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105화 (105/227)

제105화

# 당해고등학교 (3)

현재 시청자 수 28409명.

촬영 중인 장소가 당해 고등학교라는 건 이미 시청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현수가 현 촬영 장소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만큼 시청자들은 당해고등학교를 ‘ㄷㅎㄱ’라고 지칭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일본인 시청자들도 대거 유입이 되고 있었다.

현수 채널 영상을 보는 외국인 중 일본인들의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

센노쿠라 산 노로이노무라 촬영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었다.

더구나 당해고등학교의 생방송 시청자 중에는 1/3이 넘게 일본인이었다.

그들 역시 학교 괴담이 상당히 많은 편이었고, 폐교가 아닌 학교에서 귀신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이 꽤나 흥미로운 모양이었다.

그들은 실시간 번역 앱을 켜놓고 방송을 시청할 정도였다.

철컹

환신이 옥상 철문의 자물쇠를 풀었다.

끼이이잉-

문이 열리자 밤바람이 훅 들어왔다.

그 사이로 찬 공기가 느껴졌다.

‘악귀.’

현수는 환신의 뒤를 따라 옥상으로 나가며 EMF 탐지기를 꺼냈다.

그리고 고스트돌도 꺼내 옥상 입구에 슬쩍 놓았다.

“옥상도 예쁘게 해놨네요?”

방고리가 옥상을 보며 물었다.

“예전에 미술부 학생들이 옥상에 페인팅 작업을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환신은 여전히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쪽 난간을 보았다.

그곳에는 아까 교실에서 보았던 여학생 악귀가 서있었다.

난간 위에 위태롭게 선 모습이 마치 뛰어내리기 직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 학생이 저기서 투신을 했던 건가요?”

현수가 난간을 가리키며 묻자 환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아셨어요?”

환신이 물었다.

현수는 대답 대신 세정에게 난간을 촬영하라고 지시했다.

“아.”

세정 역시 난간의 악귀를 언뜻 확인하고는 카메라를 돌렸다.

- 난간 위에 뭐임????

- 귀신이다.

- 난간에 귀신 있다.

- 그 여학생인가???????

- 아 슬프다, 왠지.

- 정작 보니까 슬프네.

현수는 난간으로 천천히 다가갔고, 방고리와 세정도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환신은 맨 뒤에 서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기요? 승미 양?”

현수가 천천히 다가갔다.

여학생 악귀에게서는 ‘적의’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학생 악귀는 현수의 부름에 반응하지 않고 우두커니 서있다 난간 아래로 몸을 던졌다.

“승미 양!”

현수가 난간으로 성큼 다가가 아래를 보았다.

“왓!”

현수가 깜짝 놀라 짧은 비명을 질렀다.

아래로 떨어졌던 여학생 악귀가 벽을 타고 다시 굉장히 빠르게 다시 기어 올라오고 있는 것이었다.

“헉!”

현수가 뒤로 물러나자 여학생 악귀는 다시 난간에 우두커니 섰다.

그러고는 아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떨어졌다.

이내 똑같이 기어 올라와 난간에 섰다.

그리고 또 다시 반복.

계속해서 투신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수정은 그런 여학생 악귀를 보며 현수에게 무어라 속삭였다.

그때 방고리가 다가와 물었다.

“지금 무슨 상황이에요?”

그러자 수정은 현수에게서 두어 걸음 떨어졌다.

수정이 지금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해준 것이었다.

현수는 씁쓸한 표정으로 방고리와 카메라를 보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던 승미 학생이 귀신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투신을 하고 있어요. 반복적으로.”

“아니, 왜-”

“억울하고 슬펐던 거죠. 자신의 선택이었지만 원했던 것은 아닌.”

현수가 주먹을 꽉 쥐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알아봐 주기를 바라면서-”

현수는 난간 위에 서있는 여학생 악귀의 등에 대고 덧붙였다.

“-극렬하게 분노를 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 말이 끝나자 여학생 악귀가 현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긴 머리 때문에 보이지 않았지만 여학생 악귀는 얼굴의 1/4이 뭉개져 있었다.

아마 투신을 했을 당시에 머리부터 떨어졌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눈과 코는 제대로 식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꺄아아아아아악-

여학생 악귀는 입을 자신의 목까지 크게 벌리고 비명을 내질렀다.

현수와 세정은 그 소리를 정확히 듣고 귀를 움켜쥐었다.

하지만 방고리와 환신은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왜 그래요?”

방고리가 물었다.

그 순간이었다.

