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화
# 방성 봉안당 (1)
아수라 솔루션 촬영 이후 네 달 동안 월 100억 원이 넘는 매출이 집계되었다.
이는 폭발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었다.
아수라 솔루션 영상이 엄청난 떡상을 하며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오르자 덩달아 현수의 다른 영상들도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재등록 되는 등, 여러 영상이 역주행한 것이었다.
심지어 방고리와 하날하날의 사망 이후 그 둘의 모습을 다시 관찰해 보려는 사람들이 몇 번이고 다시 재접속을 하면서 조회 수는 끝을 모르고 계속 올라갔다.
바야흐로 공룡 스트리머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서기 시작한 것이었다.
물론 둘을 생각할 때면 ‘시체를 팔아 돈을 번다.’는 악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리고 그건 또 다른 사건을 야기하는 하나의 씨앗이 되었다.
* * *
캡틴 타워에서는 늘 같은 일상이 펼쳐졌다.
현수의 매출이 높아지는 만큼 직원들의 처우도 확실히 좋아졌다.
아울러 광고 문의도 다양하게 유입이 되었다.
업무량이 많아지면서 직원의 수도 많아졌고, 당연히 광고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현수는 한 가지는 계속 고수하고 있었다.
퇴마나 흉가 체험 콘텐츠 분위기에 방해가 될 것 같은 PPL은 절대 받지 않는 것.
대신 너도캠핑과 함께 캠핑 장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의 광고는 받기 시작하며 회사 매출을 더욱 높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수요일의 괴담’ 촬영을 마친 현수가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고하셨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스태프들이 서로 인사를 했다.
이제 고정게스트가 된 태환과 너도캠핑 화진도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형님. 오늘 한 잔 하실?”
태환이 웃으며 묻자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피곤하다, 오늘은.”
현수가 대답하자 화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 태환이 제법 귀여운 모양이었다.
“둘 먼저 들어가요. 전 일이 좀 있어서.”
현수의 말에 둘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넷에서 퇴마 용품을 조금 더 알아볼까.’
현수가 돌아서 복도로 향했다.
순간 복도 천장에 회색 연기가 보이는 것 같았다.
“어?”
악귀의 흔적이었다.
깜짝 놀란 현수가 눈을 비빈 후 다시 천장을 보았다.
연기는 사라져 있었다.
“잘못 봤나.”
현수의 집은 물론 차, 캡틴 타워 곳곳에는 액막이 부적들이 붙어 있었다.
행여나 누군가 떼지 못하게 건물을 지을 당시 곳곳에 매립까지 해둔 상태였다.
그러기에 현수의 수호신인 수정을 제외하고는 귀신들이 쉽게 들지 못할 것이었다.
“진짜 피곤한가.”
현수가 고개를 갸웃한 후 다시 걸음을 옮겼다.
쩌저저적
순간, 현수가 듣지 못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현수가 서있던 곳 천장에 사백안의 눈이 나타났다.
*
개인 사무실에 온 현수는 관자놀이를 꾹꾹 지압하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아. 오늘 왜 이렇게 피곤하지.”
현수가 푹신한 의자에 앉아 천장을 보았다.
“왜 그래? 뭐 때문에 그렇게 피곤해 해.”
수정이 나타나 물었다.
“모르겠어요. 요새 잠을 통 못 자니까.”
“왜 잠을 못 자는지는 알고?”
수정의 질문에 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너. 백룸 촬영 이후로 밤에 엄청 신음해.”
“신음이요?”
“내가 어지간하면 관여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러다 너 죽겠다 싶어서 말하는 거야.”
“무슨 말씀이세요?”
“너 하날하날, 김창수, 방고리 죽고 나서 마음이 안 편하지?”
“그거야 악플이 계속 달리니까.”
“악플이 문제가 아니야. 지금 너 집이나 이 사무실, 차, 오만 군데 악귀가 다 붙었어. 너를 중심으로.”
“그 셋이 악귀가 됐나요?”
“그건 모르겠고, 네가 죽은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니까 구천을 떠돌던 귀신들이 너한테 모이는 거지. 안 그래도 영안을 가지고 있어서 널 좋아하는데 말이야.”
