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나 혼자 최강 괴력스킬 16화
내가 검의 원탁에 참여한다고 하니, 왕궁은 축제 분위기였다.
일라이 왕국이 처음으로 검의 원탁에 참석하는 거라서 기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자리를 비워서 기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길을 떠나기 전 그들에게 배웅을 받았다.
난 아까부터 마음에 안 들게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호레스에게 다가가 말했다.
“호레스.”
“예, 대기사단장님.”
“알아서 잘하리라 믿는다.”
뒤에서 개수작 부리지 말고 처신 잘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는,
“항상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믿음에 부응하겠습니다.”
뭔가 잘못 알아들어도 한참 잘못 알아들은 것처럼 보였다.
한 마디 더 하려다 이 영감의 초롱초롱한 눈동자에 그만두었다.
일단은 내가 왕궁에 없으니 알아서 잘할 거라 믿는 수밖에.
“다 모였나?”
내 직속 호위 기사는 아론을 포함해 다섯 명.
“예. 저희도 왔습니다.”
그리고 하리엘과 그녀의 부하들이 5명 있었다.
숫자만 보면 적어 보이지만, 하리엘과 그녀를 따르는 부하들의 무력 수치를 따졌을 때 아주 든든한 호위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차로 이동하지 않고 말로 이동을 한다는 점 정도?
“저······.”
내 호위기사들과 아론은 하리엘을 보고 얼굴을 붉혔다.
특히 아론의 반응이 꽤 신선했다.
항상 무뚝뚝한 얼굴로 호위만 하던 놈이 어쩔 줄을 몰라한다.
역시 남자들은 이쁜 여자 앞에서는 사족을 못 쓰는 건가.
“오늘부터 우리와 동행을 할 자들이다. 서로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라.”
제발 서로 신경전을 벌이다 싸우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싸우는 순간 우린 하리엘한테 다 죽을 테니까.
“예!”
오늘따라 목소리가 더 힘차 보이는 기사들이었다.
“하리엘.”
“네.”
“강행군이 될 것이다. 난 어쭙잖게 쉬는 걸 싫어한다.”
“잘 알겠어요. 뒤처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왕 가기로 한 거, 최대한 빠르게 갔다가 빠르게 돌아오는 것이 목표였다.
10골드를 받는 순간, 바로 그곳에서 내뺄 것이다.
“그럼 출발하지.”
그런데 내가 성문으로 나서려고 하자 언제 소문이 돌았던 것인지, 벌써부터 백성들이 쫙 모여 있었다.
“대기사단장님!!”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우리 왕국의 자랑입니다!”
승전보를 울린 기사를 맞이하는 것처럼 백성들은 꽃잎을 흩날리며 나를 배웅해 주었다.
하리엘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인기가 정말 많으시네요.”
“흠. 그런 셈이지.”
심취의 특성으로 나는 아주 당연하게 저들의 찬사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저기 손을 흔드는 여인들도 대기사단장님께 아주 애절한 거 같네요.”
하리엘이 가리킨 곳에는 젊은 여성들이 나를 향해 손수건을 흔드는 중이었다.
“이젠 익숙하다.”
“아~주 좋으시겠어요.”
뭔가 하리엘의 말에 가시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착각인가.
“군중의 사랑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느냐?”
중후한 매력, 사기 증진, 그리고 군림까지.
민심 끌어 올리는 데에는 특화된 특성들이었다.
“당신도 이 사람들을 많이 아끼시나요?”
“그거야 당연한 일이다.”
내가 어찌 이들을 싫어할 수 있을까.
왜냐하면,
“이들은 내게 희망을 주고,”
내게 퀘스트를 주고,
“용기를 주며,”
골드를 주며,
“존재의 이유까지 준다.”
세금까지 준다.
“그러므로 당연히 이들을 지키고, 이들을 위해 죽는 것이 곧 기사의 명예인 것을.”
물론 정말 죽어 줄 생각은 없었다.
“아······.”
하리엘은 진지하게 내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당신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었군요. 이제 알겠습니다.”
“기사라면 누구나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을 얘기했을 뿐. 특별한 것은 아니다.”
난 말의 배를 차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이제 빠르게 출발하지.”
“네!”
검의 원탁이 열리는 곳.
레이어스 신전으로.
