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04화 (104/227)

제104화

# 당해고등학교 (2)

며칠 후.

현수와 세정은 대법원 건물이 보이는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와 함께 중년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수가 손을 들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두 사람이 다가왔다.

“무당이시라고요?”

중년 여자는 상당히 공격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무당은 아니고요. 퇴마를 하는 스트리머입니다.”

“스트리머? 너튜브 같은 데에서 활동하시나?”

“네, 맞습니다.”

현수가 대답하는 사이 중년 여자는 도도한 표정으로 맞은편에 앉았다.

양복을 입은 남자는 그녀의 뒤에 서서 경호원처럼 눈을 부라렸다.

현수와 세정이 자리에 앉아 그녀는 바로 질문을 했다.

“내 연락처는 어떻게 알았죠?”

“홈페이지에서 검색하니까 선생님 사무실 내선 번호가 뜨더라고요. 그래서 연락드렸습니다.”

현수와 세정은 교통사고로 죽은 학생의 이름과 대법관 출신의 여성을 조회해 그녀가 대법원에 출근하고 있으며, 개인 사무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대법원 홈페이지에 접속해 그녀의 사무실 내선 번호를 찾은 것이었다.

“우리 비서한테 대략적인 이야기는 하셨던데요. 우리 정아 한을 풀어주시겠다고요?”

중년 여성의 딸 이름은 최정아.

자살한 학생 이승미를 따돌렸던 ‘주범’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최정아가 가해자였지만 이 중년 여성은 자신의 딸이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것이 퍽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지금 중요한 건 학교 측에 촬영 허가를 받아내는 것이었다.

“네. 이승미 학생이 자살한 이후 얼마 안 되어서 여러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바람에 선생님께서 굿도 하셨던 것 같더라고요.”

“우리 정아가 숨이 넘어가는 와중에도 이승미, 그년 이름을 중얼거렸으니까요.”

중년 여성은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얘기 듣기로 당해고등학교에서 아직도 그 이승미 학생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서 퇴마를 하려고 하는데 학교 측에서 허가를 안 해주고 있습니다.”

“그게 지금 저랑 무슨 상관인 거죠? 벌써 4년이나 지났는데.”

“똑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금만 힘을 써주시기를 요청 드리는 것입니다.”

현수의 말에 중년 여성은 고개를 돌렸다.

그다지 내키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너무 안타까운 사건이었던 건 맞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영가의 그림자가 남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최정아 학생의 후배들이 많이 무서워하지 않겠습니까. 조금만 도와주시면 이런 소문이 더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현수가 말하자 중년 여성은 고개를 돌린 채 답했다.

“내가 뭘 하면 되는데요?”

“학교에 전화를 넣어서 제가 퇴마 방송을 할 수 있게 허락해 달라는 말만 해주시면 됩니다. 토요일 밤 21시에요.”

현수가 말하자 중년 여성은 가만히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 * *

토요일 밤 21시.

현수와 방고리, 세정이 당해 고등학교 교문 앞에 모였다.

학교는 숙직실을 제외하고는 모든 불이 꺼져 있었다.

“와. 흉가가 아닌 곳에 퇴마를 오기는 처음인 거지?”

수정이 현수 옆에 서서 물었다.

“네. 그렇죠.”

“악귀나 귀신의 기운이 강하지는 않은데 모르지. 여기는 ‘산 자의 공간’이니까 그게 감춰져 있을지도.”

“별일이나 없었으면 좋겠네요.”

현수가 대답했다.

그 사이, 세정과 방고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구형 스마트폰을 촬영 카메라 앞 거치대에 설치하자 방고리는 양손을 펴 보였다.

“어? 그거 거기다 설치하네요? 제가 뭐 들 건 없어요?”

방고리가 물었다.

최근 몇 번의 촬영에서는 구형 스마트폰을 이용한 심령카메라를 방고리가 운용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네. 이렇게 해야 시청자들한테 바로바로 전달이 될 것 같아서요.”

세정이 답하자 현수가 다가왔다.

