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4/21)

18...

“....”

“아..안녕하세요.”

“안..녕 해야 하냐?”

“.....”

“너 잠깐 들어 와라..”

“네?....네...”

“제발!! 제발 나 좀 살려줘라!! 응!? 내가 이렇게 무릎이라도 꿇고..”

“과..과장님!”

“내가 진짜 너 때문에 끊었던 혈압 약까지 다시 먹고 있다고.. 응!!!!”

“죄송합니다.”

“죄송?? 지금 죄송하다는 말로 모든게 설명이 되냐!? 그래!! 네 말대로 심사숙고해서 머리까지 밀었다고 치자.. 그럼 왜 그러냐고!!!!”

“...”

“인사고가가 너한테만 적용 되는 줄 알아!? 솔직히 말해 봐! 너 혹시 나한테 유감 있냐? 내가 갈구는 게 그렇게 싫어!? 그래서 나 제대로 물 먹일라고 발악이라도 하는 거냐고!”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도대체 왜 그러냐고!?”

“정말 어쩔 수 없었어요. 술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갑자기 뭐!? 누가 와서 시비라도 걸었다고!?”

“....네.”

“구대리가 한 두 살 먹은 어린이냐!? 싸움이 나도 피해야 할 상황이라는 거 몰라!?”

“...죄송합니다.”

“....후~.”

“과장님...”

“...뭐!?”

“말이.. 나와서 그런데요.. 저 병가... 좀 내도 될..”

“야!!!!!!!!!!!!”

“...”

과장에게 한참동안이나 더 욕을 먹고 난 후에.. 삼일간의 병가를 얻어 냈다.

뼈가 부러지진 않았지만 외관상으로는 최하 전치 12주짜리의 몰골로 보인 덕에 욕을 심하게 얻어먹긴 했지만 그래도 병가를 얻어낸 난 양복에 어울리지 않는 벙거지 모자를 눌러쓰고 택시를 잡아탔다. 

내가 향한 곳은 OO 지방검찰청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검사실이라는 곳에 들어가게 된 난 낯익은 얼굴에 허리를 숙여 꾸벅 인사부터 하게 된다.

“오셨....”

“....안녕하세요.”

“민우 이 새끼는 어떻게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가지고..쯧쯧~”

“...”

“접견실로 들어가시죠.”

생각했던 것만큼 넓지 않은 사무실 안에는 한명의 여직원과 한 명의 남직원이 있었고 가장 안쪽에 위치한 김검이라는 놈의 안내로 사무실 안에 있는 작은 방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커튼을 내려 완전한 밀실로 만든 김검은 앉아 있는 날 마주하며 소파에 앉아 파이프를 꺼내 입에 물고는 깊게 들이마신 후 무향의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전자담배였다.

“그런데.. 제 번호는 어떻게...”

“아! 하하하.. 신원조회를 한 건 아니고.. 마사지 숍 사장한테 개인적으로 물어봤습니다. 걱정마세요.”

“...”

“정말입니다. 아무리 검사라고 해도 신원조회 들어가려면 영장도 필요하고.. 안 받아도 할 순 있지만 귀찮아서.. 그것보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괜..찮습니다.”

“괜찮은 게 아니구만.. 혹시 진단서라도 끊으셨나요?”

“아니요. 아직...”

“좋은 게 좋은거라고.. 그냥 좋게 넘어가시는 건 어떠신가?”

“...네?”

“잠시만..”

소파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서랍장에서 뭔가를 꺼내 탁자 위에 ‘툭’하고 던진 김검은 다시 파이프를 깊게 빨아드리며 결코 친근해질 수 없는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흰색 봉투였다. 

“당신 말대로 우리같은 놈들이 많이 썩기는 했지만 말이야.. 어쩌겠어. 우리 같은 놈들이 나라를 지탱하는 놈들인데. 안 그래?”

대놓고 반말을 지껄이기 시작한 놈의 모습에 봉투를 내려다보던 난 고개는 그대로 둔 채 눈만 치켜세워 김검을 노려보게 된다.

“어차피 똑같은 거 아니냐고, 당신도 불법성매매하고,, 유사성행위, 성매매알선..등등.. 엮으려면 한도 끝도 없을텐데 좋은 게 좋은거잖아.”

“여기가.. 법원 맞죠?..그리고 여긴 검사실이고..”

“...”

“이거.. 뇌물입니까?”

“....”

“뇌물수수공...유죄인가? 영화 보니까 나오던데..”

“뇌물수수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정책상 실내 금연이 원칙인데.. 이게 참~~ 혹시 담배 있나?”

“.....네.”

내가 꺼낸 담배에서 한 개비를 입에 물고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며 밖으로 통하는 창문을 활짝 연 김검은 다시 날 똑바로 쳐다보며 자리에 앉았다.

“법이란 게..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야. 이 친구야!. 가장 중요한 문제는 누가 그걸 어디에 거냐는 거지. 그리고.. 당신도 그냥 우연히 온 건 아니잖아?”

“.......”

혼란스럽다.

의미심장한 김검의 말에 난 흔들리는 눈을 주체 못하고 김검의 히죽거리며 웃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게 된다.

“분명히 뒷조사는 안 했다고..”

“큭큭~.. 신원조회를 안 했다고 했지.”

“....”

“나도 민우 새끼 성질이 지랄 같아서 별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으니까.. 좋게좋게 넘어가자는 말이외다.”

“......”

“뭐하시나? 이왕 생긴 공돈인데 얼른 챙기셔야지..”

“..”

“어허~.. 이거 안 받으면 따로 부탁하고 싶은 걸 말도 못 꺼내잖냐고.”

“......”

“오늘 뭐해요?”

[오늘은 좀...]

“저 오늘이 병가 마지막 날인데.. 많이 바빠요?”

[....정말 죄송해요. 오늘.... 민우씨랑 웨딩드레스 맞추기로.. 해서요..]

“.....”

[필민씨..]

당연한 진행과정이었다.

결혼을 앞둔 연인이라면 결혼식장을 잡을 것이고, 웨딩드레스를 맞춘 후 사진을 찍는 지극히 보편적인 순서의 진행을 알면서도 막상 듣게 되자 말을 잇지 못하게 된 나였다.

