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58화 (58/227)

제58화

#구희용 호텔 (4)

구우우우우 오우오오오오

고스트사운드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현수를 제외한 일행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 무슨 소리에요??

- 고스트사운드라고 귀신 소리 탐지하는 거예요. 긍정에는 우우 거리고 부정에는 아아 거린대요. 근데 저건 첨듣넹.

- ㅋㅋㅋㅋㅋㅋㅋ나도 저렇게 대답해야겠다.

채팅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귀신의 음성을 똑똑히 들은 현수 입장에선 지금 저 고스트사운드의 소리가 귀신의 소리를 포착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다.

‘하기야. 지금 이 현장에 있는 사람들도 귀신 소리를 못 듣는데.’

현수는 위자보드에 있는 말판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기, 캡틴님. 방금 무슨 말소리 들리지 않았어요?”

그때 세정이 말했다.

그러자 일행들은 세정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무슨 말이 들려요?”

하날하날이 물었다.

“아뇨. 무슨 여자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옅게나마 귀신을 보는 세정은 귀신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었다.

“지금 이 근처에 있어요.”

현수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말했다.

하날하날이 심령카메라를 들려 하자 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위자보드에서 손 떼지 마시고 모른 척하세요. 이 귀신은 우리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해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심각한 현수의 표정에 하날하날은 구형 스마트폰에서 손을 뗐다.

“혹시 이 객실에서 실종된 그 분이신가요? 1997년. 20대 여대생.”

현수가 나지막이 물었다.

그러자 말판이 YES로 이동을 했다.

사아아아아

그때 오른쪽에서 차가운 공기가 새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현수가 고개를 돌리자 너도캠핑과 효진 사이로 한 여인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원피스에 블라우스를 입고 단발머리를 한 젊은 여인.

그녀는 이 방에 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아주 선명하고 똑똑히 보였다.

현수의 눈에는 산 사람들과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다들 위자보드에서 눈 떼지 말아주세요. 다른 곳 보지 마시고.”

현수는 귀신의 눈을 똑바로 본 채로 일행들에게 말했다.

행여나 다른 사람들이 현수의 시선에 의구심을 갖고 두리번거리다 귀신과 눈이 마주치면 일이 복잡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네, 네.”

세정을 포함한 일행 모두 위자보드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때, 세정은 이 방에 자신뿐 아니라 누군가 한 명 더 있다는 걸 눈치 챌 수 있었다.

주변시로 흐릿하게나마 귀신의 존재를 본 것이었다.

“이야기 들을 준비가 됐습니다.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나요?”

현수가 물었다.

“죽이고 싶어.”

귀신이 현수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누구를요?”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

“그 사람이 누군가요?”

현수가 물었다.

쾅!

그 순간 객실 문이 세게 열리더니 아까 입구에서 보았던 노인이 손도끼를 손에 들고 나타났다.

“젊은 친구들. 아직 안 가고 있었나?”

그는 경상도 사투리 억양으로 호탕하게 물었다.

현수는 그의 어깨에서 피어나는 회색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악귀에 쓰인 사람.’

하지만 지금까지 현수가 보았던 것과 달리 눈과 입에서도 회색 연기가 강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악귀에 빙의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오랫동안 악귀가 인간의 몸에 머물며, 악귀와 인간이 ‘일체’가 된 형상이었다.

분명 아까 낮에 보았을 땐 보이지 않던 모습이었다.

‘자신의 기운을 감출 수도 있다는 건가.’

현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저 새끼.”

그때 너도캠핑 뒤에 있던 귀신이 나지막이 말한 후 자취를 감췄다.

“아, 아저씨. 저희는-”

“-됐어. 안 궁금해.”

노인의 얼굴에서는 말로 형용하지 못할 살기가 흐르고 있었다.

심지어 배실배실 웃고 있는 그 표정에선 정신 이상자 같은 면모도 보였다.

“에잇!”

그때 너도캠핑이 힙색에서 팥을 한 줌 쥐어 확 흩뿌렸다.

하지만 되레 노인의 화를 돋울 뿐이었다.

“크하하핫!”

노인이 도끼를 치켜들고 덤벼들었다.

“피해요!”

현수가 벌떡 일어나 몸통 박치기로 노인을 강하게 쳤다.

그러자 노인은 뒤로 밀려나 부딪치며 한 쪽 벽에 놓여 있던 TV와 화장대 집기들을 깨트렸다.

와장창! 콰당-

“나가! 나가요!”

현수가 소리쳤다.

그러자 일행들은 허겁지겁 객실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이 건물은 다 잠가놨어! 너희들은 오늘 여기를 못 나가!”