* * *
검의 원탁 회의가 열리는 레골라스 산맥으로 향한 아슬란과 그의 무리는 정말 쉬지 않고 달리기만 했다.
하리엘도 처음에는 성문을 나서기 전에 보았던 아슬란의 모습과 그가 했던 말을 곱씹으며 감탄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행군을 지속하면서 그런 여유가 사라졌다.
‘왜 쉬지 않는 거지? 이 정도면 쉴 만도 한데.’
한시도 쉬지 않고 달리기를 반복하는 건 제아무리 하리엘이라고 해도 고역이었다.
그건 부하들도 마찬가지.
특히 달리다 보면 사막지대를 넘어야 하는 곳이 있어서 더욱 힘들었다.
그런데도 아슬란은,
“속도가 느리다. 더 빨리 따라와라.”
아주 멀쩡해 보였다.
처음 출발했을 때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다.
“저, 저기 아슬란. 잠깐 쉬면 안 될까요? 부하들이 너무 힘들어해요.”
부하들 핑계를 대긴 했지만, 하리엘도 지쳐 있었다.
벌써 3일을 쉬지 않고 달리기만 했다.
아슬란은 살짝 미간을 좁히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그제서야 하리엘의 부하들이 숨을 헐떡이며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으으. 대체 체력이 얼마나 좋으면······.”
“아무리 무예가 뛰어나도 강행군에는 진짜 위아래가 없던데.”
“괴물이야, 괴물. 아니. 저건 악마야. 진짜 단 한번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더라.”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부하들은 이제 질렸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슬란은 괴물이었다.
특히 이런 사막지대에서는 충분히 수분 보충을 하고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금방 낙오하기 마련.
그런데도 아슬란은 한번도 쉬지 않고 달리기만 했다.
더군다나 놀라운 건,
“저 말도 주인을 닮았나 봐.”
그가 타고 있는 말도 도시에서 출발하기 전과 똑같이 기분 좋게 푸르르 울고 있다는 점이었다.
둘 다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멀쩡하다는 게 놀라울 따름.
“다 쉬었나?”
“네···? 이, 이제 막 앉았는데요.”
“여기까지 오는데 말 위에서 쭉 앉아 있지 않았나? 그대들이 달리는 게 아니라 말이 달리는데, 왜 너희들이 먼저 지치는 거지?”
“······.”
그러자 참다 못한 타샤가 나섰다.
“아슬란 님. 말도 많이 지쳤습니다. 이러다 말이 죽게 생겼어요.”
“포션을 먹여라. 포션만 잘 먹이면 일주일 동안은 지치지 않고 잘 달릴 수 있다.”
“······.”
백성들에게 보이던 그 인자한 모습.
그땐 아슬란이 정말로 백성만 생각하는 성인군자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를 지금까지 오해했노라고 하리엘과 그의 부하들은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출발하지. 낙오하는 놈은 버리고 가겠다.”
역시 그는 악마가 맞았다.
* * *
오랜만에 소집되는 검의 원탁 회의였다.
마지막 소집이 5년 전인 걸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만큼 자잘한 사건으로는 소집되지 않는 회의였지만, 이번에는 모두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일라이 왕국과 할라즈 왕국의 전쟁.
그리고 소드마스터 유한의 사망!
“그런데 그 유한을 죽인 것이 아슬란? 그 아슬란이? 이거 뭔가 잘못된 정보가 아닐런지요.”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러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한이 아슬란 손에 죽었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분명 무슨 흉계가 있었던 겁니다.”
“카르펠 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건 대륙 세 번째 소드마스터이자, 에인소프 왕국의 왕자, 카르펠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교단이 이렇게 회의를 소집한 것 아니겠는가?”
이번 원탁 회의가 소집된 이유는 이러한 찝찝함을 풀기 위해서였다.
그 의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으나, 아슬란이 정말 유한을 본인 실력으로 죽인 것인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었다.
“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설령 아슬란이 유한을 정말로 꺾었다고 해도 저는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카르펠은 자신의 호위기사인 요리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 말은 네가 아슬란을 꺾어 보겠다는 것이냐?”
“기회가 생긴다면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유한은 다른 이들보다 월등히 큰 키와 덩치로 유명했다.
