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11화 (111/227)

제111화

# 지하철 평지역 (3)

현재 시청자 수 169810명.

15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폐쇄된 지하철 역에서의 악귀 퇴치 영상을 보고 있었다.

장난감처럼 생긴 솔트샷건의 현수.

손목에 지지대를 감싸 고정하는 레저용 새총의 방고리.

그리고 부러진 마대자루의 너도캠핑.

셋은 손전등 불빛에 의지한 채 어두운 통로를 계속 나아갔다.

사방에 가득한 먼지.

벽과 바닥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여기저기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쌓여 있던 먼지에 찍힌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 흔적은 최근까지도 제법 왕래가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저기 문이 열려 있어요.”

너도캠핑이 복도 한 쪽에 열린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문에는 투박한 페인트 글씨가 쓰여 있었다.

현수 일행은 그 문을 보다 활짝 연 뒤 불빛을 비췄다.

한 층 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훤히 드러났다.

계단 입구에 있는 스위치를 조작해 보았지만 역시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들어가겠습니다.”

현수가 천장에 자욱한 악귀의 흔적을 한 번 보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

확실히 이곳에서의 촬영은 지금까지의 라이브 방송과 차이가 있었다.

흉가를 체험하다 악귀를 마주치면 퇴치를 하는 것이 아닌, 실종된 사람을 찾아 온 만큼 확실한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상이 간 곳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반드시 수색해야 했다.

그렇다 보니 전보다 조금 더 적극적이고 호전적인 수색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안 그래도 상승세를 타고 있던 현수의 방송을 더 인기 반열에 올려놓는 요소가 되었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자 지독한 악취 가득한 하수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양옆으로 난간과 함께 올라온 턱과 중앙 배수로에 고여 있는 하수.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것이 굉장히 오랫동안 방치가 되어 있던 듯했다.

“이런 곳을 왜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둔 건지 모르겠네요.”

방고리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마 예산 문제겠죠. 그리고 이걸 처리하려면 공사를 해야 하는데 바로 주변에 신평지역 지하철 운행이 되고 있는데 함부로 건드리기도 힘들 거고.”

“이런 곳이 서울 시내에 많을 거예요.”

현수와 너도캠핑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구오오오오-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하수로 곳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현수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곳곳의 회색 아지랑이를 확인했다.

“악귀가 한 놈이 아닌 것 같아요.”

현수는 당장 눈에 보이는 회색 아지랑이가 네댓 개가 넘는 것을 보았다.

“당장 나가고 싶네.”

방고리는 지독한 악취에 코를 막으며 중얼거렸다.

그 사이 현수는 EMF 탐지기와 고스트돌 모두 강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걸 확인했다.

그 순간이었다.

두두두두두두

어둠 속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일행이 그쪽으로 손전등을 비추는 순간, 회색 연기에 휩싸인 노숙자가 흰자위를 훤히 드러내고 덤벼드는 것이 보였다.

가장 가까이 있던 너도캠핑이 마대자루를 휘둘렀다.

빠각-

머리를 가격당한 노숙자가 난간 너머로 쓰러지더니 가운데 배수로에 빠졌다.

첨벙-

더욱 지독한 악취가 뿜어져 올라왔다.

두두두두두

다다다다다

이어 사방에서 노숙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어느 방향에 손전등을 비추든, 각양각색의 옷차림을 한 노숙자들이 덤벼드는 것이었다.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악귀에 쓰인 모습이었다.

팡 팡 팡 팡-

현수가 솔트샷건을 쏠 때마다 노숙자 악귀들은 뒤로 쭉 날아갔다.

일부는 서로 뒤엉킨 채 쓰러졌고, 또 다른 일부는 몸에서 악귀가 튕겨 나가 벽과 천장에 스며들었다.

끼익 핑! 끼익 핑!

방고리도 쉬지 않고 새총을 쏘았다.

사방에서 몰려오고 있는 만큼 적중률도 상당히 높았다.

그리고 가까이 접근하는 노숙자 악귀들은 너도캠핑이 마대자루를 휘둘러 막았다.

그녀는 힘에서는 노숙자들에게 달린다고 판단했는지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물러서며 목과 어깨를 노려 쳤다.

- 너도캠핑 매력 터진다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

- 누나 사랑해요

- 결혼하고 싶다.

