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화
따아아악!
따아아악!
몸을 풀고 배팅 게이지에 들어서 타격 훈련을 하였다.
“와아아아!”
배팅 게이지에서 피칭 머신이 던져 주는 공을 받아 치는 모습을 지켜보는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 선수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이들이 대호가 치는 연습 타구를 보며 이렇게 환호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없었다.
너무도 이상적인 타격 폼과 스윙 스피드를 가졌고, 피칭 머신이 던지는 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에비에이터스의 운동장 펜스를 넘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일정한 속도로 맞춰진 공을 타격해 펜스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으로 세팅된 변칙적인 구속과 구종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때려 담장을 넘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를 지켜보던 에비에이터스 선수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뭐야? 무슨 일이라도 있나?”
뒤늦게 운동장에 나타난 프란 감독이 타격 훈련장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감독의 질문에 타격 코치인 브라이언이 얼른 대답하였다.
“오늘부터 빅 타이거가 실전 감각 테스트를 하기 위해 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인크레더블! 우리의 인크레더블이 온다고 했었지. 그런데 그게 뭐?”
말을 하던 프란 감독은 아직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 감독의 모습에 브라이언 코치가 쓴웃음을 짓고 대답했다.
“이 모습 언젠가 본적이 있지 않습니까?”
“음, 그러고 보니 언젠가 한 번 비슷한 광경을 목격했던 것 같긴 하군.”
프란 감독도 브라이언 코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설마! 지금 배팅 게이지에 있는 사람이 인크레더블인가?”
“예, 맞습니다. 감독님께 인사드린다고 왔었지만, 감독님은 오전에 일이 좀 있으시다고 해서 먼저 훈련하라고 했더니 저렇습니다.”
브라이언 코치는 고개를 살짝 좌우로 흔들며 배팅 게이지를 가리켰다.
따아아악!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중에도 대호는 피칭 머신이 던져 주는 공을 또다시 펜스를 넘겼다.
* * *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의 오늘 상대는 솔트레이크 비스다.
우연의 일치치고는 참으로 공교로웠다.
솔트레이크 비스는 대호가 2031시즌 트리플A로 올라와 첫 선발로 출전할 때, 상대했던 팀이었으니까.
“하하하! 이거 참 우연의 일치치고는 참으로 공교롭네.”
혼자서 작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 옆자리로 누군가 다가와 물었다.
“대호, 뭐가 공교롭다는 거야?”
질문을 한 사람은 오늘 경기 선발이자, 2031시즌 더블A에서 함께 이곳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로 콜업 되었던 아론 헤들러였다.
대호가 두 달 만에 메이저리그로 콜업 된 반면, 아론 헤들러는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는 일명 AAAA선수가 되어 오클랜드 슬랙스에 투수 TO가 비면 올라와 땜빵을 하곤 했다.
불안정한 위치이긴 하지만 그는 그런 것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스물여섯 살인 만큼 아론은 아직 늦은 나이도 아니었고, 또 올 2033시즌 트리플A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제구도 잡혀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선발이면서도 대호의 옆자리로 다가와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이다.
“응. 2031시즌 더블A에서 콜업 되고 여기에 왔을 때, 첫 선발로 출전해 상대했던 팀이 바로 솔트레이크 비스였잖아!”
“아!”
대호의 이야기를 들은 아론 헤들러는 그제야 생각이 났는지 낮은 탄성을 질렀다.
“맞아! 그때 네가 첫 타석에 들어가 홈런을 쳤었지.”
“큭큭큭!”
아론 헤들러의 대답에 대호는 작게 웃었다.
따악! 따악!
오늘 3번 타순에 들어간 대호는 앞선 타자들이 진루를 한 상태에서 그라운드에 나가 타석에 섰다.
“와아아아!”
“빅 타이거! 빅 타이거!”
대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일제히 대호의 이름을 연호했다.
어떻게 대호가 오늘 트리플A인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의 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알았는지, 평소보다 많은 야구팬이 이곳 라스베이거스 볼파크를 찾아왔다.
