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10화 (110/227)

제110화

# 지하철 평지역 (2)

다다다다다다다다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검은 존재는 현수를 밀친 후 방고리와 너도캠핑, 세정의 사이를 확 스치고 지나갔다.

꽈당-

현수는 뒤로 넘어졌고, 방고리와 너도캠핑은 밀려나 벽에 부딪혔다.

그리고 촬영 카메라에는, 회색 형체가 나타나 카메라 앞을 확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고스란히 담겼다.

“뭐야! 뭐야!”

방고리가 소리쳤다.

그와 너도캠핑은 귀신의 존재를 볼 수 없었기에 정체 모를 무언가에게 밀려난 것 같은 느낌만 든 것이었다.

“악귀. 악귀가 있어요.”

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주위를 보았다.

튀어나왔던 검은 존재는 사라져 있었다.

깜빡 깜빡

꺼졌던 통로의 형광등이 다시 깜빡이고 있었다.

그리고 통로 끝, 들어왔던 출입문의 고스트돌도 반응을 멈춘 상태였다.

“조심해요. 악귀의 힘이 상당한 것 같아요.”

현수가 솔트샷건을 꺼내 들며 말했다.

이에 방고리도 새총을 꺼냈다.

현재 시청자 수 79101명.

방송을 켠 지 채 30분도 안 된 시간.

8만 명에 다다르는 시청자가 모여 있었고, 그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이제는 생방송을 켰다 하면 10만 명을 바로 잡고 들어가는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었다.

이는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연예인이 등장하거나 게임 방송 같은 경우에는 때에 따라 10만 시청자, 50만 시청자를 모집할 수 있었다.

심지어 UFC 실황 같은 특별하고 큰 이벤트가 있을 경우에는 수백만 시청자를 모으는 것도 불가능이 아니었다.

하지만 야외 방송.

그것도 헨드헬드 기법으로 촬영되고 있는 공포 컨셉의 라이브 방송 시청자가 10만 명이 넘어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탄탄한 마니아층을 붙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현수는 승강장 가운데 서서 EMF 탐지기를 주변을 탐지해 보았다.

그러자 한쪽 방향에서 심령현상이 감지되고 있었다.

현수는 따라오라는 눈짓을 보내고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렇게 승강장을 따라 쭉 걷다 선로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달각-

플라스틱의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현수는 솔트샷건을 앞세워 천천히 선로로 다가가 보았다.

굉장히 오래 되어 녹이 슨 철로의 안쪽 공간은 형광등 불빛이 닿지 않아 그림자가 시커멓게 잠식해 있었다.

“저 공간은 만약 선로에 사람이 떨어졌을 경우 대피하라고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선로에서 승강장 올라오는 턱 아래 공간이 있는 거죠.”

현수가 마이크에 대고 나지막이 설명을 하며 손전등으로 불빛을 비춰보았다.

그러자 먼지를 뒤집어 쓴 마른 남자가 쪼그려 앉아 벌벌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지금 당장은 그에게서 귀신이나 악귀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현수가 세정을 보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심령카메라가 아닌 촬영용 카메라에도 그의 모습이 포착된다는 의미였다.

그 말인즉슨, 귀신이 아니라 ‘산 사람’이라는 의미였다.

얼굴을 가리고 있어 신분이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았다.

현수는 그 부부에게서 받은 양주열의 사진을 확인해 보았다.

사진보다 훨씬 마른 모습에 맞는지 긴가민가하였다.

“양주열 학생?”

현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움츠리고 있던 남자가 벌벌 떨며 슬쩍 눈을 내비쳤다.

“양주열 학생 맞아요?”

현수가 다시 물었다.

남자는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 우리 주열이가 맞는 거 같아요.

- 헐?????

- 여기 학부모 있음??

- 여기 부모님 계신 듯함여.

- 다들 저 사람 욕하지 마라.

채팅을 포착한 세정이 현수에게 확인해 보라는 손짓을 했다.

현수가 채팅을 확인하러 살짝 뒷걸음질 치는 순간, 남자가 네발로 기어 나오더니 풀쩍 뛰어올랐다.

캬아아아악

동시에 그의 몸에서는 회색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큭!”

현수와 남자는 뒤엉키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팍-

그 사이 방고리가 남자에게 새총을 쏘았지만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제대로 조준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떨어져!”

