기 전에!! 이..이게!!”

내가 막 골목안쪽으로 발소리 죽여 다가갔을 때 큰 음식물 쓰레기통에 보영의 얼굴을 처박아 밀어대며 원피스를 허리까지 끌어올리고 있는 남자의 등이 보였다.

남자의 손에 등과 목을 짓눌린 채 점점 올라가는 원피스와 드러나는 끈과도 같은 팬티와 그리고 검은색의 망사스타킹...

침을 삼키며 남자가 급하게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

연신 바둥거리는 보영의 늘씬한 다리를 두 무릎을 끼워 양 옆으로 밀어대는 남자의 행동에 알코올의 기운 때문인지 좀처럼 빠져 나오지도 못한 채 바둥거리기만 하는 보영이었다.

전히 드러난 티팬티를 손으로 잡아 끌어 올리는 남자의 행동에 보영이가 고개를 좌우로 크게 흔들기 시작했다.

선명히 드러난 보영의 보지 둔턱 중앙엔 내가 사준 티팬티가 끊어질 듯 더 얇아져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런 자극적인 모습은 나만이 느끼는 게 아니었다.

더러운 쓰레기통에 허리를 반쯤 숙인 채 달라붙는 원피스의 말려 올라간 주름을 보여주며 하얀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로 이어진 잘록한 발목을 더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하이힐과 한 쪽은 반항도중에 벗겨졌는지 망사 스타킹의 발바닥을 보여주며 까치발을 한 모습의 보영은 강간을 당하는 여자에게 느껴지는 연민 같은 건 찾을 수 없었다.

변태스럽지만 분명 연민이나 도와줘야 겠다는 생각보다도 섹시함이란 감정을 더 빨리 느꼈기에 엉뚱하게도 보영의 뒤에 이는 사내가 내가 아님에 화까지 나게 된다.

“어..어떤...헉!”

“쉿!!”

“이거 놔!! 놓으라고 웁웁!!”

내게 목덜미를 잡혀 당황한 남자가 일순간 입에서 손을 때자마자 소리를 지르던 보영은..

내 손에 의해 다시 입이 틀어 막히게 된다.

이미 내 정체를 알고 있었는지 남자는 손서리를 치며 아까의 놈처럼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사실 뒤에서 날 덮치거나 칼이라도 휘두르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도 들긴 했지만.. 

보영이의 자세와 몸짓에 그런 불안과 걱정은 안중에도 없었다. 

보영의 팬티를 손으로 거칠게 허벅지까지 끌어내린 후 그걸 발로 밟아 발목까지 내리곤 거칠게 엉덩이를 움켜쥔다.

지퍼만을 내리곤 내 거대해진 자지를 계속 엉덩이를 비틀며 반항하는 보영이의 골 사이를 비집고 밀어 넣기 시작했다.

보지의 입구에 내 물건이 닿자 더욱 극렬한 반항이 시작 됐다.

까치발로 서 있는 맨발로 내 종아리를 차려고도 했고 그것도 여의치 않자 이번엔 하이힐이 남은 발을 내 발등을 찧으려 했다.

그런 반항에도 내가 더 격렬히 머리를 짓누르자 자신의 몸을 때내려 밀어대던 팔을 뒤로 해 내 몸을 잡으려 안간힘을 쓴다.

구멍에 맞추기를 여러 번 반복하던 난 보영의 보지가 전혀 젖어 있지 않다는 걸 느꼈고 급한 대로 손바닥에 침을 뱉어 자지에 바른 후 그대로 조준을 다시 시작했다. 더 격렬히 허리를 비틀던 보영의 반항에도 결국엔 조금씩 귀두가 보영의 보지 틈을 가르며 비집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으으흡..으흡ㄱ!!!!!!!”

더 강한 바둥거림과 그리고 극렬한 외침에도 난 끝까지 자지를 밀어 넣어버렸다.

불알이 보영의 둔턱까지 닿게 되었다.

엄청난 조임이었다.

