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7화
# 의정부 신시가지 (1)
현수는 화진과의 백패킹 영상을 무난하게 촬영해 나갔다.
화진이 너도캠핑 특유의 감성으로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 양념처럼 주변 지역의 귀신들을 서칭했고, 흉가를 체험하듯 주변 수색하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둘이 사귀는 것이 아니냐는 채팅은 계속해서 올라왔지만 현수와 화진은 한 번씩 아니라는 대응을 해줄 뿐 크게 반응하지는 않았다.
복귀한 이후 평소처럼 쭉 방송을 진행해 나갔다.
현수도 일상을 보내며 방고리의 방송을 수시로 모니터링 했다.
확실히 방고리의 방송은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었다.
시청자들과 말다툼을 하다 생방송을 종료해 버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현수는 이런 방고리의 모습에 크게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인터넷 방송을 즐겨보는 태환 역시도 방고리가 최근 이상해졌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러던 중 한 가지 이슈가 발생했다.
해외기업인 인터넷 방송국 ‘스위치’에서 한국 서비스를 축소하겠다는 발표를 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화질제한을 걸더니 이내 VOD서비스까지 중단하며, 사실상 한국 스트리머들의 ‘퇴출’작업이 시작된 것이었다.
고스트 크루에서는 현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스위치 쪽에 계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화진과 하날하날은 스위치 생방송을 주로 하고 클립만 너튜브에 업로드 하는 방식이었다.
게임방송을 하는 방고리는 스위치와 너튜브에 동시 송출을 하고 있었다.
과대는 너튜브 위주로 반송을 진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위치의 송출 차단은 죽은 하날하날에게 있어서는 치명적이었다.
너튜브 채널을 제외하고 스위치에 남아 있던 그녀의 방송 녹화분이 모두 말소되는 것이었다.
당사자인 그녀는 사망했기에 그녀의 스태프들이 영상을 부랴부랴 옮겼지만 사실상 관리가 되지는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화진에게도 상당히 큰 데미지였다.
그녀 역시 소통 생방송은 스위치에서 하고 있던 만큼 스위치 팬들이 제법 있는 편이었다.
물론 현수 덕분에 너튜브 구독자도 상당 수 확보했지만 본토는 스위치인 셈이었다.
결국 그녀도 울며 겨자 먹기로 너튜브나 아메리카TV로 이적을 해야 했다.
현수와 과대, 혜련은 스위치 사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애초에 스위치에서 생방송을 하지도 않을뿐더러 너튜브가 주 활동 무대기 때문이었다.
방고리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스위치에서 방송을 하고는 있었지만 너튜브와 동시 송출을 하고 있던 만큼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어찌 되었든 양측의 시청자들을 모두 확보하고 있고, 또 스위치 유저들도 너튜브를 이용하는 만큼 시청자 감소에 큰 영향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치 발작 버튼이라도 눌린 것처럼, 방송에서 방고리는 미친 듯이 고래고래 욕을 해댔다.
[이 X발 새끼들아! 왜 늬들 마음대로 들었다 놨다 하면서 스트리머들을 죽이냐? 이 X새끼들아!]
그는 책상이 부서져라 마구 내려치며 소리를 질렀다.
이에 시청자들은 재미있다는 반응을 올렸지만 현수는 심각하게 위화감을 느꼈다.
날이 갈수록 사람이 더 삐뚤어져 보이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뉴스 기사 하나가 떴다.
[다음 소식입니다. 오늘 오전, 의정부역 인근 골목에서 2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발견되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뿐만 아니었다.
[의정부에 사는 이승아 양이 실종된 지 닷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납치 정황이 뚜렷한 가운데 경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실종자 수색에 만전을 기하기로 하였습니다.]