“방고리님은 레이니 앱을 이용해주세요. 얼굴 인식이 되는 곳을 찾아주시면 돼요.”

현수가 말했다.

“아! 그러면 되겠구나. 오케이, 오케이!”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 바로 레이니 앱을 실행시켰다.

그때, 학교 본관 쪽에서 경비복을 입은 경비원이 다가왔다.

“박현수 씨죠?”

“네. 안녕하세요.”

“저 학교 경비 이환신이라고 합니다. 교감 선생님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여기 퇴마 촬영 하신다고요.”

“네.”

환신은 이제 50대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중년 남자였다.

“교감 선생님께서 학교 안내를 부탁하셨으니 저와 함께 하시면 됩니다.”

“저희가 생방송 촬영을 할 건데 출연하셔도 되나요?”

“아아- 그건 좀 곤란한데. 저는 마스크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환신은 방송에 자신의 얼굴이 노출 되는 것을 꺼리는 모양이었다.

“네, 그렇게 하세요.”

현수의 말에 그는 모자를 고쳐 쓰더니 검은 마스크를 써 얼굴의 절반을 가렸다.

카메라 상으로는 그의 신분을 알 방법이 전혀 없게 된 것이었다.

“그러면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현수가 세정을 보며 말하자 세정이 촬영 카메라의 시작 버튼을 눌렀다.

- 안녕하세요!!

- 오늘 야방이다!!

- 안녕하세요~~~

- 주변에 도시인 거 같은데??

- 저기 어디지???

- 안녕하세요~

- 1000원 파워챗

- 시작부터 돈쭐

- 안녕하세요~~~~~~~~~

순식간에 수백 명의 시청자들이 들어왔다.

이어 천 명, 2천 명까지 숫자가 금세 올라갔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오늘은 서울 강남에 있는 모 고등학교인데요. 이곳에 귀신이 나타난다고 해서 밤에 찾아왔습니다. 학교 측 허가는 받은 상태고요. 이 학교가 어딘지 아시게 되더라도 절대 방문하시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현수가 신신당부하며 말했다.

- 저기 왠지 어딘지 알 것 같은 느낌적 느낌.

- 어딘지 알아욬ㅋㅋㅋㅋㅋㅋㄴㅋ

- 나 저기 다니는뎈ㅋㅋㅋㅋㅋ

- 구라치넼ㅋㅋㅋㅋ 저 학교 다니는 애들은 주말에도 새벽까지 공부하는데 무슨.

- 진짜임.

- 뭐랰ㅋㅋㅋㅋㅋㅋㅋ

- 오늘도 시작되는 주작 파티.

현수는 채팅을 한 번 슥 훑어본 후 환신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오시죠.”

현수 일행은 환신을 따라 학교 건물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건물은 크게 총 세 개가 있습니다. 본관과 별관. 각각 3층이고 2층에 구름다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따로 떨어진 건물에 급식실와 체육관이 있지요. 그 두 개는 한 건물에 있어요.”

“오호. 건물이 굉장히 신식이네요.”

현수는 환신을 따라 본관 앞을 따라 걸으며 말했다.

연분홍색과 초록색으로 예쁘게 꾸며놓은 것이 흡사 동화 속에 온 느낌을 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귀신의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는 전달이 되었다.

“이승미 학생은 어디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나요?”

현수가 물었다.

“별관 옥상에서 투신했습니다.”

환신은 돌아보지 않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아아, 그렇군요. 그 학생을 주도적으로 괴롭히던 학생 세 명도 교통사고로 모두 사망했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 근처인가요?”

이번에는 방고리가 물었다.

그러자 환신이 걸음을 멈추더니 카메라와 현수, 방고리를 번갈아 보았다.

“그 학생들 중에 교통사고로 죽은 학생은 한 명이에요. 나머지 두 명은 이 학교에서 죽었고요.”

“네?”

현수가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두 명은 학교에서 사고로 죽었는데 학교 이미지가 있으니 교통사고였다고 알린 거죠. 경찰하고 유가족들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환신은 카메라를 슥 보더니 다시 앞을 보고 걸었다.

