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54화 (154/227)

제154화

# 론 프리저브 정신병원 (11)

“당신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겁니까?”

현수가 일행들을 주시한 채로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지이이이이]

그러자 노이즈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다들 긴장한 표정으로 회신을 기다렸다.

이내 회신이 들려왔다.

[그걸 아는 게 내 일이니까. 지이이이이-]

알 수 없는 대답이었다.

“당신은 어디 있습니까?”

현수가 물었다.

흡사 위자보드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이이이이이이이-]

무전이 끊긴 듯 노이즈가 길게 이어졌다.

그러다 갑자기 답변이 들려왔다.

[여기.]

그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통신실 문이 ‘쾅’하고 닫혔다.

“으악!”

“어맛!”

스태프와 방고리가 놀라 비명을 질렀다.

제이슨은 주변으로 총을 겨누었고, 현수와 화진도 각자 무기를 꺼내 겨누었다.

사아아아아아

이어 엄청난 한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빗물에 젖은 일행들은 갑작스러운 추위에 온몸을 움츠렸다.

EMF 탐지기도 터질 듯이 불빛이 빠르게 올라갔다.

[지이이이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무전기에서는 남자의 음성이 점점 기괴하게 바뀌어 들렸다.

화진은 여기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책장 쪽을 보았다.

그곳으로 다가가 서류들을 마구 뒤적거렸다.

뭔가 흔적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왜요?”

현수가 묻자 화진이 대답했다.

“무전을 저렇게 보낸다는 건 우리가 알기를 바라는 게 있는 거 아닐까요? 낙서들만 봐도 ‘용서하지 않겠다.’라는 말도 있고. 그리고 무전 속 남자가 ‘여기 있다.’라고 한 것도 이 통신실에 뭔가 흔적이 있다는 것 같아요.”

화진의 말에 현수도 동의를 하며 같이 통신실을 뒤졌다.

그러던 중, 통신 일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제이슨과 수정의 도움을 받아 이곳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었다.

애초에 이곳에 많은 정신병 환자들이 수용되어 있었으나 화재나 났고, 직원들이 철창을 잠가둔 채로 자신들만 대피를 했던 것이었다.

이에 본관에 있던 환자들이 모조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기록은 통신기록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공교롭게 화재 발생 신고를 하려 했지만 무전기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이 다음이었다.

화재가 소강상태에 들어선 후, 프리저브 가문은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병원을 리모델링하고 시신들을 모두 처리를 해버렸던 것이다.

분명 환자의 가족들이 있었을 텐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되어 있지 않았다.

과거 정신병원에서 인체실험도 자행되었다는 음모론이 사실이라면, 보호자들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거짓된 통보를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이이이이이이

자료를 찾을 때부터 더 이상 음성은 들려오지 않았다.

을씨년스러운 노이즈만이 계속되고 있을 뿐이었다.

현수는 다시 무전기를 작동시켜보려 했지만 아무 응답도 없었다.

“아무래도 안테나를 수리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구조대를 불러야 해요. 시신도 있고.”

현수가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모두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같이 움직여요?”

방고리가 스태프와 화진을 번갈아 가리키며 물었다.

위에 올라가기 싫은 모양이었다.

“흩어지면 위험할 수 있어요. 악귀들이 혼자 있을 때 더 잘 덤벼드는 거 알죠?”

“알긴 하는데-”

방고리가 머뭇거렸다.

이런 방고리를 데리고 가봤자 더 문제가 될 것 같았다.

“그럼 둘로 나누죠. 일단 영어를 하실 수 있는 분이 필요하니까 제이슨 씨는 저랑 같이 가셔야 합니다.”

현수의 말에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현수 님 따라 갈게요.”

화진은 화가 난 표정으로 방고리를 흘겨본 후 말했다.

“저도 현수 님 따라갈게요.”

세정이 카메라로 촬영을 하며 손을 들었다.

방고리는 다른 스태프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스태프들은 비 오는데 밖에 나가기 싫은지 서로 눈치만 보았다.

“좋아요. 이렇게 두 팀으로 나누죠. 저희가 안테나를 조작하는 동안 전파가 잡히는지 안 잡히는지 알아야 하니까 한 분은 여기 통신실 앞에서 저희를 지켜봐 주세요. 무전기가 없으니까.”