- 예쁘지 생활력있지 싸움까지 잘햌ㅋㅋㅋㅋ

- 예전에 너도캠핑 님 방송에서 말했었음. 어렸을 때 우슈 배웠었다고.

시청자들이 흥분한 듯 채팅을 썼다.

확실히 무술을 배운 만큼 그녀의 동작에는 절도가 있었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면 소금과 팥 같은 액막이 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만큼 가격당한 노숙자들이 다시 벌떡 일어나 덤빈다는 것이었다.

우당탕 쿵탕

몇 분 후.

현수 일행의 주변에는 노숙자들이 쓰러져 있었고 모두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일부는 악귀에 쓰인 채로 다시 어둠 속으로 숨어 들어간 상태였다.

현수와 방고리는 재빨리 주변을 살펴보고는 바로 너도캠핑에게 향했다.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벽에 기대고 서있었다.

아무래도 이들 중 가장 체력 소모가 심한 것이었다.

그걸 본 현수는 잠시 고민하다 가방에서 액막이 부적들을 꺼냈다.

그러고는 그녀가 들고 있는 마대 자루에 칭칭 감아 붙여 주었다.

찌익-

이어 테이프로 확실하게 고정을 해주었다.

갈색 나무로 된 마대 자루는 노란색 종이에 붉은 글씨가 쓰여 있는 ‘부적 봉’으로 바뀌어 있었다.

“귀신들이 싫어하는 액막이 부적을 붙여놨어요. 이걸로 때리면 악귀들한테 효과가 있을 거예요.”

현수의 말에 너도캠핑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걸 왜 이제 해주는 거예요.”

그녀가 말하자 현수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현수도 지금 바로 생각해 낸 ‘급작스러운 아이디어’였다.

덜컹

순간 천장에 있는 환풍구가 뜯어지더니 노숙자 악귀가 툭 떨어졌다.

그 노숙자 악귀는 관절이 모두 뒤틀린 것처럼 기괴한 모습이었다.

“조심해요!”

현수가 너도캠핑을 옆으로 확 당기며 솔트샷건을 쏘았다.

촤악-

소금에 맞은 노숙자 악귀가 뒤로 쭉 날아갔다.

차자자자자작

동시에 노숙자 몸 안에 깃들어 있던 악귀가 관절이 뒤틀린 모습으로 튀어나오더니 괴상한 소리를 내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악귀를 잃은 노숙자는 기절한 것처럼 축 처진 모습이었다.

“근처에 있던 모든 노숙자들이 악귀에 쓰인 채 여기 모였나 봐요.”

방고리가 새총을 쭉 당기며 말했다.

사방으로 갈라져 있는 하수로 곳곳에서 노숙자 악귀들이 다시 스멀스멀 나타나고 있었다.

“저놈들을 다 잡을 수 없어요!”

다가오는 노숙자 악귀들에게 마대자루를 휘두르던 너도캠핑이 소리쳤다.

수십 명은 되는 통에 감당이 안 되는 것이었다.

“다 모여요!”

현수가 외쳤다.

그러자 현수, 방고리, 너도캠핑, 세정 모두 등을 대고 모여 섰다.

사방에서 노숙자 악귀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현수는 바닥에 액막이 부적을 둘러 가며 붙였다.

그러고는 바로 노숙자들을 조준했다.

“끼히히히힛 끼히히힛!”

노숙자 악귀들은 액막이 부적을 넘지 못하고 현수 일행 주변을 포위하고 섰다.

그들은 오랫동안 씻지 않아 무척 더러운 얼굴로 회색 침을 흘리며 흰자위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흰자위에는 붉은 핏줄이 선명하고 도드라져 있었다.

이 정도면 귀신을 보지 못하는 방고리와 너도캠핑도 악귀에 쓰인 사람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어떡하죠?”

너도캠핑이 마대자루를 두 손으로 꽉 쥐며 물었다.

노숙자 악귀들의 접근은 막았지만 당장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때 수정이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채 현수의 옆으로 다가왔다.

“누나. 좋은 방법이 없어요?”

현수가 물었다.

방고리와 너도캠핑은 누구에게 묻는 건가 싶어 놀라 현수를 보았다.

“방법 없지. 지금 가진 걸 총동원해서 뚫고 가는 수밖에.”

“너무 위험한데.”

“여기서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옆으로 꺾는 모퉁이가 있어. 거기 가면 하수도 통제실이 있어. 거기까지만 가면 일단 이 사람들을 떼어놓을 수 있지 않을까?”

