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56화 (56/227)

제56화

#구희용 호텔 (2)

현수와 하날하날, 그리고 세정과 현아가 고속터미널역 근처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몇십 분이 지나자 커다란 카페 차창 너머로 지프 한 대가 멈춰 섰다.

“와우.”

하날하날이 지프를 보자 탄성을 내뱉었다.

그때 운전석 문이 열리더니 너도캠핑과 그녀의 매니저가 차에서 내렸다.

“이제 슬슬 출발할까요?”

현수는 세정과 함께 일어나며 지프를 가리켰다.

하날하날은 고개를 끄덕인 후 현수와 함께 카페 밖으로 나섰다.

부산 구희용 호텔에서의 촬영.

현수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계속해서 자료를 검색해 보았다.

사실 호텔에서 사람들이 많이 죽어나가긴 했지만 귀신이 나온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그리고 블로거나 스트리머들 중 누구도 그곳에 방문한 흔적은 없었다.

‘한참 성업을 했을 때에도 귀신 이야기가 없었으니 지박령은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현수는 턱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그 사이, 너도캠핑의 지프는 부산 시내로 진입했고, 복잡한 도로를 지나 시골 길로 들어섰다.

이어 회색 펜스가 둘러 쳐진 폐건물 앞에 도착했다.

끼익-

지프가 멈추자 현수와 하날하날, 너도캠핑은 차 안에서 빌딩을 올려다보았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창문과 페인트가 지저분하게 변질되어 있었지만 1990년대에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외관이었을 것이다.

“출입 통제 되어 있나?”

현수가 차에서 내리며 펜스 입구를 보았다.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은 어디에도 붙어있지 않았다.

그 사이 일행들이 모두 차에서 내렸다.

“와. 진짜 건물에서부터 뭔가 포스가 느껴지네.”

하날하날은 폐건물을 올려보며 중얼거렸다.

“지금 몇 시죠?”

“7시. 슬슬 방송 준비해야지.”

너도캠핑이 시계를 보며 대답했다.

“준비하죠.”

현수와 하날하날, 너도캠핑은 펜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 누구요?”

그때 폐건물 옆에 있는 작은 콘크리트 건물에서 모자를 쓴 노인이 나오며 물었다.

“아. 안녕하세요.”

일행 모두 깜짝 놀라 노인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여기 들어오면 안 되는데.”

노인은 표준어 단어를 쓰고 있었지만 강한 경상도 억양이었다.

“여기 관리인이세요?”

“하모. 여기 뭐 하러 오셨어요?”

노인은 경계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자 하날하날과 너도캠핑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저희는 개인방송을 하는 사람들인데요. 여기에 있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확인해보고자 서울에서 왔습니다.”

너도캠핑은 굉장히 차분하고 정중하게 이야기를 해나갔다.

“미스터리한 사건? 여기 뭐 없는데.”

“크게 폐 끼치지 않고 아무것도 손대지 않을 테니까 오늘 하룻밤 촬영 가능할까요?”

그녀는 두 손을 모으고 웃으며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손을 휘휘 저었다.

“맘대로 하소. 뭐 훔쳐가지나 말고. 나도 이제 퇴근하니까 나올 때 저 펜스 문이나 잘 닫고 가소.”

노인은 방금 들어온 펜스 출입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현수와 하날하날, 너도캠핑 모두 90도로 인사를 하자 노인이 콘크리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관리인이 계시다는 건 뭐 귀신이나 악귀가 없다는 거 아니에요?”

하날하날이 물었다.

그러자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보통은 그렇겠죠. 사람이 상주하고 있다는 건 그래도 안전하다는 의미겠죠.”

현수 역시 콘크리트 건물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휘이이이잉-

그때 주변에서 한 줄기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현수는 목덜미가 살짝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현장 촬영을 나갈 때면 늘 느껴지는 ‘오싹한 기운’이었다.

“그래도 귀신이 있긴 있을 것 같네요.”

현수는 폐건물을 올려다보며 덧붙였다.