현수가 세정을 보자 세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방송에 송출되면 안 될 것 같은 이야기가 나와 버린 것이었다.

만약 이런 경우, 학교 측에서 영상을 내려달라는 요구를 해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얘기가 나온 이상 지금 방송을 종료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만약 학교 측에서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구해오면 방송 종료 이후 생방송 실황 영상을 비공개로 돌리거나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최정아 모친이 학교에서 굿판을 벌였던 거군.’

현수는 그녀가 왜 굳이 학교에서 굿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나머지 학생들은 어디서 사고사를 당했나요?”

“한 명은 본관 창문에서 실족사했고 또 한 명은 체육관 세면대에서 감전사했고, 마지막 한 명은 교문 앞에서 차에 치였죠.”

환신은 굉장히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수는 그런 그에게서 필요 이상의 ‘무미건조함’을 느꼈다.

‘그래도 학생들이 죽었던 사건인데 너무 건조한데?’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봐도 귀신이 아니었다.

악귀에 쓰인 흔적도 없었다.

아무리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해도 이렇게 계속 대화를 하고 있다면 어떻게든 흔적이 새어나오기 마련임에도 불구하고 환신에게선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먼저 이승미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곳부터 가보겠습니다.”

현수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그렇게 환신을 앞세운 일행은 별관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주말에 야간인지라 환신이 잠긴 문을 열고 불을 켰다.

그러자 구역별로 전기가 들어오며 확 밝아졌다.

하지만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는 왠지 모르게 스산한 느낌을 주었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일행은 중앙현관 계단을 타고 3층까지 올라왔다.

그러고는 복도를 가로질러 좌측 끝 계단으로 이동했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문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뚜벅 뚜벅 뚜벅

조용한 학교에 발걸음 소리가 둔탁하게 메아리쳤다.

사아아아아

그때 한 줄기 한기가 현수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서늘한 정도로 봐서는 ‘악귀’의 기운 같았다.

현수는 환신을 따라 걸으며 교실 창문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

교실 가운데 회색 아우라를 뿜어내는 여학생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악귀였다.

여학생 악귀는 칠판 쪽을 주시한 채 현수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음 교실의 창문을 보았다.

그 교실에서도 방금 지난 교실과 같은 자리에 같은 여학생 악귀가 앉아 있었다.

그 다음 교실에서도, 같은 자리에 같은 여학생 악귀가 앉아 있었다.

현수에게 시선을 주고 있지 않았지만 분명 현수의 시선을 눈치 채고 있다는 의미였다.

현수는 세정에게 교실 창문 쪽을 비추라는 손짓을 보냈다.

그러자 세정이 카메라를 돌렸다.

사아아아아

세정의 눈에도 회색 형체가 어렴풋이 보였다.

그리고 촬영 카메라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다만 심령카메라에는 회색 형체가 포착되었다.

- 헐??

- 뭐 있다.

- 있네, 있어.

- 있다.

- 회색이면 악귀인데???

- 회색이면 악귀에요.

- ㅅㅂ

시청자들이 반응을 보였다.

옆에서 심령카메라 화면을 본 방고리가 레이니 앱을 켜보았지만 얼굴이 포착되지는 않았다.

여학생 악귀는 칠판 쪽으로 고개를 고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뚜벅 뚜벅 뚜벅

그 다음 교실에서도, 그리고 또 다음 교실에서도, 여학생 악귀는 계속해서 나타났다.

동시에 강한 한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옥상 문은 보통 잠가놓지 않나요?”

그때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듯, 방고리가 물었다.

“저도 여기 근무한지 4년밖에 안 돼서 잘 모르겠군요.”

“4년밖에 안 되셨다고요?”

“네. 그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에 들어왔어요.”

환신은 살짝 고개를 돌려 대답하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현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쫓아갔다.

그러다 옆을 돌아보았다.

교실마다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여학생 악귀는 현수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뒤 창문으로 볼 때부터 앞 창문으로 사라질 때까지, 몸은 가만히 있은 채 목만 돌아가며 현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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