“알겠어요. 그건 내가 하죠.”

방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갑시다. 시간 끌지 말고.”

현수가 장비들을 챙겨 나갈 준비를 했다.

* * *

일행이 들어온 출입문의 반대편에는 통신실 앞 테라스로 나갈 수 있는 철문이 있었다.

문을 열자 거센 빗소리가 울렸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

현수와 화진, 세정, 제이슨은 비를 홀딱 맞으며 테라스에 나갔다.

테라스 출입문 옆쪽으로, 위쪽 시계탑과 안테나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현수는 화진과 세정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앞장서서 사다리를 타기 시작했다.

그 뒤로 제이슨, 화진, 세정이 따라 올라갔다.

방고리는 사다리 밑에서 철문을 활짝 열어놓고 서있었다.

위에서 현수가 안테나를 조작하면 전파가 잘 잡히는지, 메신저 역할을 해주기 위해서였다.

쏴아아아아-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사다리를 올라가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고개를 제대로 들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수는 수시로 얼굴을 닦아가며 사다리 끝까지 올랐다.

그러자 시커먼 주변 숲과 론 프리저브 정신병원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굉장히 넓은 크기였다.

현수는 시계탑 앞에 있는 작은 난간에 기대 올라오는 일행들의 손을 잡아주었다.

“여기서 어디로 가요?”

화진이 묻자 현수가 주변을 보았다.

커다란 시계 옆으로 작은 문이 나 있었고, 그 문 안에 작은 공간이 있었다.

거대한 톱니 바퀴들이 있는 것이 시계탑의 시계를 관리하는 곳인 듯했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 있는 계단을 타고 조금만 더 올라가면 안테나가 있는 지붕에 다다르는 것이었다.

현수가 문을 열고 일행들을 안내해 주었다.

그리고 현수도 안으로 들어갔다.

“후아.”

현수가 옷에 묻은 빗물을 털고 앞을 보았다.

일행들 모두 언 채 서있었다.

“왜 그래요?”

현수가 옆에 다가와 섰다.

“저, 저기.”

화진이 놀란 표정으로 앞을 가리켰다.

“네?”

현수가 앞을 보는 순간 눈에 보인 것은 낯선 동양인 남자였다.

“박현수. 오랜만이다.”

그가 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순간 그의 어깨와 머리에서는 회색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악귀의 쓰인 사람.

그리고 현수를 아는 사람.

현수는 그가 실종된 ‘박효종’이라는 것을 대번에 눈치 챌 수 있었다.

산 사람과 다른 눈을 가진 수정도 대번에 그를 알아챘다.

“허태훈이야.”

수정이 속삭였다.

“당신. 허태훈이지?”

현수가 소리내 물었다.

그러자 화진과 세정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짜 너 사람 귀찮게 하는 거 알지.”

박효종이 손도끼를 들며 씩 미소를 지었다.

‘저거-’

현수는 오두막집에 걸려있던 도끼들이 떠올랐다.

“조용히 가자.”

박효종이 슥 다가왔다.

순간 제이슨이 박효종에게 총을 겨누었다.

“거기 서!”

그의 외침에 박효종은 미소를 띤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걸로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다, 닥쳐!”

총을 가진 건 제이슨이지만 기세에서는 박효종이 이미 한 수 앞서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팡!

현수가 솔트샷건을 쏘았다.

소금이 확 흩뿌려지며 박효종을 덮쳤다.

“큭!”

박효종은 불쾌한 듯 인상을 썼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악귀가 물러나지는 않았다.

박효종은 바로 현수에게 달려들었다.

화아아아악-

번쩍 든 도끼가 흐릿한 전등에 번쩍였다.

빠악-

순간 화진의 부적 봉이 박효종의 목을 강타했다.

촤아아악-

그의 코와 입에서 검은 액체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악귀가 뽑혀 나올 정도의 양은 아니었다.

현수는 빈틈을 찾았다고 생각했는지 그대로 박효종을 밀어 찼다.

꽈당-

박효종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 새끼가!”

박효종이 다시 일어나 도끼를 드는 순간, 허리에 뭔가 이물감이 느껴졌다.

“뭐야.”

고개를 내려 허리를 보자 안전핀이 뽑힌 스프링텐션 수류탄이 보였다.

