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214화 (214/227)
  • 제214화

    # 길정산 실험실 (6)

    소각시설 앞.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쓰레기장.

    그리고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

    현수와 화진, 태환은 각자 무기를 들고 손전등으로 계단 아래를 비췄다.

    그리고 세정은 일행을 쭉 촬영하면서 휴대용 향로를 거치대에 설치했다.

    처음에는 쑥 향이 코와 눈에 굉장히 자극적이었지만 어느 정도 적응을 하니 나름대로 버틸만 했다.

    무엇보다 쑥 향을 이용한 이후로 귀신들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빈도수가 확연히 줄어들기도 했다.

    이번 촬영만 해도 그러했다.

    갑자기 놀래키는 귀신이 없는 건지, 아니면 쑥 향이 효과가 있는 건지 아직 확실하진 않았지만 방송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점프스케어 장면은 연출되지 않고 있었다.

    - 지하로 가는 거임??

    - 지하 ㄱㄱㄱㄱ

    - 이제부터가 본 게임일 거 같음

    - 기대기대기대

    - ㅈㄴ잼나겠닼ㅋㅋㅋㅋㅋㅋ

    - ㄱㄱㄱ

    시청자들의 기대감 역시 증폭되었다.

    계단 안 쪽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회색 연기가 심령카메라로 확인되기 때문이었다.

    휘이이잉-

    또 한 번 안에서 바람이 휘몰아쳐 올라왔다.

    머리카락이 흩날림과 동시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강력한 악취가 느껴졌다.

    “우욱!”

    태환이 순간 코와 입을 틀어막고 구석으로 달려갔다.

    “우웩!”

    헛구역질을 하는 듯하더니 이내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화진과 세정도 몹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섰다.

    오로지 현수만이 딱 버티고 서서 계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우. 진짜 냄새 뭐예요?”

    태환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어지간하면 여기서 쉬고 있을 거냐고 묻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거 알지?”

    현수가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태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 다시 현수 옆에 섰다.

    “밑에 뭐가 있는지 아직은 모릅니다. 가죠.”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손짓을 하고는 계단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어 다른 일행들도 한 명씩, 현수의 뒤를 쫓았다.

    *

    뚜벅 뚜벅 뚜벅

    지하 풍경은 더욱 음산했다.

    천장에 백열전구가 걸려 있었지만 작동할 리 없었다.

    사방은 투박한 시멘트로 대충 만들어진 듯했고, 하수구처럼 그렇다 할 연구실이나 실험실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끝이 보이지 않는 복도가 쭉 이어질 뿐이었다.

    “하수구인가요?”

    화진이 물었다.

    확실히 일행이 걷고 있는 바닥 중앙에는 복도를 따라 수로가 나있었다.

    그곳에는 먼지와 거미줄, 그리고 검은 액체가 지나갔던 흔적이 역력히 남아 있었다.

    “모양으로 봐선 하수구 같은데……, 지상 계단에서 그렇게 이어지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현수가 되물었다.

    통상적으로 하수구가 시작되는 지점, 혹은 진입하는 지점과 다른 형태였다.

    “단순한 하수구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왠지 하수구 용도로 썼을 것 같기는 해요.”

    현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들어왔던 입구와 앞으로 펼쳐진 복도를 번갈아 비췄다.

    “다른 용도요?”

    화진이 물었다.

    “나라에서 직접 만든 하수구가 아니라 뭔가 불법적으로 버리기 위해 이 회사가 만든 하수구 같은 느낌이랄까요.”

    현수의 말이 끝나자 악취와 함께 찬 공기가 휙 몰아쳤다.

    덕분에 쑥 태우는 연기도 한쪽으로 확 밀려났다.

    화아아아아악-

    그 순간이었다.

    복도 끝에 뭔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철컥

    현수가 솔트샷건을 앞으로 조준하며 손전등을 비췄다.

    “지금 저 앞에 뭔가 보입니다.”

    현수의 말에 일행들 모두 복도 앞쪽으로 손전등을 비췄다.

    그러자 사람 형태의 무언가가 잡히기 시작했다.

    심지어 하나가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보이는 사람의 형태는 서로 각자 다른 방향으로 몸을 틀고 있었다.

    저벅-

    저벅-

    한 걸음씩 다가가자 그 형태가 조금 더 뚜렷하게 보였다.

