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6화
# 론 프리저브 정신병원 (13)
3,181,901명.
3,598,354명.
4,008,73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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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프리저브 정신병원 촬영 영상은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조회 수가 폭발적으로 올라갔다.
인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너튜브가 뚫려 있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시청자들이 유입이 되고 있었다.
심지어 댓글 역시도 폭발적이었다.
기현상이 직접적으로 담긴데다가 사람이 죽는 것이 그대로 담겼다는 자극적인 소문 때문이었다.
물론 업로드 된 영상에서는 다소 편집이 들어가 아주 자극적인 장면들은 삭제가 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죽음이 ‘연상’ 될 만한 장면은 굉장히 많이 등장하고 있었고, 화면 속 인물들 대화들도 인간 군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인기몰이를 했다.
너튜브 측에서도 이 영상들을 보고 노란딱지를 부여해야 할지, 정지를 시켜야 할지 고심을 하는 듯 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제재도 떨어지지 않았다.
아슬아슬하지만 심의 기준에 어긋나지는 않은 것이었다.
현수가 워낙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또 영상 조회 수가 폭발적으로 오르면서 너튜브 코리아를 비롯해 본사 쪽에서도 진지하게 영상을 검토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상이 가져올 매출을 따져 보았을 때 너튜브 측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 판단을 한 모양이었다.
여기서 고스트 크루의 구독자 수에도 변동이 찾아왔다.
현수는 300만 스트리머에 도달하는, 가히 엄청난 성과를 이뤄냈다.
구독자 200만 명을 달성한 이후에도 계속 오름세를 타고 있기는 했지만 단일 영상으로 수십 만 명의 구독자를 이끌어낸 것은 현수 채널 전체에서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영상 시청 국가도 다양했다.
일본과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각 지역의 사람들이 몰리고 있었다.
방고리도 60만, 너도캠핑도 110만 구독자를 이끌어내며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
현수보다는 한참 적은 상승세였지만 그래도 평균적으로 봤을 땐 고무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실적과 반대로 해당 현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 하날하날님 죽은 걸로 시체팔이 하는 거임?????
- ㅈㄴ 극혐이다. 박현수 좋게 봤는데.
- 솔직히 이건 아니잖아.
- 이 영상은 내려야 하는 거 아님???
- 사람이 죽은 걸......
현수의 예상대로였다.
댓글에는 하날하날의 죽음을 두고 영상 업로드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 하날하날님이 사망한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고는 사고인 거 아님?
- └싸패세요?
- 영상 내리는 게 옳다고 봅니다.
- 적절히 편집 되어 있고. 크게 문제가 될까 싶긴 함.
- 하날하날 유족들이 보면 뭐라 하겠음?????
물론 영상에는 하날하날 유족들의 허락을 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는 했다.
사고 장면과 시신을 보여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영상을 업로드 해도 된다는 조건이었다.
물론 이 조건을 받아내기 위해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기는 했다.
아무튼 시청자들은 이런 내용까지는 정확히 모르고, 본인들이 느끼는 공포를 불쾌함으로 치환시켰다.
사실 현수도 영상 업로드 건에 대해서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더 많기는 했다.
당연히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라미로브 김창수 과장은 채널에 영상을 반드시 올려야 한다고, 유족들과의 협의에까지 직접 나서 조율을 했고 결국 업로드 할 방법을 끝까지 찾아내 올리게 하였다.
그리고 이뤄낸 성과는 가히 ‘달콤’했다.
엄청난 수익이 현수 앞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만큼 라미로브의 매출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날하날의 죽음으로 라미로브 내에서도 애도의 분위기는 흘러나왔지만 아마 속으로는 어느 정도 쾌재를 부르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특히, 김창수 과장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었다.
하날하날의 죽음으로 얻어낸 매출.
이것에 대해 슬프다는 말을 하면서도 매출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라미로브 측에서 인터넷 신문사와 컨택 해 일부러 비난 기사를 내기도 했다고 들었다.
하날하날의 죽음으로 현수와 라미로브가 돈을 벌었다는 비난 여론을 슬쩍 만든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러한 비난 여론에 더 재미를 느꼈고, 그렇게 기사를 접하게 되면 어떤 영상이기에 논란이 되나 하고 현수의 영상을 찾아보게 되는 사이클이었다.
한 마디로 노이즈 마케팅을 전개한 것이었다.
안 그래도 하날하날과 현수 관련된 인터넷 뉴스들이 폭발적으로 등록되고 있는 가운데, ‘자작성 비난 기사’가 순위권에 타고 오르며 조회 수는 껑충 뛰어 올랐다.
* * *
현수의 채널에 악플러들이 부쩍 많아졌다.
처음부터 조작이니 뭐니 하며 달리는 악플들이야 많았지만 하날하날의 사망 이후로는 ‘동료의 죽음을 이용하는 스트리머’의 이미지가 덧씌워진 것이었다.
물론 일부 구독자들이 이런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커버를 해주면서 댓글창은 장문으로 가득한 토론의 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현수는 그런 댓글들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생방송 때 채팅창에는 악성 채팅들이 많이 올라왔다.
채팅을 관리하는 태환이 수시로 차단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무분별하게 올라오는 악플의 수가 많아지며 태환도 바빠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라고 해도 현수는 방송을 멈추지 않았다.
진지하게 당분간 휴방할 것은 제안했지만 김창수 과장은 단박에 거절했다.
“하날하날 님도 돌아가셨고. 여론도 별로 안 좋으니까 몇 달 정도 좀 쉬다 오는 게 어떨까요?”
“몇 달 쉬면 그만큼 알고리즘에 불리해요. 주기적으로 계속 올려야죠.”
현수의 말에 김창수 과장이 받아친 말이었다.
