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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소드마스터-22화 (22/200)

22화

1초만 소드마스터 22화

“대기사단장님께서 오메르 왕국에 대한 정보를?”

“예. 군사님.”

“허어-.”

오메르 왕국이라.

할라즈처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왕국이다.

그런데 아슬란이 갑자기 그곳의 정보를 찾는다?

‘설마 할라즈 왕국 다음은 오메르인가?’

검의 원탁 회의에서 아슬란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보고를 통해 알고 있었다.

철쇄의 기사라 불리는 요리스의 어깨를 맨손으로 부쉈으며, 다섯 번째 소드마스터라는 미뉴엘을 고작 손가락 하나로 굴복시켰다.

그 일이 있은 뒤, 온 대륙에 소문이 퍼지면서 아슬란이 사실은 카르만에 버금가는 강자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중이었다.

‘그 일을 당했는데도 보복이 없는 것을 보면······.’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는 사건들이었다.

타 왕국의 돌격대장을 그 지경으로 만들고 소드마스터의 명예에 흠집을 냈다.

그런데도 틈만 나면 칼을 들고 싸우는 철 없는 사내놈들이 이걸 그냥 넘어갔다는 건,

‘정말 카르만과 우리 아슬란님이 비슷한 위치라고 보는 건가?!’

순간 머리가 멍해질 정도의 충격이 휩쓸고 지나갔다.

그 괴물 카르만과 아슬란이 동급이라······.

그거 하나만으로 일라이 왕국의 격이 얼마나 높아지는 것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지금 대기사단장님께서는 어디 계시느냐?”

“예. 기사단을 이끌고 왕궁 밖을 나서셨습니다.”

“음? 무슨 일로?”

“성 안 민심을 살피기 위해 나가신다는 말씀만 하셨습니다.”

“허허. 또 말이냐?”

호레스는 절로 푸근한 미소가 지어졌다.

아슬란. 정말 바뀌어도 적응이 안 될 정도로 많이 바뀌었다.

거의 매일 밖으로 나가 민생을 살피며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준다.

한때 일라이 왕국으로 파국으로 치닫게 하던 악마 아슬란은 어디 간 것인지.

이제 남은 건 오직 존경과 칭송만 받고 있는 성인군자, 아슬란이었다.

“일라이 왕국이 과연 어디까지 변화할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지금 그는 어떤 마음으로 백성들을 대하고 있을까?

* * *

‘하. 시발. 보상 한번 더럽게 짜네.’

도시에 있는 백성들에게서 퀘스트 10개를 받아 클리어 하면 1골드.

처음에는 이것도 좋은 거라고 생각했지만, 퀘스트 한번에 10골드를 팍파 벌어 들이고 나니 왠지 엄청 적어 보였다.

‘이래서 헝그리 정신이 중요한 건데.’

나도 슬슬 배가 부른 건가, 싶다가도.

“위대한 분이시여. 집에 벌레가 가득해 살 수가 없습니다!”

이딴 퀘스트나 받고 있으니 현타가 올 수밖에 없다.

그런 건 벌레 퇴치 전문 업체를 부르면 되는 거 아닌가.

‘참자. 어디 성으로 쳐들어가서 성주의 모가지를 따오라는 퀘스트를 주는 것도 아니잖아.’

그래. 차라리 이게 낫지.

거기다 나는 궂은 일을 할 필요가 없다.

“저 불쌍한 노인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거라.”

“예.”

그냥 부하들을 시켜 놓으면 알아서 퀘스트 클리어가 되고 보상이 들어온다.

그렇게 바득바득 일을 하며 모은 현재 골드.

[32골드]

쩝.

갑자기 또 현타 오려고 하네.

하지만 18골드를 모으면 상점을 오픈할 수 있으니, 꾹 참자.

어차피 RPG라는 게임이 결국 노가다 아니던가.

“위대한 분이시여. 항상 저희를 굽어 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저의 작은 성의입니다.”

“위대한 분이시여. 제 작은 선물을 부디 받아 주십시오.”

그래도 한 가지 좋은 건 이렇게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 저기서 선물꾸러미가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백성들이 청탁 목적이 아니라 고마워서 주겠다는 선물을 왜 거절하겠는가.

“흠. 귀하게 쓰겠다.”

“감사합니다, 대기사단장님!”

이것이 다 민심과 평판, 그리고 아슬란의 특성 효과를 보는 것이었다.

물론, 쓸만해 보이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이게 다 내 주머니를 두둑이 만들어 주는 일이니, 난 마다하지 않고 전부 받았다.

