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12화 (112/227)

제112화

# 지하철 평지역 (4)

평지역에서의 이 상황이 종료된 후, 수정은 현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악마나 천사 따위의 문제가 아니야. 인간 이외의 존재를 갈구하고 숭배한다는 건 결국 귀신이나 악귀를 불러들이는 행위나 다름이 없어. 귀신의 집에 귀신이 많이 모이는 것처럼 악마를 숭배하면 귀신이 꼬이는 거지. 결국 그때 그 노숙자 악귀들은 악마가 아니라 그냥 도시 곳곳에 있던 악귀들이 달콤한 냄새를 맡고 몰려들어 있던 것에 불과해.”

그녀의 말인즉 결국 강령술과 사탄 숭배와 같은 모든 행위들은 귀신을 부르는 행위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시청자들은 악마에 들린 노숙자들이 현수를 공격하고 있고, 실종된 양주열은 악마의 수하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었다.

현재 시청자 수 21만 명.

지금 벌어지고 있는 액션은 생방송으로 송출이 되며 각종 커뮤니티에 잔뜩 퍼졌다.

그만큼 엄청난 수의 시청자들이 유입되고 있었다.

당연히 조작이라며 분탕을 치는 시청자들 역시 폭증했다.

그래서 채팅창은 갑론을박으로 요란했지만 보이고 있는 화면 자체는 긴박함과 신기함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끄그그그그그극

양주열은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채 회색 침을 계속해서 흘리고 있었다.

현수는 재빨리 주변을 살펴보았다.

하수도의 배수를 관리하는 밸브와 파이프가 곳곳에 보였다.

그리고 구석에는 흉기로 쓰일만한 공구들이 놓여 있었다.

“캠핑 님. 저 학생이 공구 쪽으로 가지 못하게 막아주세요.”

“알았어요.”

너도캠핑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고리 님. 제가 접근해서 잡아볼 테니까 방고리 님이 뒤에서 엄호를 해주세요.”

“알았어요. 연사 속도 느린 건 아시죠?”

방고리가 새총을 장전하며 말했다.

“시작합니다.”

현수가 솔트샷건을 들고 양주열에게 덤벼들었다.

“키기기기긱!”

양주열은 천장에서 벽을 오가며 기괴하게 움직였다.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는 것 같았다.

팡 팡 팡 팡 팡

솔트샷건의 소금이 양주열을 정확히 노렸지만, 놈은 기민한 움직임으로 피해냈다.

핑- 핑-

그 사이 방고리의 팥알이 양주열에게 날아갔다.

팡!

그때, 팥알 하나가 양주열의 머리에 맞았다.

“키요오오오옷!”

그의 머리에서 회색 악귀가 반쯤 머리를 드러냈다.

팥알에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현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양주열의 몸통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촤아아아악

소금에 맞은 양주열이 뒤로 쭉 날아갔다.

쿠당탕-

그는 바닥에 나뒹굴자마자 바닥에 떨어져 있던 녹슨 몽키스패너를 보았다.

자가자가자가자가

양주열은 네 발로 기어 몽키스패너를 집으려 했다.

순간, 너도캠핑의 부적 봉이 양주열의 머리를 가격했다.

까각-

그의 몸에서 회색 악귀가 튀어나왔다.

동시에 그의 육신은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키이이이이잇!”

악귀는 현수를 보며 어깨를 들썩였다.

마치 숨을 몰아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악귀는 호흡을 하지 않으니, 저건 굉장히 화가 난 상태의 몸짓이라는 의미였다.

쩌저저저적

순간 악귀의 눈이 번뜩 뜨였다.

사백안의 귀신과 굉장히 흡사한 눈이었다.

붉은 흰자에 작은 눈동자.

연기 덩어리 같은 회색 몸통.

외모로 보았을 때 현수를 쫓아다녔던 사백안의 귀신과 비슷했지만 그 기운은 약간 달랐다.

“무슨 생각하는지 아는데, 악귀들은 다 비슷하게 생겼다. 사백안이야.”

수정이 현수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옆에 다가와 말했다.

“알고 있어요. 절 쫓아다녔던 사백안의 귀신보다 기운이 약해요.”

현수는 악귀의 눈을 똑바로 보며 대답했다.

“끼이이이익!”