너도캠핑이 달려들어 현수를 덮치고 있는 남자의 어깨를 잡고 뒤로 휙 던졌다.

우당탕-

남자가 뒤로 나뒹굴었다.

너도캠핑도 여성치고는 힘이 상당했다.

“모두 조심해요!”

현수가 바닥에 쓰러진 채로 솔트샷건을 쏘았다.

팡 팡 팡 팡

남자는 소금을 이리저리 피하며 천장에 매달렸다.

그러고는 반대편 승강장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쫓아가요!”

방고리가 새총에 팥알을 걸며 소리쳤다.

“잠깐!”

현수가 방고리의 팔을 붙잡았다.

“함정일 수 있어요. 천천히 상황을 살피죠.”

- 쫓아가야지!!!

- 이럴 땐 답답함.

- 지금까지 방송에서 악귀들한테 사람드링 데인 거 못 봤음? 신중해야지.

- 쫓아가야 잡지.

- 사람이 다치면 안 되죠.

- 가만 보면 지금까지 악귀에 다친 사람들, 다 멋대로 함부로 움직이다 다친 거임.

- 조심하는 게 맞음.

- 그렇게 시비 털거면 니가 가서 악귀 잡든가.

시청자들끼리 논쟁이 오가고 있었다.

현수는 분탕을 치는 시청자들의 채팅에 반응을 하지 않았다.

“어느 방향으로 갔죠?”

“반대편 승강장 쪽인데 잘 안 보여요.”

현수의 질문에 너도캠핑이 대답했다.

반대편 승강장 쪽도 형광등이 절반 정도만 켜져 있었다.

불이 꺼진 곳은 아무것도 안 보일 정도로 어두컴컴했다.

현수는 고출력 손전등의 출력을 한껏 높여서 문 쪽을 비췄다.

동그란 원형의 불빛이 어두운 승강장 곳곳을 보여주었다.

역시 남자의 모습은 완벽히 사라져 있었다.

“우리 모두 헛것을 본 건 분명 아닐 텐데.”

현수가 말했다.

- 우리도 다 봤어요.

- 헛것 아니었음.

- 봤습니다.

- 양주열 학생 저도 봤어요.

- 한 3초 봤나.

시청자들도 자신의 목격담을 흥분해 써 올렸다.

“일단 반대쪽 승강장으로 넘어가 보죠.”

스크린도어가 없는 승강장을 건너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현수 일행은 선로로 풀쩍 뛰어 내려갔다.

그 순간이었다.

구궁 구궁 구궁-

땅이 울리는 느낌과 함께 육중한 열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열차가 지나가요?”

방고리도 그걸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현수와 너도캠핑이 선로의 통로로 고개를 돌리자 강한 헤드라이트 불빛과 함께 지하철이 빠르게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대로면 바로 셋을 깔고 뭉개고 지나갈 것이었다.

“뭐, 뭐야!”

현수가 놀라 소리쳤다.

“환각이에요!”

그때 세정이 소리쳤다.

현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아직 승강장 위에 있는 세정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도 달려오는 지하철이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보고 있는 촬영용 카메라에는 열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아무것도 없는 선로 위에서 놀라 허우적대고 있는 현수, 방고리, 너도캠핑의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환각이라고?”

너도캠핑도 놀라 다시 지하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화아아아아아악

순간 지하철이 셋을 덮쳤다.

하지만 마치 홀로그램이 덮친 것처럼, 육중해 보이는 지하철은 현수 일행을 그대로 투과해 지나갔다.

현수와 너도캠핑, 방고리의 머리카락이 격렬하게 휘날렸다.

셋은 얼이 빠진 표정으로 서로를 보았다.

- 저기서 뭐하는 거지.

- 뭐 못 볼 거라도 봤나 봄.

- 빨리 건너가요.

- 쇼하지 말고 빨리 건너가세요.

- 뭐함ㅋㅋㅋㅋㅋㅋㅋ거기섴ㅋㅋㅋㅋㅋ

- 주작질도 ㅈㄴ다채롭게 하넼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이런 현수 일행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귀신이 보인다고 하는 것부터 시청자들을 이해시킬 수 없었지만, 방금 보인 환각 같은 것을 설명할 길은 더욱 없었다.

