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55화 (155/227)

제155화

# 론 프리저브 정신병원 (12)

빠아아악

부적 봉이 박효종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러자 그의 코와 입에서 검은 액체가 한껏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악귀가 뽑혀 나오지는 않고 있었다.

현수는 그런 박효종의 앞에 스프링텐션 수류탄을 던졌다.

빠각-

플라스틱이 깨지며 팥가루가 확 튀었다.

계속 공격을 받는 박효종은 정신이 없는 듯 제대로 서있지도 못했다.

하지만 쓰러지지는 않고 있었다.

이렇게 공격을 이어가던 중, 현수가 솔트샷건을 쏘았다.

지금까지 솔트샷건에 맞아도 끄떡없던 박효종이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화진의 부적 봉이 박효종의 종아리를 후려쳤다.

빠직-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박효종이 쓰러졌다.

“크아아아! 다 죽여 버리겠다!”

그는 절규하듯 소리쳤다.

그 사이 현수는 본격적인 퇴마를 하기 위해 인형을 꺼내 들었다.

“크아아아!”

인형을 본 박효종은 한층 더 크게 비명을 내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부러진 종아리로 위태롭게 선 모습이었다.

“가만히 있어!”

화진이 소리쳤다.

“죽어-!”

순간 박효종이 현수에게 달려들었다.

다리가 부러졌음에도 상당히 격렬한 몸짓이었다.

“큭!”

인형을 꺼내던 현수가 바로 방어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멱살을 잡혔고, 무게중심이 뒤로 확 밀쳐졌다.

동시에 인형을 박효종의 입에 밀어 넣었다.

“현수 님!”

세정과 화진이 동시에 현수를 불렀다.

사아아아아

제이슨이 나가떨어진 시계 쪽으로 밀려났다.

박효종이 제이슨처럼 현수를 떨어트리려는 것이었다.

“이야압!”

현수는 지금까지 훈련했던 대로, 자세를 낮추며 몸을 틀었다.

부우우웅-

그러자 박효종은 현수를 잡은 멱살을 놓침과 동시에 깨진 시계 너머로 떨어졌다.

“으아아아악!”

박효종도 제이슨처럼 시계탑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가 물고 있던 인형도 튀어나와 떨어졌다.

* * *

“또, 또야?”

방고리가 통신실 앞 테라스에서 위를 보았다.

추락하는 사람의 등이 보였다.

“윽!”

방고리가 놀라 뒤로 물러서자 그 사람은 제이슨의 바로 옆에 떨어졌다.

꿍-

둔탁한 소리와 함께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방고리는 미간을 찌푸리며 아래를 보았다.

동양인으로 보이는 남자의 시신이 보였다.

“뭐야. 누구야?”

박효종을 실제로 마주한 적 없는 방고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문득 방고리는 자기 옆에 밀짚인형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현수가 퇴마 때 사용하는 밀짚인형이었다.

박효종의 입에 물려 있던 인형이 그가 추락하며 방고리 옆에 떨어진 것이었다.

“이게 왜 여기 있지?”

방고리가 인형을 집어 들며 중얼거렸다.

* * *

“헉 헉 헉.”

현수가 숨을 몰아쉬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테라스와 제이슨, 박효종의 시신이 보였다.

박효종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괜찮아요?”

화진과 세정이 다가와 물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인 뒤 계단을 가리켰다.

“계속 올라갑시다.”

쉴 틈이 없었다.

빨리 구조 요청을 해야 했다.

위에 올라간 현수가 시계탑 꼭대기에 있는 안테나의 방향을 조금씩 바꿨다.

약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비가 쏟아지고 있는 상태였다.

통신실에 있는 스태프와 방고리는 무전이 잡히는지 계속 확인을 했다.

그러다 전파가 잡히면 방고리가 테라스로 나가 소리를 질렀다.

“잡혔어요!”

그 외침을 들은 화진이 바로 현수에게 전해주었고, 현수는 안테나 회전을 멈추었다.

그렇게 가장 강한 전파를 포착한 방향을 찾아내었다.

“됐습니다!”

방고리가 팔로 O사인을 만들어 보냈다.

“됐대요!”

시계탑의 깨진 시계 안에서 방고리의 소리를 들은 화진이 현수에게 전달해 주었다.

“내려갑시다.”

현수와 세정, 화진은 시계탑에서 다시 통신실로 내려갔다.