여학생 악귀가 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삐빗

EMF 탐지기가 최고치에 다다랐다.

현수는 품에서 부적이 붙은 인형을 꺼내 던졌다.

꺄아아아아-

그러자 여학생 악귀가 바로 인형 쪽으로 몸을 틀었다.

인형이 효과가 있는 것이었다.

그때, 환신이 깜짝 놀란 듯 튀어나왔다.

“저, 저기-!”

시종일관 무미건조하던 그의 외침에 일행 모두 고개를 돌렸다.

동시에 놀라 뒷걸음치던 환신이 밀짚인형을 발로 밟았다.

캬각!

여학생 악귀는 그걸 보더니 이내 공중으로 흩어져 버렸다.

부적의 효과가 일시적으로 사라진 것이었다.

“악귀!”

현수가 재빨리 주위를 보았다.

여학생 악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환신이 보고 놀랐다던 무언가는 눈에 띄지 않았다.

“뭘 보신 거예요?”

방고리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묻자 환신이 입구 쪽을 가리켰다.

“저기, 저기서 뭔가 고개를 내밀어서.”

환신이 말했다.

현수는 말없이 환신의 앞에 놓인 밀짚인형을 다시 집어 들었다.

‘거짓말.’

현수는 환신이 거짓말을 했다는 걸 대번에 눈치 챌 수 있었다.

옥상 입구에 둔 고스트돌이 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옥상 입구에서 누군가 고개를 내밀었다면 산 사람이거나, 거짓말이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인형을 다시 넣었다.

일단은 환신을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의미였다.

“저 경비아저씨. 좀 수상하지?”

수정도 같은 생각인 듯했다.

“귀신이거나 악귀에 쓰인 것 같지는 않아요.”

현수가 속삭이듯 대답하고는 옥상 입구로 향했다.

“본관으로 이동해보죠.”

현수는 이곳에서 사라진 여학생 악귀를 계속 찾아봐야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인형과 부적을 본 이상 지근거리에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었다.

* * *

환신과 현수 일행은 별관과 본관을 잇는 구름다리를 건넜다.

구름다리를 건너는 동안, 여학생 악귀가 난간 너머로 공중에 뜬 채 현수를 따라왔다.

현수는 걸음을 멈추고 악귀에게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 여학생 악귀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씩 미소를 지어보였다.

눈과 코가 완전히 뭉개져 입만 보이는 가운데 짓는 미소.

굉장히 혐오스러우면서 징그러운 모습이었다.

현수가 멈춰서 악귀를 보고 있자 세정과 방고리, 환신도 그쪽으로 몸을 돌렸다.

- 공중에 떠있는 거??

- 저 구름다리 2층에 있다 그랬음. 지금 2층 높이에 떠있는 거임.

방고리가 레이니 앱을 들어 얼굴을 인식해보려 했다.

하지만 이목구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 얼굴을 인식하지 못했다.

“어?”

그때 세정이 뭔가 이상하다는 듯 여학생 악귀 쪽을 가리켰다.

“저기 운동장 쪽에 누가 있어요.”

그녀의 말에 일행 모두 여학생 악귀 등 뒤로 보이는 어두운 운동장을 보았다.

그곳에는 회색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한 남자가 서있었다.

“이 시간에 누구지?”

환신도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도 보이는 것을 보니 악귀에 쓰인 사람이 분명했다.

이어 남자가 한 걸음 다가오자 구령대 옆에 있는 전등에 얼굴이 보였다.

“허태훈!”

현수가 중얼거렸다.

연쇄살인범 허태훈 같았다.

‘방송을 보고 쫓아왔나!’

서울 강남에 위치한 당해 고등학교라면 지방에 비해 신속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 허태훈???

- 부산 ㄱㅎㅇ호텔에서 마주쳤던 악귀 쓰인 남자임.

- 경찰에 잡혔다가 탈옥함.

시청자들의 채팅창도 들끓었다.

“허태훈 확실해요?”

세정이 카메라를 줌 해보며 물었다.

얼굴이 정확히 촬영되지 않았다.

깜빡 깜빡

그때 구령대 옆 전등이 깜빡거렸다.

그러자 그 남자는 짙어지는 그림자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허태훈.’

현수도 그 얼굴을 확실히 식별한 상태는 아니었다.

- 허태훈이면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님?????

- 현상수배범임.

- 신고해야 함.

시청자들의 요청이 빗발쳤다.

“잠시만요. 제가 그 이름을 외치긴 했지만 아직 정확한 건 아니에요.”