미끈거리지도 그렇다고 평소처럼 기분 좋은 조임도 주지 않는 단순한 반항과 닫힘에서 오는 조임이었지만.. 완벽한 저항이 담긴 보영의 보지 속 느낌은 묘한 흥분보다도 엄청난 정복감을 내게 선사했다.

엉덩이를 비틀던 보영의 움직임이 눈에 띠게 더뎌졌다.

내가 허리를 천천히 움직이자 그런 미력한 저항마저도 포기한 듯 흐느끼며 울먹이기 시작한 듯 어깨를 미세하게 들썩이며 꽉 쥔 주먹으로 더러운 쓰레기통 위를 두드리듯 몇 번을 치고는 이내 내 움직임이 빨라지자 그 손마저 축 늘어트리게 된다.

역시 현실적인 여자다.

어쩔 수 없이 당하는 입장이라면 차라리 빨리 끝내 주기를 원하는 것인지 온 몸에 힘을 뺐다.

내 조교로 벌써 자지의 맛을 알게 된 건 아닌지 라는 혼자만의 착각을 하며 더 격렬히 허리를 움직이게 된다.

“흑흣!흑!!헉!!헉!!헉!!”

“우읍~~..흡흡~..흡!~~~”

내 손에 틀어 막힌 입으로 신음소리와 같은 흐느낌만을 반복하는..

그 흐느낌이 점점 더 커지자 어쩔 수없이 내 존재를 밝혀야겠다는 생각에 틀어막고 있던 손을 풀며 짓눌렀던 몸을 살짝 뒤로 뺏고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어차피 길들여진 보영은 내 존재에 오히려 안도를 할 것이다. 라는 착각도 잠시..

보영이는 보영이었다. 

“저에...억”

‘퍽!!!!! 쨍그랑’

별이 보였다.

아니.. 온 통 세상이 새하얘졌다.

아니..... 돌아가신 할머니가 내게 화를 내며 왜 이곳에 왔냐고 소리를 지르셨다.......

소리를 지르며 막 도망가려던 보영은 내 모습을 확인하곤 더 큰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는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이 끝이 났다.

아!.. 의식을 잃기 전에 음식물 쓰레기 통 바로 옆에 맥주병이 여러 병 놓여 있던 것도 봤었다.

씨발...

재활용은 좀 제대로 할 것이지....

대머리라서 쿠션도 없었고 완충 작용이란 있을 수 없었나보다.

내가 의식을 차린 곳은 병원 응급실이었다. 머리가 깨져서 8바늘이나 꿰매고 난 후.. 겨우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응급실에서 눈을 떳을 때.. 보영이가 내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본 난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보영의 모습을 훔쳐보고 있는 어린 의사놈을 발견하곤 뚫어져라 노려보는데... 원피스 아래로 미끈하게 빠진 보영의 각선미와 탑 위로 드러난 보영의 젖무덤에 놈은 온통 정신이 팔려 내 시선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 보였다.

“허험!!”

“...!!”

그제야 놈이 일어나 내게 걸어온다.

하루 동안 두 번이나 내 눈동자의 동공 확장을 의사에게 확인 받게 된다.

“저기.. 극단적인 폭력에 노출이 되신 거 같은데..”

“..네?”

자고 있는 보영이를 배려라도 하는지 의사란 놈이 내게 바짝 다가와 어이없게 속삭이며 말을 한다.

“CT결과 내출혈도 없고.. 붓기는 했는데 괜찮은 거 같은데요. 그래도 모르니 하룻밤 입원하시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여기 어디죠?”

“병원이요.”

“어느 병원이냐고요.”

“OO병원인데요.”

“제가 어떻게....”

“구급차에 실려 오셨는데요. 이 여자 분이 신고자에 보호자라고 하시던데..”

“으음...”

나와 의사의 대화에 보영이가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하여튼 큰일 날 뻔 하셨어요. 머리에 가해진 충격에 내출혈이 없었던 건 정말 천운이셨다고 밖엔..”

“마..많이 나빠요?”

“뭐.. 하루 이틀 경과를 봐야겠지만.. 말씀드렸듯이 천운이 따랐다고..”