병원에서 보낸 하룻밤 이 후 나흘이 지난 목요일인 오늘 보영이의 회사 오류로 인해 그 동안 전화통화만으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지냈던 것이 후회스럽게 느껴진다.

[필민씨.. 듣고 있죠?]

“..네.”

[괜..찮아요?]

“그럼요. 괜찮죠.. 안 괜찮으면 어쩌겠어요...”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내일은 괜찮은데.. 우리 내일 만나요.] 

“우리.........”

[......]

미안해 할 게 하나도 없는 보영은 지금 목소리만으로도 내게 미안해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괜찮다니까.. 그런데 웨딩드레스는 어디서 맞춰요? 결혼식장은 잡았어요?”

[네.. 그냥 조촐하게 하자고 민우씨가 그래서.. 민우씨네 별장에서 하기로 했어요. 드레스는... 청담동 웨딩니아에서...]

“아! 저도 들어봤어요. 텔레비전에서 했던 장인프로그램에 나왔던 곳이죠?”

[...그건 저도 잘.........]

“구..경가도 될까요?”

[...네?]

“멀리..서 보기만 할게요. 거기도 보통 웨딩드레스 숍처럼 큰 유리로 되어 있지 않나요? 밖에서.. 볼 수 있는..”

[..........]

“죄..송해요.. 제가 괜한 얘길 했네요. 최대한 예쁜걸로 골라요. 아무거나 입어도 전부 예쁘겠지만..”

[필민씨.. 내일 꼭 만나요.]

“...네.”

겨우 나흘이 지났는데 상처가 많이 아물었다. 머리에 감은 붕대는 아직 그대로였지만 멍들은 많이 옅어진 상태였고 온 몸이 쑤시던 아픔도 많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이 아픈 몸을 이끌고 나름 바빴던 이틀간의 포상으로 오늘은 보영과의 시간을 보내려 했던 내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정말로 할 게 없어졌다.

예전엔 배꼽을 잡고 깔깔거리며 봤던 코미디 프로를 봐도 그냥 그랬고, 뭔가 맛있는 거라도 시켜 먹으려는 생각에 한참을 전단지를 찾아봐도 그다지 당기는 게 없었다.

무기력하다는 느낌이란 걸 오랜만에 느끼며 길들이기에 들어섰던 내 입장은 오히려 보영이란 존재로 오랜만에 생기를 띠며 적극적으로 움직였었다는 걸, 그리고 내가 보영이란 여자를 길들이기 시작한게 아니고 맞춰지고 있었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된다.

이런 칙칙함에 잠겨 그냥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이제 겨우 오후 4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보영이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을 정말로 보고 싶었기에 무작정 보영이가 얘기한 청담동으로 향하게 되었다.

3시간이 지난 7시가 가까워졌을 때 도로가의 조명들은 이미 불빛을 밝히기 시작했고 퇴근 시간에 맞춰 줄을 잇는 행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고급 세단이 도로가에서 보영과 민우 놈을 내려놓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파 중에서도 유난히 아름다워 보이는 센스 있는 투피스 차림의 보영은 놓치고 싶어도 놓칠 수 없는 여자로 민우의 뒤를 따라 웨딩니아로 들어간다.

나도 서둘러 안이 그나마 보이는 쇼윈도 쪽으로 뛰어 가게 된다.

먼저 고급스러운 엔틱 의자에 앉아 영어로 된 신문을 읽고 폼잡고 있는 민우놈의 모습이 내 시선에 들어왔고 분주히 움직이는 여직원들의 모습이 다음으로 들어왔다.

뭔가를 계속해서 커튼이 젖혀진 안쪽 공간으로 옮기는 여직원 두명의 모습에 저 안에 있는 여자가 보영일거라는 생각을하며 건물 주위를 돌며 살핀다. 혹시나 안쪽이 더 잘 보이는 곳이 있나, 행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될 장소가 존재할지를 살피며 돌아보던 난 꺽어진 골목 안쪽에 안으로 작은 창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부의 엔틱 가구만큼이나 고풍스럽게 인테리어 된 건물의 외간이 내겐 행운이었다.

후미진 골목 안쪽의 작은 창문 너머로 난 민우 놈의 시선과 거의 동일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곧 보인 보영의 모습은 천사가 따로 없었다.

새하얀 웨딩드레스는 고급스러우면서도 파인 어깨만큼이나 보영이의 몸을 그려진 아름다움을 크게 드러내고 있었다. 팔을 가리고 있는 하얀 망사 소매도 그리고 잘록한 허리에서 이어지며 볼륨감 대신에 각선미를 도드라지게 표현하는 잘빠진 치마의 굴곡이 더 보영에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두 번째 드레스는 파격적인 디자인의 그것이었다.

내가 입혔던 원피스.. 섹시함과 음란함을 담았던 분홍빛 드레스와 비슷한 순백의 웨딩드레스는 탑 스타일의 짧은 원피스 형식인데도 내가 선물한 것과는 전혀 다른 고귀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잘빠진 각선미는 검은색 망사스타킹이 아닌 맨다리였는데도 더 윤기 나게 보여 졌고 들고 있는 부케조차 거추장스럽게 보일정도로 허리 라인이 잘 표현되어진 디자인이었다.

세 번째.. 네 번째의 드레스도 너무도 보영에게 잘 어울렸고 아름다워 보였다.

첫 번째 드레스가 아마도 민우 놈의 마음에 가장 많이 들었는지 마지막엔 그 첫 번째 드레스를 다시 입고 보영은 등장하게 된다. 

보영의 그림자가 드려진 표정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지 연신 칭찬을 선사하는 점원의 말과 행동에 결국 가장 맨 처음에 입었던 드레스를 결정하는 민우 놈을 볼 수 있었다. 

그런 민우의 결정에 보영은 그제야 자신의 모습을 사방을 두르고 있는 거울에 비춰본다.

곧게 뻗은 허리를 하고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잠시동안 비춰보던 보영은 곧 시선을 돌려 민우를 쳐다본다.

마음에 들었는지.. 의미없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봉ㅇ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난 더 이상 내가 있을 곳이 아니란 걸 사실처럼 깨달게 되었고 찹찹한 마음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게 된다. 