지이이이이이

노이즈가 강하게 들려오는 와중에 AI 같은 느낌의 여성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What is the address of your emergency? What is the phone number you are calling from?]

‘이머전시’라는 단어가 들리자 영어를 잘 못하는 일행들도 911에 잘 연결이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Did someone fall and hit their head? or Does the victim have a bullet wound? or What caused emergency and how many people are injured?]

하지만 영어가 길어지자 일행들은 바로 응답하지 못했다.

“누가 다쳤냐고 묻고 있어.”

수정이 현수의 옆에서 말했다.

현수는 마이크로 다가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예스! 히얼 론 프리저브 메디컬 센터! 이머전시!”

그 소리를 듣던 수정이 중얼거렸다.

“그걸 영어라고 하는 거니.”

하지만 그녀의 말을 뒤로 하고 현수는 계속 외쳤다.

그러자 몇 단어로 대충 상황을 추론한 상대가 바로 대답했다.

[Okay. A rescue team will be dispatched immediately.]

“알겠대. 뭐 보낸대.”

수정이 바로 통역을 해주었다.

구조대가 온다면, 시신들도 모두 수습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에 앞서, 현수는 이 모든 것이 환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겪었던 것처럼, 하날하날과 브렛, 제이슨 모두 살아서 어딘가에 있었으면-하는 바람을 가졌다.

그때 방고리가 다가왔다.

“이거 떨어진 것 같더라고요.”

그가 밀짚인형을 건넸다.

인형에서는 악귀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박효종에게 붙었던 허태훈의 악귀가 담기지 않은 모양이었다.

현수는 입을 씰룩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방고리가 돌아서며 인사를 했다.

현수가 남은 양에 집중하는 사이, 돌아선 방고리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주 찰나의 순간, 눈동자에 회색빛이 번쩍였다 돌아왔다.

* * *

환각, 환상이 아니었다.

브렛과 제이슨, 하날하날과 박효종의 시신은 그 자리 그대로 발견이 되었다.

브렛과 제이슨은 추락으로 인한 사망.

그리고 박효종은 총상으로 인한 사망으로 판명이 되었다.

그가 추락했을 때에는 이미 생체 신호가 모두 멎어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한 마디로 제이슨의 총에 맞은 뒤로는 시체가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구조대원들은 이 말을 믿지 않았지만 세정이 녹화한 영상을 보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하날하날은 다발성 골절, 개방성 골절이 온 몸에 발생하며 출혈과 쇼크로 인한 사망으로 판명되었다.

사망사건이 발생한 만큼 사후 처리가 상당히 복잡해졌다.

한국 대사관까지 개입을 해 행정 및 시신 인계 절차를 밟아야 했던 것이다.

물론 대규모 사망사건까지는 아니고 또 현수의 영상이 그대로 남아있는 만큼 처리는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현수는 자신의 촬영본 사본을 미국 수사기관에 전달해야 했다.

그리고 라미로브 김창수 과장에게도 이번 사건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는 일단 알겠다는 대답을 한 뒤, 다른 액션은 취하지 않았다.

그렇게 예정된 일정보다 며칠 더 미국에 머물게 되며, 현수는 라이브 방송을 켰다.

방송을 켜자 시청자들이 물 밀듯 들어왔다.

- 안녕하세요!!

- 미국 출장 잘 하고 계신가요!

- 미국에서는 라이브 안 하나요?

- 지금 미국이심.

- 퇴마 방송. 현장은 안 나가시나요?

시청자들이 마구 질문을 올렸다.

현수는 옆에 앉아 있는 화진과 잠시 눈을 맞춘 뒤 대답했다.

“현재 미국이고요. 일이 발생해서 예정보다 귀국 일정이 늦어졌습니다. 제가 공지를 올려드리긴 할 텐데요. 내일 진행할 ‘수요일의 괴담’은 휴방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허어어어얼

- 기다렸는데.ㅠㅠㅠㅠㅠ

-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 갑자기 휴방이라니.

- 혹시 너도캠핑이랑 여행하고 있는 거 아님??ㅋㅋㅋㅋㅋ데이트하느랔ㅋㅋㅋㅋㅋ

- 커플채널임 이제?ㅋㅋㅋㅋ

- 너도캠핑도 휴방했던데.

시청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잠시 고민하던 현수가 말했다.

화진과 괜한 오해를 만들 필요는 없었다.

