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회차는 명전이다-178화 (178/209)
  • 178화

    대호의 에이전트인 맥콰이어는 병원 침대에 앉아 있는 그를 보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였다.

    “대호, 학생들을 구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그래도 너무 무모했어!”

    말을 하는 맥콰이어의 표정은 무척이나 굳어 있었다.

    총기 난사 사고를 막기 위해 출근하다 말고 범인을 따라 학교로 들어가, 직접적으로 행동에 나선 대호를 향해 뭐라 해 줄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직업 특성상 자신이 관리하는 선수가 그렇게 위험한 일에 연루가 된 것에 화를 내고 무모했다고 주의를 줘야 하지만, 내심 그 역시 무고한 희생자가 더 나오는 것을 막은 대호가 대단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에이전트가 이 상황에서 칭찬할 수는 없었기에 그저 무모했다는 말만 하고 말았다.

    “제리에겐 미안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운동선수이기 이전에 사람이지 않습니까? 그 일로 야구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사람의 목숨… 그것도 어린 아이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보다 더 값진 것이 있을까요?”

    대호는 자신을 걱정하는 에이전트를 보며 그렇게 이야기를 하였다.

    “휴우, 그래. 그나마 부상이 그 정도로 그쳐서 다행이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해 봐야 자신의 의뢰인이 가지고 있는 성향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은 맥콰이어는 더 이상 이번 사건에 대해 입에 올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차라리 이참에 구단에서도 60―day IL(60일 부상자 명단)에 올리기로 했다니, 우선 치료에만 전념하고.”

    “네, 잘 알겠습니다.”

    대호는 구단에서 자신의 부상 소식을 들은 뒤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는 소식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같아서는 10―day IL이면 충분하다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 자신을 마주 보고 있는 맥콰이어의 표정이 무척이나 굳어 있기도 하지만, 아내인 한나가 무척이나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전달할 이야기는 모두 전했으니 난 이만 가 보지. 몸조리 잘하라고!”

    “예. 제 걱정은 하지 마요.”

    대호는 그렇게 떠나가는 에이전트를 보며 걱정하지 말라는 대답을 하였다.

    덜컹!

    병실 문이 닫히고 혼자 남게 된 대호는 고개를 흔들었다.

    ‘일주일이면 어느 정도 회복이 될 텐데, 걱정은.’

    누구보다 자신의 신체 능력을 잘 알고 있는 대호는 주변에서 자신의 부상에 대해 걱정을 하는 것에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신체 능력은 인간의 한계를 보여 준다는 미식축구 선수들 이상으로 뛰어나다.

    그뿐만 아니라 신체 회복 속도 또한 일반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사실 사냥용 총탄, 그중에서도 가장 위력이 약한 버드 샷 9번탄(지름 2㎜)정도는 회복에 오래 걸리지 않을 터였다.

    물론 그것도 총인 만큼 정면으로 맞았다면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위력이었겠지만, 자신은 왼쪽 옆구리와 팔에 살짝 비껴 맞아 부상당한 것이었다.

    그러니 팔과 몸에 박힌 구슬만 빼내고 처치를 하면 금방 나을 상처였다.

    대호 본인이야 이런 부상이 얼마 정도면 치료가 될지 잘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달랐다.

    일단 총에 맞았다는 것 때문에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나 결혼한 지 이제 겨우 반년이 지난 새신부인 한나가 그러하였고, 또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그러하였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이 먼저 이렇게 걱정을 하고 있으니 그들을 먼저 살펴야만 했다.

    ‘그래, 급할 것 없다. 후우!’

    메이저리그가 개막되고 두 달이 지난 지금 대호의 성적은 무척이나 좋은 페이스를 가지고 있었다.

    0.489의 타율과 28홈런, 58도루에 OPS도 2.69을 기록하고 있다.

    이대로만 간다면 시즌을 마칠 때면 작년에 기록하지 못했던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인 73홈런도 충분히 갱신이 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최다 도루 기록도 또 한 번 뛰어넘어 70―70클럽도 가능한 기록이다.

