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03화 (103/227)
  • 제103화

    # 당해고등학교 (1)

    현수는 스튜디오로 사용하는 방 한쪽 벽에 선반을 마련하고 그곳에 부적과 밀짚인형을 나란히 쭉 세워두었다.

    현장 방송을 나갈 때 챙겨가기 위한 일종의 ‘무기고’였다.

    그리고 솔트샷건의 사거리를 비약적으로 개조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현수는 솔트샷건을 분해한 뒤 공기압을 내뿜는 피스톤 규격을 확인했다.

    본격적인 장비 개조 작업에 돌입한 것이었다.

    그리고 부품들이 도착했을 때, 현수는 오랜만에 장비 설명 라이브 방송을 위해 카메라를 켰다.

    방송을 시작하며, 현수는 허태훈이 이 방송을 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현수를 노리고 있는 만큼 언젠가는 대면을 해야 할 ‘적’이 현수의 무기를 미리 보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장비 업그레이드 방송을 굳이 해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현수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걸 어필해야 허태훈의 접근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어차피 계속 진행될 야외 라이브 방송에서 장비들이 보일 텐데, 그때마다 시청자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이었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오늘 오랜만에 소통방송을 하기 위해 이렇게 카메라를 켰습니다.”

    현수가 카메라에 대고 인사를 하자 시청자들이 몰려 들어왔다.

    현재 시간 오후 20시.

    평소 예정 되어 있던 고정 방송시간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제법 놀라는 모습이었다.

    - 오???? 급방이닼ㅋㅋ

    - 안녕하세요!!

    - 이런 라이브 착합니다.

    - 안녕하세요~~~~

    - 날이 갈수록 어깡이 되어가네.

    - 점점 벌크업 하시는듯ㄴㅋㅋㅋㅋㅋ

    부산 장산에서의 촬영 이후 주짓수와 헬스PT로 몸을 키우기 시작한 현수는 방송을 켤 때마다 몸이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었다.

    “지난 장산에서의 촬영 이후에 여러 장비를 업그레이드 했는데요. 그걸 좀 소개해 드리려고 방송을 켰습니다.”

    현수가 멘트를 쭉 이어갔다.

    - 몸도 업그레이드 되고 있음ㅋㅋㅋㅋㅋ

    - 저 정도면 캡틴 퇴마가 아니라 캡틴 코리아 아님??ㅋㅋ

    - 귀신도 맨 손으로 때려잡을 듯ㅋㅋㅋㅋㅋ

    - 짧은 시간에 저렇게 벌크업이 되는구나.

    - 운동 영상도 한 번 찍어주시죠.

    스튜디오와 같이 내부 방송을 할 때에는 조작 여부로 분탕을 치는 시청자들은 거의 없었다.

    반면 그만큼 시청자들 수 역시 야외방송에 비해 현저히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너튜브 특성상 생방송 때 시청자가 적다고 해도 실황 영상이 남기 때문에 자주 하는 편이 유리했다.

    - 근데 뒤에 못 보던 게 있네.

    - 저거 강령술이나 굿할 때 쓰는 밀짚인형 아님?

    시청자들의 질문에 현수가 대답했다.

    “네. 강령술을 어느 정도 채용을 한 것도 있는데요. 악귀는 정해진 형체가 없는 귀신이기 때문에 싸울 때 상당히 불리하더라고요. 툭하면 사라져 도망가 버리고.”

    - 맞아. 그렇지.

    - 네, 네.

    “그런데 그 악귀 놈들도 이 액막이 부적을 소지하고 있는 저를 해코지하기는 쉽지 않은 거죠.”

    현수가 액막이 부적을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번 그 악귀는 저를 해코지하려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마구잡이로 빙의를 해서 저를 공격했던 거예요.”

    - 아하~~~~~

    - 아 이해함.

    “그래서 실제로 많이 위험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그 안에 갇힌 악귀를 소멸시킬 방법도 찾게 됐지요. 한 마디로 제가 위험해진 만큼, 악귀들도 위험해진 거예요.”

    현수는 인형을 꺼내 들었다.

    “악귀 놈이 사람 몸에 들었을 때, 놈을 그 안에 잠시만이라도 가둬둘 수 있으면 그 안에서 태워 죽이는 게 가능한 거죠.”

    - 인형 안에 넣겠다는 거구나.

    - 아아아아아아아

    “네, 맞습니다. 그렇다고 악귀를 사람 몸에 일부러 빙의시킬 수는 없으니까 이 인형에 악귀를 일시적으로 넣는 거죠.”