* * *

간단히 저녁식사를 한 후 촬영 준비를 마치자 어느덧 해가 져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현수는 솔트샷건과 EMF 탐지기, 그리고 고스트사운드 장비, 위자보드 등을 챙겼고 심령카메라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은 전처럼 하날하날에게 맡겼다.

그리고 팥이 든 통은 너도캠핑에게 건네주어 나름대로 귀신에 대응할 수 있게끔 구비를 해주었다.

“이런 건 효과가 없나요?”

너도캠핑이 십자가와 마늘을 꺼내 보이며 물었다.

“음. 아마 없을 것 같아요.”

현수가 멋쩍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다들 준비되셨으면 방송 시작할게요.”

세정이 말하자 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요!”

너도캠핑의 매니저인 효진도 카메라를 들고 OK사인을 보냈다.

“자. 큐!”

세정이 방송시작 버튼을 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시청자들이 물밀듯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오늘은 그제 커뮤 탭에 공지해 드린 대로 하날하날님, 그리고 너도캠핑님과 함께 현장 촬영에 나왔습니다.”

현수가 높은 텐션으로 말했다.

- 오오오오오 진짜네.

- 저기 어디지??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ㅎㅇㅎㅇ

- 안녕하세요~~~~

- 하날하날하고 사귄다.

- 어예 방송 시작

채 몇 초 되지도 않아 1000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접속을 했다.

현아와 효진 역시 방송을 시작하며 각 채널에서 동시에 생중계가 되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현수의 채널 시청자가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이런 방송이 현수에게는 나름대로 큰 이득이었다.

비록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지는 않았지만 하날하날과 너도캠핑의 영상을 보는 사람들의 알고리즘에 현수 영상이 잡힐 확률이 늘어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건 그 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런 합방이 상호간에 시너지 효과로 귀결이 될 수 있음은 분명했다.

“자. 이곳은 제가 지난 수요일에 다뤘던 ‘수요일의 괴담’, 그리고 하날하날님께서 예전에 다루셨던 그 K호텔에 왔습니다. 오늘 이곳에 귀신이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수의 말에 옆에 있던 하날하날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이곳에는 관리인 분이 계시고요. 저희는 관리인 분 허락을 맡고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께서는 임의로 오셔서 막 촬영하시면 안 되는 장소임을 미리 고지 드립니다.”

현수가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말했다.

“자, 그러면 시작해보겠습니다.”

현수는 호텔 입구를 가리키며 카메라에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호텔 회전문은 수동으로 작동이 되는 구조였다.

현수가 슬쩍 밀자 굉장히 뻑뻑하게 움직였다.

“다른 문은 잠겨 있어요.”

그 사이 하날하날과 너도캠핑이 옆에 있는 유리문을 밀어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꾸우우우웅-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회전문이 돌아갔다.

그렇게 일행은 호텔 로비로 들어올 수 있었다.

바닥을 뚫고 올라온 잡초와 깨진 내벽 타일들은 마치 아포칼립스를 맞은 빌딩 같았다.

프런트에는 멈춘 시계들이 여러 개 걸려 있었고, 시계 밑에 각 나라의 수도 이름이 적혀 있었다.

외국인 투숙객들을 위한 시차 안내인 모양이었다.

“후. 먼지.”

하날하날이 손전등으로 주변을 비추며 말했다.

이들이 들어오자 부유하는 먼지들이 떠다니는 것이 한 눈에 보인 것이었다.

“탐지기를 켜보겠습니다.”

현수가 EMF 탐지기를 꺼내 프런트와 소파 쪽을 쭉 걸으며 안테나를 대보았다.

그러자 2개에서 3개의 불이 깜빡였다.

그 모습을 본 하날하날도 심령카메라 앱으로 주변을 촬영했다.

“아직까지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 같아요.”

그녀는 심령카메라 화면과 생방송 카메라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네. 지금 이 로비에는 뭐가 보이진 않네요.”

귀신을 보는 현수 역시 로비에서 뭔가 특별한 것을 포착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현수와 하날하날은 로비 곳곳을 다니고 있었고, 너도캠핑은 자신의 매니저와 함께 프런트 안으로 들어가 서랍을 뒤져보았다.

“여기 신문 스크랩이 있네요?”