둘이 향할 고급레스토랑도 나와는 아무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며 그냥 집으로 가 침대에 누워버렸다.

머릿속에 계속해서 잔상처럼 남아 있는 보영의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몇 번이고 되새기며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우울한 기분에 빠져 혼자 자악하는 진상처럼 보여주는 내 찌질한 행동에 도리어 화까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다...

내 기분이 어처구니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얼른 이런 더러운 기분을 덜어내려 노력해보지만.. 그러나 쉽사리 이 기분을 떨쳐버리기란 쉽지가 않았다.

날 위한.. 

우리의 결혼식을 위한 드레스가 아님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더 그랬다....

‘똑...똑똑..’

“.....”

‘똑!!..쿵쿵~’

“누구야.. 이 시간에..”

머리를 긁적이며 시계를 쳐다본다.

작은 바늘이 숫자 1을 가리키고 있었다.

‘쿵쿵..쿵!!’

“누구야!!?”

‘쿠...........’

“누구냐고!”

“....저..에요.”

“누....보..영씨?”

“...”

후다닥 일어나 현관문을 황급히 연다.

보영이가 맞았다.

“...”

“들..어가도 되요?”

“..네?....아!..네!!”

낮에 봤던 차림 그대로 보영은 내 집으로 들어오더니 갑자기 발을 동동거리며 내 눈치를 살핀다.

“...왜 그래요?”

“화..장실이요.”

“...네? 저기..”

“알아요!.. 써..도 되죠?”

“....그런 걸 뭐..”

‘후다닥!~~~~ 쏴아~~~아아아~~~’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화장실에서 한 번 들리더니 곧 또다시 들려 왔다.

“휴~~.....”

문을 열고 나온 보영은 씻은 손을 말리며 걸어 나오다 날 발견하곤 미간을 찡그렸다.

“수..건이 왜 없어요?”

“수건.. 여기요.”

“욕실에 수건이 있어야지... 거실에 수건을 두면 바닥에 물 떨어지잖아요.”

“......”

“아!.. 내일 아침도 6시까지 출근해야 되요. 저... 여기 있어요! 방에 들어오면 안되요!”

갑자기 신신당부를 하는 보영의 행동에 영문도 모른 채 멍하니 서 있게 된다.

들고 온 커다란 쇼핑백의 존재도 뒤늦게 알게 된 난 잠시 동안 그 자세 그대로 안방의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게 된다.

무지 궁금했지만 보영이가 한 신신당부에 결국 냉자고 문을 열어 물만 마시게 되는데.

‘덜컹~..’

“짠~~~”

새하얀 드레스..

보영이가 웨딩니아란 곳에서 두 번째로 입었던 미니스커트형 웨딩드레스를 입고 내 방문을 연다.

부케는 없었지만 티아라라는 머리에 쓰는 얇고 투명한 천까지 쓰고 있었다.

그제야 저 짧은 웨딩드레스가 티아라 라는 굵은 장미 넝쿨의 자수가 있는 바닥을 쓸어내듯 긴 망사 천이 있어야 완성이 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환상 그 자체였다.

어눌하다 못해 칙칙한 내 거실과 방은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보영이란 존재만으로도 화사해졌고 밝아졌다.

“이..이상해요?”

“...”

“많이.. 이상하죠.. 어울리지 않게 순백의 웨딩드레스라니... 차라리 와인 블루같..”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날 바라보는 보영의 모습에 벌린 채 다물지 못했던 입으로 얘길 하게 된다.

“아..아니에요! 지..진짜...”

“.......진짜?”

“아름다워요....꼭 천..사 같아요.”

“피~.. 거짓말.. 천사를 보긴 했나?”

“아뇨.. 못 봤어요.. 만약에 천사가 있다면.. 보영씨가 천사 같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피~~...”

“그런데 드레스를 벌써 맞췄네요.” 

“네?.. 아~~.. 아니에요. 여긴 전부 맞춤이라서.. 기본 스타일만 입어보고 다시 디자인해서 새로 만드는... 제 드레스 나오려면 삼주정도 걸려요.” 

“그렇군요..”

“이건.. 아까 필민씨가 제일 자세히 보던 거라서....빌려 온 거예요.”

“절..봤어요?”

“......네.”

“이런 드레스는 많이 비싸죠?”

“...”

최악이다.

아름다움을 칭송하던 입으로 무심코 드레스의 가격이나 물어보는 내 행동은 말을 끝내자마자 후회란 감정이 밀려오게 만들었다. 그러나 속물근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내 행동에도 나름대로의 변명거리는 있었다.

만약..

보영이가 만약 나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이런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옆에 서 있게 만들고 싶다는 본능에서 튀어나온 말이라고 변명하고 싶었다.

보영이 조심스럽게 엄지를 접은 네 손가락을 내게 보여준다.

“400,,,,,, 드레스가 진짜 비싸긴 하네요.”

“.....”

“아니에요? 대여 하는 거라서 40만정도??”

“아니요.. 사..천...”

“네!!? 뭔 옷이 차보다 더....”

“,,,,,”

“참나.. 난 죽어다 깨어나도 못 입히겠네.. 기껏 해봐야 대여해서 입히는 것밖엔 방법이 없겠네...,,,”

“...”

“??...아!.. 죄송해요.. 그 옷 진짜 예뻐요. 보영씨가 일부러 보여주러 왔는데 괜히..”

“아니에요!.. 저도 사실 이런 건 허례허식 같아서 별로 안 좋아해요. 괜히 돈 낭비나 하는 거 같고.. 그리고 옷이 중요해요? 포장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내용물이 중요 한 거지..”

“....”

“정말이에요! 그리고 제가 한 인물 하잖아요! 아마 거적대기를 입어도 예쁘다는 소리를 들을 걸요.”

“......”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드레스를 입은 보영의 표정에 나처럼 그림자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후~!!”

‘짝!!!!“

“괘.괜찮아요?”

“나 답지 않게..”

난 있는 힘껏 양 손으로 내 귀싸대기를 후려갈기곤 얼얼한 볼을 잡고 배시시 웃어버렸다.

“사진 좀 찍어도 되요?”

“네?..그..럼요.”

“잠시만요.”