    하지만 이번 부상으로 인해 기록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IL(부상자 명단)도 10일이 아닌 무려 60일짜리였으니 말이다.

    현재 6월 초이니 사실상 전반기는 끝났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상태창>

    이름 : 정대호(22살)

    국적 : 대한민국(ROK)

    성별 : 남

    투타 : 투(우) 타(우)

    레벨 : 69

    힘 56/77

    민첩 58/72

    체력 53/72

    지능 65/69

    정신 67/70

    순발력 48/71

    컨택 62/70

    내구력 55/70

    ― 부상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신체 스탯이 떨어졌습니다. 충분한 치료와 휴식, 그리고 영양 공급이 필요합니다.

    상태창을 확인해 보니 전반적으로 스탯이 상당히 많이 떨어져 있었다.

    ‘하긴 총에 맞았는데, 이 정도면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보면 그 생각이 맞았다.

    사실 총에 맞은 상태에서 신체 능력이 이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것 자체가 시스템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부여해 준 것인지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위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버드 샷이었다고는 하지만, 불과 2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총알에 맞았음에도 경상에 그친 것 또한 일반 상식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기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의사들도 대호의 부상 정도를 보고는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해, 몇몇 의사들은 대호의 신체를 연구해 보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아무튼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한 대호는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 *

    “후우! 후우!”

    덤벨을 규칙적으로 들어 올리며 호흡에 집중했다.

    “하나만 더!”

    존 밀러는 땀을 흘리며 덤벨을 들어 올리는 대호를 보며 소리쳤다.

    “이익!”

    몸을 고정시키고 정확한 동작으로 덤벨을 들어 올리는 단순한 동작이지만,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것은 보기에 쉬워 보여도 무척이나 힘든 운동이다.

    “그만!”

    정해진 모든 세트가 끝나자 존 밀러 인스트럭터는 동작을 멈추게 하였다.

    쿵!

    그만이란 소리에 대호는 들고 있던 덤벨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수고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내일부턴 경기에 출전을 하나?”

    대호의 스케줄을 알고 있던 존 밀러 인스트럭터가 물었다.

    “예. 내일부턴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에서 경기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 실전을 치르기로 했습니다.”

    두 달 전 총기 난사 사건 중 이를 저지하기 위해 범인을 제압하다 부상을 당한 대호.

    그 때문에 60일간 부상자 명단에 올라 치료와 재활에 힘을 쏟았고, 또 부상 치료를 하는 중 떨어진 신체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특급 인스트럭터인 존 밀러와 계약을 하고 지금까지 회복 훈련을 하였다.

    “잘할 수 있겠어?”

    “예, 신체 능력은 이제 거의 찾은 것 같습니다.”

    “그래. 내가 봐도 네 신체 능력은 100%까진 아니더라도 90%이상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인스트럭터인 존 밀러가 보기에도 대호의 신체 능력은 거의 다 회복이 된 것처럼 보였다.

    “이제 경기 감각만 회복하면, 이번 시즌에도 네 행보를 막을 수 있는 투수는 없을 것이다.”

    특급 인스트럭터인 존 밀러도 대호의 신체 능력을 인정했다.

    그가 지금까지 만나 본 메이저리거 중 어느 누구도 대호와 같은 신체 능력을 보여 준 이가 없었다.

    괴물들만 모아 두었다는 NFL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괴물 같은 신체 스펙을 가진 사람이 바로 눈앞에 서 있는 대호였다.

    그렇기에 두 달 가까이 경기에 나가지 않았지만 트리플A 경기 몇 번만 나가면 경기 감각을 되찾을 것이라 믿었다.

    * * *

    “확인했나?”

    오클랜드 슬랙스 단장인 조엘 헌트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자신의 비서를 보며 물었다.

    “예. Mr. 정은 회복 훈련을 마치고 라스베이거스로 떠났습니다.”

    “자네가 보기엔 어때 보이던가?”

    마음 같아선 자신이 직접 대호의 회복 훈련을 하는 곳을 찾아가 확인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조엘이 직접 가지 못한 것은 이 시기가 시즌이 마무리되는 스토브리그 못지않게 바쁘기 때문이었다.