악귀는 현수의 생각을 읽으려는 것처럼 눈을 빤히 들여다보며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흡사 먹잇감의 냄새를 맡는 육식동물 같았다.

“나를 볼 수 있는 자. ‘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 영겁의 힘이 그대 앞에 있다.”

현수의 머릿속으로 악귀의 음성이 들려왔다.

쾅 쾅 쾅 쾅

노숙자 악귀들은 계속에서 문을 두드리고 있었고, 방고리와 너도캠핑은 싸울 자세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양주열의 몸에서 튀어나온 악귀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정은 현수를 촬영하고 있었다.

심령카메라 속 현수의 앞에는 회색 형체가 어른거렸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했다.

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현수를 보았다.

격렬하게 움직이던 현수가 가만히 서 있는 것이었다.

현수는 자신의 앞으로 악귀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악귀는 검은 이빨을 드러내며 씩 미소를 지었다.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악귀가 현수의 얼굴을 만지려 손을 뻗었다.

현수는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정신 차려!”

순간 수정이 소리쳤다.

악귀는 수정에게 고개를 돌리며 입을 크게 벌렸다.

위협을 하는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건 네가 사라지는 거야.”

그때, 현수가 솔트샷건을 악귀의 턱에 대며 말했다.

“키릭!”

악귀가 다시 현수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현수가 방아쇠를 당겼다.

팡!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악귀가 공중으로 떠오르며 사방으로 소금이 튀었다.

“큭!”

방고리와 너도캠핑이 날아오는 소금 파편을 막으려 어깨를 움츠렸다.

그들에게는 신기한 현상이었다.

현수는 분명 허공에 대고 솔트샷건을 쐈는데, 소금이 총구에서부터 확 흩어져 사방으로 튀는 것이었다.

흡사 총구 앞에서 무언가 소금을 막은 것 같았다.

악귀의 모습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정체모를 무언가가 소금에 맞았다는 걸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철퍽

공중에 떠오른 악귀가 벽에 달라붙었다.

현수는 밀짚인형을 꺼내 악귀를 봉인하려 했다.

악귀는 밀짚인형에 붙은 부적을 보더니 기괴하게 소리를 지르며 양주열에게로 다시 몸을 던졌다.

사아아아아아아

악귀가 양주열의 몸에 다시 깃들자 허리를 꺾으며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현수는 기다렸다는 듯 그의 몸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액막이 부적을 꺼내 양주열의 몸에 덕지덕지 붙였다.

부들부들부들

양주열은 마치 전기 충격을 맞은 사람처럼 발버둥을 쳤다.

현수는 한 손으로 양주열의 머리를 강하게 짓누른 채 힙색에서 팥을 꺼내 물렸다.

양주열은 피눈물에 코피까지 흘리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러면서 입에 문 팥을 뱉으려고 하였다.

“도와줘요!”

현수가 소리쳤다.

그러자 방고리와 현수가 달려들어 양주열의 팔과 입을 틀어막았다.

양주열은 더욱 격하게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이번 악귀는 쉽사리 빠져나가지 않고 있었다.

1년 넘게 양주열의 몸에 붙어 있었던 만큼 끈끈하게 유착이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현수는 액막이 부적을 머리에 한 장 더 붙였다.

구르르르

양주열은 가래 끓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점점 축 늘어졌다.

이어 문을 두드리던 소리도 뚝 끊겼다.

숨 막힐 듯한 고요가 찾아왔다.

현수는 짓누르고 있던 손을 천천히 떼며 그의 코에 손가락을 대보았다.

아직 호흡이 있었다.

현수와 방고리, 너도캠핑이 일어나 살짝 물러나자 관리실 한 가운데에는 축 늘어진 양주열의 몸이 덩그러니 놓였다.

그의 입에서 팥알이 데구르르 굴러 나왔다.

“다 된 거예요?”

방고리가 물었다.

“그런 거 같아요.”

현수가 대답을 하며 수정을 보았다.

수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이 학생한테 깃들었던 악귀가 가장 강력했던 악귀였나 봐요.”

현수는 굳게 닫힌 문을 보며 말했다.

노숙자 악귀들의 기운이 사라진 것을 두고 하는 이야기였다.

“신고 좀 해주세요.”

현수가 너도캠핑을 보며 말했다.

* * *

밤 12시.