현수가 카메라에 대고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정말 허태훈이면 신고 해야죠.”

방고리도 흥분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현수는 구령대 쪽을 한 번씩 보며 말했다.

“확실하지 않은 걸로 자꾸 신고하면 우리 이미지만 더 안 좋아져요. 안 그래도 저 같은 흉가 스트리머들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은데.”

딜레마였다.

사실 위험이 감지될 때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지만 어두운 가운데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있는 상태에서 헛것을 보는 경우도 흔했다.

무엇보다 신고했다가 아무도 찾지 못하거나, 허태훈이 아닐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현수에게 떨어졌다.

행여나 악귀에 쓰인 다른 ‘산 사람’이다 하더라도 경찰들이 보기에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니 현수의 말을 증명할 길은 없었다.

안 그래도 일부 스트리머들의 민폐 때문에 이미지가 안 좋아지는 가운데 괜히 현수 채널만 떡락할 수 있었다.

이미 경찰과 구급대원들로부터 경고를 받은 적이 있지 않은가.

현수는 선뜻 신고를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등골이 심하게 오싹해져 고개를 돌리자 여학생 악귀가 바로 뒤에 다가와 있었다.

“와우!”

현수가 놀라 주춤거리는 순간 악귀가 사라졌다.

꽈당

동시에 환신이 뒤로 쓰러졌다.

“아저씨!”

방고리와 현수가 고개를 돌렸다.

세정의 카메라가 쓰러진 환신을 비췄다.

“어어어어어-!”

쓰러진 환신이 본관 쪽으로 끌려갔다.

거세게 팔다리를 휘젓고 있었지만, 그는 속수무책이었다.

“악귀다!”

현수가 외쳤다.

여학생 악귀가 환신의 어깨를 붙잡고 끌고 가는 것이었다.

현수와 세정, 심령카메라는 끌려가는 환신의 뒤에 회색 형체를 정확히 포착했지만, 방고리가 보기에는 무척 기괴한 현상이었다.

“아저씨!”

현수가 쫓아가며 솔트샷건을 쏘았다.

파아앙 파아앙

확실히 예전보다 너덧 배는 더 사거리가 늘어나 있었다.

하지만 굉장히 빠르게 본관으로 향하는 여학생 악귀를 맞추기에는 무리였다.

“어어어어-!”

환신은 계속 몸부림 쳤지만 결국 본관으로 끌려 들어갔다.

쾅!

그러고는 구름다리 끝 철문이 세게 닫혀버렸다.

현수 일행이 쫓아가 문을 열려 했지만 굳게 잠겨 버린 상태였다.

“어떻게 된 거예요!”

방고리가 다급하게 물었다.

“악귀가 경비아저씨를 데리고 본관으로 갔어요.”

현수가 땀을 닦으며 카메라를 보았다.

갑작스러운 제3의 인물이 등장함과 동시에 급발진을 한 여학생 악귀.

현수는 ‘허태훈’인지 아닌지 몰라도 어찌 되었든 회색 아우라를 가진 악귀가 이 학교에 더 들어왔다는 사실만큼은 확신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학생 악귀의 힘이 순간적으로 더 강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떡해요?”

세정이 물었다.

현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몸통으로 문을 강하게 밀어 쳤다.

쿵 쿵-

문은 힘으로도 열리지 않았다.

“1층으로 가서 본관으로 넘어가야겠어요.”

현수는 카메라에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 후 다시 별관으로 향했다.

다다다다다다

일행들은 신속하게 별관 1층으로 이동한 뒤 본관을 향해 달렸다.

본관 현관도 굳게 잠겨 있었다.

그때 1층 중앙현관 옆으로 불이 켜진 창문이 보였다.

“여기가 숙직실일 거예요.”

현수는 카메라를 보며 말한 뒤 창문을 열었다.

방고리가 먼저 넘어간 뒤 현수와 방고리가 세정을 넘겨주었다.

숙직실에는 TV가 켜져 있었고, 한쪽에 자장면 그릇이 놓여 있었다.

셋은 조용히 숙직실을 가로질러 복도로 나갔다.

복도는 무척 컴컴했다.

“전기가 끊기지는 않았으니 형광등부터 좀 켜죠.”

방고리의 말에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복도 끝이랑 계단 끝에 형광등이 있을 거예요. 보일 때마다 켜요. 귀신들은 어쨌든 빛을 좋아하진 않으니까.”

셋은 천천히 복도를 가로질러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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