[의정부역 인근 골목에서 발견된 20대 여성은 신주영 양으로 아르바이트를 마친 후 귀가를 하던 중 괴한에게 습격을 당한 것으로-]
[이승아 양이 실종 된지 열흘이 되었습니다. 수사에 난항이 있는 가운데-]
[사망한 신주영 양은 모친과 통화 도중 갑작스럽게 피습을 당해-]
[용의자는 180cm 전후의 건장한 체구에-]
[모자와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이 식별되지 않아-]
[사건이 발생한 지역을 잘 아는 것으로-]
[변사체가 또 발견되었습니다. 의정부 신시가지 골목에서 발견된 시신은 약 40대 남성으로 추측이 되며 시신 훼손 상태가 무척 심해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의정부역 근처에서 강력범죄들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에 뉴스에서는 연일 수사 상황에 대해 보도를 해주며 프로파일러들이 등장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범인은 이 지역 주민일 가능성이 무척 큰 것으로 보입니다.]
[발견된 시신들의 상태를 보았을 때 오랫동안 살인을 해본 경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시신을 보면 첫 번에서 두 번째 공격으로 죽인 것 같아요. 굉장히 능숙한 거죠.]
[전과자일 가능성이 유력해 보입니다.]
[살인 전과가 있는 사람 중 우발적 살인이 아닌 계획적 살인자가 용의자일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전과가 있는-]
[살인 전과가 있는 사람을-]
.
.
.
뉴스를 가만히 보고 있던 현수와 화진, 그리고 오랜만에 놀러온 태환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무섭다, 무서워.”
화진이 중얼거렸다.
“방고리인가 하는 걔 동네도 의정부 아니야?”
수정이 현수를 보며 물었다.
“네, 아마 그럴걸요?”
“음.”
수정이 턱을 매만지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생각하던 현수는 혹시 방고리와 관련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스쳤다.
“방고리 방송 스케줄이 어떻게 되죠?”
현수가 핸드폰을 들며 물었다.
“방고리님이요? 아아-”
화진이 생각하는 사이, 태환이 대답했다.
“매일 8시부터 12시일 걸요?”
“네가 어떻게 알아?”
“가끔 들어가서 봐요.”
태환이 어깨를 으쓱였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너튜브 채널로 들어갔다.
그리고 커뮤니티 탭에 올라온 글들을 쭉 확인해 보았다.
현수와의 촬영, 혹은 대기업 스트리머와의 합방이 아니면 생방송을 거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부쩍 개인사정으로 인한 휴방 공지가 늘어 있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금일 생방송은 휴방합니다.
많은 날에는 일주일 동안 세 번 이상이나 휴방을 하였다.
현수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태환아. 최근 의정부에서 일어난 살인이나 실종사고들에 대한 기사들 좀 뽑아줄래?”
“갑자기요?”
태환이 놀라 되물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인 후 휴방 날짜를 체크해 보았다.
“음. 달력에 표시해 볼게요.”
태환은 한 쪽 벽에 걸려 있던 달력에 체크를 해나갔다.
잠시 뒤.
달력에는 최근 뉴스에 보도된 의정부역 근처 강력사건들이 체크 되었다.
피해자의 이름과 사망 추정 시간을 기준으로 잡은 것이었다.
물론 변사체로 발견된 시신도 있었기에 정확하지 않을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하루 이틀 차이로는 얼추 맞는 수준이었다.
달력에 메모 된 사건 기록과 방고리의 휴방 기록을 쭉 살펴보던 현수는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왜요?”
화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옆에 다가와 달력을 보았다.
“이거 보세요.”
현수는 방고리의 휴방 날짜와 의정부 강력사건들의 날짜들을 대조해 주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방고리가 휴방을 한 날에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물론 아닌 날도 있었다.
사건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날짜에 방송을 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휴방을 한 날은 100% 사건 발생 추정 일자와 일치했다.
화진이 눈을 커다랗게 뜨고 현수를 보았다.
“에이. 설마.”
화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태훈한테 붙어 있던 악귀가 저 방고리인지, 뭔지한테 붙었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수정이 말했다.
