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77화 (177/227)

177화

# 방성 봉안당 (2)

“하날하날 유족분들은 따로 만나고 싶진 않으시대요. 굳이 애도하고 싶으면 양주 쪽 방성 봉안당으로 이장했으니까 거기 가보라고 주소와 위치를 알려줬어요. 보상금은 그때 받았으니 됐다고 하고요.”

태환이 자신이 메모한 다이어리를 들고 현수에게 브리핑을 해주었다.

“이장을 해? 그러고 보니 우리가 발인 때 갔던 곳이 아닌 거 같네.”

“네. 이상한 사람이 찾아와서 납골함을 훔치려고 해서 이장했대요.”

“납골함을 훔치려고 해?”

“네. 범인은 안 잡혔다는 것 같아요.”

“맙소사. 다른 사람들은?”

“김창수 과장님은- 아직도 산재 처리 문제로 소송 중인 것 같더라고요.”

“산재가 아니래?”

“라미로브 측에서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모양이에요.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뭐, 회사 때문에 발생한 사망사고는 아니라고 주장을 하는 듯해요.”

“하여튼 어떻게든 돈 안 주려고 수작들 부리는 건 참-”

“그리고 방고리 양수찬은- 유족이 없어요.”

“유족이 없다고?”

“네. 보험금 타내려고 이슈몰이를 한 사람이 있기는 해요. 엄마라는 사람인데 보니까-”

“보니까?”

“방고리랑 연 끊고 산지는 좀 된 거 같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서 보험금은 타려고 했다?”

“네. 결론적으로는 못 탔지만요. 살인죄가 적용 되어 있고 경찰 진압 중에 죽은 건 둘 째 치더라도 아예 가입된 보험도 없었대요.”

“한 마디로 방고리는 유족도 없이 혼자라는 거네.”

“네.”

태환이 다이어리를 덮으며 대답했다.

잠시 고민하던 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촬영 준비하자. 화진 님하고 세정 님한테도 전달하고.”

“네. 공지 올리고 스케쥴 잡을게요.”

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

다음날.

현수와 태환, 세정, 화진은 바로 차량에 올라탄 뒤 양주로 향했다.

내비게이션은 양주에 있는 방성 봉안당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부우우우우웅

현수는 말없이 운전대를 잡았고, 태환과 세정, 화진은 이런저런 사담을 나누었다.

한참을 달리던 차량이 조금씩 속도를 늦췄다.

고속도로가 막히기 시작한 것이었다.

“지금 차가 막힐 시간이 아닌데 왜 막히지?”

현수가 주변을 보며 중얼거렸다.

태환은 핸드폰을 보고 있었고, 세정과 화진은 잠들어 있었다.

현수는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앞을 보았다.

순간, 머리에 피칠갑을 한 여자 귀신이 차들 사이에 서있는 것이 보였다.

“에휴.”

현수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요?”

핸드폰을 보던 태환이 현수의 반응에 고개를 들었다.

“으엇!”

흐릿하게 하얀 형체를 본 태환도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졸고 있던 세정과 화진이 덩달아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머나.”

일행 모두 귀신의 형체를 보았다.

하지만 현수처럼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왜 도로 한 가운데 귀신이 있죠?”

화진이 물었다.

“사고가 났나 봐요. 저 앞에.”

현수가 대답했다.

이내 차가 조금씩 앞으로 이동했고, 사고 현장이 나타났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경차와 구급차가 보였다.

경차 옆에는 여성의 시신이 들것에 실려 있었다.

현수는 방금 보았던 귀신이 저 여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른 실어.”

“얼굴 안 가리고 뭐 해?”

구급대원들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들것을 들었다.

그때 흔들림 때문에 들것 위 여성의 고개가 옆으로 툭 떨어졌다.

동시에 눈이 떠지자 현수와 눈이 딱 마주쳤다.

현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구급대원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성의 고개를 잘 정돈하고는 위에 천을 덮었다.

현수는 찝찝한 기분을 감추지 못한 채 가속페달을 밟았다.

“네가 가진 죄책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귀신들도 더 기괴한 형태로 나타날 거야.”

수정이 현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죄책감이 커질수록-

현수는 양옆을 지나는 하얀 차선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크게 인식하지 않았을 땐 몰랐지만 방고리가 사망한 이후로는 확실히 죄책감이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악플로 보았던 이야기를 하날하날과 방고리 외모의 악귀들에게 들으니 더욱 더 심적으로 힘들어지고 있었다.