핸드폰 카메라로 담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예전에 사놓곤 딱 한 번인가 썼던 20만 원짜리 디지털카메라를 찾아 서랍을 뒤지게 된다. 아무리 찾아도 나오질 않는 카메라에 기억을 되짚어보던 난 미희의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

우라질.. 

필요 없다고 빌려주곤 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니..

핸드폰으로라도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책상위에 있던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리던 난 서랍 속에 있는 작은 물체에 눈이 갔다.

일본 제품으로 8mm 테잎이 들어가는 비디오카메라를 손에 들어본다.

지금이야 디지털로 된 제품이 대세고 이 8mm짜리 테이프가 재생되는 플레이어도 찾기조차 힘들겠지만.. 20대 중반때 유행을 쫓듯 사뒀던 이 작은 비디오카메라의 존재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사용처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된다.

배터리는 이미 죽어버린 것으로 전원조차 켜지지 않았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전원 연결선으로도 작동이 되는 제품이 분명했고 난 서랍을 뒤지며 그 잭을 찾기 시작한다.

두 개의 테이프도 찾아 낸 난 잭을 들고 거실에서 멀뚱히 서 있는 보영을 안방으로 불러 들였다.

“그..게 뭐에요?”

“비디오카메라에요.”

“그건.. 왜요?”

“보영씨 찍으려고요.”

“절..요?”

“,,네. 싫어요?”

“....”

“싫으면 그만 둘게요.”

“...어..떤 걸 찍을건데요?”

“음~.. 섹스비디오?”

“...”

“크크.. 농담이에요. 그냥 보영씨에 대한 모습을 다 찍고 싶어요. 지금 드레스 입고 있는. 잠시만 침대에 앉아 있을래요?”

다행이다.

벌써 몇 년째 방치해 뒀던 카메라는 전선을 꽂자마자 전원이 들어왔고 테이프를 끼워 넣자 작동도 잘 되는 듯 보였다.

책상에 올려놓고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보영의 모습을 풀샷으로 찍기 시작한 난 카메라의 작은 화면을 통해 너무도 어색해하는 보영의 모습을 확인한다.

“음.. 보영씨..”

“..네..네??”

“하하.. 뭘 긴장하고 그래요.”

“저.. 이런 건 딱 질색이라서..”

“그럼... 그만 할까요? 추억..이라도 남기고 싶어서 그런건데.. 이상한 건 안 찍을게요. 그냥..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를 보영씨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을 남기고 싶어서.. 사진같은 거 말고요. 나중에 봐도 내 옆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는..”

“...”

“끌..까요?”

“싫은.. 건 아니고.. 인터뷰 같은 걸 잘 못 해서.. 그래요.”

“인터뷰??”

“...네. 무대 울렁증은 없는데.. 이상하게..”

흰 드레스를 입은 보영인 침대에 앉아 정말로 긴장이라도 한 듯 모은 두 손을 꼼지락 거렸다. 

“인터뷰.. 좋다..” 

“...네?”

“우리.. 인터뷰해요. 평소에 정말 궁금한것도 많았는데.. 잘 됐내요.”

“인터뷰라뇨.. 갑자기..”

“이름이 오보영씨 맞죠?”

“...”

“나이는??”

“.....”

“호응 좀 해줘요.. 나이는 몇이에요?”

“여자한테 나이를 물어보는 매너는 어느 나라 매너에요?”

“..큭큭~.. 그럼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뭐에요?”

“순두부요.”

“에이~.. 거짓말! 스테이크나 와인 같은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저 진짜 순두부 좋아해요.”

“그렇다고 하고, 그럼 좋아하는 동물은요?”

“수달이요. 말도 좋아하긴 하는데.. 그래도 품에 쏙 들어오는 수달이 좋아요.”

“다음으론 무용도 할 줄 안다고 하던데.. 다른 특기는 없어요?”

“발레도 좀 할 줄 알고.. 바이올린하고.. 피아노.. 첼로는 흉내만 좀 낼 줄 알아요. 음~~.. 미술은 현대 미술보다는 동양화를 전공해서 그쪽이 좀 더..”

“다른 나라 말은요?”

“영어.. 일본어,,,,, 중국어는 아직 잘 못하지만 일상적인 회화정도는 가능해요.”

“,,,,,그럼.. 요리는요?”

“한식 자격증은 있어요.”

“못..하는 게 뭐에요?”

“네?”

“사람이 이렇게 완벽하면 이상하잖아요. 컴퓨터도 아니고..”

“..,,,”

“그럼 못 하는 건 없어요?”

“....노..래요.”

“노래?”

“...네.”

“노래는 못 한다... 한 번 해 봐요.”

“....진짜 못 해요.”

“해 봐요.”

“...”

“괜찮으니까 진짜 해 봐요.”

“...우..리... 사랑은... 우..연히 아니였어.. 우리의 만... 웃지 말아요!!“

미묘했다.

노래라고 하기에도.. 동요라고 하기에도 묘한 분위기에 묘한 음 이탈이 이어지는 노래에 한 소절도 끝나기 전에 웃게 된다.

“못 한다고 했잖아요..”

“큭큭..음~~~”

“...”

“그럼 콤플렉스는 또 뭐가 있어요?”

“.....엉덩..이.”

“네?”

“엉덩이요... 아무리 살을 빼도.. 오리궁뎅이라서 진짜..”

“보기 좋은데..”

“치~..”

“정말이에요. 만약에 가슴이 작았으면 이상했겠지만 가슴도 크고.. 그래서 볼륨감이 진짜 죽여요.”

“...”

보영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그리고 맞잡은 손의 꼼지락은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왼손을 오른 손 위에 포개고 엄지로 반대 쪽 엄지의 손톱을 살짝 긁어내는 듯 한 행동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나란히 모은 다리도 살짝 기울인 각도의 종아리가 매끄럽게 감싸고 있는 투명한 스타킹의 윤기를 카메라 속에서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발가락도 살짝 접어 지금의 긴장된 보영의 상태를 말해주고 있었다.

보영의 그런 모습에 난 조금씩 짓궂어지게 된다. 

“가슴엔 콤플렉스는 없어요?”

“예?”