2년 전 전반기, 그것도 겨우 두 달 정도만 이곳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에서 활약을 했었는데, 팬들은 이를 잊지 않고 대호가 부상 회복 점검 차 라스베이거스를 찾아오자 다시 환호성을 보내 준 것이었다.
이에 타석에 들어선 대호는 잠시 동작을 멈추고 몸을 돌려 관중석에 앉아서 환호하고 있는 팬들을 돌아보았다.
“와아아아!”
계속해서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팬들을 보며 대호는 저도 모르게 고양감에 휩싸였다.
‘으음, 좋네!’
알 수 없는 기운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너무도 기분이 좋았다.
꽈악!
저절로 몸에 힘이 들어가는 듯한 느낌에 거스르지 않고 그립을 강하게 쥐었다.
하지만 곧 몸에 들어간 힘을 풀며 자연스럽게 근육을 이완시켰다.
‘좋아!’
척!
근육에 너무 힘이 들어가면, 몸이 굳어 제대로 된 스윙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러면 공을 타격하더라도 제대로 된 안타나 홈런을 뽑아낼 수가 없다.
대호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근육을 이완시키고 공을 받아 칠 준비를 했다.
팡!
“볼!”
초구는 바깥쪽 낮은 볼이었다.
대호의 명성에 짓눌린 투수가 투구할 때 공이 빠져버려 너무도 형편없는 공이 날아왔다.
“우우우우!”
투수가 제대로 공을 던지지 못하자 관중석에서 일제히 야유가 터져 나왔다.
그러다 보니 투수는 더욱 몸이 굳은 것인지 제대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팡!
“볼!”
연속해서 바깥쪽으로 빠지는 볼이 나오자 대호는 잠시 타임을 요청하고 타석 밖으로 나와 고개를 좌우로 꺾으며 긴장을 풀면서 마운드 위를 쳐다보았다.
마운드 위에는 서 있는 것은 처음 보는 투수였지만, 자신보다 나이는 확실히 많아 보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조금 익숙한 느낌이 드는 대호였다.
‘누구지?’
잠시 뭔가 생각을 하던 대호는 떠오르지 않자 바로 타석에 들어섰다.
타임을 요청하고 너무 오래 시간을 잡아먹는 것은 결코 좋은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타석에 들어선 대호는 가볍게 루틴을 가져가다 배트를 전면에 쭉 뻗었다.
마치 예고 홈런을 치겠다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메이저리거라지만, 너무한 것 아냐?”
솔트레이크 비스의 포수는 대호의 예고 홈런 사인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마. 나도 실전 테스트를 하기 위해 여기에 왔는데, 제대로 타격을 시험해 봐야 하지 않겠어?”
자신을 향해 적의를 드러내는 포수를 보며 대호는 여유 있게 받아쳤다.
대호의 예고 홈런 사인에 화가 난 것인지 아니면 정신이 돌아버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솔트레이크 비스의 선발투수는 과감하게 가운데로 패스트볼을 던졌다.
하지만 그 선택은 너무도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따아아아악!
너무도 깨끗한 타격음과 함께 마치 로켓처럼 라스베이거스 하늘을 갈랐다.
“와아아아!”
예고 홈런 사인을 내고 바로 투수가 던진 패스트볼을 당겨 쳐 장외 홈런을 만들어 냈다.
대호는 2년 전 트리플A로 콜업 되고 첫 선발 출전을 한 그날,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 역사상 가장 커다란 장외 홈런을 만들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오늘, 또다시 이곳 라스베이거스 볼파크에 돌아와 데자뷰를 보는 것처럼 장외 홈런을 쳐 내자 장내가 엄청나게 시끄러워졌다.
“빅 타이거! 빅 타이거!”
“인크레더블! 인크레더블!”
커다란 장외 홈런이 나오자 관중석에서 연신 대호의 영어식 이름과 별칭인 인크레더블이 연신 터져 나왔다.
짝짝짝!
장외 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온 대호는 먼저 홈에서 기다리고 있던 선수들과 축하의 하이파이브를 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대호를 가장 먼저 환영해 준 사람은 감독인 프란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타격코치이자 수석 코치인 브라이언이 축하를 해 주었다.