결국 현수를 대하는 대중의 여론, 혹은 하날하날의 죽음보다 조회 수와 구독자 수, 그리고 알고리즘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었다.
현수는 이런 김창수 과장의 말을 무턱대고 반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수요일의 괴담과 출장 퇴마, 그리고 흉가 콘텐츠는 계속 주기적으로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 너도캠핑 채널에서의 백패킹 역시도 함께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 그 날도 화진과 함께 백패킹을 가는 날이었다.
동거를 한 지 벌써 여러 달이 지나면서 둘의 촬영 스케줄은 각자 임무에 맞춰 빠르게 준비가 되고 진행이 되었다.
부우웅
현수와 화진은 세정과 화진 매니저를 대동한 채 지리산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화진이 운전을 하고 있었고, 현수는 조수석에서 핸드폰으로 방고리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우하하하하! 지금! 바로 지금 궁을 쓰고 있죠! 아아 뻘궁!]
방고리는 한껏 업된 텐션으로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원래 고스트 크루 중에서도 가장 시끄럽게 방송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는 했지만 전보다 더 과해진 액션에 현수가 어깨를 으쓱였다.
“원래 방고리님이 이렇게 방송했었나요?”
“좀 그렇지 않았어요?”
현수의 질문에 화진이 대답했다.
“흠.”
현수는 방고리의 방송을 유심히 보았다.
[어어어어! X발! X발! 뭐하자는 건데! 우리 팀 뭐하냐! X발 죄다 트롤링이야!]
방고리는 주먹으로 키보드를 마구 내리쳤다.
쾅 쾅 쾅 쾅
흔히 ‘샷건을 친다.’라고 말하는 바로 그 행동이었다.
“아무래도 이상해.”
그때 수정이 현수 옆으로 슥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네? 뭐가요?”
“론 프리저브 정신병원에서 박효종이 떨어졌을 때 말이야.”
“네.”
“그 시신에서는 악귀 흔적이 전혀 안 남아 있었거든?”
“맞아요.”
“네가 박효종의 입에 인형을 물렸을 때 악귀가 인형 안에 흡수가 된 것 같았는데 말이야.”
“네, 네.”
“아무래도 뭔가 찝찝하단 말이지. 기억나? 우리 구조대에 구조되기 직전에.”
수정이 말했다.
현수와 화진은 그때의 기억을 잠시 더듬어 보았다.
* * *
현수는 침통한 표정으로 밀짚인형을 내려다보았다.
악귀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이때 현수는 악귀의 힘이 약해졌거나 인형 속으로 깊게 숨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주변에서 미국인 구조대원들이 영어로 소리치며 부산스럽게 하는 통에 길게 생각할 틈이 없었다.
그래서 현수는 그 자리에서 밀짚인형을 바로 태웠다.
그리고 그 모습은 일행 모두가 지켜보았다.
그때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기는 했었다.
인형에 갇힌 악귀가 불에 탈 때에는 날카로운 비명이 들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들리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비명은 통상 힘이 강한 악귀일수록 더 강하게 들렸다.
허태훈의 몸속에 있다가 박효종에게 들러붙어 현수의 목숨을 노렸던 것치고는 다소 허무한 소멸이었다.
* * *
“그때 떨어졌던 인형을 건네준 게 누구였지?”
“방고리요.”
“그때 이후로 방송하는 게 이상해졌고?”
“그건 조금 더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현수가 대답했다.
그러자 수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약 내 추측이 맞다면 그 악귀. 저 방고리인가 하는 놈한테 붙었을지도 몰라.”
“방고리님한테서는 아무런 흔적도-”
“-말했지. 구천에 오래 머물고있는 악귀일수록 잘 숨어있어. 흉측하게.”
수정의 말에 현수는 입을 다물었다.
이후로 현수는 백패킹 지역에 갈 때까지 방고리의 방송들을 계속 훑어보았다.
과거의 방송, 최근의 방송, 그리고 콜로라도에 다녀온 이후의 방송.
방송을 진행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진 부분은 분명 있었다.
하지만 콜로라도에 다녀온 이후, 방송의 텐션이 굉장히 높아진 부분이 있었다.
과거에는 욕설과 함께 거친 모습을 많이 보였지만 최근에는 그런 성향이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콜로라도 방송 이후 거친 욕설과 행동이 다시 두드러져 있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맘에 안 드는 채팅을 쓰는 시청자들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욕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걸 시청자들은 또 통쾌해 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현수는 그런 방고리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악귀가 들었다고 해도 기억이나 행동이 싹 바뀌면서 다른 사람이 되고 그러진 않을 수 있어. 기생충 같은 존재니까.”
수정이 속삭여 말했다.
악귀의 존재.
내면의 악귀.
악귀가 산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방법은 각양각색이었다.
악귀에 쓰임으로 해서 갑자기 눈이 돌아 살인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똑같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특정 상황에서 격렬한 행동 반응을 보일 수도 있었다.
즉, 방고리가 악귀에 쓰였다고 가정하자면, 평소의 그와 전혀 다를 건 없고 모든 기억을 온전히 갖고 있지만 더 감정적으로 변한다거나, 더 극단적인 행동을 많이 취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방고리도 퇴마 대상이 되는 것이었다.
“지금 이 이야기는 일단 방송에 내지 맙시다.”
현수가 세정을 보며 말했다.
세정도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스트 크루 중 한 명이 사망을 했고 또 다른 한 명이 악귀에 쓰였다?
그리고 그 악귀가 허태훈의 몸속에 있던 연쇄살인마의 악귀다?
자칫하면 굉장히 심각한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었다.
하지만 하날하날이 죽은 와중에 방고리까지 저격하게 되면 여론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결정적인 증거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