찰나의 순간, 바지춤에 수류탄을 꽂아 넣은 것이었다.

현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화진의 부적 봉이 박효종의 허리를 가격했다.

빠각-

그의 허리에 있던 수류탄이 깨지며 팥가루가 사방으로 팍 터졌다.

“커억!”

박효종이 옆으로 쓰러지며 입을 벌렸다.

그러자 끈적이고 물컹해 보이는 검은 덩어리가 입에서 기어 나왔다.

악귀의 본체였다.

현수는 지체 없이 바로 밀짚인형을 던졌다.

키야아아아아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악귀의 본체가 밀짚인형 안으로 빨려 들어가려 했다.

악귀는 들어가지 않으려는 듯 바닥에 쭉 눌러붙었지만 검은 덩어리는 조금씩 인형 쪽으로 늘어났다.

그 순간이었다.

팡-

밀짚인형이 팟 터져 버리며 악귀가 다시 박효종의 몸에 들어갔다.

그러자 박효종이 흰자위를 뜨고 슥 일어났다.

“으아아압!”

제이슨이 눈을 부릅뜨고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탕- 탕- 탕- 탕-

탄환은 박효종의 가슴과 복부, 어깨를 뚫고 지나갔다.

“키키키키킥!”

박효종은 총에 맞을 때마다 몸이 뒤로 물러나면서도 쓰러지지는 않았다.

심지어 기괴하게 웃는 것이 소름 끼쳤다.

이미 그의 육신은 악귀에게 잠식당한 상태.

만약 악귀가 떠난다면 그의 육신도 죽을 것이었다.

“키야악!”

순간 박효종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제이슨에게 달려들었다.

그러고는 어깨로 제이슨을 강하게 밀쳤다.

“어엇!”

제이슨이 뒤로 확 밀려났다.

악귀 특유의 완력에 관성까지 더해진 것이었다.

제이슨이 뒤로 쭉 밀려나다 시계탑의 시계를 깨부쉈다.

와장창창-

시계탑의 시계를 이루고 있던 거대한 금속 시계바늘과 숫자들, 하얀색 유리가 깨지며 외부 아래로 쏟아졌다.

그리고 제이슨 역시 시계탑 밖으로 나가 떨어졌다.

“으아아아악!”

제이슨이 추락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통신실 테라스에서 위를 보고 있던 방고리가 놀라 몸을 움츠렸다.

거대한 시계바늘과 하얀색 유리파편, 그리고 제이슨이 테라스 바로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와장창- 쿵-

이어 설비동 정문 앞에 제이슨과 파편들이 떨어졌다.

방고리가 놀라 테라스 난간을 붙잡고 아래를 보았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제이슨의 시신이 보였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방고리가 사다리 위를 보며 중얼거렸다.

* * *

“키히히힛.”

박효종은 온 몸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기괴하게 웃고 있었다.

“저런 미X새끼 같으니.”

현수도 화가 나 욕을 중얼거렸다.

그럴수록 박효종은 더욱 기괴하게 웃었다.

“끼히히힛. 끼히힛! 그러게 내가 조용히 가자고 했지?”

마치 약을 올리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해봐. 내가 뭐 할 수 있는 게 없어.”

수정이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현수 님.”

부적 봉을 꽉 쥐고 싸울 자세를 취하고 있던 화진이 현수를 불렀다.

“네.”

“정공법으로 갑시다.”

“정공법이요?”

“제가 놈을 붙잡고 있을게요. 현수 님이 바로 퇴마에 들어가세요.”

화진이 말했다.

현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날 붙잡고 있겠다고? 키히히힛!”

박효종이 화진을 보며 웃었다.

타핫

순간 화진이 자세를 한껏 낮추고 돌진했다.

부우우웅

화진의 봉이 공중을 갈랐다.

박효종이 뒤로 물러서 봉을 피했다.

하지만 두 번째 공격은 박효종의 머리를 제대로 가격했다.

빠악

이어 세 번째 공격 역시 박효종의 어깨를 가격했다.

빠아악-

빠악-

빠아아악-

화진이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갔다.

맞을 때마다 그의 코와 입에서 검은 액체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는 계속 미소를 짓고 있었고, 쓰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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