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215화 (215/227)
  • 제215화

    # 무덤 위의 무덤 (1)

    웨에에에에엥-

    멀리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두운 산 속.

    사이렌 소리는 메아리쳐 굉장히 요란하게 느껴졌다.

    현수 일행은 계단 앞에 주저앉은 채로 창밖을 보았다.

    “아, 힘들다.”

    화진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게 뭔 일이래요. 우리 밑에서 봤던 거, 시청자들은 아무 것도 못 본 모양인데요?”

    태환이 미간을 찌푸리며 채팅을 확인했다.

    - 뭘 봤다는 거임???

    - 이게 조작이라는 결정적 증거 아님 솔직히???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계에 도달했나욬ㅋㅋㅋㅋ

    - 아이고 캡틴님 나락갑니까.

    여론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 수는 25만 명.

    지하에 내려갈 때 40만까지 올라갔지만 이내 금방 다 빠져버린 것이었다.

    “경찰들이 왔으니 이제 여기서 더 수색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 오르골

    - 오르골

    - 오르골이요.

    - 오르골

    - 저거 어캄?

    - 시메루의 오르골 어캄??

    이 사이에도 시메루의 오르골이 계속해서 연주를 하고 있었다.

    현수가 돌아보자 하얀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나는 오르골이 우뚝 멈춰 섰다.

    그때 현수의 옆에 수정이 다가왔다.

    그녀는 현수의 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순간 들린 목소리는 평소 듣던 수정의 목소리가 아닌, 일본인 남성의 목소리였다.

    “僕が手伝ってあげります”

    그 목소리에 현수가 깜짝 놀라 수정을 돌아보았다.

    “시메루가 널 도와주겠다는데? 거둬달라는 말인 것 같아. 천도시키지 말고.”

    수정이 본래 목소리로 말했다.

    현수는 그런 수정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오르골을 집어들었다.

    “그거 함부로 집지 말라며요?”

    태환이 물었다.

    다른 일행들은 수정과 시메루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건 나중에 필요할지 모르니 일단 챙겨 보자.”

    현수가 시메루의 오르골을 배낭에 넣었다.

    그 사이, 신고를 받은 경찰이 쓰레기장으로 들어왔다.

    현수 일행은 경찰들의 손전등 불빛을 고스란히 맞으며 양팔을 들어보였다.

    * * *

    언제나처럼 경찰서에서 간단히 조서를 쓴 후 캡틴 타워로 복귀한 현수 일행.

    사실상 현수 일행이 영천의 증보제약 미래 실험실 진상에 대해 알아낸 것은 없었다.

    하지만 다음 날, 후기 방송을 진행하던 중 흥미로운 채팅을 발견했다.

    - 저희 할아버지가 옛날에 증보제약에 다니셨다고 합니다. 어제 방송 보고 나서 할아버지한테 여쭤보니까 그 실험실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시청자 중 한 명이 채팅을 올린 것이었다.

    세정이 손으로 사인을 주자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어- 지금 할아버지가 증보제약에 다니셨다고 하는 시청자분. 저희 채팅 관리자분께 귓말로 핸드폰 번호 남겨주시면 잠시 전화 인터뷰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옆에 있는 화진과 태환도 긴장이 되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잠시 후, 채팅 매니저가 현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방금 채팅을 쓴 사람의 핸드폰 번호였다.

    현수는 바로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네. 지금 매니저님 통해서 연락처를 받았고요. 지금 바로 전화를 해보겠습니다.”

    현수는 핸드폰 번호를 통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지금 채팅 올려주신 닉네임 ‘캡틴퇴마술학생주임’님이시죠?”

    [네, 네. 맞습니다.]

    “할아버님께서 증보제약 직원이셨다고 해서 전화드렸습니다.”

    [아아. 네, 네.]

    “조금 자세한 말씀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지금 할아버지 거실에 계시거든요. 잠시만요.]

    이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여보세요?]

    그리고 이어 할아버지의 음성이 들렸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저는 ‘박현수’라고 합니다. 증보제약에 대해 몇 가지 좀 여쭤보려고 합니다.”