그때, 태환이 수정을 빤히 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현수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태환이 대답했다.
“전역한 이후로 조금씩 선명히 보이기 시작해요. 귀신들이.”
아마 세정이 보이는 정도로 보는 모양이었다.
모친이 무속인이니 태환에게 영안이 있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귀신 보는 사람이 쎄고 쎘네.”
수정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튼, 방고리한테 악귀가 붙었을 가능성이 확실히 있는 거죠.”
“너도 느꼈다시피.”
“음.”
현수가 턱을 매만졌다.
“경찰에 신고하죠?”
태환이 물었다.
“무슨 혐의로? 악귀에 쓰였다고? 연쇄살인마 허태훈한테 붙어 있던 악귀가 박효종한테 붙었다가 방고리 닉네임 사용하는 스트리머 양수찬한테 붙었다고?”
현수가 되물었다.
“방고리 본명이 양수찬이었구나.”
태환은 이제야 알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한테 신고하려면 물적 증거가 있어야 해요. 그걸 찾아보죠.”
현수가 화진과 수정을 보며 번갈아 말했다.
그때 태환이 손을 들고 말했다.
“이번엔 저도 끼워줘요. 언제까지 번외에요, 저는?”
태환이 물었다.
“번외라뇨. 그래서 우리 채팅 관리 해주면서 얼마나 도움 주는데.”
화진이 막냇동생 달래듯 말했다.
“에이. 그런 거 말고 현장에서 뛰어야 맛이죠.”
태환이 넉살을 부리며 말했다.
“이걸 커뮤니티에 미리 공지하거나 생방송을 돌리면 방고리가 눈치챌 거예요. 녹방으로 갑시다.”
현수가 화진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태환이 걱정된다는 듯 팔짱을 끼었다.
“음. 그때 론 프리저브 정신병원 영상 때도 조작 여론이 되게 많았는데. 괜찮을까요?”
“그 뒤로 청부 퇴마나 괴담 방송은 생방으로 갔잖아. 괜찮겠지.”
현수가 대답했다.
같이 고민하던 화진이 손가락을 ‘딱’ 튕기며 말했다.
“아. 그럼 커뮤에 공지는 하되 조금 에둘러서 쓰죠. 대형 프로젝트가 있다고. 그리고 천천히 수사하고 찾아내는 과정을 영상에 올리는 거예요.”
“음. 그게 흥미롭겠네요.”
“그리고 전체 영상 업로드는- 만약 방고리님이 정말 악귀에 쓰여 있을 경우 경찰에 체포돼서 보도가 되고 플러스 2일 내로 업로드를 하는 거죠.”
“오호.”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현수보다 오래 방송을 해온 화진이 여론을 이용할 줄 아는 느낌이었다.
먼저 현수는 커뮤니티 탭에 공지를 올렸다.
-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공지가 있어 글을 올립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고, 또 당사자가 알게 될 경우 도망치거나 저희에게 해를 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는 영상 공개 전까지 비공개로 촬영하겠습니다.
아울러 저희 조사 결과 당사자에 대한 ‘빙의’ 조짐을 파악해내지 못한다면 영상은 업로드 되지 않고 주간 일정대로 생방송이 진행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현수가 공지를 올리자마자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 와 1빠
- 이번엔 무슨 프로젝트지??????????
- 힌트라도 주세요!!!!
- 아 개궁금
- 또 무슨 주작을 하시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살인방조 스트리머
- └방조가 아니죠. 그리고 유족들하고 경찰들도 업로드 허락했는데 왜 자꾸 시비임.
- └지긋지긋
- 무슨 프로젝트에요?
- 생방으로 푸나????
- 언제 공개되나요??
커뮤니티 게시글에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그리도 방고리에게서도 메시지가 도착했다.
대형프로젝트? 이번엔 어떤 거임?????
현수는 화진과 태환에게 방고리의 메시지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