“남들보다 크잖아요. 허리도 얇아서 더 크게 보이고.. 저번에 속옷 살 때 느낀거지만 사이즈 찾기도 힘들 거 같던데..”

“....살짝 함몰 유두던데. 그건 어때요?”

“...이상..한 건 안한다고 했잖아요.”

“뭐가요? 이건 그냥 질문이잖아요.”

“..”

“보영씨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어서.. 그래요.”

“심술쟁이..”

“사이즈가 환상이라고 속옷가게 직원이 그러던데.. 질투하는 모습도 좀 보이고..”

“그랬어요?”

“네! 모델이냐고 물어보던데.”

“치~.. 또 허풍..”

“진짜에요. 그건 볼 때마다 저도 느끼는 건데.”

“..”

“정말이에요. 알몸으로 누워있을 땐 진짜 미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니까요. 허리는 군더더기도 없는 개미허리에 가슴은 그냥~!.. 부자연스럽게 가슴에만 살집이..”

“저도 너무 커서.. 싫다고요..”

“싫어요?”

“무겁고.. 쓸데없이 커서 브래지어도 찾기 힘들고..”

“그럼 노브라로 다니면 되잖아요.”

“...미쳤어.”

“하하하. 으음..그럼..”

분위기가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생각에 정말로 궁금했던 질문을 하게 된다.

“어디가 가장 좋아요?”

“...?”

“보영씨가 가장 잘 느끼는 부위가 어디에요? 젖꼭지? 배꼽? 아니면... 역시.. 거기?”

“거..기?”

내 시선이 스커트 아래에 쏠리자 카메라속 보영의 시선도 자신의 사타구니 중앙을 향하게 된다.

“....”

“역시 보지죠?”

“..몰...라요.”

“자신의 몸이 다른 사람보다 민감하다는 건.. 알고 있죠?”

“....”

“에이~.. 솔직하게 말해 봐요.”

“....필..민씨 때문에 느끼고 있어요.”

“젖꼭지 빨아줄 때도 많이 느끼는 거 같던데.. 깨물어 주는게 좋아요? 아니면.. 그냥 쪽쪽하고 빨아주는 게 좋아요?”

“살..짝 깨..물어 주는..게.”

보영의 얼굴은 이젠 홍당무처럼 붉어져 있었다.

“...보..여줘요.”

“.....?”

“가슴.. 내려서 보여줘요.”

“...”

망설임이 가득 담긴 보영의 붉어진 얼굴에 쐐기를 박듯 난 조금 더 강하게 밀어붙인다.

“첫..날 밤처럼....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의 보영씨를 언제 또 보겠어요. 그렇게 입고 있는 보영씨는 그 민....”

약간의 연극을 첨부한 내 행동은 보영에게도 먹혀들어가는 게 분명했다.

날 바라보던 보영이 버릇처럼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망설이길 반복했다. 맞잡은 두 손을 생각에 잠긴 모습을 표력하 듯 손톱을 긁고 있던 모습도 멈춘 채 꼭 쥐고만 있었다.

아주 약간씩 들썩이는 손의 모양은 금방이라도 올려 드레스를 끌어 내릴것처럼 보였기에 내 애간장을 더 태우고 있었다.

“평..생... 정말 평생 저 혼자만 볼게요. 보영씨를 보고 싶을 때..”

“..그러다가 미래의 아........내라도 보면요..”

“...........저 결혼 안 할 거예요.” 

“왜요!?”

“....그냥...요.”

허리를 숙이며.. 고개를 떨군다.

얍삽하다고,, 유치하다고.. 뻔히 보이는 연극 그만두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행동은 자연스럽게 나온 진심이었다.

‘지지지~~’

천천히 들려오는 지퍼 여는 소리에 고개를 들게 된다.

유연한 몸을 이용해 손을 등 뒤로 돌린 보영이 지퍼를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곧 벌어진 뒷 섬에 흘러내릴 듯 틈이 생긴 탑 스타일의 드레스의 앞섬을 손으로 가리듯 누르곤 깊은 심호흡을 하는 보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여줘요.”

“...”

내 재촉에 누르고 있던 손을 때곤 천천히 아래로 드레스를 내린다.

그제야 난 브래지어가 일체형인 웨딩드레스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대로 드러난 보영의 탐스러운 가슴은 역시나 명품이었다.

“진짜.. 예뻐요.”

“.........”

“혹시. 젖었어요?”

“?....아..니요.”

“아래도.. 보여줘요.”

“.....”

“..보영씨..”

보영은 내 말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지퍼를 더 내리고 아예 벗으려는 듯 밑단을 잡고 끌어 내리려 했다.

“그게 아니고..”

“...네?”

“그대로 치마만 올려서... 보여주면 안 돼요?”

“스..타킹이 팬티라서..”

“그냥 보여주세요.”

보영은 내 말 뜻을 이해하곤 치마를 끌어 올렸다.

아주 얇아 색감마저 느껴지지 않는 그래서 보영의 하얀 살결에 윤기만을 더하는 듯 한 스타킹에 내가 사준 은회색 팬티가 이질적인 대립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팬티는...”

“..거의 매일 입어요.”

“그거 엉덩이 사이에 낀다고 싫다고 했잖아요.”

“그..렇긴 한데... 그래도 필민씨가 처음으로 사준 거라서.. 그리고 이젠 많이 익숙해져서.. 괜찮아요.”

“....고마워요.”

“....”

“아!.. 잠깐만요.”

난 문득 떠오른 생각에 다시 서랍을 뒤지게 된다.

내 행동에 가슴과 팬티를 드러낸 채 앉아있기가 쑥스러운지 보영이가 다시 가슴을 가리려 했지만 내 가로젓는 손가락질에 또 입술을 삐죽거리게 된다.

“오케이!.. 잠깐만 기다려요.”

난 서둘러 찾은 책을 비디오카메라에 연결하고 그 끝을 잡고 텔레비전으로 향한다.

단자를 맞춰 끼우곤 텔레비전을 켜는 내 행동에도 보영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켜진 텔레비전을 확인하며 난 리모컨의 모드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외부입력1.

외부입력2..

화면 가득 나타난 보영의 정면 모습에 보영의 눈이 크게 휘둥그레진다.

“무..뭐에요?”