탁탁!
“굳이 경기력 테스트를 할 필요도 없었겠군.”
예고 장외 홈런을 목격한 브라이언은 그렇게 대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덕담을 하였다.
“그래도 두 달 가까이 경기를 가지지 않았으니 테스트는 필요합니다.”
“그래 알겠다. 들어가 쉬어라!”
브라이언 코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으로 들어가 쉬라는 말을 했다.
오늘 대호는 3번 타자로 나오지만 수비는 하지 않는다.
오클랜드 슬랙스 프런트는 굳이 전반기 막바지인 지금 시점에서 무리하게 대호를 메이저리그로 부르지 않고, 이곳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에서 전반기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대호의 본격적인 활약은 8월 후반기부터로 잡고 마지막 점검을 하려는 것이다.
이날 대호는 두 번 더 타석에 들어가 투런 홈런과 3루타를 치며 3타수 3안타 2홈런을 기록했다.
* * *
<상태창>
이름 : 정대호(22살)
국적 : 대한민국(ROK)
성별 : 남
투타 : 투(우) 타(우)
레벨 : 69
힘 75/77
민첩 70/72
체력 68/72
지능 69/69
정신 70/71
순발력 68/71
컨택 69/70
내구력 62/70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상태창을 확인했다.
몸 상태는 100%까진 아니어도 거의 다 회복이 되어 있었다.
작년 이맘때 스탯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았으니 말이다.
‘아직 왼쪽 옆구리가 뻑뻑하긴 하지만, 몸 상태는 이상이 없다.’
상태창까지 보면서 점검을 하니, 자신의 몸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전반기 절반을 날려 버리긴 했지만, 별다른 변수만 없다면 후반기 75경기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적당히 체력 분배를 해야 하겠지만, 대호는 이것도 충분히 계획이 섰다.
굳이 무리해 작년처럼 챔피언십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적당히 힘을 빼야 할 때는 몸을 사리고, 또 수비에서도 결정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조금 더 안정적으로 수비를 하기로 말이다.
굳이 야구란 단체경기를 혼자서 캐리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지 않았는가?
실수는 한 번이면 충분한 것이다.
뚜르르!
몸 상태를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막 전화기를 들려고 하던 찰나, 기막힌 우연으로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핸드폰 화면에 발신자 표시가 떴지만, 습관적으로 ‘여보세요’란 말이 먼저 나갔다.
“마침 전화를 하려던 참인데, 일은 다 끝난 거야?”
두 달 동안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면서 함께하다 어제 트리플A로 온 것 때문에 잠시 떨어진 아내에게서 온 전화였다.
“나야 마이너리거를 상대로 엄청난 활약을 했지.”
자신에 대해 물어보는 아내에게 대호는 오늘 경기에 대해 간략하게 들려주었다.
그런 대호의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말이 웃긴지 전화기 너머로 크게 웃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 *
취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한나는 아무도 없는 어두운 집을 보면서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남편과 함께 했던 집이, 오늘은 너무도 넓게 느껴진 것이다.
남편인 대호가 실전 테스트 겸 몸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오클랜드 슬랙스 산하 트리플A구단이 있는 라스베이거스로 떠났기 때문이다.
‘전화나 해 볼까?’
저녁은 일 끝나고 간단하게 밖에서 먹고 들어왔다.
집에 들어와 치울 것도 없으니 샤워를 마치고 시간이 남자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여보세요. 자기!”
한나는 비록 하루였지만, 매일 붙어 있다시피 하던 남편과 떨어져 있다 보니 그가 너무도 보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오늘 무슨 일을 했는지 시시콜콜 이야기를 하고 또 남편은 어떠했는지 물었다.
그러면서 남편이 오늘 어떻게 경기를 치렀는지 성적은 어떠하였는지도 듣게 되었다.
“어머! 정말 세 타석에 들어가 홈런 두 개하고 3루타까지 쳤다는 거야?”
남편의 야구 실력이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막 부상에서 회복된 상태에서 장외 홈런을 비롯해 투런 홈런과 3루타까지 쳤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4회차는 명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