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57화 (57/227)

제57화

#구희용 호텔 (3)

“꺄아아아악!”

갑작스러운 비명에 현수와 너도캠핑 모두 로비 구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 깜짝이야!!!!

- 아오씨!!

- 뭐야 뭐야

시청자들 역시 소리에 놀란 듯 채팅을 빠르게 올렸다.

다다다다다

현수와 너도캠핑, 그리고 매니저들이 바로 로비 구석으로 달려가 보았다.

그러자 하날하날은 액자 앞에 주저앉아 있었고, 매니저 현아는 그런 하날하날을 촬영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너도캠핑이 바로 하날하날을 부축하며 물었다.

“귀, 귀, 귀신.”

하날하날이 액자를 가리키고 말했다.

그 사이 현수는 액자를 빤히 보며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다.

유럽의 성이 그려진 액자 위로 귀신의 얼굴이 오버랩 되어 드러나 있었다.

이미 여러 번 보았던 그런 모습이었다.

귀신은 눈동자를 굴려가며 로비에 있는 일행들을 훑어보았다.

“레, 레이니에서 얼굴 인식이!”

하날하날은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핸드폰을 가리켰다.

너도캠핑은 의아한 표정으로 앱이 켜져 있는 핸드폰을 들어 액자에 비춰보았다.

사아아아아

그때 귀신의 얼굴이 액자 속에 스미듯 사라졌다.

그러자 레이니 앱으로는 얼굴 인식이 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너도캠핑이 어깨를 으쓱이며 묻자 하날하날은 당황해했다.

“아니, 분명 저기 하얀 형체가 보이고 귀신의 얼굴이-”

“-있었는데 사라졌어요.”

하날하날이 말하자 현수가 끼어들어 말했다.

“아무래도 이곳에 한이 센 귀신이 있는 것 같아요. 다들 조심하자고요. 가급적 떨어지지 말고요.”

현수는 다시 프런트 쪽으로 이동하며 말했다.

하날하날과 너도캠핑은 서로를 본 뒤 현수를 따라 이동했다.

일행들은 프런트에서 다시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그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송출이 되며 흡사 추리영화, 수사 바디캠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여기.”

그때 너도캠핑이 뭔가를 찾았는지 손가락으로 일지 일부를 짚었다.

“908호. 자살 사고가 있은 뒤에 침대랑 시트를 교체했고- 어- 보니까 천장에 실링팬을 교체했어요.”

“천장 팬은 왜 교체했대요?”

하날하날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실링팬에 목을 맸나 보죠.”

현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그러자 하날하날은 또 한 번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연예인이 사망한 이후에는 한 달 정도 아예 손님을 받지 않았던 것 같고요. 그 20대 여대생 사고 이후엔 아무 조치도 없었네요.”

“뭐, 방 안에서 자살한 건 아니었으니까요.”

“908호로 갈 거예요?”

하날하날이 물었다.

- 당연히 가야죠.

- 1000원 파워챗

- 가야죠.

- 가요!!!!!

하날하날의 말에 현수 채널의 시청자들이 들끓었다.

이는 하날하날의 스위치 생방송도 마찬가지였다.

- 당연히 가야죠. 그러려고 거기 있는 건데.

- 가주세욬ㅋㅋㅋㅋㅋ

- 가요가요가요가요가요

아무래도 시청자 여론을 무시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현수는 서랍을 뒤져보다 908호의 열쇠를 찾아 주머니에 넣었다.

“혹시 모르니까 이것도 가져가죠.”

그때 너도캠핑은 프런트 서랍에서 마스터키를 꺼내 들었다.

호텔의 모든 객실 문을 열 수 있는 키였다.

“여기 오래된 건물인데 그 마스터키가 효과가 있어요? 다 재래식 열쇠일 텐데.”

“이런 호텔은 객실 관리를 해야 하니까 문고리의 자물쇠 자체를 마스터키 제작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를 해둬요. 쓰임새가 있을 거예요.”

너도캠핑은 이런 설비 부분에 지식이 있는 듯했다.

그녀는 마스터키를 주머니에 챙긴 후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당연하게도 엘리베이터는 작동하지 않았다.

“계단으로 올라가야 할 것 같아요.”

