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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157화 (157/200)

157화

0.01초 소드마스터 157화

“모두 서두르거라!!”

“한시가 급하다!”

“폐하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오메르 왕국에 설치 되어 있는 포탈이 발동되면서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오자 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뭐? 제국의 기사단들이?”

“예! 갑자기 포탈이 열렸습니다!”

한가롭게 국정을 살피고 있던 엘버스테인도 포탈에서 베라크 제국 기사단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보고에 화들짝 놀라며 직접 현장으로 나가 보았다.

그곳에는 아론 대기사단장이 있었다.

“아론.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엘버스테인. 황제께서 사라지셨다.”

“뭐, 뭐라고?!”

아론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상히 엘버스테인에게 말해 주었다.

그러자 그도 역정을 내며 앞에 나섰다.

“뭣이!? 신전이 폐하를? 그런 일이라면 나도 나서겠네! 감히 우리 황제 폐하를 그 간악한 신전에서······!”

“네가 우리와 함께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힘이 되겠지. 엘버스테인.”

“그래. 폐하께서 사라지면 베라크 제국이 어찌 건재할 수 있겠나. 나도 자네의 뒤를 따르겠네! 뭐든 맡겨만 주시게!”

아슬란의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열렬히 나서는 엘버스테인이지 않은가.

아론이 주최하는 신도들의 예배가 있으면 비록 먼 거리라 할지라도 빠짐없이 참여하는 엘버스테인이다.

아론 못지않은 아슬란의 충신으로서, 그는 그 누구보다도 이번 일에 분노하고 있었다.

“총리님.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아슬란이 황제에 오르면서 총리가 된 호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출발합시다.”

“예!”

무려 10만에 달하는 기사단이 오메르 왕국 근처에 있는 신전을 향해 나아갔다.

아슬란의 안전이 걸려 있는 일이기 때문에 아론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질주했고, 마법사들은 이속 마법을 쉴새 없이 걸어 주며 속력을 높여 주었다.

그렇게 하루 동안 쉬지 않고 달린 결과,

“신전이다!!”

“신전에 도착했습니다!”

그들은 마침내 신전에 도착했다.

“자랑스러운 베라크 제국의 기사단이여! 황제 폐하를 위해 목숨을 바쳐라!”

“와아아아-!!”

“모두 진격!!”

기사들이 신전을 향해 진격하자 그 주변을 방어하고 있던 성기사들은 저들의 막강한 군세에 놀라 도망부터 쳤다.

“퇴, 퇴각하라!”

“베라크 제국의 기사단이다! 전부 도망쳐!”

베라크 제국의 기사단은 최신식 무기와 용맹함으로 그들에 대한 명성이 이미 대륙 전체에 퍼져 있었다.

당연히 신전에 있는 성기사들 역시 그들의 무서움을 알고 있을 터.

그들은 홍수처럼 밀려오는 기사단을 보고 지레 겁을 먹었다.

“진격!!”

손쉽게 방어선을 무너뜨린 아론과 기사단은 거칠 것이 없었다.

이대로 신전 안에 들어가 앞길을 막는 자들은 모조리 짓밟아 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모두 멈추세요!”

공간을 울리는 청명한 목소리에 그들의 진격이 멈춰 섰다.

“이곳은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신성한 곳입니다. 그런 곳에 칼을 든 기사들이 난입을 하다니!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신전은 전투가 금지된 곳이라는 걸 잊었습니까?”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교황이었다.

그러자 호레스가 호통을 치듯 소리쳤다.

“우리 황제 폐하를 교황 레헤나, 그대가 데려간 것을 알고 있소! 그분에게 대체 무슨 짓을 벌인 것이오? 만일 폐하를 털끝이라도 건드렸다면 베라크 제국은 반드시 신전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것이오!!”

교황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감히 신전을 잿더미로 만들겠다는 발언이 나오다니.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자면 그만큼 저들이 아슬란을 위한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이 대륙의 인간들은 신전의 권위와 라할이란 이름을 두려워한다.

그렇기에 제아무리 강대국이라 할지라도 신전 앞에서는 고개를 숙였던 것이다.