    그곳에 서있는 것들은 목이 없는 마네킹들이었다.

    굉장히 오래된 것처럼 곳곳에 검은색으로 변한 것이 마치 ‘부패한 것’ 같았다.

    “보이십니까? 지금 저기 있는 건 마네킹입니다. 여기에 왜 마네킹이 있는지는 모르겠군요.”

    현수가 안쪽을 가리켰다.

    “백화점에서 많이 보던 것들인데 좀 다른 느낌이네요.”

    화진은 위화감이 드는 풍경에 소름이 끼치는지 제 팔을 한 번 훑었다.

    현수 일행은 계속해서 마네킹 쪽으로 다가갔다.

    “혹시 모르니까 마네킹 건드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지나갑시다.”

    현수가 세정을 포함한 일행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 저기 마네킹 왜 있음?????

    - 제약회사 실험실 소각장 밑에 마네킹이 왜 있는 걸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부업으로 옷 팔았나?

    - 10000원 파워챗 후원.

    - 마네킹 건드려 봐요.

    - 무리한 부탁 좀 하지 말아요.

    - 후원하면서 이상한 요청하지 맙시다.

    - 방송에 방해 되는 사람 ㄱㅌ

    일행은 자세를 살짝 낮추고 조심조심 마네킹 사이를 지나갔다.

    그때, 코끝으로 비릿한 냄새가 풍겨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미묘하게 숨소리도 들리는 것만 같았다.

    저벅- 저벅-

    일행들은 아주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발을 뗐다.

    마네킹의 수는 무려 스무 개가 넘었다.

    하나같이 목이 없었지만 팔과 다리의 모습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후.”

    마네킹을 무사히 지나간 현수가 뒤를 보았다.

    일행들도 마네킹 구간을 잘 지나 허리를 펴고 있었다.

    “어? 저기- 시메루가 핸드폰 떨어트린 데 아니에요?”

    화진이 복도 옆쪽으로 난 작은 공터를 가리켰다.

    그곳에느 시멘트로 된 두터운 욕조가 하나 놓여 있었고, 그 옆으로 약병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맞습니다. 매니저님. 쑥 향을 조금 더 피워주세요. 접근해 보겠습니다.”

    현수는 욕조 안에서 회색 아지랑이가 아주 강렬하게 피어나고 있는 것을 보고 세정에게 말했다.

    그러자 세정은 주머니에 있던 마른 쑥을 향로에 넣었다.

    아까보다 더 많은 연기가 사방으로 퍼져갔다.

    현수가 앞장서서 욕조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조금씩 보이는 욕조 내부.

    안에는 검은색 액체가 가득 차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무심결에 뒤를 돌아본 태환이 깜짝 놀라 움찔했다.

    “헉!”

    “왜 그래?”

    현수와 화진이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저, 저기.”

    태환이 마네킹을 가리켰다.

    “아.”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몸을 틀고 있던 마네킹들이 일제히 현수 방향 쪽으로 몸을 돌린 상태였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위치와 방향, 모양이 바뀐 것이었다.

    “와 X발. 저 방금 소름 개돋았어요.”

    태환이 자기도 모르게 욕을 하며 팔을 북북 긁었다.

    악귀가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그림 눈이 돌아가는 것보다 더 소름끼쳤던 것이다.

    “아.”

    마네킹에게서는 악귀의 흔적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천장과 벽에서 사백안의 눈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

    현수는 인상을 쓰면서 욕조 안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또 한 번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

    욕조에 담겨 있는 검은 액체에서 사백안의 눈들이 빼곡하게 떠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기괴하던지, 현수가 고개를 돌려버릴 정도였다.

    “윽!”

    현수의 반응에 화진과 태환도 욕조 쪽을 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앞쪽으로 뻗어진 복도 끝에서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메아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구오오오오오오오오-

    위층 소각장에서 들었던 바로 그 소리였다.

    이내 시멘트 욕조 아래 구멍이 있었는지, 그곳에서 검은색 액체가 ‘툭’하고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현수 일행은 재빨리 비켜서서 액체를 피했다.

    비릿한 냄새가 더욱 강하게 올라왔다.

    그 매캐한 쑥 연기를 뒤덮을 정도였다.