    현수가 정중하게 말했다.

    그리고 몇 가지 질문을 던졌고, 증보제약 미래 실험실의 진실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증보제약의 실험실.

    그 진상은 끔찍함을 넘어 참혹하기까지 했다.

    증보제약은 일제강점기 때 한국에서 지냈던 자본가 ‘료스케 히로시’가 세운 기업이었다.

    당시 일본의 선진 약물을 들여와 큰 사업을 벌였던 그는 한 가지 욕심을 갖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약을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조선 땅에서 직접 약을 설계하고 만들면 더 큰 이윤을 남길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체적으로 약을 개발하려 했다.

    하지만 약에 대한 설계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많은 실험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결국 조선 사람들을 몰래 납치해 실험을 하기에 이르렀다.

    일부는 돈을 준다는 명목으로 지원을 받았고, 일부는 노숙자나 떠도는 아이들에게 잘 곳을 제공해 주겠다며 유인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신약 개발의 실험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런 실험이 계속 되며 죽는 사람이 생기자 처음에는 근처에 묻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무덤 자리가 없어지자, 약품을 이용해 시신을 녹인 후 지하수나 강에 방류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러한 방식은 수년 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다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잠시 실험이 뜸해졌고, 1955년부터 다시 실험실이 재개 되었다.

    이때는 일제강점기 때처럼 사람들을 유인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이때는 실제로 생동성 실험자들을 지원 받았다.

    이미 이 당시만 해도 증보제약의 기술력은 상당했고, 사망자는 거의 나오지 않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생동성 시험도 활성화가 되며 증보제약의 명성은 나날이 높아졌다.

    하지만 1960년이 지나고, 여러 신약 회사들이 출범하면서 증보제약의 매출은 날로 줄어들었다.

    이를 타파하고자 여러 마케팅을 전개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국 획기적인 약을 내놓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 당시 증보제약 대표는 실험을 대대적으로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그렇게 해서 서울역이나 부산역, 수원역 등 전국의 노숙자들을 데리고 와 몰래 실험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초창기 증보제약의 행보를 그대로 답습하게 된 것이었다.

    이때 사망자는 연이어 발생하게 되고, 몇몇 사망자는 마당에 묻었지만 수습이 되지 않자 과거처럼 약품에 녹여 지하에 흘려보내 버렸다.

    즉, 일제강점기 당시 료스케 히로시와 똑같은 악행을 저질러 버린 것이었다.

    현수 일행과 시청자들이 ‘시메루’로 알고 있는 료스케 소우타는 ‘료스케 히로시’의 후손으로 자기 선조의 죄악을 파헤치고자 그 현장에 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이야기들을 듣게 되자 몇 가지는 명확해졌다.

    지하에서 악취가 났던 욕조와 그 안의 유골들. 그리고 환각인지 모르지만 쓰나미처럼 몰려왔던 검은 액체들은 다 시신들을 녹였던 약품이라는 것이었다.

    귀신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이렇게 분노를 표출했다는 것.

    곳곳에 보이는 빈 약병들.

    그리고 유리병 안에 들어 있는 이상한 액체들.

    여러 부분들이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후기 방송을 마무리하고 끝낼 때까지도 끝내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첫 번째.

    시메루는 어떻게 2층으로 올라갔는가.

    2층 15번방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시메루는 어떻게 그곳으로 올라갔는지 아직도 미스터리였다.

    귀신의 공격을 받았던 것은 쓰레기장 지하 복도로 추정됐다.

    그런데 굳게 닫힌 철창을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었다.

    외벽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해도 사다리와 같은 발 디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만약 올라갔다 하더라도 ‘왜’ 올라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두 번째.

    지하의 마네킹들은 무엇인가.

    지하에는 꽤 많은 수의 마네킹들이 널려 있었다.

    그리고 현수 일행이 움직이는 것에 따라 몸을 돌렸다.

    그건 그 마네킹에도 귀신이 쓰여 있었다는 걸 의미했다.