방고리와 너도캠핑이 함께 보았다고 주장을 한들, 다 같이 짜고 친다고 이야기 하면 반박할 거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 이게 대체.”

귀신을 볼 수 없는 방고리와 너도캠핑은 난생 처음 환각에 놀라 얼어붙은 모양이었다.

“건너가죠. 건너갑시다.”

현수는 정신을 차리라는 듯 둘의 팔을 붙잡고 끌었다.

반대편 선로로 건너온 현수 일행과 세정은 놀란 마음을 추스르며 주변을 보았다.

아까보다도 더 음산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EMF 탐지기 역시 최고 수준까지 치솟아 있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어우.”

너도캠핑은 아까 본 지하철 환각에 아직도 놀란 상태인 듯했다.

“환각을 보면 그렇죠. 너무 놀라고 격렬하니까. 엄밀히 따지면 시각정보로 뇌를 휘젓고 간 거니까요.”

현수가 설명을 해 주었다.

“어! 저기!”

순간 방고리가 어둠 속에서 무언가 지나가는 것을 발견한 후 소리쳤다.

현수와 세정의 손전등이 재빨리 어둠을 비췄다.

다다다다다다다

도망치는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의 몸 주변에서는 회색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잡아요! 절대 흩어지지 말고!”

현수가 앞으로 달리기 시작하며 말했다.

그러자 방고리, 너도캠핑, 세정이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다다다다다다

남자는 승강장 끝에 있는 철문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반사경 너머로 ‘출입금지’ 표시가 쓰여 있는 녹슨 철문.

팡 팡 팡

현수가 남자를 향해 계속 솔트샷건을 쏘았다.

사거리 업그레이드를 해놓은 상태였음에도 남자에게는 닿지 않았다.

“방고리님!!”

현수가 외치자 방고리가 뜀걸음을 멈추고 남자의 등을 조준했다.

끼이이이이이익-

길게 늘어진 고무줄이 파르르 떨렸다.

핑-

이어 방고리가 손을 놓자 팥알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파아아아앙

팥알이 도망치던 남자의 등에 부딪혔다.

그러자 남자의 입과 눈, 코에서 회색 액체가 뿜어져 나오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콰과광-

남자는 고꾸라지면서 앞에 있던 철문에 부딪혔다.

꽈당!

철문이 양옆으로 확 열렸다.

남자는 비틀거리면서 계속 앞으로 기어갔다.

“양주열 학생!”

현수가 총구를 내밀고 접근했다.

“기릭!”

그때 남자가 현수에게 고개를 돌리며 씩 미소를 지었다.

회색 이빨과 함께 피눈물이 보였다.

악귀에 쓰여 있는 상태였다.

허태훈처럼 ‘완벽한 동화’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악귀가 양주열의 몸에서 떠나기를 바라지 않고 있는 형상이었다.

“퉤!”

순간 남자가 현수를 향해 침을 뱉었다.

“큭!”

현수의 얼굴에 회색 침이 튀었다.

지독한 악취가 느껴졌다.

“키야아아아악-!”

남자가 기괴하게 소리치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에이. 뭐야.”

현수가 손등으로 침을 닦아냈다.

마치 음식물이 썩은 것 같은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런데 여긴 어디죠?”

너도캠핑이 주변에 손전등을 비추며 물었다.

승강장 끝에 있던 철문 너머 복도.

곳곳에 청소 도구들과 공구들이 널려 있었다.

아무래도 승강장과 주변 선로를 정비하는 관리실 통로쯤 되는 듯했다.

“계속 도망치는 게 조금 이상한데. 뭔가 유인을 하는 것 같아요.”

현수가 천장에 가득한 회색 연기를 보며 중얼거렸다.

점점 악귀의 기운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계속 이동해봐야죠.”

너도캠핑이 다가와 속삭였다.

현수는 그녀의 말에 방고리를 보았다.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

너도캠핑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구석에 세워진 대걸레를 보더니 다가가 들었다.

우지끈

그러고는 끝을 부러뜨려 두 손에 꽉 쥐었다.

유사시 무기로 쓰겠다는 것이었다.

“계속 이동하죠.”

현수는 고개를 끄덕인 후 복도 안쪽으로 몸을 돌렸다.

구오오오오옹-

어두운 복도 안에서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1부 완결, 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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