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회차는 명전이다-172화 (172/209)

172화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즈와 인터리그 세 번째 경기는 시작부터 난타전이었다.

오클랜드 슬랙스의 5선발 루브 월터는 4이닝 4실점하며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후속으로 마운드에 올라온 불펜 투수 또한 매회 1~2점씩 점수를 내주었다.

물론 오클랜드 슬랙스 타자들 또한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즈의 5선발 스트리플 로스를 상대로 2회 5점을 내며 강판시켰고, 후속으로 올라오는 투수들을 상대로 점수를 뽑았다.

따악!

“오클랜드 슬랙스의 3루수 켈리 달튼 선수 안타! 유격수 키를 넘기는 좌전 안타를 치고 2루까지 진루합니다.”

8회 말인 현재, 스코어는 11:9로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즈가 2점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선두 타자인 켈리 달튼이 안타를 치고 2루에 진출했다.

“와아아아!”

타석에는 9번 타자 시몬이 들어섰다.

좌익수인 시몬은 현재 0.322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시즌 초라고 하여도 9번 타자인 그의 타율은 결코 낮지 않았다.

더욱이 오늘 그는 3타수 3안타로 100% 출루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시몬이 타석에 들어선 순간 오클랜드를 응원하는 팬들이 환호하는 것이다.

팡!

“볼!”

시몬의 오늘 타격감이 좋다 보니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즈의 투수는 처음부터 결코 좋은 공을 던지지 않았다.

철저한 변화구 승부를 하고 있었다.

팡!

“볼!”

연속해서 볼이 나왔다.

하지만 언제까지 유인구만 던질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타격감 좋은 시몬의 뒤에는 그보다 더 무서운 괴물이 대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2루타만 네 개를 때린 대호가 대기 타석에 있는 것을 힐끗 쳐다본 투수는 어금니를 깨물고 투구를 하였다.

팡!

“스트라이크!”

94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이 날아와 바깥쪽 꽉 찬 스트라이크가 되었다.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즈의 네 번째 불펜 투수인 커크 윈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오른팔로 닦으며 심호흡을 하였다.

투구 한 구, 한 구가 살얼음을 걷는 것 같은 긴장감이 만연했다.

휘이익!

팡!

“스트라이크!”

방금 전 투구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코스와 비슷하게 날아오는 슬라이더였다.

하지만 시몬은 이를 포심으로 보고 스윙을 가져갔다 헛스윙을 하고 말았다.

이로써 2B 2S가 되면서 한순간에 투수에게 유리한 스코어가 되었다.

그렇지만 시몬은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이 오늘 타격감이 좋다고 하지만, 모든 것을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욕심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자신의 뒤에 누가 있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팡!

“볼!”

포심 패스트볼처럼 날아오다 브레이크가 걸려 아래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이었다.

이에 스윙을 가져가던 시몬은 날아오던 공이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급히 배트를 멈췄다.

“스윙 체크!”

심판의 판정이 있었지만, 포수는 급히 1루심을 가리키며 스윙 체크를 요구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1루심은 양손을 옆으로 벌리며 배트가 돌아가지 않았다는 신호를 보여 주었다.

“와아아아!”

다행이 시몬의 스윙이 중심을 벗어나지 않고 멈췄다는 사실에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휴우!’

간신히 휘두르던 배트를 멈춘 시몬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팡!

“볼! Walk!”

풀카운트 승부에서 시몬은 투수가 던진 유인구에 속지 않았다.

긴 승부 끝에 타자가 볼넷으로 걸어 나가자, 다시 한번 관중석에서 팬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그리고 경기장 안에 대호의 테마곡이 흘러나오자, 뉴슬랙스 볼파크 안은 광란의 도가니가 되었다.

현재 루상에는 1, 2루에 주자 두 명이 나가 있었다.

여기서 외야 깊숙한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되고, 만약 홈런이 나온다면 역전까지 가능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늘 대호는 4타수 4안타를 쳤고, 그 모든 안타가 2루타였다.

그러니 팬들이 이렇게나 환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대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커크 윈은 긴장했다.

자신들과 경기를 치르면서 아직까지 홈런이 하나도 없기는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누구보다 홈런이 많은 선수이며, 타격감이 최고란 것 또한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호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그를 상대로 어떤 공을 던져야 할지 애를 먹었다.

* * *

“오늘 다섯 번째 타석에 들어서는 정대호 선수! 지금 역전 주자까지 나가 있는데, 이쯤에서 홈런이 하나 나올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네, 이쯤에서 한 방 쳐 줘야 하죠.”

김승주와 하구연 해설은 다섯 번째 타석에 들어서는 대호를 보며 홈런을 쳐야 한다고 떠들었다.

그리고 뉴슬랙스 볼파크를 찾은 오클랜드 슬랙스 팬들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척!