생방송은 최대 20만 명의 시청자를 모집한 성적을 보이며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현수의 구독자 역시 100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무려 세 시간 방송을 진행하는 동안 10만 명 가까운 네티즌들이 구독을 눌러준 것이었다.

이는 커뮤니티에 삽시간에 소문이 퍼지면서 실시간으로 구독을 눌러준 사람들이 그만큼 엄청 많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신평지역 앞에는 구급차와 경찰차들이 대거 출동해 포진했다.

현수 일행이 밖으로 나오자 양주열 학생의 부모들이 달려왔다.

이어 양주열 학생이 119구급대원들의 이동식 들것에 실려 나왔다.

1년 넘게 씻지 못해 악취가 잔뜩 풍기는 가운데 얼굴에는 피와 회색 침이 가득 묻어 있었다.

어지간한 노숙자들보다 상태가 좋지 않았다.

현수와 세정은 수습되고 있는 현장 한쪽에 서서 방송 인사이트를 확인하고 있었다.

생방송 스코어와 구독자 수, 그리고 댓글들을 한 번 훑어보며 짤막하게 상황을 공유 받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양주열의 부모가 현수에게 다가왔다.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그의 말에 현수가 웃으면서 허리를 숙였다.

“아닙니다. 찾아서 다행이에요.”

“너무 고마워요. 많진 않지만 감사 의미에요.”

양부열의 부친이 현수에게 돈 봉투를 건넸다.

“아닙니다. 이런 건 받을 수 없어요.”

“아니에요. 의뢰비라고 생각해주세요. 정말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

양주열의 부친은 연달아 90도로 인사를 했다.

현수는 어쩔 수 없이 봉투를 받고는 화답했다.

봉투 안에는 상당히 큰 금액이 들어 있었다.

오늘 방송으로 들어온 파워챗 수익금만 5000만 원이 되는데 추가적인 매출이 더해진 것이었다.

심지어 이런 돈은 수수료도 떼어가지 않았다.

현수는 새삼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양주열 학생 보호자 분!”

구급대원이 구급차 앞에서 부르자 부부는 다시 고맙다는 인사를 한 번 더 한 뒤 달려갔다.

“와. 오늘은 역대급으로 다이내믹한 촬영이었네요. 그렇죠?”

방고리와 너도캠핑이 다가와 말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받은 돈을 너도캠핑에게 건넸다.

“저 분들이 고맙다면서 의뢰비를 주셨어요. 이거, 저희 세정 매니저님하고 해서 나누세요.”

봉투를 받아든 너도캠핑이 물었다.

“현수 님은요?”

“전 됐어요. 전 방송수익이 떨어지잖아요. 출연료는 따로 보내드릴 테니까 이건 보너스라고 생각하세요.”

현수의 말에 너도캠핑이 어깨를 으쓱였다.

“꽤 짭짤한 보너스네?”

방고리는 반가운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둘은 봉투의 돈을 확인하며 몸을 돌렸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저녁 때 후기 방송 진행 하실 거죠?”

“해야죠.”

세정의 질문에 현수가 대답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몰려든 구경꾼들을 슥 둘러보았다.

그때,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허태훈의 모습이 보였다.

허태훈은 모자를 눌러쓴 채 현수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현수 역시 회색 아우라를 뿜어내는 허태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부우웅

둘 사이로 차량이 한 대 지나갔다.

그 사이, 허태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현수는 불안함과 함께 찝찝한 마음이 불쑥 들었다.

*

나중에 경찰 조사를 통해 사건의 정황이 밝혀졌다.

양주열 학생은 1990년대 전기 설비 시스템에 대해 확인해보기 위해 장소를 물색하던 중, 90년대에 폐쇄된 지하철역인 평지역이 제격이라고 판단했고, 혼자서 몰래 평지역에 들어가려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역무원에 의해 구 평지역에 들어가는 것이 막히자 그는 하수도를 통해 몰래 들어가려 했고, 거기서 누군가 악마를 숭배하려 만들어 놓은 공간을 발견했다.

그리고 거기서 악귀에 쓰여 버린 것이었다.

그 이후로 양주열은 지하철역과 하수구 근처에 있는 노숙자들을 꿰어내어 악귀들을 마구 모집을 해냈다.

마치 새로운 ‘세력’을 만들려는 것 같은 행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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