    - 악귀가 바보도 아니고 그게 어케 됨???

    - 누가 봐도 사람이 아닌데 들어가려나?

    “귀신, 악귀들이 보는 시선과 우리가 보는 시선을 동일시해선 안 돼요. 그래서 이걸 또 준비 했는데요.”

    현수는 태환의 모친에게 받은 ‘귀신 부르는 부적’을 꺼내 들었다.

    “이 부적은 액막이 부적과 다르게 귀신을 불러들이는 것입니다. 악귀가 앞에 있을 때 이걸 붙인 인형을 내밀면 악귀는 순간적으로 이 귀신에 들어올 거예요.”

    - 진짜 그러면 만화 같긴 하겠넼ㅋㅋㅋㅋㅋ

    - 네, 네. 그럼 어떻게 되나요????

    “이 인형에 들어온 악귀는 사람 몸이 아닌 걸 알고 금세 탈출하려 하겠죠. 그 전에 이 인형에 액막이 부적을 붙이게 되면 귀신은 순간적으로 이 인형 안에 갇히게 됩니다. 악귀는 액막이 부적을 쉽게 넘나들지 못하니까요.”

    - 오????

    - 누구에게나 그럴 듯한 계획은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그때 소금이나 팥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불에 태워서 악귀를 소멸시키는 거죠.”

    현수가 채팅을 보며 말했다.

    조작이라고 분탕치는 사람은 적었지만 비웃는 사람들은 몇몇 있었다.

    “앞으로는 이 장비도 같이 들고 다닐 생각입니다. 그리고-”

    현수는 이어 카메라 앵글을 살짝 내려 책상을 비췄다.

    책상 위에는 분해된 솔트샷건과 새 피스톤이 놓여 있었다.

    “이번 악귀와 싸우면서 솔트샷건 사거리가 영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업그레이드를 하려고 가져왔습니다.”

    현수는 새 피스톤을 바꿔 장착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형형색색으로 페인팅 되어 장난감 같은 외관을 검게 도색했다.

    그렇게 업그레이드를 마친 현수가 솔트샷건을 장전하고 시험발사를 해 보았다.

    팡!

    그러자 방 한쪽에 놓인 책장의 책 하드표지가 살짝 찢겨나갔다.

    상당히 강한 공기압으로 업그레이드가 된 것이었다.

    근접에서 쏠 경우에 사람 피부에 손상을 줄 수 있을 수준이었지만 조금 거리가 떨어지면 크게 위험하지 않아 보였다.

    “이 정도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실전에서 얼마나 멀리 날아가는지 확인해보죠.”

    현수가 웃으면서 솔트샷건을 들어보였다.

    * * *

    며칠 후.

    다음 야외 방송 일정을 체크하던 현수는 방고리의 전화를 받았다.

    [현수님! 지금 뭐 하세요!]

    “저요? 그냥 있죠?”

    현수는 턱을 괴고 흉가 리스트를 보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지금 방송 중인데 잠시 통화되시죠?]

    “네, 네. 말씀하세요.”

    현수는 시계를 확인한 후 대답했다.

    [다음 촬영지 정해졌나요?]

    “안 그래도 지금 물색 중이에요.”

    [저희 시청자 분 중에 한 분이 한 군데 제안을 주셨는데. 한번 확인해보실래요?]

    “네?”

    현수는 바로 생방송 중인 방고리의 채널로 들어가 보았다.

    방고리는 게임 화면을 중지한 채로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고 있었다.

    “네, 지금 방고리님 생방에 들어왔어요.”

    현수가 말하자 방고리의 채팅창에 인사말들이 올라왔다.

    - 캡틴님 ㅎㅇㅎㅇ

    - 찐이다!ㅋㅋㅋㅋㅋㅋ 찐이 나타났다!!ㅋㅋㅋㅋ

    - 박현수 찐임????

    - 안녕하세욬ㅋㅋㅋㅋㅋㅋ

    “아유. 네, 안녕하세요.”

    현수가 전화기에 대고 말하자 바로 방고리의 스피커폰으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유, 네, 안녕하세요.]

    현수는 피식 웃으면서 화면 속 방고리를 보았다.

    [우리 시청자 분 중에 한 분이 다음 체험 장소를 추천 주셔서 캡틴 퇴마, 박현수님하고 급히 조인을 했습니다. 아까 장소 추천해 주신 분, 어디 계시죠?]

    방고리가 채팅창을 보며 물었다.

    - 저요.

    그때 한 사람이 채팅을 이어 올리기 시작했다.

    - 저희 학교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어서요.

    현수는 채팅을 보며 중얼거렸다.