“뭐긴 뭐에요. 실황중계지.”

“......꺼..꺼요. 남사스럽게..”

화면에 가득 실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드러난 가슴을 가리는 보영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게 된다.

“꺼요!”

“어차피 비디오카메라 안에 다 녹화 되는 건데.. 그냥 보여주는 거예요.”

“그래도 싫어요. 이런 건..”

“한 번도 못 봤죠?”

“...뭘요?”

“자신이 얼마나 섹시하고 사랑스러운지.”

“...말도 안..”

“진짜에요. 하고 있을 땐 더 그래요.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못 참겠다니까요. 보영씨가 흐느끼면서 몸을 흔드는 모습만 봐도.”

“...”

“....”

여기에선 내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일어나 보영이 앉아 있는 침대로 향한다.

보영의 허벅지를 살짝 벌리며 무릎을 꿇고 앉은 난 천천히 머리를 숙여 보영의 허벅지 사이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자..잠깐만요. 저 씻지도 못...”

“보영씨 향기라서 너무 좋아요.”

“그래....으음~~.”

얇은 두께만큼이나 찢기 쉬운 보영의 스타킹은 너무도 쉽게 이빨로 크게 벌어지게 된다.

그리고 드러난 티팬티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도 보영의 보지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되었다. 

혀가 아닌 입술로 보영의 클리토리스를 부드럽게 핥기 시작하자 보영의 벌어진 허벅지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천 번째의 신음소리 이후 더 이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자 난 고개를 살짝 들어 눈을 치켜뜨게 된다.

보영의 벌어진 입과 함께 보인 두 눈은 감지도 못한 채 내가 아닌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놀라고 있는 게 확실했다.

아니.. 놀랐다기보단 자신의 전혀 다른 모습에 당황하고 있다고 해야 맞을 표정으로 텔레비전에 보여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듯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더 자극을 주기위해 난 빨던 입을 크게 벌려 혀를 내밀었다.

보영의 갈라진 틈을 헤집고 혀가 들어갈 때 살짝 벌어진 꽃 입의 은은한 내음을 핥듯 전체를 굴리며 서서히 밀어 넣기 시작했고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아~~~~”

탄성과 함께 보영이 팔을 뒤로해 몸을 어렵게 지탱한다.

빳빳한 드레스 원단의 감촉을 느끼며 보영의 엉덩이를 둘러 잡은 난 더 깊게 머리를 밀어 넣었고 윗입술로 클리토리스를 문질러대며 혀를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뽑아내며 보영의 보지속 천장을 긁어내듯 핥기 시작한다.

“아앙~~..하악~~”

보영의 젖혀졌던 허리가 앞으로 숙여지며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내 뒤통수에 부드러운 중량감을 느끼게 하는 보영의 가슴을 느끼며 손을 내려 보영의 허벅지를 더 크게 벌리며 화면에 가득 담으려 노력한다.

“자..잠깐....흐윽~”

허벅지를 벌렸던 손을 보영의 클리토리스에 엄지를 대곤 부드럽게 위아래로 움직이자 그런 보영의 몸짓은 더 커졌다. 끙끙거리며 움찔거리는 보영의 몸짓이 내 등에 뜨거운 입김까지 느끼게 해준다.

“후르륵~쩝쩝~~...푸하~~... 좋아요?”

“모..못 됐어...”

“..”

난 허리를 세워 보영의 뒤로 자리를 옮겼다.

백허그를 하듯 보영의 뒤에 앉은 난 손을 앞으로 뻗어 보영의 가슴을 주무르며 화면을 쳐다본다. 보영도 나처럼 아주 잠깐 화면에 비췬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곤 내 시선을 의식한 듯 고개를 숙인다.

다른 한 손을 내려 보영의 허벅지사이에 밀어 넣자 조였던 허벅지를 더 강하게 조여대며 내 손을 막아섰다.

“벌려봐요.”

“.....”

“보영씨~”

천천히 허벅지가 열렸다.

화면 속에 비춰진 찢어진 스타킹의 중심과 팬티의 번들거림이 더 자극적이고 섹스럽게 보여 졌다.

젖은 팬티를 손가락으로 젖히자 침과 함께 젖어 있는 보영의 보지가 드러난다. 

“징...그러워..”

“뭐가요?”

“..”

“이 이쁜 보지가 왜 징그러워요?”

“이뻐요?”

“늘어진 곳도 하나도 없지! 구멍도 좁고 거기다가 선 분홍빛깔이 살구 같은 향기까지 나는 거 같은데요.”

“말..도 안 돼...”

“이게 꿀단지에요.. 달콤한 꿀물이 끊임없이 나오는 꿀단지..”

“그런 게 어딨...” 

손가락을 세워 클리토리스를 살살 간질이길 반복하자 곧 보영의 말이 끊어졌다.

너무 오랫동안 강한 자극을 주면 아파할거란 생각에 곧 손가락을 좀 더 내려 이미 젖어 있는 틈을 가르고 살짝 밀어넣기 시작했다.

“으음~.. 아~~”

“보여요?”

“아~.....네?”

“저기 봐요. 얼마나 예쁜지.”

“.....”

내 의도와는 달리 화면 속에 가득 메우고 있는 자신의 벌어진 허벅지를 의식한 듯 살짝 힘을 줘 다물려 해보지만 내 손이 막았다. 그 손으로 좀 거칠게 보영의 턱을 잡고 고정한 후 천천히 보지 속에 손가락을 밀어 넣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지고 있다는 창피함도 잠시 곧 내 강제적인 시청행위에 분명히 애액의 양이 늘어났다.

“이런 보영씨의 표정.. 몸짓이 남자를 얼마나 달아오르게 한다는 거 모르죠?” 

“그..만.. 해요.”

“정말요? 이렇게 많이 나오는데?”

“아..니에요...”

“아니긴..”

‘질겅,..질겅...지걱..’

“이런 소리까지.. 나는데...”

“...”

부정하기엔 너무도 명확한 증거가 화면속을 메우고 있어 조용해진 보영의 입은 곧 탁한 신음소리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웨딩드레스의 순백이란 의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음란함이란 단어가 지금 순간만큼은 더 머릿속에 떠오르게 된다. 결코 저질스러운 음탕함이 아니라.. 순수하게 오감과 쾌감을 자극하는 섹시함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보영의 몸짓은 곧 몸서리치는 형태로 바뀌게 된다.