거기에 ‘나를 위한 퇴마’랍시고 이들을 애도하는 영상을 촬영하려 하니 죄책감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수는 상처를 낫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명현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촬영 시작하죠.”

현수의 말에 조수석에 앉은 세정이 카메라를 들었다.

“자. 시작할게요.”

그녀가 방송 시작 버튼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어제 사전 공지해드린 대로 긴급 라이브 방송 진행하겠습니다.”

현수가 운전대를 잡고 앞을 보며 멘트를 했다.

- 안녕하세요!

- ㅎㅇㅎㅇㅎㅇ

- 지금 어디 감???

- 갑자기 라이브 알림 떠서 개깜놀

- 어디 가요?????

- 예전 고스트크루 애도하러 간다는데요????

- 징하닼ㅋㅋㅋㅋ 또 시체 팔이??ㅋㅋㅋㅋㅋㅋ

- 동료 애도하러 가는데 왜 그게 시체팔이임???

- 이걸로 수익창출 하는 거 아니야. 애도할거면 조용히 할 것이지.

- 님들 같은 사람 때문에 공개적으로 하는 거잖아요.

- 대깨캡들 진짜 아오.

역시나 방송을 켜자마자 시청자들끼리 논쟁을 벌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수라 솔루션처럼 다른 퇴마를 할 때에는 눈에 보이는 현장에 집중하겠지만 이번 촬영은 공지부터 아예 하날하날과 방고리의 이름을 언급했기 때문이었다.

“여러분들께서 무슨 말씀하시는지 잘 압니다. 먼저 말씀드리면 하날하날 님 같은 경우엔 유족 분들에게 소정의 보상금도 지원해 드렸고 나름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애도를 했습니다. 김창수 과장님도 마찬가지고요. 방고리도 그랬습니다.”

- 당연히 그랬겠죠.

- 캡틴이라면 그랬을 듯.

“그런데 저도 딸린 식구들이 있고 또 회사와 연결도 되어 있다 보니 너튜브 심의와 도의적으로 문제되지 않을 수준에서 영상을 업로드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계자 분들과 모두 합의를 마치고 업로드 하게 되었습니다.”

현수가 운전을 하며 말했다.

- 생각해보면 너튜브 코리아가 자르지 않은 것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는 없단 거.

- 그때 언젠가 생방에서도 유족 허락 맡았다고는 했음.

- 억까들이라니까.

“그런데 아무래도 이게 너튜브 스트리머들의 숙명 같은 거기도 한데요. 새로운 구독자와 조회 수가 늘어난다는 건 신규 시청자가 많아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문제 삼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그래서 특집으로 방송을 켜게 되었습니다. 조금- 해명도 하고.”

현수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앞과 카메라를 번갈아 보았다.

-10000원 파워챗 후원

- 캡틴님 진심을 믿습니다.

- 5000원 파워챗 후원

- 억까들 좀 조용히

파워챗 후원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현재 시청자 수는 약 300여 명.

낮이라 그런지 폭발적인 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천천히, 계속해서 유입이 되고 있기는 했다.

현수는 멘트를 이어가며 방송을 쭉 해나갔다.

“먼저 들를 곳은 하날하날 님이 쉬고 계신 곳인데요. 유족분들께서 따로 저희를 만날 필요는 없으니 그곳으로 가라고 안내를 해주셨습니다.”

현수가 설명을 덧붙였다.

“아 참. 그리고 위치가 어디인지는 정확히 안내해드리지 않을 건데 행여나 여기를 찾아오시거나 하시면 안 됩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

- 알고 있습니다.

- 방송은 눈과 귀로만 즐깁시다.

- 네, 알겠습니다!!!

시청자들이 대답을 해주었다.

흉가나 폐가를 방문할 때 위치를 비밀로 해도 찾아가는 시청자들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런 봉안당 같은 곳은 혹 다른 사람들, 다른 고인들에게 실례가 될 수 있으니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오늘 촬영에는 언제나 그렇듯, 너도캠핑님과 태환군이 함께 합니다.”

현수가 엄지로 뒷좌석을 가리켰다.

그러자 세정이 뒤에 탄 둘을 카메라에 담았다.

- 여전히 귀여운 태환쿤과 여전히 예쁜 너도캠핑.

- 사실 둘이 결혼한 거 아님??ㅋㅋㅋㅋㅋ

- 엄청 붙어 있긴 함ㅋㅋㅋ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태환과 화진이 번갈아 인사를 했다.

