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세기 배달민족사-45화 (45/83)

[email protected])=+=                  (14) 대동강의 눈물 (14

) 대동강의 눈물 ③세연은 상자 안에 있던 편지를 발견하고 읽기

시작했다.

"한세연 동무 보시오.

처음에 세연 동무가 촬영한 테이프를 보면서 걱정을 많이 했소. 동무의 작

품은 우리 공화국에게 많은 위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요.

동무의 작품이 동무가 처음 말했던 대로, 그리고 삭제되었던 장면들이 그대

로 방송된다면 그것도 아주 위험한 작품이 될 것이요.

처음에 나는 우리 공화국 인민들에게 그런 위험한 프로그램을 노출시키는 게

싫었소. 아니 두려웠소. 인민들에게 쓸데없는 희망 따위는 필요 없다고 생

각했소. 공화국이 아무리 인민들을 위한 국가로 탄생했지만, 당이나 권력자

들의 부패와 폭정이 만연한 상태에서, 인민들이 괜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

지고 변화를 갈망하기 시작하면 우리 공화국은 많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틀

림없이 누군가 피를 흘리는 사람이 나오게 될 것이요. 사람이란 동물은 신념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바보 같은 짓을 하는 이상한 동물이이니까. 그런

데 세연 동무가 프로그램 검열을 당하면서 마지막에 한 말이 내 마음을 움직

였소. 동무는 '여기 검열관들은 아주 겁쟁이예요. 이 장면을 겁낸다는 건 자

신의 믿고 있다고 생각하는 신념에 스스로 자신이 없기 때문이에요. 자신이

신념이 옳다고 스스로 생각한다면 반대 의견에 대해 훨씬 관대해 질 것이에

요. 이건 검열관들이 이 장면에 스스로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의 마음이 흔들릴까봐 막는 거예요.' 라고 말했소.

그 말을 듣고 깨달았소. 이미 내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인정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것이 사실이었소. 동무가 만들려고 했던 작품, 꼭 완

성하길 바라오. 다만 그 작품이 우리 공화국에 방송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좀 아쉽소. 나도 동무의 작품을 꼭 보고 싶은데 아마 그건 힘들겠소. 좋은

작품 만드시오..

리순천....."

편지를 읽는 세연의 눈에서 눈물이 나왔다. 이 사람은 이 뒷일을 어떻게 감

당하려고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리순천 감독의 위험을 무릅쓰고

프로그램을 완성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연이 고개를 들어 준영에

게 말했다. "이런 일들을 준영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내가 이래 보여도 배달의 정보부 소속이야. 일종의 첩보원이랄까?"

준영이 오른손을 권총 모양으로 만들어 손가락을 훅 불며 말했다.

"하지만 리감독이 죽게 된다는 걸 어떻게 알아?"

"누가 죽는데? 난 사형선고를 받는다고 했지 죽는다고 한 적은 없어?"

세연이 준영을 조용히 보고 있다가 말했다.

"그래, 리감독이 사형선고를 받는 건 어떻게 안 거야?"

"지금은 죽어도 말못해"

준영은 세연에게 협박과 폭력을 당하면서도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

나중에, 나중에 때가 되면 다 말할 게"

2007년 11월 6일 배달국 의료센터 다나까와 사사끼 해2사는 막 정신이

돌아오고 있었다. 눈을 뜨니 하얀 천장이 보였다. 병원인 것 같다. 아! 살았

나? 깨질 듯이 머리가 아팠다. 어렴풋이 악몽의 순간들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 다나까와는 거북선의 우현 쪽에서 나오는 화포가 배에 명중했을 때 갑판

위에 있었다. 배의 앞부분에 명중한 포는 미사일이나 포가 아니라 불 그 자

체였다. 배를 때린 불덩어리는 마치 살아있는 듯 삽시간에 온 배 안을 돌아

다니기 시작했다. 불덩이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도망갔지만 소

용이 없었다. 순식간에 불은 자신의 온 몸을 감싼 것이다. 자신의 눈에 자신

의 손에 불이 붙어 순식간에 살갗이 녹아 내리면서 오그라드는 것이 보였다

. 정신 없이 바다를 향해 뛰어 들었는데 그 순간 정신을 잃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꿈인지 생시인지 누군가 자신의 몸을 들어 올리면서 괜찮

으냐고 물었던 것이 생각이 날 듯 말 듯 했다. "정신이 들었군요. 아직

치료중이니까 편하게 누워 있도록 하세요."