현수는 비상계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 * *

끼익-

9층 비상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현수와 하날하날, 너도캠핑을 비롯해 세정, 효진, 현아 모두 땀에 흠뻑 젖어 있는 상태였다.

계속 한기가 돌고 있었지만 한여름에 창문도 없는 비상계단을 아홉 층이나 올라온다는 건 힘든 일이었다.

현수는 이곳에 올라오자마자 한층 더 강한 한기를 느꼈다.

“이쪽 복도부터 901호인가 보네요.”

너도캠핑이 비상문과 가까운 객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커다란 규모에 비해 객실은 10개 밖에 없는 층이었다.

그만큼 이 층의 객실들은 스위트룸 급의 넓은 방인 듯했다.

그때 현수는 반대편 복도 끝에 귀신이 서있는 것을 보았다.

그 귀신은 접근하지도, 사라지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 서있었다.

현수는 EMF 탐지기 작동 화면을 카메라에 보여주며 말했다.

“지금 불빛이 다섯 개 모두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래 1층보다 강한 무언가가 잡히고 있어요. 그리고 실제로 제 눈으로도, 복도 끝에 귀신이 보입니다.”

현수의 말에 하날하날이 심령카메라로 복도 끝을 비춰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는 보이지 않던 하얀 형체가 복도 끝에 서있는 것이 보였다.

“어머. 진짜예요. 진짜.”

하날하날이 현아의 카메라를 보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캡틴님이 가리킨 곳을 심령카메라로 비추면 하얀 무언가가 잡힌다니까요. 진짜요. 조작 아니에요.”

그녀는 또 한 번 겪은 신비한 현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50000원 파워챗

- 오늘 악귀 없으면 위자보드 한 번 해봅시다.

복도를 걷고 있는 현수는 세정의 사인을 받고 채팅창을 확인해 보았다.

“알겠습니다. 오늘 위험한 귀신이 없으면 위자보드를 한 번 해볼게요.”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위자보드? 그게 뭐예요?”

너도캠핑이 현수의 뒤를 따라가며 묻자 하날하날이 대답했다.

“서양판 분신사바라고 보시면 돼요. 귀신이나 악마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오컬트 아이템이에요.”

“그런 거 막 써도 돼요?”

“캡틴님이 잘 하시겠죠.”

둘은 현수의 뒤를 따라가며 대화를 나눴다.

‘내가 뭐 할 게 있다고.’

현수는 속으로 생각하며 복도 끝의 귀신을 유심히 보았다.

귀신은 기괴하게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 캡틴님 시청자 수 2만 명 됐어요.”

세정이 따라가며 나지막이 말했다.

“되게 많네요?”

“초반에 3만 명 넘게 올랐는데 비상계단에서 많이 빠져나갔어요.”

아무래도 9층까지 계단으로 올라오는 동안 같은 장면이 반복되다보니 시청자들이 많이 이탈을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현장 탐색을 실시간으로 하는 방송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908호 앞에까지 도착한 현수는 열쇠를 넣고 돌렸다.

철컥

그러자 걸쇠가 풀리며 문이 서서히 열렸다.

현수 일행은 긴장된 표정으로 객실 안쪽을 손전등으로 비춰보았다.

회색으로 먼지가 쌓인 실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단정하게 놓인 침대와 시트, 베개.

리모컨과 주변 배달업체 책자.

스킨과 로션.

헤어드라이기.

모든 물품들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현수 일행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객실의 방은 거실 포함해서 총 세 개였다.

거실 천장에는 연두색 실링팬이 설치되어 있었고 벽면에는 꽃 벽지가 그려져 있었다.

지금 보기에는 무척 촌스러운 인테리어였지만 당시에는 나름 고급형 디자인이었다.

현수는 거실에 들어서자 털이 곤두설 정도로 오싹함을 느꼈다.

저벅 저벅 저벅

먼지 밟히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한 공간.

일행은 잔뜩 긴장한 자세로 천천히 방 안에 들어갔다.

물이 말라버린 샤워부스와 화장실, 욕조.

먼지가 붙은 거울.

옷걸이와 찬장.

현수는 거실 가운데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서 위자보드를 해보죠.”

현수의 말에 하날하날과 너도캠핑이 눈치를 보며 다가왔다.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데.”