그 사이, 이들이 탄 차량은 고속도를 빠르게 달려 양주에 진입해 들어갔다.

* * *

달각

차에서 내린 현수가 주차장에 서서 눈앞에 펼쳐진 방성 봉안당 전경을 보았다.

마치 UFO 우주선과 같은 독특한 외형로 만들어진 관리사무실 건물과 실내 봉안당 건물이 두 동 보였고, 공원처럼 만들어진 야외 봉안당이 눈에 들어왔다.

세정이 카메라를 들고 현수를 비추었다.

“하날하날 님께서 이곳으로 이장을 하신 이유가- 누가 납골함을 훔치려고 했었다더라고요. 다들 이곳이 어디인지, 하날 님이 계신 곳이 어디인지 발설하지 않게 조심해 주세요.”

현수가 말했다.

- 납골함을 훔치려고 한 사람이 있었다고???

- 헐 ㅅㅂ 진짜 ㅁㅊㄴ이네...

- 그럼 지금 이거 방송하면 안 되는 거 아님???

- 근데 어딘지 모르겠는데.

- 봉안당은 건물 외부 찍지 않으면 어딘지 몰라요.

시청자들이 채팅을 주고받았다.

세정도 각별히 신경을 써 봉안당 건물이 나오지 않게 앵글을 잡았다.

“본격적으로 시작합시다.”

현수가 일행들에게 한 마디 한 후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

야외 봉안당은 독특한 구조였다.

선반 형태로 만들어진 거대한 유리장에 수십 개의 납골함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 앞에는 망자의 이름과 사진, 꽃들이 걸려 있었다.

현수는 이 유리장들 사이를 걸어가며 하날하날의 납골함을 찾아갔다.

“관리인 분하고 통화했는데 촬영은 가능하지만 다른 분들의 납골함이나 성함은 촬영하지 말아달라고 했으니 참고해 주세요.”

현수는 세정에게 말하는 것처럼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가끔 야외 촬영을 할 때 장소 촬영 허락은 받았냐는 태클성 악플이 종종 달리기 때문이었다.

“네, 네.”

세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뷰파인더와 앞을 번갈아 보았다.

사아아아아아

납골함 주변에서 하얀 연기들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치 현수의 방문을 모두가 반기는 것 같았다.

물론 개중에는 회색 연기도 보였다.

악귀가 된 귀신도 분명 존재하는 것이었다.

현수는 그들이 어떤 해코지를 할지 예의주시하며 걸음을 옮겼다.

“여기네요.”

앞장 선 현수가 한 유리장 앞에 서서 말했다.

일행 모두 현수가 가리킨 납골함에 다가갔다.

납골함 앞에는 사진이 여러 장 놓여 있었다.

해맑게 웃고 있는 하날하날의 사진이었다.

내심 숙연해진 현수가 나지막이 말했다.

“이장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네요.”

현수가 납골함이 든 유리장을 보며 고개를 떨어트렸다.

순간 그는 하날하날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귀신이 되어 온 뼈가 바스라진 채로 일어났던 그 모습도 떠올랐다.

현수가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떨어트렸다.

“어? 형님!”

그때 태환이 현수의 어깨를 툭 치며 먼 곳을 가리켰다.

야외 봉안당 끝자락, 나무가 울창한 곳에서 여성복을 입은 누군가 서있었다.

누군지 정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지만 이곳으로 오라는 듯 천천히 손짓을 하고 있었다.

현수보다 영안이 약한 일행들의 눈에는 하얀 연기가 어른거리는 정도로만 보였다.

심령카메라 역시도 그 정도 수준으로만 출력이 되고 있었다.

“어떡하고 있어요?”

화진이 물었다.

“우리한테 오라는 듯 손짓을 하고 있네요.”

현수가 대답했다.

“귀신이 오란다고 손짓할 때 따라가면 안 된다고 했는데.”

태환이 걱정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위험한 곳은 가지 않는 게 당연하지만 우리는 악귀나 귀신 때문에 위험한 곳을 가는 게 임무인데?”

화진이 태환의 어깨에 팔을 턱 올리며 말했다.

“그-렇죠? 하하, 하하.”

태환이 멋쩍은 듯 웃었다.

“근데 꼭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화진이 하얀 형체를 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동해 봅시다.”

현수는 손짓을 하는 귀신 쪽을 가리키며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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