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세기 배달민족사-47화 (47/83)

(14) 대동강의 눈물 (14) 대동강의 눈물 ⑤2

007년 11월 20일 홍콩 홀리데이 인 골든마일 호텔23세기의 홍콩은 주

요 전쟁후 배상금과 산후 정산을 위해 각 국 대표가 만나는 곳이었다. 전쟁

을 주관하는 미국이 회의를 주관하고 전쟁 당사자 양국들이 배상금의 규모와

지불시기와 방법 그외 부차적인 건들을 논의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일본

이 이러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장소로 홍콩을 정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

한 일이었다. 21세기의 홍콩은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에도 여전히 각 국의

금융회사들이 밀집했고, 무역의 중심항일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갖고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각 국의 첩보원들이 활개를 치

는 곳이기도 했다. 홀리데이 인 골든마일 호텔은 침사쵸이의 한 가운데

있었다. 이 호텔의 켄벤션 센터에서 배달과 일본의 종전 회담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배상금으로 포로를 사려고 하시는 겁니까? 일본인은 경제 동물

이라고 하더니 과연 그런가 보군요. 돈 몇 푼에 포로들을 돌려 달라니요?"

준영이 일본 방위청 장관 노부다까 이따로에게 말했다. 준영이나 정장관 모

두 일본어를 할 수 있었으나 일본에서 데려온 통역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노부다까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새파란 놈이 외무부 보좌관 겸

비서실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나타난 데 대해 분개하고 있었다. 벌써 60을 넘

기고 있는 노부다까는 산전수전 다 겪은 육상자위대 출신의 노장이었다. 그

런데 이 어린놈이 경제동물 운운하며 일본을 모욕하고 있는 것이다. 노부다

까가 주먹을 불끈 쥐자 외무성 장관인 가네다 요부끼가 서둘러 말을 받았다

. "하지만 우리는 배달에서 요구하는 전쟁배상금의 전액을 지불하겠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배상금은 포로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배달은 배상금을 받고 포로

를 풀어주겠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배상금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공격함으로

서 우리나라에 입힌 손해를 보전하는 것이고, 포로는 배달과 일본 사이의 전

쟁 행위에 의해 발생한 우리의 전과입니다. 배상금이 포로의 송환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참고로 배상금은 우리가 일본의 공격을 막아내

는 데 든 비용을 원가로 계산해서 나온 것입니다. 사용한 무기 가격에 전함

을 운행시키는 데 든 연료비에 감가상각비, 병사들 급여 등등을 계산한 것입

니다. 정말 장사로 친다면 본전밖에 안됩니다. 그리고 이 시간에도 포로들

생활비가 계속 누적되고 있다는 것은 아시죠? 이자가 년 29.0%이니까 빨리

지급하시는 게 나을 듯 합니다만."

"그, 그게.."

가네다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더듬거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기 때

문이었다. 배상금을 지불하더라도 포로를 돌려 받지 못하면 배상금을 지급해

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우리는 일본이 아직 재침략의 계획을 가

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장관이 노부다까 방위청 장관을 똑바로 보고 말했다. 노부다까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한국말을 할 수가 있었다. 거

의 한국말을 사용할 일은 없었지만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었다. 정

장관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노부다까를 똑바로 보고 말하는 것이

었다. "중동에 있던 토요토미가 일본을 향해 오고있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

다. 그래서 우리는 포로를 송환하는데 찬성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통역관이 옆에서 입을 열기도 전에 노부다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포

로를 송환할 수 없다면 우리는 배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

노부다까가 반말로 말하자 통역이 존대어로 바꿔서 정장관에게 전했다. "

그럴 줄 알았어. 너희들이 하는 짓들이 다 그렇지 뭐"

정장관이 아주 무표정하게 말했지만 노부다까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이, 이 놈의 자식들이."

노부다까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통역관이 통역할 생각도 잊고 멍하니

사태를 보고만 있었다. "자자 진정들 하시고 회담이나 계속하시죠, 나

이 드신 분이 흥분하시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쩝니까?"

준영이 일본말로 이야기하자 가네다 장관도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 "아 예

, 저 그러면 배달은 포로 송환을 위해 조건으로 제시하는 것은 뭡니까? 재공

격 방지약속입니까? 그것이라면 얼마든지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하하 거짓말 마시오. 그 약속을 어떻게 믿습니까?"