“이제 가겠다.”

“또 오세요~!”

“항상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나는 100명 정도 되는 기사단을 이끌고 성 밖을 나왔다.

이 정도 인원이면 충분히 내 안전이 확보되었다.

거기다 내 옆에는 아론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지 않던가.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투르 산맥이다. 길이 그리 멀지 않으니, 금방 도착할 터. 속력을 높이겠다.”

“예!”

그래도 이 극악 난이도를 무시할 수 없으니, 최대한 빠르게 다녀올 생각이었다.

그리고 산맥에 숨겨진 아이템을 찾은 뒤에는 들를 곳이 하나 더 있었다.

‘우리 아론 밥값하게 해줘야지.’

할라즈 왕국이 떼어 먹은(?) 돈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엘버스테인을 붙잡아 오메르 왕국에 넘겨줄 참이었다.

그렇게 해서 자원을 끌어모으면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아진다.

현실이나 게임이나 일단 돈 많은 게 무조건 최고였다.

푸르~ 푸르르~

이놈의 말 새끼가 주인 기분 좋은 건 알아가지고 나를 대신해 콧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우린 빠르게 행군하여 투르 산맥에 도착했다.

가까운 곳이라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아마 여기 부근이었던 거 같은데.’

아무리 내가 고인물이라고 해도 컴퓨터 화면으로만 보던 지형을 실제 눈으로 보고 찾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보통 마법 보석들은 동굴에 짱 박혀 있는데.’

그래서 나는 기사들을 시켜 주변에 동굴을 찾게 했다.

과연 인원이 많으니 찾는 것도 빠르다.

얼마 안 있어 기사 하나가 소리쳤다.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발견한 동굴이 좀 이상했다.

‘뭐지? 원래 입구가 이렇게 막혀 있었나?’

동굴 입구에 왠 큰 바위가 하나가 입구를 떡하니 막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치워라.”

“예.”

기사들이 나서서 바위를 치우면 그만이다.

“읏!”

“큭!”

그런데 수십의 기사들이 나서도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예 그들은 바위를 부수고자 칼을 들고 힘껏 내려 치기도 했지만,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슬슬 뭔가 쎄했다.

“아론.”

“예.”

“네가 저 바위를 갈라 보거라.”

“알겠습니다.”

해결사 아론이 나서서 부러진 미스릴 검을 들었다.

그곳에서 나오는 예리한 검강이 바위를 강하게 내려 쳤지만,

“······.”

여전히 바위는 멀쩡했다.

몇 번을 내려쳐도 결과는 똑같았다.

‘이거 설마······.’

또 난이도 때문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고작 보석 하나 파밍하는 곳에서 이런 바위가 입구를 틀어 막고 있다고?

아론이 저렇게까지 쳤는데도 부서지지 않는 것을 보면 보통 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 개발자놈들.’

굳이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냐.

스르릉-.

하지만 내게는 찰나에 불과하나 최강이라는 괴력 스킬이 있지 않던가.

네놈들이 끝까지 막겠다면 나도 끝까지 뚫어주마.

난 검을 들어 바위의 정중앙에 가져다댔다.

그런 뒤,

콰아앙-!!

있는 힘껏 바위를 때렸다. 그러자,

콰직-!! 콰콰콱-!!

태산처럼 버티던 바위가 산산조각 나면서 부서졌다.

“와아-!”

“과연 엄청난 힘!”

이 정도로 뭘.

코를 쓱 매만지고 싶었지만, 이놈의 허세가 그걸 허락할 리 없었다.

‘그럼 이제 파밍을 해볼까?’

라고 즐겁게 발걸음을 앞으로 떼려는 순간.

콰콰콱-!!

“어어?”

“도, 동굴이······!”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찰나의 괴력에 의해 부서진 바위는 그 위까지 균열을 퍼뜨려 아예 동굴과 그 위의 절벽까지 무너뜨리고 있었다.

“피, 피해!”

“무너진다!!”

콰콰쾅-!!

그렇게 동굴이 무너져 내렸고, 그 동굴과 연결된 산맥 역시 균열이 일어나 산사태가 벌어지기까지 했다.

“······.”

나는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무너기로 쌓인 돌들을 바라보았다.

저 아래 어딘가에 보석이 있을 터.

하지만 이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면 보석이 멀쩡할 리 없었다.

‘이렇게 보석 하나가 날아가는구나.’

이런 황당한 경우가 있나.

애써 기사단까지 끌고 와서 그깟 보석 하나 얻겠다고 이 고생을 했는데.