대호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예고 홈런을 치겠다는 포즈를 취했다.

“우아아아아아!”

개막 3연전에서 이어서 또다시 예고 홈런이 나왔다.

팬들은 이를 보며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필요한 때에 자신들의 기도를 들은 것처럼 대호가 예고 홈런 퍼포먼스를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 * *

예고 홈런을 치겠다고 투수를 도발했다.

비록 1루가 비워진 상태는 아니지만, 혹시나 만루 작전으로 자신을 고의 사구로 내보내려고 할 수도 있기에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그런 대호의 모습에 마운드 위에 있던 커크 윈은 당황해 고개를 돌려 자신들의 더그아웃을 쳐다보았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즈의 감독 캐플러 게이브는 미간을 찌푸렸다.

마음 같아서는 타석에 있는 대호를 그냥 고의 사구로 내보내 만루 작전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자신의 마음을 알았는지, 대호가 먼저 예고 홈런이란 배수의 진을 치고 나왔다.

만약 1루만 비어 있었다면, 눈 딱 감고 1루로 내보내 버렸겠지만, 현 상황에선 그럴 수가 없었다.

탁! 타닥탁탁!

‘바깥쪽 유인구 위주로 승부해!’

하는 수 없이 승부를 하되 바깥쪽 낮은 유인구 위주로 던지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런 캐플러 감독의 사인을 읽은 커크 윈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고개를 돌려 포수를 보았다.

이때 포수 또한 더그아웃에서 전해진 사인을 받았다.

“대호! 대호!”

관중석에서 대호를 연호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막 투구를 하려던 커크 윈은 그 소리에 잠시 멈칫 하였다.

“볼!”

당황해 멈칫했던 것 때문에 그만 15초 룰을 넘기고 말았다.

그 때문에 공 하나를 손해 봤다.

하지만 어차피 유인구 위주로 어렵게 승부를 보려던 것이기에 커크 윈은 그런 것에 연연하진 않았다.

팡!

“볼!”

공 하나만 던졌지만, 볼카운트는 투 볼 노 스트라이크가 되었다.

‘흠… 승부를 피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좋은 공은 주지 않겠다는 것이군.’

방금 전 들어온 공을 보고 대호는 투수가 어떻게 승부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 깨달았다.

‘뭐, 그것도 좋지.’

승부를 피하지만 않는다면 바깥쪽으로 공 하나 정도 빠지는 볼이라도 충분히 홈런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 대호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지잉!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을 알고 있지만, 대호는 지금이 스킬을 쓸 적기라 판단하고 정신을 집중했다.

‘보인다.’

아직 모든 컨디션이 정상으로 되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팬들이 원하고 또 오늘 경기의 분수령이 될 순간이라 판단한 대호였다.

투수가 투구 동작에 들어가는 모습, 그리고 손끝을 떠난 야구공이 회전을 하며 날아오는 게 생생하겨 보였다.

‘안에서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

살짝 종으로 떨어지는 구질을 가진 커크 윈의 슬라이더를 보며 대호는 왼발을 앞으로 뻗으면서 반보 안쪽으로 밟으며 스윙을 가져갔다.

휘이익!

따아아악!

굳이 당겨 치지 않고 73포인트까지 회복된 힘 스탯을 믿고 정확하게 배트의 히팅 포인트에 맞췄다.

그러면서 공이 배트의 중심에 맞는 순간, 그대로 끝까지 팔을 휘둘렀다.

그렇게 휘두른 배트 중심에 맞은 야구공은 우익수 방면으로 날아갔다.

이에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즈의 우익수 에린 라모스가 급히 공을 쫓아 뒤로 뛰었다.

“와아아아!”

대호의 타구가 쭉쭉 뻗으며 허공을 가르자 이를 지켜보는 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 * *

“정대호! 정대호!”

김승주는 대호의 큼지막한 타구를 보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큽니다. 커요!”

하구연 해설도 우익수 방면으로 날아가는 타구를 보며 소리쳤다.

“홈런! 홈런입니다.”

“우측 폴 대를 맞는 홈런이 나왔습니다.”

김승주와 하구연은 5일 만에 나온 대호의 홈런을 보고, 마치 자신들이 홈런을 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기뻐하였다.

“정대호 쓰리런, 쓰리런 홈런입니다.”

“정대호 선수, 휴스턴 스트로스와 2차전을 마지막으로 잠잠했던 홈런포를 오늘 다시 가동을 합니다.”

하구연 해설은 5일 만에 나온 대호의 홈런을 보며 다시 홈런포를 가동했다며 카메라를 보며 떠들었다.

“우리의 정대호 선수, 11:9로 2점 차로 지고 있던 경기를 3점 쓰리런 홈런을 치며 11:12로 뒤집습니다. 1점 차 역전 홈런을 쳤습니다!

