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세기 배달민족사-46화 (46/83)

([email protected])=+=                  (14) 대동강의 눈물

(14) 대동강의 눈물 ④11월 5일 저녁 7시 도라산역기차가

도라산역에 도착할 때쯤 준영이 세연이 가지고 있던 6mm 테이프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건 내가 가지고 내릴게."

"왜?"

"무거울까봐"

"안 무거워. 겨우 테이프 22개야."

6mm 테이프 22개라고 해봐야 백과사전 한 개 무게도 안 되는 게 사실이었다

. 그러나 준영은 자신이 테이프를 가지고 내리겠다며 고집했다. 그리고는 나

중에 서울에서 보자는 말 만 남기고 기차가 아직 서지도 않았는데 타고 있던

차 칸에서 나가버렸다. 그러고 보니 준영은 개성에서 도라산행 기차를 갈아

탈 때도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세연은 도라산역에서 내렸다.

평양에서 11시에 기차를 탔는데 개성에서 갈아타는 기차를 기다렸다가 도라

산까지 도착하니 벌써 밖은 어둑어둑해졌다. 여기서 다시 서울역까지 기차를

타야했다. 세연은 기차표를 사기 위해 매표소로 갔다.

"한세연씨?"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검은 양복을 입은 두 사람이 자신을 보고 있

었다. "그런데요?"

"잘 다녀오셨습니까? 국정원에서 마중 나왔습니다."

그 뒤 세시간이나 지나서야 세연은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국정원에 가서

북한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해당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 주요

내용에 대한 진술을 끝마친 후에야 모든 방북 일정이 끝났다. 국가보안법이

그대로 남아 있었으면 세연의 행적은 무조건 입건사항이었을 것이다. 세연

은 애초에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방북 목적에 대해 허가를 받았고, 그에 대

한 교육을 수 차례를 받았는데도 또 사후에 이렇게 조사를 당하니 여전히 남

북관계는 요원하기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나마 이 정도라도 발전한

것만 해도 대단한 진전이었다. 세연의 방북은 민간부분 교류 확대 차원에서

실시되었던 일로 통일원에서 의외로 큰 마찰없이 허가를 내어 준 것이었다

. 그리고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국정원에서 자신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조

사가 끝난 후 나오면서 가방을 살펴보니 누군가 뒤진 흔적이 있었다. 순간

세연은 준영이 테이프를 가지고 간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준영이 테이프를 가져간 것은 역사를 좀더 빠르게 진행시키기 위함이었다.

원래 역사에서 세연은 국정원 조사중 테이프를 빼앗기게 된다. 국정원은 압

수라는 절차를 취하기 어려운 일이라 안보적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테이프를

봐야 한다며 제출을 요구했고, 이 테이프의 안보적 검토는 1달 이상 이어지

게 되어 있었다. 준영은 테이프를 빼돌림으로 해서 역사의 흐름을 1개월 빨

리 돌려놓았다. 준영은 세연을 K대 학보사에서 처음 만난 날, 오래된 자

료 MD를 뒤져서 세연이 만든, 아니 만들게 될 2부작 "대동강의 눈물"을 보았

다. 그게 벌써 9개월 전의 일이었다. 원 역사 2008년 1월 16일 인민군사재

판에서 리순천은 국가기밀 누설을 통한 외란죄와 내란음모가 유죄로 인정되

어 사형이 확정된다. 이미 그 때는 북한에서 인민들의 시위와 공안의 강경

진압으로 2백명이 넘는 북한주민들이 사망하였고, 남한으로 치면 계엄령에

해당하는 위수령 하에서 160명 이상이 군사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상태였

다. 리순천이 사형을 선고받는 것은 그 일련의 사건 중에서 작은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준영은 세연에게 차마 말하지 못한 것이 있

었다. 준영이 세연에게 리순천의 사형선고 얘기를 한 것은 세연이 앞으

로 짊어지게 될 역사의 무게를 스스로 벗어버릴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세연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포기한다면 역사는 그녀를 그냥

놔둘 것이고 그녀는 단지 한 방송국의 꽤 유능한 PD로 행복하고 소박하게

일생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할 역사적 역할은 배달과 준영이 대신

맡으면 된다. 그러나 세연이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세연은 역사에 기리 남는

인물이 되겠지만 평생을 고통과 고뇌 속에 살아야 할 것이다. 준영은 이

런 생각에 세연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준영은 세연에게 받았던 테이프

를 세연의 집으로 보냈다. 2007년 11월 13일 서울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세연은 종일 지친 몸을 이끌고 전철에 몸을 실고 있었다.