이 요리스 역시 그런 점은 유한과 닮았다. 또한 그가 가진 능력 또한 특별했다.
거기다 그 덩치에 걸맞게 그가 가진 무력 역시 다른 부하들에 비해 뛰어났다.
호전적이고 다혈질적인 성격은 단점이긴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는 기사였다.
만약 아슬란이 정말로 무슨 흉계를 일삼아 유한을 죽인 것이고, 그 자리를 요리스가 대신 차지하게 된다면······?
꽤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때마침.
“요리스.”
“예, 주군.”
“저 앞을 보거라.”
“······?”
요리스는 카르펠이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저건 설마······.”
“그래. 아슬란이다.”
여전한 걸음걸이.
여전한 거만함.
그리고 완전 녹초가 되어 버린 것만 같은 그 뒤의 부하들.
재밌는 일을 꾸미기에 아주 적절한 시기였다.
“요리스. 네 말에 책임을 질 수 있겠나? 아슬란을 꺾어 보겠다는, 그 말 말이다.”
그러자 요리스는 가슴을 땅땅 치며 대답했다.
“제가 소드마스터가 된다면 에인소프 왕국에 더한 영광을, 주군께는 찬란한 미래를 가져다드릴 수 있을 겁니다.”
아주 마음에 드는 대답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저 아슬란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진짜 소드마스터인지, 아니면 사기꾼인지.
“좋아. 그럼 내가 판을 깔아 주지.”
요리스는 아슬란에게 다가갔다.
* * *
온몸에 힘이 없다.
탈수 증상이 일어난 것인지, 온통 세상이 빙빙 도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이러다 눈만 감으면 풀썩 쓰러질 것 같았다.
그 뜨거운 사막을 생으로 뚫고 지나왔으니,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3일 동안 잠도 안 자고 밤을 낮처럼 달리기만 했다.
하지만 그 고생도 이제 끝인가.
우리는 드디어,
“여기가 성전입니다.”
검의 원탁 회의를 진행하는 빛의 성전에 도착했다.
나는 슬쩍 뒤를 바라보았다.
하리엘을 비롯해 내 뒤를 따르는 사람들 모두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나 역시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도 힘들 지경이었으나,
“다들 체력부터 기르거라.”
혓바닥은 아주 팔팔했다.
나는 그 잘생긴 얼굴이 아주 아작 나 버린 아론과 기사들을 바라보며 쓴소리를 했다.
“특히 나의 기사라는 것들이 이렇게 체력이 약하다면 어디에 써먹겠느냐?”
“소, 송구합니다.”
“그리고 하리엘. 교단을 지키는 검들이 저렇게 나약해서야 되는가?”
“그건 당신이······!”
하리엘은 무슨 말을 하려다 이내 고개를 숙였다.
“알겠어요.”
“흠. 들어가겠다.”
나는 말 위에서 내린 뒤 망토를 펄럭이며 앞장섰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 같고, 손이 벌벌 떨렸지만 아슬란의 미친 허세병이 있는 한, 목구멍에 칼이 들어와도 이곳에서 쓰러질 일은 없다.
지금 당장 세상이 멸망해도 허세로 무장한 아슬란만큼은 꼿꼿하게 서 있을 것만 같았다.
이런 거 하나는 쓸모가 있다고 해야 하나.
“빛의 성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일라이 왕국의 아슬란 대기사단장님이시다.”
“예. 하리엘님. 그리고 아슬란 대기사단장님.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신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경비를 지나 우린 성전 안에 길게 뻗어 있는 복도를 걸었다.
복도 안이 우리 왕궁보다 더 넓은 듯보였다.
신께 바치는 제물이라는 명목으로 여기저기서 돈을 뜯어 와서 이런 곳에다 처바른 탓이다.
온갖 귀한 보석들이 곳곳에 박혀 있고, 신앙과 전혀 상관없을 것만 같은 조형물들과 미술품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중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카르펠]
무력: 94
지력: 80
마력: 80
저 앞에 걸어오고 있는 무리 중 유독 빛이 나는 사내.
마검사 카르펠.
저 아름다운 수치를 보라.
무력뿐만이 아니라 지능도 80, 거기다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력도 80에 달한다.
그뿐인가?
대륙 세 번째 소드마스터에 왕족이라는 신분까지.