이번에는 정장관이 일본말로 말했다.

"우리가 포로를 붙잡고 있으면 공격을 안 할 겁니까?"

노부다까가 아무 말 없이 노려보고 있었다. 가네다 장관이 다시 땀을 닦았다

. "공격이라니요?"

"어차피 우리들은 그런 약속은 안 믿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공격이 무서워서

포로를 데리고 있는 게 아닙니다. 포로를 데리고 있다고 해도 일본이 공격

할 것이라는 건 자명한 일입니다. 배달은 인도적 차원에서 포로들을 아무런

조건없이 송환하겠습니다. 언제라도 좋으니 와서 데리고 가십시오."

"예?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지금 포로들이 송환을 거부하고 있다는 겁니다."

"뭐라고요? 그럴 리가?"

"사실입니다. 포로들 중 60%정도가 배달에 눌러 살길 원하고 있습니다. 어쨌

든 우리는 포로들을 아무 조건 없이 돌려주겠습니다. 대신 포로들이 그동안

포로수용소에서 숙식한 비용과 부상병 치료를 위한 의료비를 모두 지급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가네다가 말했다. "그리고 배상금은 포로와 관계없이 빨리 지급해주시기

바랍니다. 배상금 지급이 이 달 말까지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 방

식대로 배상금을 찾아갈 것입니다. 그 때는 30억 달러로 안될 것이라는 걸

미리 밝혀드리죠."

결국 회담은 일본측이 원래 예상했던 것과 외형적인 면에서 큰 차이 없이 끝

났다. 일본은 배상금을 지급하고 배달은 포로들을 풀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노부다까는 거기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배달은 대외적으로

인도주의적인 국가가 되었다. 일본이 제공하겠다고 밝힌 배상금은 포로송환

을 조건부 금액이었는데, 무조건적인 포로송환을 받아들이게 되면 배상금이

가지는 의미는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아무런 이유없이 일본이 배상금을 지

불한다는 것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패배를 인정하는 것

과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회담 내용이 일본에 알려지게

되면 배상금 지불을 반대하는 여론이 일어날 것이 자명한 일이었다. 아무 것

도 모르고 성공적으로 회담이 끝났다며 희색이 만연한 다나까를 보며 노부다

까는 속으로 혀를 차고 있었다. 2007년 11월 21일 미국 플로리다 데

인시타운 장로교회 제이슨 목사는 뒷마당에 만들어 놓은 아담한 밭에서

브로컬리를 따고 있었다. 특별히 계절에 관계없이 따뜻한 플로리다에서는

11월에도 싱싱한 브로컬리가 자라고 있었다. 제이슨 목사는 방금 딴 브로컬

리를 바구니에 담고 목사관으로 향했다. 샌더스 부인에게 전해주면 오늘 저

녁은 버터에 볶은 브로컬리를 곁들일 수 있을 것이다. 관엽식물들이 둘러

싼 좁은 길을 따라 목사관 방향으로 들어간 제이슨은 길 가운데서 한 사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목사는 걷는 속도도 줄이지 않고 사

내에게 눈길도 안주고 그를 지나쳐 계속 걸었다. 사내는 말없이 목사의 뒤를

따랐다. 한참을 걷던 목사가 입을 열었다. "배달이 그들이라는 데는 나도

같은 의견이네."

"거의 분명합니다. 배달과 관련한 일에 로빈 애너스트 기자가 계속 연관되고

있습니다. KKK를 와해시킨 것도 그들일 것입니다. 결정적으로 죽은 줄 알았

던 중국여인 퀴유안이 배달에 살고 있는 것이 종군기자로 위장해 들어간 우

리측 요원에게 발견되었습니다."

사내가 아주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두사람의 대화는 멀리서 보면 종교

에 관한 깊이있는 선문답을 나누는 목사와 신도간의 다정한 모습으로 보였다

. 제이슨이 엷은 미소를 띄며 말했다. "배달의 과학수준이 상당한 수

준이라고?" "예."

"우리 기술과 비교하면 어떤가?"

"아직 그들의 기술단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

리가 가진 기술은 최소한 세상에 알려진 기술보다 20여 년은 앞서있습니다.