    그러나 누가, 왜, 어떤 목적으로 거기에 마네킹을 놓았는지는 이해되지 않았다.

    제약회사 실험실에 백화점에서나 쓰일 법한 마네킹이 놓여 있을 이유는 없었다.

    영천 길정산에 있는 증보제약 미래 실험실에서의 사건은 몇 가지 미스터리를 남긴 채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현수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한 번 찾아가 숨겨진 진실이 또 있는지 파헤쳐 보겠다는 약속을 시청자들과 나눈 후 방송을 종료했다.

    * * *

    후기 방송까지 진행한 다음 날.

    한 주가 시작이 되고 전 직원이 출근해 복잡스럽게 일을 하고 있는 캡틴 타워.

    신 주임을 비롯한 여러 직원들이 새로운 퇴마 장소나 의뢰를 확인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동시에 여러 곳에서 들어오는 협찬 제의와 방송 출연 문의.

    그리고 너튜브 쪽에서 새로 바뀌는 심의 규정 등에 대한 논의가 계속 되었다.

    이렇게 바쁜 가운데, 현수는 시메루의 오르골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빤히 보았다.

    그 모습을 본 화진이 물었다.

    “그건 진짜로 왜 들고 온 거예요? 현장에 있는 물건 함부로 가지고 오는 거 아니라며요.”

    “수정 누나가 챙기라고 이야기해서요. 도와줄 수 있다고.”

    현수가 대답했다.

    그러자 수정이 현수 옆에 스르륵 나타나 말했다.

    “내가 이야 한 건 아니야. 엄밀히 따지면 시메루가 말한 거지.”

    “아무튼 누나가 허락했으니까 시메루가 누나 통해서 말한 거겠죠. 저 믿게 하려고 허락한 거 아니에요? 시메루가 직접 말하면 제가 안 믿을 테니까.”

    “음.”

    “이걸로 절 뭐 어떻게 도와주신다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현수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뭐, 다음 지역을 나가보면 대충 알겠지? 시메루도 귀신 대상으로 방송을 하던 사람이니까.”

    수정이 말했다.

    현수는 어깨를 으쓱였다.

    시메루는 링톡 영상을 찍을 당시, 무서운 분위기가 조성되면 오르골을 통해 자체 BGM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실험실 건물에서도 오르골의 음악이 들렸던 타이밍을 생각해보면 보통 긴장감이 극대화 되던 순간이었다.

    만약 오르골이 방송에 도움을 준다면 그런 식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가지고 나가보면 알겠지.’

    현수가 어깨를 으쓱였다.

    “형님. 아까 신 주임님이 다음 방송 장소 여기 제안을 주셨는데요.”

    그때 태환이 종이 한 장을 가지고 현수에게 다가왔다.

    “이거 뭔데?”

    “이거. 모다교 강내수 교주하고 조금 연관이 있는 건인 것 같아요.”

    태환의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현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종이를 받아들었다.

    “의뢰 자체는 그냥 악몽을 꾼다는 거예요. 익사 당하는 꿈이라는데 그것 때문에 정신과에서 약도 받아먹는다고 하고요. 밤에 잠을 못 자니까.”

    “심각하네.”

    “그런데 그 꿈을 꾸기 시작하게 된 계기가- 부모님 묘를 이장하고 나서부터래요.”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네.”

    “근데 골때리는 건 이 사람이 모다교 신자여서 강내수가 지정한 곳에 부모님을 이장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부터 그랬다니까 이거, 뭔가 좀 냄새가 나죠?”

    태환이 말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의 내용을 쭉 읽어 보았다.

    태환이 말한 내용 대부분이 적혀 있었다.

    부모님의 묘를 이장한 곳은 일산, 파주 인근에 위치한 작은 선산.

    그곳에 모다교 신자들을 위한 공동묘지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으로 이장한 후 지독한 악몽에 시달린다는 것.

    모다교 탈퇴 후 부모님 묘를 다시 다른 곳으로 옮기려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것.

    “흐음.”

    현수가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