대호의 역전 홈런으로 뉴슬랙스 볼파크 안은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관중석 한쪽에서는 오클랜드 슬랙스의 저리를 흔들며 시끄럽게 떠들었고, 또 한 쪽에서는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대호! 대호! 대호!”

“빅 타이거! 빅 타이거!”

대호가 느긋한 걸음으로 그라운드를 돌고 홈으로 들어올 때까지 팬들은 계속해서 그의 이름과 별명 등을 연호했다.

타다다다!

홈을 밟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동료들이 그의 헬멧과 등을 두드리며 홈런을 축하해 주었다.

퍽! 짝!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더그아웃 안으로 들어서자 안쪽에 있던 브렛이 마지막으로 축하해 주었다.

“역시 네가 한 건 해 줄 거라 알았다.”

“고마워.”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즈와 인터리그를 치르면서 떨어졌던 타율이 오늘 5타수 5안타를 치며 다시 올랐다.

“대호, 이 추세라면 작년 기록을 경신하겠는데!”

조금 전 홈런으로 대호는 시즌 14홈런을 기록했다.

이제 겨우 열다섯 번째 경기를 치르고 있는데, 대호가 친 홈런의 개수는 무려 열네 개나 되었다.

경기당 0.9개의 홈런을 치는 꼴이니 이는 엄청난 추세다.

막말로 두 경기당 홈런 한 개만 쳐도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홈런 기록을 훨씬 초과한다.

그런데 대호는 경기당 0.5개도 아니고, 거의 한 경기당 1개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의 홈런을 치고 있다는 소리였기에 정말로 인크레더블이라 불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다.

“우리도 먹고 살게 좀 적당히 치면 안 되겠냐?”

브렛은 대호를 보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하, 나도 그러고 싶은데 상대가 너무 약해서…….”

브렛의 장난에 대호도 장난으로 그의 말을 받아쳤다.

대호에게 역전 홈런을 허용한 커크 윈은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는 8회 말이었다.

1점 차 역전이 된 상황에서 아웃 카운트는 제로.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오클랜드를 막고, 역전을 노리기 위해서라도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즈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게 팀의 마무리인 새미 롱을 8회에 올리는 것이었다.

99마일의 포심 패스트볼과 벌컨 체인지업을 특기로 하는 특급 마무리다.

2033시즌이 개막되면서 여덟 번 마운드에 올라 1승 7세이브를 기록하고 있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즈의 코칭스태프들은 그에게 기대를 걸고 있었다.

“아웃!”

“아웃!”

“아웃!”

메이저리그의 특급 마무리답게 새미 롱은 오클랜드 슬랙스의 후속 타자를 상대로 손쉽게 아웃을 잡아냈다.

8회가 마무리 되고 샌프란시스코의 9회 초 공격이 시작되었다.

11:12로 오클랜드 슬랙스가 1점 차 앞서고 있는 상황, 오클랜드 슬랙스 측에서도 여기서 경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 마무리 투수를 올렸다.

오클랜드 슬랙스의 루크 메디아는 마운드에 오르면서 살짝 떨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오클랜드가 열다섯 경기를 치르는 동안 지금까지 단 한 차례 마운드에 올랐을 뿐이었다.

심지어 그 때는 패배를 당했다.

그 경기가 바로 현재까지 팀의 유일한 1패인 휴스턴 원정 경기였다.

그러니 마운드에 오르는 그의 기분이 어떻겠는가?

‘후우!’

마운드에 오른 루크 메디아는 작게 심호흡을 하였다.

그런 그의 귀에 대호의 커다란 응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루크! 뒤는 우리에게 맡기고 편하게 던져요.”

대호의 응원 때문이었을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떨리던 가슴이 안정이 되었다.

펑!

“스트라이크!”

초구부터 97마일의 투심 패스트볼이 포수의 미트에 꽂혔다.

펑!

“아웃!”

연속해서 강력한 패스트볼에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즈의 선두 타자가 아웃이 되었다.

따악!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즈의 타자가 몸 쪽으로 파고드는 패스트볼을 잘 받아 쳤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잘 맞은 타구였지만, 중견수 앞으로 날아가는 평범한 플라이 볼이 되었다.

그렇게 9회 초 투아웃을 잡고, 마지막 아웃 카운트 하나만 남겨둔 상황.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즈에서 대타를 내보냈다.

트리플A에서 브랜튼이 10일 부상자 명단에 올라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사이 콜업 된 선수였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샌프란시스코가 아닌 오클랜드에 미소를 보여 주었다.

“아웃! 게임 셋!”

“와아아아!”

높이 뜬 타구를 안정적인 자세로 잡아낸 대호가 글러브에서 공을 끄집어내자, 심판의 콜이 떨어졌고, 경기장 안은 오클랜드 슬랙스의 팬이 질러 대는 괴성으로 뒤덮였다.

4회차는 명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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