    꼴꼴꼴꼴꼴-

    시멘트 욕조에서 검은 액체가 빠져나가자 욕조 위로 공기방울이 뽀글뽀글 올라왔다.

    그럴 때마다 시체 썩는 듯한 악취와 비릿한 냄새가 온 사방에 진동했다.

    이어 액체가 어느 정도 빠져나가자 욕조 안에 있던 것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현수가 재빨리 카메라 화면을 막았다.

    “어머.”

    화진과 태환, 세정이 욕조 안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 뭐야??

    - 뭐가 있나요????

    - 뭐예요????

    시청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여기……. 시신들이 쌓여 있어요. 서로 뒤엉켜 있고. 뼈만 남은 시신들이……. 그런데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당장 확인이 되진 않습니다.”

    현수가 말했다.

    - 헐?????

    - 시신들이 쌓여 있다고???

    - 아 개무섭다 아 진짜 싫어

    - 대체 뭐임

    - 대체 뭐임???

    - 보여줘요!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하지만 화면을 그대로 보여줬다가는 너튜브 심의에 걸릴 것이 뻔했다.

    물론 가짜 해골들이라면 모르지만 진짜 해골일 경우에는 영상이 제재 먹는 건 둘째 치고, 계정 자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그만큼 시신들의 수가 많았다.

    딱 봐도 보이는 두개골만 해도 수십 구에 다다를 정도였다.

    구르르르르르르르-

    그때, 앞쪽으로 쭉 뻗어져 있는 복도 끝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흡사 변기를 내릴 때 나는 물소리 같기도 했다.

    구오오오오오오-

    이어 그 괴상한 소리도 다시 한번 크게 들리더니 엄청난 악취와 함께 검은 액체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기 시작했다.

    “도, 도, 도망가!”

    현수가 소리쳤다.

    일행들은 바로 들어왔던 곳을 향해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마네킹들의 팔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일행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들이 갑자기 움직이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일행이 지나가는 순간 저 혼자 쓰러지며 뒤엉키는 것이었다.

    “잇! 잇!”

    화진과 태환, 세정, 현수가 뒤엉킨 마네킹의 팔을 풀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사이 검은 액체는 계속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빠각-

    현수가 마네킹을 강하게 발로 차 부러뜨렸다.

    자유가 된 현수가 바로 다른 일행들을 일으켜 주었다.

    퍽 퍽 퍽

    현수도 신칼로 마네킹들을 마구 때리며 팔을 분리시켰다.

    다시 일어난 일행이 출구를 향해 내달렸다.

    뒤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검은 액체와 점점 더 가까워졌다.

    이내 계단이 보였다.

    일행이 몸을 내던지듯 계단 위로 달려 올라갔다.

    풀썩

    다시 소각장으로 올라온 현수 일행은 바닥에 몸을 내던지듯 쓰러졌다.

    “헉, 헉, 헉.”

    일행 모두 숨을 몰아쉬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극도의 긴장감에 온 근육이 경직되어 버린 것이었다.

    현수가 일어나 계단 아래를 보았다.

    조금 전 쏟아져 들어온 검은 액체는 온데간데없었고, 아까와 똑같은 지하 계단만 보일 뿐이었다.

    - 대체 뭐임???

    - 뭐 보고 놀란 거????

    - 뭐 보고 놀란 거임?

    - ???????????????????

    - 카메라 막더니 갑자기 겁내 달리던뎈ㅋ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심령카메라로도 검은 액체는커녕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이었다.

    세정이 채팅을 보고 영상을 돌려보았지만, 확실히 앞만 보고 달리느라 뒤에서 몰려오는 검은 액체를 찍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마네킹도 일행이 달려가다가 서로 뒤엉키면서 쓰러지는 것처럼 찍혔을 뿐이었다.

    한 마디로 마네킹이 일행의 발목을 잡는다거나, 정체 모를 악취 액체가 몰려오는 등의 기현상은 전혀 담기지 않은 것이었다.

    “이게 뭐람.”

    세정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때, 계단 아래를 보던 현수는 소각장 입구 쪽으로 몸을 돌려보았다.

    그곳에는 시메루의 오르골이 놓여 있었다.

    띵- 딩딩- 띵-

    오르골이 또 저 혼자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현수 일행은 잔뜩 지친 표정으로 오르골을 바라보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