그런데 저들에게는 그런 두려움이 보이지 않았다.

이것 역시 아슬란 때문이겠지.

“후. 당신들이나, 당신들의 주인이나 앞뒤가 없는 것은 똑같군요.”

“똑바로 대답하시오! 우리 황제께서는 지금 어디에 있소?!”

“따라오세요. 당신들이 찾고 있는 분은 지금 신전 안에 계십니다.”

교황의 침착한 목소리에 일단 호레스도 받아들였다.

“좋소. 하지만 허튼짓을 하려는 거라면 생각을 접는 것이 좋을 것이오.”

그렇게 기사단은 잠시 돌진을 멈추고 교황의 뒤를 따라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

그런데 주변을 보아하니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신을 위해 열린 큰 예배 시간에 이들이 난입을 한 느낌이랄까.

“여러분이 오해하고 계신 것이 있어요. 지금 그분은 누군가에게 위협을 받고 계시지 않습니다.”

“당연하지! 우리 폐하께서 당신들을 위협하면 모를까. 누군가에게 위협을 받고 사실 분은 아니시오.”

“뭐······. 그렇긴 하겠죠. 아무튼, 여기 제사장들이 모두 모이고 모든 성기사와 신도들이 모인 이유가 있어요. 라할의 화신을 경배하기 위함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라할의 화신이라니.”

“직접 뵙게 해 드리지요.”

이윽고 굳게 닫혀 있던 신전의 문이 열리면서 저 끝자락에 있는 황금 보좌에 아슬란이 앉아 있었다.

“폐, 폐하!”

“황제 폐하!”

호레스와 기사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당황해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바로 그때 교황이 옆에서 소리쳤다.

“모두 경배하고 고개를 조아리십시오. 라할의 화신이신 아슬란 님이십니다!”

* * *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거지.

“라할이시여~!”

“라할을 뵙습니다!”

“영광스러운 전능하신 분을 뵙습니다!!”

“라할이시여!”

모두 나를 향해 라할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이들은 철썩같이 내가 라할의 화신이라 믿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하필이면 내가 라할의 화신이라고 못을 박은 게 천상의 드래곤이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천상의 드래곤은 어둠으로 절대 부활시킬 수 없는 존재이며, 오직 라할처럼 순수한 빛만이 그것을 일으킬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나를 핍박하고 등한시하던 신전의 제사장들조차 내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게 된 것이었다.

“폐, 폐하······. 폐하께서 라할의 화신이라니······.”

“역시······. 백성을 위하는 그 성품이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상식을 뛰어넘은 힘과 카리스마. 과연 폐하께서는 인간이 아닌, 신이셨군요!”

나를 구하려고 부리나케 달려온 호레스와 기사들 역시 눈에 빛을 발하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들도 내가 라할의 화신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으면 진작에 그랬어야 했다.

하지만 아까 미카엘과 천사들에게 말할 때 마치 내가 정말로 라할의 화신인 양 입을 터는 바람에 결국 이리되어 버렸다.

‘나도 모르겠다, 이제.’

이놈의 허세 때문에 이제 나는 이 대륙을 창조하고 모든 생명체를 만들어낸 빛의 주인, 라할이 되어 버렸다.

‘그나저나······.’

천상의 드래곤이 떠나면서 남긴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는다.

‘혼돈의 드래곤이 깨어났다, 라할. 그리고 레메게톤은 반드시 부활하게 될 것이다.’

혼돈의 드래곤이 깨어나는 것도 머리가 아픈데, 레메게톤까지 부활을 한다라.

그야말로 초비상이었다.

‘혼돈의 드래곤은 그 날갯짓만으로도 이 세상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 더군다나 레메게톤이 부활한다면 대륙은 파멸을 맞이하게 되겠지.’

그렇게 말하던 천상의 드래곤이 내게 부드러운 미소를 날렸었다.

‘하지만 네가 있으니, 이 대륙은 항상 그렇듯 안전할 것이다. 큰 전쟁이 일어나겠으나, 너를 중심으로 모여든 종족들이 대륙의 파멸을 막아내겠지. 네가 돌아와서 참으로 다행이다, 라할.’