“별거 없어요. 제가 알려드릴게요.”

현수는 주변에 있던 협탁과 의자를 거실 가운데 놓고는 먼지를 털어냈다.

너도캠핑이 창문을 열려 하자 현수가 말렸다.

“창문 닫고 하죠.”

그의 대답에 너도캠핑이 어깨를 으쓱였다.

“누가 하죠?”

현아가 하날하날과 너도캠핑을 번갈아보며 물었다.

“제가 할게요.”

그때 하날하날이 현수의 맞은편에 앉아 대답했다.

그 사이 현수는 협탁 위에 위자보드와 말, 그리고 촛불, EMF 탐지기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협탁 옆에는 고스트사운드를 설치해 두었다.

“질문은 제가 할게요. 하날하날님은 그냥 저랑 같이 말을 잡은 채 힘을 빼고 계시면 돼요.”

현수의 말에 하날하날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뭔가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너도캠핑은 효진이 들고 있는 카메라를 보며 한 마디 하고는 위자보드를 지켜보았다.

그 외 세정과 현아도 긴장한 표정으로 위자보드를 촬영했다.

“후우.”

현수가 정신을 집중시키고 심호흡을 했다.

하날하날은 그런 현수를 빤히 지켜보았다.

휘이이이잉-

그때 바람이 불더니 위자보드 옆 촛불의 불꽃이 흔들렸다.

그리고 촛불 옆에 두었던 EMF 탐지기 역시 4개에서 5개 불빛으로 요란하게 번쩍였다.

무언가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위자보드를 준비하고 설치하기 시작하자 다시 3만 명의 시청자가 확보 되었다.

세정은 실시간 시청자 수를 확인하며 카메라 앵글을 고쳐 잡았다.

“지금 여기, 우리를 제외하고 누군가 있습니까?”

현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현수와 하날하날이 짚고 있는 말이 YES 쪽으로 이동했다.

하날하날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카메라를 향했다.

“쉿.”

현수는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한 후 다시 물었다.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까?”

YES.

이번에도 말은 YES를 가리켰다.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고스트사운드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동굴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에 매니저들의 카메라가 일제히 고스트사운드로 향했다.

“당신은 이 방에서 죽은 사람입니까?”

현수가 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말판이 NO로 향했다.

아아아아아앙-

이어 고스트사운드에서도 조금 결이 다른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곳에서 죽지 않은 귀신이라고?’

현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귀신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이 호텔에서 죽은 사람입니까?”

YES.

이번에는 다시 YES로 향했다.

우우우웅-구우우웅-우우우웅-

스피커에서 계속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사방에 있는 모든 벽에서 눈이 나타났다.

악귀들에게서나 볼 수 있던 현상이었다.

현수는 깜짝 놀랐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 시선을 돌렸다.

위자보드를 할 때 중간에 누가 자리를 뜨거나 도망치면 악령이 붙을 수도 있다는 속설 때문이었다.

만약 현수가 놀란 티를 내게 되면 하날하날이 소리를 지르며 말판에서 손을 뗄 수 있었다.

그게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솔직히 현수는 장담할 수 없었다.

“당신은 화가 나 있습니까?”

현수가 물었다.

쾅-

그 순간, 들어왔던 객실 문이 세게 닫혔다.

“어머!”

하날하날과 너도캠핑, 스태프들 모두 놀라며 이번엔 카메라가 문 쪽으로 향했다.

창문과 객실 문이 모두 닫힌 상황.

하지만 촛불은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YES.

말판은 YES에 멈춰져 있었다.

“왜 화가 났습니까?”

현수가 물었다.

그러자 말판은 천천히 알파벳을 하나씩 가리켰다.

“M……U……D……E……R……E……R.”

현수는 알파벳을 하나씩 읽었다.

“Muderer. 머더러. 살인자라는 뜻이에요.”

너도캠핑이 아주 작게 속삭였다.

휘이이익-

그때 방 안에 세차게 바람이 불더니 촛불이 꺼졌다.

동시에 현수의 귀로 차가운 공기가 엄습해왔다.

그러고는 누군가 현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쇼하지 말고 내 얘기 좀 들어줘.”

가녀리면서도 살기가 가득한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현수가 몸을 움츠리고 말았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