“그걸 왜 이제 말씀하시는 거예요?”
“얼마 전까지는 거리에 다닐 때 멀리서 널 지켜보는 귀신들이 늘어난 정도였는데 이번에 백룸 다녀온 이후로는 네 개인 공간 안에까지 침투해 들어오기 시작했어. 얼마 안 됐어.”
“액막이 부적이 있는데 어떻게 그래요?”
“그렇게 따지면 그게 있는데 난 어떻게 네 앞에 나타나겠니?”
“아. 수호신이니까?”
“영안을 가진 너 스스로 마음이 약해지면 귀신들이 부적도 뚫을 수 있어. 액막이 부적을 한다고 귀신들이 못 들어오는 게 아니야. 부적에 접근하면 아프니까 안 들어가는 거지. 근데 그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널 갖고 싶다면 들어올 수도 있다는 말이야.”
“제 맘이 약해졌다는 건가요?”
“시기상으로 봐선 방고리가 죽은 이후인데.”
“방고리. 양수찬.”
현수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확실히 이들이 죽고 난 후 현수가 가지고 있는 죄책감은 생각보다 컸다.
캡처들은 불가항력이었다, 말렸는데 자기들이 나선 거다, 방고리는 악귀에 쓰여 어쩔 수 없이 죽은 것이다- 등 편을 들어주었지만, 어찌 되었든 오랫동안 함께한 동료를 눈앞에서 잃었다는 건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걸 가지고 영상 수익이 창출되는 것 역시도 찝찝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영상을 내리기도 어려웠다.
그 이유를 여러 가지 생각했지만 결국 조회 수 때문이라는 결론이었다.
즉, 도덕적인 부분을 생각하면서도 캡틴 채널의 수익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라미로브는 물론 캡틴 타워의 직원들 생계까지 달려 있게 되었으니.
“그런 의미에서 이제 너 자신을 위한 퇴마를 해보는 건 어때?”
수정이 말했다.
현수가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내가 네 수호신이니 뭐니 그래도 너 대신 퇴마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야. 자칫하면 나까지 퇴마가 되어버릴 텐데. 그러니 이번에는 너 자신을 위한 퇴마를 해보라는 거야.”
“저 자신을 위한 퇴마.”
“네가 죄책감을 없앤다면 액막이 부적을 뚫고 들어와 널 노리는 악귀들을 막을 수 있을 거야.”
수정이 말했다.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현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다음날.
메일을 확인하던 태환이 현수의 자리 앞에 찾아왔다.
“형님. 이번에 퇴마 의뢰 어디로 갈까요? 의뢰들 중에 좀 괜찮아 보이는 거 리스트 뽑아서 포워딩 해드렸어요.”
태환의 말에 현수가 메일 수신함을 들어가며 대답했다.
“이건 내가 검토해 볼 테니까 너, 하날하날하고 김창수 과장하고 방고리 유족들 어떻게 지내는지 한 번 알아봐 줘.”
“네? 하날하날하고 방고리요?”
“김창수 과장까지. 이 사람들 찾아가는 거. 이번 콘텐츠로 하자.”
현수의 말에 옆에 앉아 있던 화진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음. 그렇게 하면 너무 욕먹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동료들 죽었는데 영상도 안 내리고 있다고 악플 달리고 그러는데 그렇게까지 하면.”
“그래도 그분들에 대한 진심 어린 애도 없이 지나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그 분들 어디서 뭐하는지 알아보고 찾아뵙시다.”
“보상금도 준비하나요? 우리가 법적으로 보상금을 지불할 의무는 없는데. 심지어 하날하날 측에는 그때 몇천 주지 않았나요? 영상 올리는 조건으로.”
세정이 엉거주춤 일어나 물었다.
“일단 준비는 합시다. 예산 부족하면 얘기해요. 내가 사비로 할 테니까.”
현수가 말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태환과 세정, 화진은 서로를 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캡틴님 요새 이상해지지 않았어요?”
화진이 세정을 보며 물었다.
“다크서클 엄청 심해요.”
“요새 어디 가든 악귀들 쫓아다니는 거 보셨죠?”
“멀리서 계속 보고 있더만요.”
둘은 속삭이며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태환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닫힌 출입문을 보았다.