배달의 기술이 세상을 놀라게 하고는 있지만 그래봐야 원숭이 재주 수준 아

니겠습니까?"

"우선 배달이 가진 기술의 끝을 확인해야 하네. 그게 확인되면 그보다 조금

앞선 수준까지 실용화를 통한 공개작업에 들어가야 할 것이야."

목사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뒷짐을 진 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비가 올 것 같군."

"예 일기예보에서도 비가 온다고 했습니다."

"이제 나는 자네에게 장로자리를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나서 편안하게 노후

를 보내려고 했는데, 예기치 않은 적들의 등장인가?"

사내가 깊이 머리를 숙였다. 제이슨이 사내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약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은총을 바라는 기도를

하는 모습이었다. "자네 천사들은 교육이 끝나가나?"

"예, 교육은 다 끝내고 테스트만 남았습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전쟁을 벌이기가 쉽지 않아졌군. 이번 기회에 자네 아이

들을 테스트 해보는 것도 좋겠지."

"감사합니다. 장로님."

"이번 일이 시온마스터로서 자네의 마지막 일이 되겠군. 잘 마무리하게나."

목사는 가던 길을 계속 걸어서 목사관을 향했고. 사내는 한참동안 그 길에

그냥 서 있었다. 2007년 11월 24일 배달 청해진(중앙부두에서 이름

이 바뀜)

일본에서 보낸 배는 레오급 크루즈여객선이었다. 원 용도가 유람선인 레오급

은 여객정원이 1200명 정도인데 유람이 목적이 아닌 포로송환용으로 이용되

면서 천명이 넘는 승무원의 수를 확 줄여 안전정원인 2000여명씩 2번에 걸쳐

송환하기로 했다. 오늘 1차 송환이 끝나고 나면 2차 송환은 4일 뒤 이루어

지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본국으로 돌아가는 포로들의 심정은 복잡했

다. 가족들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가게 되어 기쁘면서도 패배한 병사의 몸으

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자랑스럽지 못한 귀환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포

로생활을 한 배달에 대한 감정 또한 복잡했다. 도저히 증오심이 생기지 않는

것이었다. 포로들은 11월인데도 불구하고 그리고 포로신분인데도 불구하고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길 수 있었던 배달의 해안을 바라보며 아늑하고 편안

한 그 때를 회상했다. 포로들 중 다수가 아마 귀환과 동시에 제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일부 포로들은 자신들에 대해 비방과 왜곡을 일삼은 일부

일본언론과 우익단체들을 고소할 계획까지 가지고 있었다. "안녕히 계십

시오."

무라다 해위가 배웅나온 의사에게 고개를 깊이 숙이며 인사를 했다. "한동

안 피부조직이 적응이 잘 안 돼 자고 일어나면 가려울 때가 많을 겁니다. 연

고를 드릴테니 매일 일어나자 마자 한 번씩 바르십시오."

무라다는 연고를 받아드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깊은 바닷물 속에서

배달사람들이 건져온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은 평생 장애인의 몸으

로 살아야 했을 것이다. 의료원에서는 아직 치료가 진행 중인 환자들이

몇몇 남아있었다. 부상정도가 심한 그들은 아마 4일 후 2차 송환까지도 치

료가 완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래서 이번 1,2차 송환에 제외된

사람들이 몇몇 되었다. 송환대상에서 제외된 포로 중에는 잠수함 미치시오의

승무원들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마사카미는 배달에서 자신들의 비밀

을 알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차이를 설명할 말이 없

었다. 첫 번째 차이는 다른 세 척의 잠수함들이 수중폭파될 때 미치시오만

살아남은 것이었고, 두 번째 차이는 지금 다른 포로들이 일본으로 돌아가는

시점에서 미치시오의 승무원들은 2차 송환대상자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말

을 들은 것이다. 사실 배달이 그 비밀을 아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 하지만 마사카미나 부하들이 일본 해경을 공격한 것이 자신이었다고 말하

는 게 촬영되거나 녹음되어서 일본에 공개되면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

래서 마사카미는 부하들에게 함구령을 내렸고, 배달이 모든 사실을 알고 묻

더라도 부인할 것을 지시했다. 비밀을 발설하는 놈은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말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이상하게도 배달에서는 미치시오 승무원

들에게 어떤 취조나 질문도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초조한 것은 마사카미였

다.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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