입구를 이상한 바위로 막지를 않나, 막상 부수니까 다 무너지지 않나.

‘그냥 처음부터 주기 싫다고 해라.’

도대체 이놈의 게임은 나를 얼마나 굴려 먹으려는 것인지.

이런 건 그냥 하나쯤 줘도 되지 않나?

‘아니지. 기사단도 있으니까 여기 잔해를 다 치우게 해서 보석을 찾는 건······.’

하지만 저 높은 돌무더기를 하루 아침에 다 치울 수 있을 거 같지 않았다.

최소 며칠은 걸릴 작업이 될 텐데, 막상 일을 끝내도 보석이 망가져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럼 포기해야 하는 건가?’

그래. 보석이 여기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문제는 앞으로 매번 아이템을 얻으려고 할 때마다 이렇게 태클을 걸어 버리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아쉽지만 일단 철수를······.’

바로 그때였다.

“저 위에 뭔가가 있습니다.”

아론이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무더기 꼭대기를 가리켰다.

뭐가 있다는 거야?

내 눈에는 안 보이는데.

뭔지 모르겠지만,

“가져와라.”

난 못 올라가.

“예.”

아론은 군말 없이 번쩍 날아올라 빠른 속도로 꼭대기 위에 올라갔다.

그런 뒤 그가 발견했다는 것을 들고 그대로 바닥에 낙하했다.

쿵-!

저 높이면 발이 부러질 법도 한데, 아론은 아주 멀쩡하게 걸어와 내 몸통 만한 바위를 들고 왔다.

그리고 그 안에는,

‘황금 보석?!’

무려 유니크 등급의 보석이 박혀 있었다.

‘미친. 이게 여기서 왜 나와?’

유니크 등급의 황금 보석은 구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화이트 보석보다 한 단계 위에 있다는 황금 보석은 상당히 유용한 능력을 옵션으로 준다. 그렇기에 구하기도 까다롭고 어려우며, 제작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

그런데 이게 왜 여기 있는 거지?

‘설마 이게 진짜 히든 아이템이었나?’

여긴 화이트 보석이 있는 동굴.

하지만 사실 화이트 보석은 맥거핀이었고, 진짜 히든 아이템은 이 황금 보석이었다면? 그것도 여기 동굴을 전부 무너뜨려야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라면?

‘진짜 미친놈들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누가 여기 동굴과 산맥을 다 뒤집어 엎으려고 하겠는가.

누구도 그런 시도를 했던 적이 없기에 황금 보석이 여기 숨어 있다는 정보도 없었던 것이다.

‘이걸 잘 꺼내야 하는데.’

나는 아론에게 말했다.

“아론. 여기 안에 있는 보석을 꺼낼 수 있느냐?”

“예.”

자칫 검을 잘못 휘두르면 보석까지 상해서 못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아론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검을 여러 번 휘둘렀다.

그의 정교하고 빠른 쾌검에 바위는 횟감처럼 투둑투둑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그 안에 보석이 튀어 나오자 아론은 그것을 검신으로 내려 받았다.

“······.”

무슨 서커스 쇼를 보는 것만 같았다.

이게 재능러의 검술인 건가.

속이 쓰리면서 부러웠다.

“여기 있습니다.”

나는 아론이 준 황금 보석을 건네 받았다.

영롱한 빛이 아주 요염하게 유혹을 하는 느낌이다.

‘내가 그냥 플레이어였으면 별 감정 못 느꼈겠지.’

여기에 이런 히든 아이템이 있더라! 라고 커뮤니티에 글을 쓰고 잊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아슬란의 몸을 하고 나니, 이게 이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무명의 황금 보석]

-아직 개방되지 않은 황금 보석이다.

-개방 이후 보석 효과가 자동으로 부여된다.

심장이 쿵쾅 뛰는 것만 같았다.

끽해봐야 화이트 보석이라 생각했는데, 여기서 이런 횡재를.

보석을 개방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냥 여기서 바로 개방시킬 수가 있다.

문제는,

‘제발 이건 난이도 타지 않게 해주세요.’

능력 부여가 랜덤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보석이라고 해도 랜덤으로 능력이 부여되기 때문에 어떤 능력을 얻을지 예측할 수가 없다.

진짜 빛살 좋은 개살구가 될 수도 있는 거고, 정말 대박이 터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며 보석을 개방시켰다.

그러자,

[보석의 힘이 개방됩니다.]

범상치 않은 황금빛이 눈이 멀 것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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