    “학교 귀신이라.”

    사실 그닥 탐탁지 않았다.

    이미 도래진 초등학교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모두 보여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4년 전엔가 선배 중에 한 명이 학교에서 자살했는데 그 뒤로 두세 명이 갑자기 사고로 다 죽고 지금도 밤이면 복도를 떠돌아다닌대요.

    4년이라면 그리 오래된 이야기도 아니었다.

    현수는 채팅을 올리던 사람에게 쪽지를 보냈다.

    -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 어느 지역의 어느 학교신가요?

    현수의 쪽지에 바로 답장이 왔다.

    - 서울 강남에 위치한 당해고요.

    서울 강남구 당해고등학교!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학교를 검색해 보았다.

    당해고등학교라면 대한민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문고등학교였다.

    실제로 강남8학군에 속해 있는 것은 물론 수많은 연예인과 국회의원들, 석학들의 자녀들이 다닌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 만큼 아웃풋이 굉장히 좋아 당해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면 경찰, 병원, 법조계 쪽 인맥은 보장이 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다.

    “오호.”

    현수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 * *

    다음 날.

    현수의 집에 모인 세정과 방고리는 현수에게 당해고등학교 방문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 받았다.

    “좋죠. 갑시다!”

    방고리는 자신의 시청자가 추천해준 만큼 그곳에 꼭 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세정은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일단 거기는 폐교, 흉가, 폐가도 아니고 멀쩡히 운용 중인 학교잖아요. 게다가 국회의원이나 경찰들 자제들이 많은데 괜히 문제 생기면 채널에 피해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당연히 할 수 있는 걱정이었다.

    사실 현수도 흥미롭기는 하지만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었다.

    또한 학생들의 부모 힘이 강한 만큼 학교 측에서 촬영을 허락해줄 지부터가 미지수였다.

    “그래도 일단 컨택해보죠. 되면 좋은 소스가 될 것 같으니까요.”

    현수가 세정을 보며 말했다.

    세정은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당해고등학교 측에서는 촬영을 거부했다.

    학교의 명예가 실추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장기적으로 방송을 해야 하는 현수 입장에선 촬영을 거부한 학교에 몰래 들어가 촬영을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당해고등학교의 촬영은 무산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방고리와 미팅을 가진 후 며칠 지나지 않아 메일을 한 통 받았다.

    4년 전에 당해고등학교에서 자살한 학생의 오빠라는 사람에게서 온 메일이었다.

    - 안녕하세요.

    저는 4년 전에 당해고등학교에서 자살한 여학생의 친 오빠 되는 사람입니다.

    .

    .

    .

    이 인사말로 시작한 메일에는 슬픈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자살한 학생의 이름은 이승미.

    집이 풍족하진 않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높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고, 운이 좋게 당해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승미의 인생은 탄탄대로일 줄 알았지만 실상 불행의 시작이었다.

    금수저들이 가득한 당해고등학교에서 가난한 집안의 전교1등 학생을 곱게 보지 않았고, 학교 사람들 전체가 조직적으로 승미를 따돌렸던 것이다.

    그걸 견디지 못한 승미는 결국 학교 옥상에서 자살을 했고, 이후 채 3개월이 지나지 않아 가장 심하게 괴롭혔던 세 명이 각자 다른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교통사고로 사망한 학생 중 한 명의 모친이 무속신앙을 신봉하고 있어서 학교에서 굿판을 벌였다는 내용도 쓰여 있었다.

    그 학생의 모친은 대법관 출신으로 학교에서 부녀회장을 할 정도로 제법 파워가 센 모양이었다.

    .

    .

    .

    - 이렇게 메일을 보내드리는 이유는, 아직도 우리 승미가 학교를 떠돌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 것 같아서입니다.

    이제는 모든 한을 풀고 하늘로 올라갔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학교에 있다니 조금 고통이 따르더라도 이제 편히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승미의 실명을 밝혀도 좋습니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승미의 한을 풀어주고 하늘로 올라가게 도와주세요.

    메일의 끝부분에서는 친오빠라는 사람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현수는 턱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법관 출신 부녀회장을 꼬시면 되겠네.”

    옆에서 수정이 말했다.

    “같은 생각이에요.”

    “무속신앙을 신봉하는 데다가 승미 귀신한테 자기 딸이 죽었다고 믿고 있는 거 같으니, 학교에 있는 귀신을 쫓아내려 한다고 하면 힘 좀 써주겠는데?”

    수정이 덧붙였다.

    “그분을 찾아봐야겠네요.”

    현수가 수정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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