그 말을 남긴 뒤, 천상의 드래곤은 다시 무덤으로 돌아갔다.

‘근데 천상의 드래곤이 틀린 걸 수도 있잖아? 신뢰할 수가 있는 거야?’

혼돈의 드래곤은 그렇다고 쳐도, 레메게톤의 부활은 아직 확신할 수가 없다.

이 게임은 레메게톤이 깨어나는 순간 사실상 끝이기 때문에 개발진도 웬만하면 레메게톤이 부활하지 못하게 시스템적으로 막아 버렸다.

거기까지 갔다는 건 플레이어가 어지간히 막장으로 플레이를 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천상의 드래곤은 나를 라할이라 착각하지 않았던가.

그런 까막눈으로 무슨 앞날을 보겠다고.

“폐하.”

그때 라일라칸이 앞에 다가와 나를 불렀다.

“······.”

이놈의 눈초리를 보아하니, 역시 라일라칸은 내가 라할의 화신이라는 걸 믿지 못하는 것인가?

하긴. 라일라칸 정도 되는 초인이라면 내가 신인지 아닌지 정도는 구분이 가능한······.

“과연 소인이 폐하를 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군요. 어찌 인간이 신을 능가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럼 이제 소인이 다시 대륙의 최강자가 되는 것입니까?”

뭐 인마?

“라일라칸.”

나는 기대감에 눈빛을 반짝이는 라일라칸에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헛소리할 거면 들어가라.”

“아, 예.”

이를 어찌하면 좋을꼬.

라일라칸 저놈이 저럴 정도면 다른 놈들은 정말 나를 신으로 믿고 있다는 건데.

더 일이 커지기 전에 수습해야 하지 않을까?

“모두 들으라.”

마침 이곳에 모두 모여 있으니, 나는 어느 정도 일을 수습해 놓을 생각이었다.

정말 나를 라할이라 생각한다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

내 말 한마디에 모두 입을 다문 채 귀를 열고 고개를 조아렸다.

“짐은 라할이 아니다.”

“······?”

“짐은 너희와 똑같은 인간일 뿐이다. 일라이 왕국의 대기사단장이었을 때처럼, 그곳의 왕이 되었던 것처럼, 그리고 지금 황제인 것처럼. 짐은 늘 똑같이 아슬란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내가 신이 아님을, 그저 너희와 똑같은 인감임을 분명히 밝혀 두었다.

“그러니 짐을 신이라 칭하지 말거라. 또한 라할이라 부르지 말거라. 짐은 베라크 제국의 황제이며, 아슬란이라는 사내일 뿐이다.”

그러자 좌우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난 그 침묵이 더 길어지기 전에 말을 이었다.

“짐은 항상 그랬듯, 이 대륙의 평화를 위해, 모든 종족의 안전을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다. 그것이 짐의 운명이며 사명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짐을 신으로 추앙하지 말거라. 짐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다. 너희와 똑같이 내 사람들을 지키고 싶은 인간 말이다.”

이 정도 했으면 되었겠지.

나는 만족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이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역시 신이라는 그 위대한 자리를 버리고 인간의 몸으로 오신 것인가.”

“아아. 어찌 저리도 한없이 겸손하실 수가.”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 우리와 함께 계시고 싶으시다는 뜻인 건가?”

호레스를 비롯해 신전의 제사장들은 저마다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아론과 기사들도 애써 흐르는 눈물을 참고 있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뭐야. 갑자기 반응들이 왜 이래.

“폐하의 말씀, 뼛속에 새기겠습니다!”

“이제야 폐하의 마음이 헤아려집니다. 늘 그런 마음으로 계셨던 것이군요. 소인들이 그동안 너무나도 폐하의 마음을 몰랐습니다.”

“폐하께서 늘 인간의 마음으로 소인들을 바라보고 계셨다니······.”

“과연 폐하께서는 위대하신 분입니다!”

그들은 곧 바닥에 엎드려 아까보다 더 크게 내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난 그런 그들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

이제 정말 내가 라할이라는 오해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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