“아흑~~.하~~ 하아~~ 하악~~.”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내 손가락의 속도가 빨라지자 자신의 똑바로 쳐다보던 보영의 얼굴이 내 손에도 힘없이 숙여져 깊은 탄성과도 같은 신음소리를 연발하기 시작했다. 

“피..필민씨...”

“..네?”

“하..하고 싶어요..”

“뭘요?”

“그러지 말고... 해..줘요.“

“그러니까. 뭘요?”

“짓궂게 굴지 말고.... 네에~??”

“그럼.. 저도 흥분시켜 주세요. 지금 혼자만 느꼈잖아요.”

“.....”

보영은 내 자지를 빨려고 하는지 허리를 든다.

보영에게 있어 남자를 흥분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란 오럴밖엔 없는 듯 보였다. 자신의 재능과 섹시함도 알지 못하고 민우 놈에게 익숙한 행위였기에 질타도 훈계도 할 수 없는 나였다.

“그게 아니고...”

“???”

난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줬다.

보영의 손목을 잡고 사타구니 사이로 이끌었다.

흠칫 놀란 보영의 몸짓을 무시하며 난 보영의 손등에 손을 얹고 천천히 자위를 가리키듯..

보영의 손가락과 함께 내 손가락도 부드럽게 틈 사이에 밀어 넣는다. 

보영의 세로로 갈라진 좁은 틈 속엔 보영의 얇고 가느다란 손가락과 내 굵은 손가락이 함께 하게 되었다.

내 느낌만 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보영이 스스로도 손가락을 움찔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엔 내 손가락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이던 보영이의 몸짓이 조금씩 자아를 찾아가듯 스스로의 자발적인 행위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난 완전히 침대에서 떨어져 관전자로서 카메라 옆에 앉게 된다.

보영의 모습에 도움을 주듯 나도 바지를 내리고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자지를 드러내 손으로 움켜쥔다.

보영의 손이 빨라질수록 내 손도 속도를 더해간다.

보영은 고개를 여전히 숙이곤 있었지만 다리를 조금씩 벌리기 시작했고, 나에게인지 카메라에게인지 모를 더 자극적인 손놀림으로 자신의 보지를 쑤시기 시작했다.

얇고 긴 손가락이 젖은 구멍에 들어갔다가 나올 때마다 애액의 양은 점점 더 증가했고 그로 인한 윤기와 광택은 더 번들거리며 빛을 발한다. 조금씩 벌리던 보영의 허벅지는 이내 엉덩이를 침대에 걸터 앉은 자세로 크게 벌린 채 나의 눈과 호흡을 거칠게 만들어 갔다.

난 카메라의 줌 기능을 조금씩 올려본다.

화면은 곧 보영의 전신에서 가슴과 하반신에 위치한 손을 크게 확대해 보여주기 시작했고 그런 모습에 금방이라도 터질 듯 평소보다도 더 부풀어 오른 내 자지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런 팽창감이 단순히 보영의 음란한 행위만으로 인해 평소보다도 훨씬 더 큰 자극을 받는 현상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신랑을 위해 입어야 할 웨딩드레스를 처음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빌려와 내게 보여줬고, 그런 모습을 더 나아가 신랑에게조차 보여줄 리 없는 저 복장 그대로의 자위행위가 날 유혹하고 있다는 몸짓임을 알 수 있었기에 결국 참을 수가 없었다.

“꺄악!!! 피..필민씨!! 헉!!~~”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화면엔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깔고 있는 보영의 엉덩이와 그 모습을 반복적으로 가리는 내 엉덩이가 교차할 것이다. 내 커다란 자지가 젖어 번들거리는 보영의 보지를 크게 벌리며 밑둥부터 귀두의 가장 넓게 벌어진 부위까지 들락거리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을 것이다.

지금 날 흥분시키고 있는 건 그런 화면속의 장면이 아니었다.

0.05초 늦게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보영의 신음소리와 적나라하게 들려오는 질퍽거리게 박히는 소리가 날 더 흥분케 했고 허리의 움직임을 더 빠르게 만들었다.

“아흑~..아아~~아~~ 피..필민씨!!! 아~~~ 미..미칠...아~~~!!!”

“헉헉..헉..헉..헉헉헉헉!”

온몸에 흐르는 땀이 보영의 웨딩드레스를 적시며 내 가슴에 짓눌린 보영의 가슴도 적시며 흥분을 절게 만드는 기분좋은 미끈거림을 선사한다.

연속해서 자지를 적시는 보영의 애액은 그 어마어마한 양으로 웨딩드레스를 더럽히고 있었고, 곧 놀라운 현상을 체험하게 했다.

“아악!! 자..잠깐!!! 그..그만해..아으흑!~~~ 피..필민씨.. 자..잠깐!!! 스..스톱!!!!!”

‘솨아아~~~~’

갑자기 날 있는 힘껏 끌어안는 보영의 행동에도 무시를 하며 난 흥분을 못 이기고 허리를 더 깊고 빠르게 움직이게 됐고,, 보영은 날 꽉 끌어안던 손을 내려 침대 시트를 있는 힘껏 구겨 움켜쥐기 시작했고 반대로 허벅지로 내 허리를 조이며 동시에 발등을 심하게 구부리며 경련과도 같은 떨림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흑~..흑으윽~~”

“윽!!!”

보영이가 갑자기 내 몸을 있는 힘껏 깨문다.

감당하지 못할 오르가즘이라도 느끼는지 윤활작용을 하는 보짓물과는 전혀 다른 투명하고 맑은 액체를 뿜어대며 내 하반신을 적시며 쾌감에 몸서리치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건 자지를 조이는 보지의 질 벽에서도 그대로 전해졌다.

질 경련이라도 일으키는 듯한 착각을 주며 보영의 보지는 내 자지를 있는 대로 씹어대며 조여오고 있었다.

급격히 끓어오르는 사정의 기운에 난 더 강하고 깊게 자지를 밀어 넣게 된다.