중간고사 기간 동안 북한에 있던 관계로 시험을 하나도 치지 못했다. 그래서

중간고사를 대체하기 위한 레포트 작성과 단독시험에 대비해 공부하느라 한

창 바빴다. 그 와중에 세상은 배달에 관한 화제로 시끄러웠다. 배달은

어느 선진국 못지 않은 의료기술과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따라 배

달에서 온 기술자들이 각 기업과 연구소에 초빙되어 그들의 기술을 이전하고

있었다. 배달이 중점적으로 이전하고 있는 기술은 의료기술과 전자분야, 건

설분야 그리고 군사분야였다. 시사주간지에서는 "배달은 어디에서 왔는

가"하는 주제로 논쟁이 뜨거웠다. 각계에서 갖가지 설들이 난무했다. 가장

유력한 설은 조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한 선각자가 사조직으로 만든 단체

라는 설이었다. 즉 각계의 기술자와 전문가로 구성한 사람들을 모아서 한 섬

에 들어가 은둔하면서 기술과 과학을 발전시켜서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었

다. 그러나 이 설에는 맹점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한데 소집단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점이다.

어쨌든 여기저기 배달 이야기가 시대의 화두였고, 최고 관심사는 일본의

반응이었는데 일본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달 안

에 전쟁배상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어 포로를 가족으로 둔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있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일본해군의 패배에 비분강개

한 한 해상자위대 퇴역해장이 할복한 사건을 계기로 연일 일본에서는 정한론

과 정배론이 대두되고 있었고, 한국유학생에 대한 테러가 빈번해지자 유학생

들이 대거 귀국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도 만약 있을지 모르는 일본의 도

발에 대비하기 위해 연일 비상태세였다. 한반도 주변 정세가 어지러운데

불구하고 경제는 오히려 전망이 밝았다. 일본과의 수출입선이 거의 떨어진

반면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던 대부분의 품목에서 수출이 호전되고 있

었다. 세계인들이 같은 값과 품질이면 일본제보다는 한국제를 선호하기 시작

했다. 게다가 저유가와 함께 저금리가 이루어져 있었고, 주식시장은 거의 매

일 오르고 있었다. 특히 외국인 투자가 급격히 늘어났는데 그 중에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히 컸다. 열차는 막 땅속에서 올라와 한강을 건너

고 있었다. 세연은 한강을 내려보며 자신이 과연 그 프로그램을 완성해야 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 벌써 1주일이상 고민 중이었다. 리순천 감독은

세연이 촬영한 영상들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가 자신에

게 고스란히 돌려주었다. 세연은 6mm 테이프를 다시 재생해서 보면서 완성시

키고 싶은 욕망이 마구 끓어올랐었다. 그러나 그런 자신의 욕망이 리순천

감독을 위험에 빠뜨리게 할 것 같았다. 준영은 이 프로그램을 만들라고도

만들지 말라고도 하지 않았다. 세연의 것이니 스스로 결정하라고만 말했다.

그런 생각 중에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꺼내다가 우연히 세연은 리순

천 감독이 테이프와 함께 동봉했던 편지를 발견했다. 곱게 접힌 채로 가방

안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전화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편지를 펼쳐보

았다. "동무가 만들려고 했던 작품, 꼭 완성하길 바라오."

리감독은 작품이 완성되길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내 작품을 보고싶어 한다

. 세연은 준영에게 전화했다.

"준영아, 나 프로그램 만들래."

전화기 저편에서 한참 침묵이 흐른 뒤 준영이 대답했다. "그래, 잘 만들

수 있을 거야. 아마 역사에 길이 남는 작품이 될 거야."

세연은 정해진 역사의 길을 밟고 있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세연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순간이었다. 세연이 말을 이었다. 세연은 말을 하면서 목

이 잠기기 시작했다. "나 그동안 내가 너무 건방진 것 같아. 아직 만들지

도 않은 작품을 가지고 아주 대단한 뭔가가 있다는 듯이. 나는 내 느낌대로

만들고 꼭 북한주민들이 내 프로그램을 볼 수 있도록 할거야."