“됐으니까.. 일반병실으로나 옮겨주쇼.”

보영에게 유독 다정하게 말을 하는 의사놈이 마음에 안들어 짜증을 부리게 된다.

“아니요! 특실로 주세요!”

“특실은 무슨.. 그냥 집에 가도..”

“필민씨!!!”

하루 입원비 110만 원짜리 병실에는 없는 게 없었다.

노트북에 56인치짜리 벽걸이 텔레비전.. 호텔도 아닌데 응접실이 있었고 화장실까지 두 개였다.

“괜...찮아요?”

“괜찮아 보여요?”

“...”

“어떻게 사람을 대갈빡을 병으로 깰 수 있습니까!?”

“그러게 누가...”

“....”

“미안해요...”

“미안하긴 합니까?”

“참나.. 지금 누구한테 화를 내는 거예요?”

“보영씨한테요!”

“....”

“몸이라도 성했으면 말을 안 해.. 반병신을 병으로 대갈빡까지...”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와~~~ 자기는 미안하다면 끝인가 봐.”

“....한방에 끝냈어야 하는데..”

“무..뭐요?”

“쳇~..”

“...”

보영의 역습에 얼이 빠진 놈처럼 멀뚱히 쳐다보게 된다.

“큭큭~.... 미..미안해요.”

갑자기 웃는 보영의 모습에 더 그렇게 느껴졌다.

“지금 웃음이 나옵니까?”

“풋~..크~.. 그...러게요... 웃으면 안 되는데...”

“...”

“필..민씨 얼굴이... 진짜 괴물 같아요....”

“참나....”

“큭큭큭~...”

“허~.....”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보영이가 내 얼굴을 쳐다보며 시원하게 웃기 시작하자.. 나도 피식하게 된다. 결국엔 내 욕심으로 보영이를 강간하려 했고 지극히 정당방위로 병을 휘두른 보영의 행동이었기에 탓할 생각도 들지 않았고 오히려 화를 내지 않고 웃기 시작한 보영의 모습에 맥이 풀렸다고 느끼게 된다.

“크크...하하하하하하하”

한참을 웃고 난 후에야 보영은 다시 내 머리의 붕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모순적이라고 해야할 모습이었지만 긴장이 풀린 보영의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였기에 침대에 기댄 채 입을 연다.

“여자랑 클벙에 가서 질퍽하게 놀아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그게 질퍽한 거예요? 변태스러운거지.. 나같으면 다른 여자가 남자친구 몸만 만져도 소름 돋을 거 같은데...”

“어!.. 그럼 안되는데..”

“.....?”

“다음 소원은 쓰리섬인데... 남자의 로망인 여자 두명..하고...”

“..........”

“정말 싫어요?”

“....”

“에휴~.. 꼭 해보고 싶은건데...”

“......마음대로 해요.”

“...네? 정말요?”

“어차피.. 안 된다고 해도 할 거잖아요. 반 포기상태에요.”

“정말이죠!!”

“.....대신 약속해줘요.”

“...?”

“다른... 남자하고는 절대로 하기 싫어요.”

“.....”

“알겠죠!?”

“.....생각해보고요.”

“....”

“저번에 미희가 하는 거 봤잖아요.. 미치던데..”

“그래도.. 싫어요.”

“그럼...”

"또 뭘요?"

"우리 의사 놀이 할..."

[따르르릉~~ 따르르릉~]

분위기를 깨는 핸드폰 벨소리에 보영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장으로 보이는 여닫이문을 열곤 내 양복 안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확인하고 내게 건넨다.

발신자표시제한....

“보이스 피싱이네..”

[또로릉~~]

문자 알림음에 또 말을 끊고는 액정화면을 확인한다.

역시나 발신자표시제한이라는 문구와 함께 찍혀 있는 문구에 입을 완전히 닫게 된다.

“누..구에요?”

“...”

“왜 그래요?”

“김..검이란 놈.. 민우 새끼 친구 맞죠?”

“..네?....왜요?”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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