“아~~...그..그만.... 제..제발 그~~~아학~”

말과는 달리 지속적인 경련을 일으키며 계속해서 날 받아내는 보영의 몸짓에 금방이라도 사정을 하려는 듯 요도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나랑 결혼해요! 나랑!! 민우 자식 말고!! 나..”

“아악!!! 알..알았...아~~~~~~~~~”

보영의 말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마지막 힘을 다해 있는 힘껏 자지를 밀어넣고는 사정을 하게 된다.

다 듣지는 못했어도 보영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비록 나와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보영이었지만 분명 이 순간만큼은 나의 신부가 되어 준다는 허락을 하며 날 더 세게 끌어안으며 쏟아내는 내 정액을 전부 받아내고 있었다..

엄청난 오르가즘은 끝이 나고도 한참동안의 아른한 여운을 선사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된다.

그리고 그건 남자보다도 여자에게 더 길게, 그리고 더 깊은 크기로 전해준다는 걸 감은 눈으로 겨우 호흡을 정리하는 보영의 들썩이는 가슴의 진동으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한참동안이나 그 자세 그대로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무....거워요.”

“네..네??.. 아....”

몸을 일으켜 보영을 내려다보는데.. 구겨질 대로 구겨진 웨딩드레스에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드레스 치마의 상당부분도 젖어 버렸다는 걸 알게 되자 걱정이 밀려온다.. 사천만원이라는 숫자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거 어쩌죠..”

“어쩔 수 없죠.. 사야죠.”

“네!??? 이..이걸 사야 된다고요?”

“저랑 결혼하자고.. 방금 프러포즈했잖아요.. 어쩔 수 없잖아요.. 세탁해서 이거 입고..해야죠.”

“....”

“큭큭~ 걱정 말아요.. 디피용이라서 그렇게 안 비쌀 거예요. 아는 분이니까.. 잘하면 세탁만 해도..”

“.......”

배시시 웃으며 날 안심시키는 보영의 모습에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민우 놈의 반에 반만 되도 이런 드레스는 아무것도 아닐 텐데.....

“걱정 말라니까요..”

“그것 때문이 아니라...”

“알아요..... 저도 너무 흥분해서.. 한 말이에요. 필민씨가 다치는 일은 절대로.. 절대로 없을..”

“...”

지금 순간 허무하게 안심이란 단어가 떠올랐다면 속물일까..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하게 된 것이 있었다.

보영이라는 여자는..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여자였다.

민우놈에게는 몰라도.. 내게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진심을 담아 거짓말이란 걸 해본 적이 없었다.

우리는 완전한 나신으로 한 번 더 사랑을 나누며 모든 것을 비디오카메라에 흔적처럼 남기게 되었다.

오로지 둘만의 뜨거운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몸을 탐하기에 바빴다.

보영이가 호기심과 함께 느끼는 흥분의 모습으로 자신을 비추고 있는 텔레비전 화면을 쳐다보는 모습에 난 더 흥분을 했고 또 더 보영을 탐하게 된다.

두 번째 사정이 끝을 내고 보영은 내 몸 위에 체중을 싣고는 거친 호흡을 가다듬으며 날 빤히 쳐다본다.

“콧,,,구멍 크다..”

“...”

“얼굴도 크고..”

“...”

“땀..구멍도..”

“참나~.. 보기 흉하다고 대놓고 얘길 하시죠.”

“아뇨.. 평범해서.. 너무 좋아요.” 

“...”

“근데.. 생각하는 거랑.. 하는 행동은 전혀 평범하지 않다는 게 문제라서 글쵸.”

“평범하지 않다뇨?”

“필민씨는 다른 남자가 저 막 만지는 게 좋아요?”

“,,,”

“그 주점에서.. 왜 안 말렸어요?”

“말렸잖아요.”

“그건 한참 후잖아요. 놀리는 재미에 맛들인 것도 아니고..”

“글쎄요.. 다른 놈들이 보영씨한테 흥분하는 모습을 보면.. 뭐랄까.. 우월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변태네!”

“...네?”

“필민씨는 변태 맞다 고요. 그것도 왕 변태!.. 혹시 지하철같은 거 타면 막 치한 짓 하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하하하하하하.. 제가 그렇게 보여요?”

“그럴수... 도 있을 거 같아요!”

“떽~! 그런 짓 안하거든요!”

“봤어야 알지.. 막 침흘리고.. 끈적끈적한 손으로 막 주무르고..”

“허~~~~~.”

“저번에도 그랬잖아요.. 다..른 남자랑 같이 한다고.. 그 여자 친구한테 했던 것처럼..”

“큭큭.. 내가 주도가 되도 싫어요?”

“싫어요.”

“그러니까 자꾸 더 해보고 싶은데...”

“큰일이다.. 나중에 어떤 아내를 맞을지 벌써부터 걱정....”

“.....”

“....”

잠시 동안의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말실수라도 한 듯 보영은 이내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는 내 들썩이는 가슴속에서 전해지는 심장소리를 찬찬히 듣고만 있었다.

“그럼.. 우리 약속대로 해볼 거 다 해볼까요?”

“그게 약속이었나? 일방적으로 협박한거지!”

“동의 해 줬잖아요.”

“..참나.”

“우선 소프트하게.. 노출 어때요?”

“....노출? 더 이상 어떤 짓을 해야 노출이에요? 주점에서도 얼마나 혼이 났는데..”

“음~.. 아무것도 안 입고.. 그거 있잖아요. 주항색 코트..”

“반코트요!?? 미..미쳤어!”

“내일 당장 해봐요 우리.”

“내일 출근하거든요!”

“출근할때엔 치마랑 블라우스까지는 용납해 줄게요. 대신에.. 팬티는 안 돼요.”

“헉!!! 진짜 헉이다! 직원들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니까 스릴 있잖아요. 그리고 퇴근하면서 다 벗고 나와요.”

“....”

“이제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스릴있는 추억이나 잔뜩 만들어요.”

“꼭.. 그런 게 추억은 아니잖아요.. 평범하게 영화를 본다거나.. 1박은 아니어도.. 여행을 간다거나..”

“저보고 변태라면서요. 변태한테는 이게 평범한 거 같은데.. 이런 데이트가..”

“참나....”

“알았죠! 내일은 꼭!”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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