내가 만약 아슬란이 아니라 카르펠처럼 다이아 수저를 물고 태어난 놈을 골랐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군침이 싹 돌았다.
‘부하들도 더럽게 센 놈들만 데리고 다니네.’
성전에 들어오자마자 이런 괴물을 만나다니.
그 뒤에 있는 놈들도 인상이 다 험악해서 가급적이면 부딪히지 않고 얼른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이게 누구신가. 우리 대륙의 새로운 소드마스터께서 행차하셨군.”
카르펠이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왜 이놈은 또 아는 척을 하고 지랄이야.’
난 긴말할 것 없이 짧게 인사를 받아주었다.
“반갑소.”
그리고 얼른 지나가려는 것을,
“주군.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이상합니다.”
카르펠 뒤에 제일 떡대가 큰 놈이 날 우습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정말 이자가 유한을 꺾었다는 겁니까?”
명백한 도발이었다.
“하하. 요리스. 장난이 심하구나. 새로운 소드마스터에게 그 무슨 무례더냐?”
“아. 이런. 아직도 옆에 계셨군요. 너무 키가 작으신 탓에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카르펠의 목소리에도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아주 나를 물로 보는 것이었다.
[요리스]
무력: 90
지력: 60
유한과 비슷한 덩치에, 비슷한 키.
난 이 거인을 알고 있다.
카르펠의 수하이자, 에인소프 왕국의 돌격대장 요리스.
그래. 에인소프 왕국으로 플레이할 때 항상 든든하게 써먹던 놈이다.
실제로 스토리를 따라가 보면 이놈은 나중에 소드마스터 한 명을 제 손으로 죽이고 당당히 그곳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한다.
‘그래. 이럴 거 같더라.’
시비를 거는 놈이 있을 거라는 예상은 했다만, 소드마스터도 아닌 것이 덤빌 정도면 그동안 아슬란의 평판이 얼마나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는지 알만하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런 강자들을 상대로 여기서 싸움판을 벌일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감히······.”
그런데 흥분한 아론이 이빨을 우득 갈았다.
방금 전까지 지친 얼굴로 걸음걸이조차 제대로 이어 나가지 못했던 기사들 역시 눈에서 불이 일었다.
나도 가만히 있는데 왜 너희들이 난리야.
“대기사단장님께 그런 망언을 해놓고 살기를 바라더냐?”
“아- 누군가 했더니, 너였군. 할라즈 왕국의 자랑거리였던 젊은 기사, 아론. 차기 대기사단장으로까지 거론되었다던데, 지금 이게 무슨 꼴인가? 적국의 개노릇을 하다니.”
“!?”
요리스의 도발에 넘어간 아론이 허리춤에서 칼을 뽑으려고 하는 것을,
“아론.”
“······?”
“진정하거라.”
내가 막아세웠다.
하지만 둘이 충돌하는 것이 두려워서 막은 것이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내 앞에 있는 요리스를 올려다보았다.
“너, 키가 크군.”
내 정수리 끝이 간신히 놈의 어깨에 닿을 정도로 놈은 거인이었다.
그만큼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
“후후. 내 키가 부럽소?”
하지만 혈맥을 타고 흐르는, 태산 같은 아슬란의 자존심과 허세는 이 거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 이것은 아마도, 분노일 것이다.
“감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어.”
“······뭐?”
그 끓어 오르는 감정을 따라 나는 내 머리보다 높은 요리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건방지게.”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콰드득-!!
“!?”
썩은 낙엽이 뭉치로 바스라지는 소리가 났다.
내게는 그저 허공에 주먹을 쥐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건만, 순식간에 그의 견갑과 어깨가 걸레짝처럼 쥐어 틀렸다.
콰앙-!!
괴력에 억눌린 요리스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성스러운 신전 바닥이 거미줄처럼 갈라졌고, 그 아래가 움푹 파였다.
그의 무릎뼈가 부러져 살가죽을 뚫고 밖으로 튀어 나왔다.
“우으읍······.”
이 모든 것은 가히 찰나의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으아아악-!!”
나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요리스를 자약하게 내려다보았다.
“입 닥치고 내 눈을 똑바로 보거라.”
그러자 그는 경련을 일으키는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제야 제대로 된 눈높이가 되었다.
“난 너 따위가 내려다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