수정이 말했다.

현수는 드글거리는 노숙자 악귀들의 어깨 너머로 모퉁이를 보았다.

“해봐야죠.”

현수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뭘요?”

수정의 말을 듣지 못하는 방고리가 물었다.

“지금 제 앞에 저기 모퉁이 보이세요? 저기로 꺾어 들어가면 하수도 통제실이 있대요. 거기까지만 가면 문을 잠글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것들을 그대로 뚫고 가자는 거네요?”

방고리가 물었다.

“별 방법이 없어요.”

현수가 대답했다.

- ㄷㄷㄷㄷㄷㄷㄷ

- 영화다 영화.

- 이럴 때 막 마늘 폭탄 같은 거 던지면 광역 딜 주고 그러지 않낰ㅋㅋㅋㅋㅋ

- 성수 수류탄ㅋㅋㅋㅋㅋㅋㅋ

- 뱀파이어 영화에서 본 적 있엌ㅋㅋㅋㅋ

- 아니면 좀비 영홬ㅋㅋㅋ

- 맞아맞앜ㅋ

현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런 ‘광역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팥하고 소금을 최대한 흩뿌리면서 갈게요. 팔이나 다리 붙잡히지 않게 조심하세요.”

현수가 앞으로 뛰어나갈 준비를 하며 말했다.

모두 자세를 낮추고 침을 꿀꺽 삼켰다.

“갈게요!”

현수가 버럭 소리치면서 앞으로 팥을 확 흩뿌렸다.

촤라라라락

팥에 맞은 노숙자 악귀들이 뒤로 주춤거렸다.

현수는 바로 그 틈으로 파고들며 길을 막은 노숙자 악귀에게 솔트샷건을 쏘았다.

팡-

솔트샷건에 맞은 노숙자 악귀가 뒤로 날아갔다.

이어 방고리와 너도캠핑도 최대한 자기 방어를 우선으로 하며 현수의 뒤를 따라갔다.

팔과 다리가 붙잡히기도 했지만 순간 반응으로 강하게 뿌리치며 모퉁이를 돌아 통제실에 도달했다.

쾅-

통제실 문을 닫은 현수는 바로 문을 잠갔다.

쾅 쾅 쾅

밖에서 노숙자 악귀들이 거세게 문을 두드렸다.

“후.”

현수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돌아섰다.

그러자 하수도 통제실에는 더욱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가운데에는 사탄을 상징하는 별이 그려져 있었고, 그 주변에 동물 뼈들이 난잡하게 널려 있었다.

그리고 피를 흩뿌렸는지 검은 액체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아까 도망쳤던 양주열 학생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사아아아아아

별 주변에서는 회색 아지랑이가 거세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악귀의 흔적이 굉장히 강하게 느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심령카메라를 통해 생방송으로 송출되었다.

- 저거 강령술 아님?????????

- 악마 숭배??

- 사탄 부르는 의식 같은 거 같은데??

- 악마를 부른 거임.

- 쟤 저기서 악마 부르는 거 했네.

시청자들은 이 장면을 보고 바로 해석을 해내고 있었다.

현수가 보기에도 이건 단순한 장난이 아닌, 실제 악마를 숭배하는 자들의 의식 같았다.

“누나가 여길 제대로 짚어줬네.”

그는 솔트샷건을 슥 내밀며 중얼거렸다.

방고리와 너도캠핑은 각자 무기를 꽉 쥐고 눈치를 보았다.

언제든 공격할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였다.

“양주열 학생 맞죠?”

현수가 천천히 다가가며 물었다.

-그런데 저런 걸로 악귀들이 저렇게 꼬인다고?

- 그럼 저기 있는 사람들은 악귀가 아니라 악마인 건가?

- 주작도 한계인가 보옼ㅋㅋㅋㅋㅋ

채팅에서는 이 상황에 대해 서로 다른 분석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 사이 현수는 품에서 밀짚인형을 꺼내 양주열에게 던졌다.

화아아아아아

그러자 별 주변으로 피어나던 회색 아지랑이가 옆으로 삭 걷혔다.

동시에 양주열은 풀쩍 뛰어오르더니 천장에 거꾸로 매달렸다.

걸쭉-

그의 입에서는 끈적한 회색 액체가 흘러나와 바닥까지 쭉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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