* * *
쏴아-
현수가 캡틴 타워화장실에서 뜨거운 물로 세수를 했다.
어젯밤에 제대로 못 자 쌓인 피로가 조금 가시는 듯했다.
거울을 확인해 보자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는 것이 보였다.
어푸 어푸
현수가 다시 거칠게 세수를 했다.
그리고 거울을 보았다.
“으헉!”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얼굴에 온통 피가 묻어 있기 때문이었다.
“으!”
강렬한 피비린내에 얼굴을 쓸어내린 후 세면대를 보았다.
수도꼭지에선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고, 하얀 세면대 위로는 검붉은 피가 가득했다.
다시 거울을 보았다.
쿵-
심장이 바닥까지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거울 속 현수의 뒤로 온몸의 뼈가 부서진 하날하날이 서있었다.
하지만 눈은 사백안 악귀의 눈, 바로 그 자체였다.
“으악!”
현수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하날하날이 서있던 그 자리에 방고리가 서있었다.
사백안의 눈에 귀까지 찢어진 입.
분명 방고리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얼굴은 변해 있었다.
꽈당-
현수가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매번 겪는 귀신이었지만 이렇게 하날하날과 방고리의 귀신을 직접 보니 소스라치게 놀란 것이었다.
“어어어어-!”
현수가 뒤로 주저앉은 채 뒤로 물러났다.
방고리와 하날하날은 기괴하게 웃으면서 한 걸음씩 다가왔다.
“왜요? 계속 시체 팔아서 돈 벌어야죠.”
“너 편하자고 또 애도하는 척하게요?”
남녀 목소리가 뒤섞인 군중의 목소리가 둘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현수는 저 둘이 진짜 방고리, 하날하날의 영혼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악귀들이 만든 환상.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저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도 모두 영상에 달렸던 악플, 혹은 달릴 걸로 예상되는 악플들이었다.
덜컹 덜컹 덜컹 덜컹
뒤로 물러나는 동안 양옆에 있는 화장실 칸막이 문이 도미노처럼 열렸다.
그러고는 사백악의 악귀들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야말로 기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었다.
‘사람 몸에 깃든 악귀가 아니라 악귀 원체! 그럼 팥이나 소금으로도-!’
현수가 습관적으로 허리와 주머니에 손을 댔다.
하지만 솔트샷건은커녕 스프링텐션 수류탄도 만져지지 않았다.
액막이 부적으로 둘러싸인 캡틴 타워 안이라 방심한 것이었다.
“시체팔이.”
“그렇게 살고 싶냐.”
“이래서 스트리머는 걸러야 한다니까.”
“방고리는 그렇다 쳐. 하날하날은 좀 너무하지 않음?”
“과거 출연 영상이라도 내려야 하는 거 아니야?”
악귀의 모습으로 변한 하날하날과 방고리가 한 걸음씩 다가왔다.
현수는 저들의 정체와 말소리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눈으로 보이는 공포는 어쩔 수 없었다.
끼이이이익
화장실 칸막이 안에서 나온 사백안의 악귀들도 기괴하게 웃으며 현수에게 다가왔다.
킥킥킥킥킥킥킥킥
끼이이이익-
동시에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그 순간이었다.
벌컥
화장실 출입문이 열리더니 남자 직원이 들어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고개를 갸웃하며 화장실 구석에 쪼그려 앉은 현수를 보았다.
“어라? 캡틴님 뭐하세요?”
직원의 말에 현수가 천천히 주변을 보았다.
현수에게 다가오던 악귀들도, 고막을 찢을 듯 긁어대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손과 얼굴, 세면대에 가득했던 피도 보이지 않았다.
“아, 아닙니다.”
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직원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바로 소변기로 향했다.
‘빌어먹을.’
현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사무실로 돌아갔다.
죄책감으로 인해 보이는 악령들.
그들은 지금까지 현수가 보았던 다른 악귀들보다 더 끔찍했다.
아마 하날하날, 방고리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 있었다.
사무실로 돌아온 현수는 부적과 스프링텐션 수류탄을 주머니에 욱여넣었다.
이제 평상시 어딜 가든, 다른 건 몰라도 수류탄은 들고 다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