일본말이다. 다나까와는 안도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다나까와가 다시

정신이 든 것은 한낮인 듯 했다. 창 밖에서 들어온 듯한 햇살이 마주 보이는

벽면에 선명한 선을 그리며 드리워져 다나까와의 눈을 부시게 했다. "헤

이 다나까와, 정신이 들었군."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같은 함대 소속의 미나미 해조장이 침대에 앉은 채

미소를 띄며 자신을 보고 있었다. 병실은 약 10여명이 같이 쓰는 것으로 침

대마다 부상병들이 앉거나 누워 있었다. "아 해조장님, 살아 계셨군요."

"죽은 것보다 못하지, 불구에다 포로가 된 신세니."

"예? 그럼?"

"여긴 배달에 있는 병원인 것 같아."

아까는 몰랐는데 미나미 해조장이 앉아 있는 침대의 아래쪽에 의료장치가 붙

어 있는 것이 보였다. 미나미의 다리가 그 기계의 홈 속에 들어가 고정되어

있었다. "조장님 다리가...."

"크큭 크크큭"

미나미가 신경질적으로 웃었다. "이젠 평생 휠체어 신세야. 여기 있는 의

사 놈이 뭐라는 지 알아? 상처가 더 퍼지기 전에 일단 자르자고 하더군. 내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말야." 그러고 보니 다나까와는 자신의 팔이 자

유롭지 않은 걸 알았다. 힘들게 침대에서 일어나 보니 자신의 팔이 마치 기

계의 입에 물린 듯 의료장치에 들어 있는 것을 알았다.

"이건?"

기계 안에 들어간 팔에서는 아무런 감촉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들이 제

팔도 자른 걸까요? 제 팔은 단지 화상이었는데?"

"아니, 네 팔은 잘린 것 같지 않던데 그냥 기계 안에 집어넣더군."

"근데 아무런 감각이 없어요."

"그건 마취 중이라 그런 거다."

그 때 다나까와의 왼편에 있던 다른 환자가 말했다. 일본 해군 군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다른 함대 소속 부상병인 듯 했는데 계급이 1등 해위였다

. "제가 볼 때 배달의 의료수준이 상당한 것 같더군."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이것 한번 보겠나?"

그는 자신의 팔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 팔뚝 한가운데 수평방향으로 비스듬

이 상처자국이 있었다. 그리고 상처자국 바깥쪽의 팔은 마치 심하게 긁힌 듯

피부가 일어나고 곳곳에 피부가 패여 있었다. "그건?" "이 팔은 아사기

리가 미사일에 맞았을 때 파편에 맞아 잘려나간 팔이야."

"뭐라구요?"

놀라는 두 사람을 보고 해위가 말했다. "잘려진 팔은 분명히 바닷물에 빠

지는 걸 내가 직접 두 눈으로 봤어. 그런데 어젯밤에 의사가 냉동고에 넣은

채로 이 팔을 가져왔더군. 내 팔이 맞아. 오른 쪽 손가락에 흉터가 있었거

든. 그리고 수술을 했는데, 정신이 들어보니 이렇게 되어 있는 거야. 피부가

많이 손상되어 쓰라리고 가렵긴 하지만 움직이는 데 아무런 이상이 없다구

"

두 사람은 도저히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해위 계급장을 단 사내는 어느

새 울고 있었다.

"난 팔을 붙인 기술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바다 속에서 이 팔을 찾아

왔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 일본 같으면 누가 바다 속에 떠다니는

팔이나 다리 조각을 수거해 올 생각이나 하겠어?" 그 때 의료진들이 들

어왔다. 의사로 보이는 두 사람과 간호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냉동고를 가지

고 왔다. 그 뒤로 가운을 입은 일단의 사람들이 손에 노트와 필기구를 가지

고 따라 들어왔다. "좀 어떻습니까? 무라다씨"

의사가 해위 계급장을 단 군인에게 말을 건넸다.

"예 좋습니다. 그런데 감각이 돌아오면서 가렵고 쓰라리네요. 뭐 별 건 아닙

니다만" 무라다가 아주 예의바르게 대답했다. "예, 팔이 바닷물 속에서

많이 불어서 그렇습니다. 연고를 발라 드릴 테니 걱정 마십시오. 손상된 피

부는 금방 아물 겁니다."