"그래 그건 내가 도와줄 께." "근데 리순천 감독이 너무 걱정돼. 준영이

말대로 선고만 받고 집행은 안 당하지?"

"그래 리순천 감독은 걱정 안 해도 돼."

준영은 그렇게 말하면서 순간 세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 잘 만

들 거야. 첫 장면이 뭔지 알아?"

"뭔데?"

준영은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물었다.

"황토색 인민작업복을 입은 할머니가 탈북하다 중국군의 총에 맞아 죽은 아

들의 뼛가루를 대동강에 뿌리고 있는 거야. 혹시 누구에라도 들킬까봐 대동

강 하류 한 쪽 둑 아래에서 숨어서. 그러면서 죽어서라도 이 곳을 나가려무

나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지. 하염없이...

2부작 [대동강의 눈물]은 할머니의 혼잣말처럼 이어지는 인터뷰로 시작하는

거야."

전철 안에서 세연이 통화하는 것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소리쳤다.

"엄마! 이 언니 운다아."

2007년 11월 17일 배달국 포로수용소수용소장을 맡고 있는 하명찬 상사

는 일본군 포로들에게 배달이 너무 잘해주고 있다는 불만을 들을 때마다 가

시방석이었다. 사실은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부의

원칙을 어길 수는 없었다. 김시백 통령은 일본인들에게 힘에 의한 굴복이

아닌 마음으로부터의 굴복을 원했다. 이미 부상당해서 치료를 받은 사람들에

게 그러한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대부분의 부상병들은 귀국하는 즉시 제대

할 것이라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게 중에는 포로송환을 거부하고 배달에 남

고 싶다는 사람도 많았고, 배달에서 받아만 준다면 배달에 와서 막일이라도

해서 은혜를 갚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포로수용소에 수용된 포로들은 죄수들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훨씬 좋은 환경

에서 지내고 있었다. 더운물도 나왔고, 음식도 좋았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매일 저녁 일본 TV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매일 시청하는 TV 때

문에 일본군 포로들은 분노에 떨게 된다. TV는 뉴스도 여과 없이 모두 보여

주고 있었는데, 일본 해군 당국의 포로인원 축소발표나 배달이 포로 수를 과

장 발표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나 대 일본의 영광을 위해 다소 포로의 희생

은 불가피하다고 한 고바야시 막료장의 기자회견이 방송되었기 때문이다.

포로들 중에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사람

들도 많았다. 처음에 그렇게 생각하면 삶의 집착을 버리는 포로들도 있었지

만, 포로수용소의 안락한 생활은 그러한 강한 의지를 무력화 시켰다. 오늘

저녁 메뉴는 무엇일까 기대하며 하루하루 살다보니 국가와 민족을 위한 사명

감이나 배달에 대한 적개심이 무디어 진 것이었다. 급기야 한 우익단체에

서 배달정벌론을 주장하면서 전투에 패한 자들이 무슨 자격으로 생환을 할

것인가 당장 자살을 해서라도 조국을 발걸음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뉴스에 보도되자 일본군 포로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게 되었다.

"저 새끼 징병해서 싸우게 해야돼"

TV를 보던 포로중에 한 병사가 일어나서 외치자 순식간에 포로들이 그에 동

조해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일본군 포로의 분노는 사병일수록 심했다. 장

교들과 사병들은 그 입대동기가 달랐다. 자위대가 군으로 바뀐 재작년 이후

임관한 젊은 장교들은 주로 개인의 영달과 간혹 조국애로 자진입대한 사람

들이 많은 반면, 사병들이나 재작년 이전 자위대 시절에 입대했던 장교들은

일본사회에서도 먹고살기 힘들고 취직이 어려워 돈을 벌기 위해 입대한 사

람들이 많았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갑자기 배상금 지급 결정이 발표되었

다. 포로들의 가족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표출되는 반전 여론을 잠재우고 인

질의 부담 없이 더 큰 전투를 위한 전투를 벌이기 위해 배상금 지급이 결정

된 것이다. 그에 따라 일본에서는 외무성과 방위청 장관이, 배달에서는 외교

부장관인 정학재와 비서실장인 서준영이 배상금 협상과 지급 등 전후 처리를

위해 회담장소인 홍콩으로 출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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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보니 오늘 내용이 좀 어렵네요.....담부터는 좀 더 쉽게 쓰겠습니다.

손들고 반성하겠습니다. 이렇게요 io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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