“아마 곧 보도가 되긴 할 텐데요. 이번 촬영 때 하날하날님께서 사고를 당하셔서 부득이하게 귀국을 미루게 되었습니다.”

- 사고???

- 무슨 사고????

- 사고라뇨??

- 무슨 일이에요?

- 롸?????

시청자들이 궁금해 했다.

현수는 귀국해서 라미로브와 함께 하날하날의 자세한 소식을 언급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사고를 당해 귀국이 늦어졌다는 정도로만 이야기 하고 마무리하려는 것이었다.

“론 프리저브 정신병원에서 촬영한 건- 그곳이 전파가 안 터져서 녹화로 진행을 했고요. 끊지 않고 최대한 원테이크로 가려고 했는데 사고 장면이 좀 있어서 부득이하게 편집이 들어갈 것 같습니다.”

- 주작할라고 밑밥까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네 주작 기대할게욬ㅋㅋㅋ

- 미국에선 어케 조작이 안 됐나보닼ㅋㅋㅋ

역시나 당연하게도 조작 논란이 이어졌다.

하지만 현수는 크게 개의치 않고 간단하게 소통방송을 이어갔다.

물론 큰 사고가 있는 만큼 짧고 경건한 분위기에서 간소하게만 진행이 되었다.

* * *

하날하날의 사고 소식은 현수가 귀국하기 전, 언론에 보도가 되고 말았다.

현수를 비롯한 고스트 크루가 콜로라도의 랭몬트에 있는 론 프리저브 정신병원에 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고 콜로라도에도 한국 교민들이 제법 살고 있었다.

브렛과 제이슨을 비롯해 하날하날과 박효종이 사망했다는 사건은 랭몬트 사람들과 관련 기관 사람들 모두 알고 있었고 대사관에 또한 통보가 되어 있는 상황.

거기에 라미로브 김창수 과장에게도 전달이 되어 있어 라미로브 내에서도 사망 소식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었다.

현수가 ‘사고’를 언급한 이후 많은 네티즌들이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거나 지인에게 연락해 물어봤고, 라미로브 소속의 스트리머가 사망했다는 소문을 접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소식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순식간에 각종 인터넷 신문사에서 보도를 낸 것이었다.

그리고 현수가 방송 중 하날하날의 사고를 언급했던 것과 연결이 되며 사망한 사람이 하날하날이라는 보도가 터졌다.

결국 현수가 인천공항에 발을 디뎠을 때엔, 하날하날의 사망이 공식화 되어 있는 상태였다.

공항에 들어서자마자 엄청난 인파의 취재진들이 몰려왔다.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와 질문이 쏟아지는 가운데, 현수 일행은 대기 중이던 김창수 과장의 차량에 올라탔다.

그렇게 집이 아닌 라미로브로 돌아간 일행은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였다.

결론적으로, 제이슨과 브렛은 라미로브 측에서 고용했던 만큼 라미로브에서 어느 정도의 보상을 해줘야 했지만 하날하날은 라미로브의 정식 직원이 아닌데다가 본인의 의지로 미국행에 올랐던 것이기 때문에 법적인 책임은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도의적으로 어느 정도의 위로금을 챙길 수는 있겠지만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것.

이 사실을 들은 현수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박효종 역시 자기 스스로 그곳에 갔던 것인 만큼 라미로브에 대한 책임소재는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가 악귀에 쓰였든 아니든, 그는 사망사고가 일어난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라졌고, 스스로 그곳에 간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처리 안건은 촬영본에 대한 업로드 문제였다.

최초 현수가 계획했던 대로 원테이크로 쭉 촬영한 촬영본을 그대로 너튜브에 올리는 건 위험했다.

심의규정에 무조건 걸리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도의적 문제도 있었다.

어쨌거나 사람이 죽은 일이었다. 유족들이 허락하긴 했지만, 촬영본을 올리는 건 꺼림칙했다.

현수는 가능하면 이 촬영본을 폐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라미로브 측은 생각이 다른 것 같았다.

특히 김창수 과장은 현재 하날하날의 사망이 한국 너튜브 계에서 얼마나 핫이슈인지 알고 있었다.

지금 세정이 촬영한 이 영상은 엄청난 대박이 터질 것이라는 걸, 그는 예상했다.

결국 굉장히 끔찍한 장면과 피 관련하여서는 모자이크와 컷 편집을 진행해 최대한 현장감을 살리는 선에서 업로드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업로드를 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3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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