"감사합니다."

무라다가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했다.

간호사가 무라다의 팔에 연고를 발라주는 동안 의사는 다나까와에게 와서는

말을 건넸다. "다나까와씨, 화상이 심하더군요. 거의 대부분 치료가 끝났

는데, 손이 좀 많이 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다나까와는 자신의 온 몸에 당연히 퍼져있어야 할 화상이 거의

흔적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의사는 다나까와의 팔을 감싸고 있는 기계를

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손가락이나 손등을 덮고 있는 살이 거의 정상이었

다. 다만 불에 데인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거의 살이 녹아 내릴 정도

의 심한 화상이었는데, 다나까와는 자신의 손의 상태를 알고 있던 터라 놀라

움을 금할 수 없었다. "손가락을 한 번 움직여 보십시오."

피부가 조금 당기는 느낌이 있지만 움직이는 데 별 이상은 없었다. "한 서

너 시간만 더 치료를 하면 되겠군요. 빠르면 오늘 저녁엔 수용소에서 주무실

수 있겠습니다."

"수용소요?"

"포로의 지위이니 포로수용소로 가는 게 당연하죠."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될까요?"

다나까와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의사가 웃으며 다나까와를 안심시켰

다. "수용소도 지내기 나쁘진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그리고 나서 의사가 미나미에게 냉동고에 보관중인 다리를 보여주었다. "

오늘 오후에 수술할 것이니 걱정 마십시오. 다리뼈 골수에 피가 차서 척수까

지 퍼질 위험이 있어 일단 잘랐습니다. 지금은 피를 다 빼서 다 고쳐 가지고

왔으니 다시 접합만 하면 됩니다."

의사의 말에 미나미는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침대에서 한

사람이 다급하게 의사를 불렀다. "선생님! 선생님! 제 팔은요? 제 팔도

붙여주실 수 있죠?"

의사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미안합니

다, 구오레씨. 우리 수색팀이 아무리 찾아도 구오레씨 팔을 찾지를 못했습니

다. 아마 물고기가 먹어버렸거나 완전 파손되었거나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아쉬운 대로 의수를 만들어 줄게요. 진짜 팔 같지는 않겠지만 쓰는데 큰 문

제는 없을 겁니다." 의사가 이번엔 뒤를 돌아보며 같이 병실에 들어온

가운을 입은 무리들에게 말했다. "회진하는 걸 다들 잘 보셨을 텐데, 질문

있으십니까?"

무리 중의 하나가 손을 들었다. "예, 저는 서울대학병원 레지던트 김태호

입니다. 재접합수술은 지금 미국이나 한국에서도 실시하고 있는데 주로 손가

락이나 귀 정도만 가능한 수준이고 그것도 분리상태가 오래되거나 연결부분

이 훼손되면 불가능한 걸로 아는데, 여기서 팔이나 다리를 접합수술 하는 걸

보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여기서는 분리기간이 오래되어도 가능한 건가요?

" "기간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잘려진 팔이나 다리 등 부위가

부패하거나 손상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있으면 접합하더라

도 재기능을 하기 어렵겠지요."

그 뒤로 각자 자신이 궁금한 것을 의사에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질문

이 길어질 듯하니 장소를 강의실로 옮기겠습니다."

의사가 환자들에게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 간호사에게 몇 가지를 일러둔 뒤

무리를 이끌고 병실을 나갔다. 이들은 배달의 의료기술을 배우기 위해

배달에 온 의사들이었다. 주로 레지던트가 대부분이었고 인턴도 제법 포함

되어 있었다. 이들이 의료기술을 배우는 데는 조건이 있었는데 수료 후 한국

에서 배달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근무하되 완전월급제로 일할 것을 조건으로

했다. 앞선 의료기술을 이용해 비싼 진료비를 받아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치료를 기피할 소지를 미리 제거하기 위한 조치였다. 배달의 의료기술은 의

료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시술되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배

달은 한국에 상당히 많은 병원을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기 위해서

많은 의료진들이 필요했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의 강민우 대통령과 병원의

설립비용부터 운영 등의 상당히 자세한 부분까지 논의가 진행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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