    메이저리그 전반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구단 홍보와 올스타 브레이크 준비를 해야 하니 말이다.

    더욱이 이번 시즌에는 오클랜드의 최고 상품이라 할 수 있는 대호가 전반기 절반쯤에 사고로 인해 이탈하는 바람에 이번 올스타에 내보낼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물론 대호 말고도 팬들의 투표로 이름을 올린 선수가 있기는 했지만, 대호만큼 확실하지도 않았기에 골치가 아팠다.

    그나마 이번 시즌에 주전에 오른 브렛(2루수)과 켈리 달튼(3루수)이 대호가 빠진 빈틈을 막아 주고 있었기에 조금은 위안이 되고 있다.

    “정확하진 않지만… 부상은 모두 회복되었고, 또 신체 능력 또한 90% 이상 돌아온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 자네가 보기에 후반기에는 오클랜드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나?”

    그 무엇보다 조엘이 가장 궁금한 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대호가 후반기에 오클랜드 슬랙스로 돌아올 수 있는지 말이다.

    “인크레더블 아닙니까? Mr. 정은 단장님이 걱정하지 않더라도 분명히 우리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크리스 마틴은 그렇게 입가에 미소를 걸며 대답했다.

    “그렇지. 그는 인크레더블이지!”

    누가 지었는지 너무도 잘 맞는 닉네임이었다.

    대호는 이름처럼 커다란 호랑이였고, 믿을 수 없는 기록들을 양산하는 인크레더블이었다.

    * * *

    3년 만에 다시 찾은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 차에서 내린 대호는 천천히 로커 룸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로커 룸 안으로 들어간 대호는 에비에이터스 선수들을 보며 먼저 인사를 했다.

    “어!”

    “와아! 빅 타이거, 안녕하세요.”

    “인크레더블! 몸은 좀 어때요?”

    두 달 전 총기 사고로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에비에이터스 선수들은 대호를 보고 놀랐지만, 바로 정신을 차리고 안부를 물었다.

    “모두 회복하고 경기력 점검 차 왔습니다.”

    대호의 대답에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하게 선수들과 인사를 나눈 대호는 운동장으로 나갔다.

    먼저 도착해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도 있었고, 그들을 봐주고 있는 코치들도 있었다.

    “코치님! 안녕하세요?”

    2년 만에 트리플A에 내려온 것이니만큼 코치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부상은 다 나은 거야?”

    “예. 부상이 회복된 것은 한 달 전이었지만, 그동안 떨어진 신체 능력을 키우기 위해 인스트럭터와 함께 운동하느라 늦게 왔습니다.”

    보통은 부상자 명단에 올라가면 트리플A나 더블A에 내려와 회복 훈련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대호는 구단의 특별 관리 대상이었기에 따로 인스트럭터와 훈련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그러다 회복 훈련이 마무리되자, 이렇게 트리플A에 보내 실전 감각을 키워 주기 위해 여기로 보낸 것이다.

    “그래, 넌 금방 감각을 찾고 메이저로 돌아갈 테니…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예, 알겠습니다. 근데 감독님은…….”

    도움이 필요하면 말을 하라는 말에 알겠다고 대답을 한 대호는 고개를 돌려 감독을 찾았다.

    4개월의 마이너리그 경험 중 두 달이나 함께 했었기에 하이 싱글A나 더블A때 감독보단 그래도 오래 본 사이였다.

    그래서 인사를 드리기 위해 찾은 것이다.

    “감독님은 일이 있어 조금 늦을 거다.”

    “아, 그래요?”

    개인적인 일로 늦을 것이란 말에 대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풀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부상에서 회복이 되었다고 하지만, 대호는 이미 오래 전 자신의 몸이 다 나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특별히 뭘 더하지 않고 평소 루틴대로 몸을 풀었다.

    그런 대호의 모습을 운동장에 있던 선수들은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나이는 자신들과 비슷하거나 적었지만,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탑 티어 선수였기에 대호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눈에 담아 따라 하려는 것이다.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이들이다 보니, 메이저리그에서 대성공을 한 대호는 그들에게 좋은 교보재였다.

    4회차는 명전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