너도캠핑은 서랍 안에서 오린 신문 기사들을 꺼내며 말했다.

“이 호텔에서 발생했던 사고들에 대한 기사들을 따로 정리하고 있었나 봐요.”

그녀는 매니저와 함께 기사들을 쭉 보았다.

그 사이 매니저의 카메라는 너도캠핑의 옆모습과 기사를 번갈아 촬영했다.

그때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캡틴님. 잠깐 와서 이것 좀 보실래요?”

너도캠핑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불렀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프런트로 다가갔고, 하날하날은 심령카메라 앱으로 기둥과 화분, 그림이 그려진 액자와 조각상을 보았다.

“무슨 일이에요?”

현수는 수시로 하날하날이 안전한지 확인하며 물었다.

“이건 인터넷에서도 못 찾았던 건데요. 지금 이 사건과 이 사건. 그리고 20대 여대생 실종 사건까지, 모두 908호에서 발생을 했어요.”

너도캠핑이 기사들을 건네주며 말했다.

“뭐라고요?”

현수가 놀라며 기사들을 확인해 보았다.

투숙객이 자살한 사건.

그리고 연예인이 약물과다로 사망한 사건.

마지막으로 여대생이 실종되었을 당시 묵었던 객실.

모두 908호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 소름.

- 헐? 진짜?

- 그런데도 계속 손님 받은 거??????

- 안 받을 수야 없지 않을까. 운영하는 입장에서.

- 굿이라도 하든가.

- 딴 데는 한 번도 안 일어나는 사건이 세 번이나 일어난 건 저기 뭐가 있다는 거지.

기사에는 호수가 정확히 기재되어 있지 않았지만 사진 옆에 펜으로 908호라고 적혀 있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현수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를 보았다.

- 908호로 가봅시다.

- 목적지 정해졌넼ㅋㅋㅋㅋㅋㅋ

- 물탱크도 가야 하는 거 아님????

- 물탱크는 왜????

- 1000원 파워챗

- 물탱크에서 시신 발견 됐자늠.

- Aㅏ

세정은 놀란 현수의 표정과 기사를 번갈아 촬영했다.

그 사이, 하날하날은 호텔 벽면에 부착된 액자로 다가가고 있었다.

액자에는 고풍스러운 유럽 성의 모자이크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림이 굉장히 고급스럽네요.”

하날하날이 심령카메라 화면으로 액자를 보았다.

그때 액자 위로 하얀 형체가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어머.”

깜짝 놀란 하날하날이 맨 눈으로 액자를 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평범한 액자일 뿐이었다.

다시 심령카메라로 보면 하얀 형체가 물결처럼 어른거리는 것이 다시 보였다.

“캡틴님 말씀으로는 이 하얀 게 영혼이라고 했거든요? 귀신이라고.”

하날하날은 심령카메라 앱을 레이니 앱으로 바꿔 실행시킨 뒤 천천히 액자 쪽으로 비췄다.

* * *

“908호에 대한 정보가 따로 없나요?”

너도캠핑이 물었다.

현수는 다른 쪽 서랍을 뒤져보며 각 객실들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그때 설비 시설 관련한 일지를 발견했다.

각 호수별로 수리가 진행되었던 이력들이 남아 있었다.

“거기 보면 뭐가 나올까요?”

너도캠핑이 물었다.

“만약 사망사고가 있었으면 호텔 측에서도 뭔가 시설 정비를 하지 않았을까요? 사람이 죽었던 방의 가구나 침대, 이불을 그대로 쓰진 않았을 것 같아서요.”

현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일지를 빠르게 뒤적거렸다.

- 상상하니까 진짜 싫다.

- 숙박업소 중에 저런 데 많다고 들음. 사람 죽었는데 그냥 그 가구 그대로 쓰는.

- 아 극혐.ㅠㅠㅠㅠㅠㅠ

- 모르는 게 약임.

- 아는 게 힘일 수도.

- 근데 모텔 같은 데엔 방 선택도 안 되잖아.

채팅이 빠르게 올라오는 그 순간, 날카로운 비명이 로비를 가득 메웠다.

“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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