노인이 깨진 TV와 화장품들 사이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현수는 객실 문밖에서 그런 노인을 보았고, 세정은 현수의 등 뒤에서 노인을 촬영하고 있었다.

- 오오오 이번엔 귀신이 아니라 사이코 살인마인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신선하다

- 라미로브 들어가더니 조금 더 영화 같아지신 듯???ㅋㅋㅋㅋ

- 사이코 살인마도 꿀잼각인데?

- 백퍼 배우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게 실제상황이라는 걸 전혀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크아아악!”

노인이 다시 문으로 향해 달려들었다.

현수는 객실 문을 세게 닫아버렸다.

콰직-

안에서 노인이 도끼로 문을 찍었는지 요란한 소리가 났다.

현수와 세정은 뒷걸음질 치다 일행들이 도망친 비상계단을 향해 달려갔다.

콰직 콰직 콰직

닫힌 908호 문에서는 도끼로 연신 문 찍는 소리가 들렸다.

현수와 세정은 온 힘을 다해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그때, 비상계단 쪽에서 다시 나오는 하날하날과 너도캠핑, 그리고 현아와 효진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왜 다시 오셨어요?”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막혔어요.”

하날하날이 대답했다.

그녀의 표정은 잔뜩 겁에 질려 있는 상태였다.

세정과 현아의 카메라는 그런 하날하날의 표정을 생동감 있게 담아내고 있었다.

전혀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상황일 뿐이었다.

“경찰. 경찰에 신고해야죠.”

너도캠핑이 말했다.

“네.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상황은 귀신이 아닌 미친 사람의 광기로 시작이 되고 있었다.

지금에야 말로 경찰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현수는 대답을 한 뒤 비상계단으로 나가 보았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쪽에 책상과 의자들이 쌓여 있었다.

치우려면 충분히 치울 수 있었지만 여기서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콰아아앙-

908호 객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비상계단의 집기들을 치우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일단 숨죠!”

현수가 말했다.

하지만 다른 객실 문들은 잠겨 있는 상황.

너도캠핑이 마스터키를 꺼내 902호 문을 열었다.

그러자 하날하날과 두 스태프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모퉁이로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수까지 902호로 들어갔다가는 완전히 갇힐 판이었다.

“제가 유인할게요!”

현수가 902호 안에 있는 일행들에게 입모양으로 말한 후 일부러 소리를 내며 복도를 뛰었다.

“거기 서라!”

그러자 노인이 도끼를 번쩍 들고 현수를 향해 쫓아왔다.

다다다다다

현수는 노인의 발자국 소리를 확인하며 10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902호에 숨은 하날하날과 너도캠핑은 바로 구석에서 이불을 뒤집어 쓴 뒤 현수의 생방송을 확인해 보았다.

현재 10층 비상계단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 재밌당ㅋㅋㅋ

- 우리나라 영화가 망하는 이유인갘ㅋㅋㅋㅋ 이런 게 더 재미있으니.

- 진짜 영화로 만들어졌음 좋겠다.

- 영화관에서 이거 보면 엄청 어지러울 듯?

- 스릴 쩐닼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지금까지 봤던 콘텐츠 중 가장 스릴 있다는 평가를 내려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귀신에게 쫓기는 것과 미친 살인마에게 쫓기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었다.

“경찰, 경찰에 신고해요.”

너도캠핑이 방송을 보며 하날하날에게 말했다.

하날하날은 바로 핸드폰을 들어 112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기 부산 구희용 호텔인데요. 지금 여기 미친 사이코 살인마가 있거든요?”

[구희용 호텔이요? 잠시만요~ 부산 자상구 해진동에 있는 구희용 호텔 말씀이신가요?]

“네. 지금 빨리-”

[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112 경찰의 사무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 * *

철컥

현수와 세정은 10층 구석에 있는 청소도구실에 숨어들었다.

이곳에는 객실의 빨랫감을 모으는 수레와 수건, 세제 등이 쌓여 있는 작은 창고였다.

현수는 손전등 불빛을 최소로 낮춘 채 세정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쿵- 가라랑 가라라랑-

닫혀 있는 방 밖에서 금속 소리가 들렸다.

도끼로 벽을 슥 긁으면서 걸어 다니는 노인의 소리였다.

그 소리는 더욱 소름끼치고 무섭게 들렸다.

“흐으응- 흥흥~”

심지어 노인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현수는 세정과 카메라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후 주변을 비춰보았다.

쓸 만한 물건이 있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대걸레와 손걸레.

락스.

직원들이 잠시 쉬는데 썼던 것 같은 의자와 책상.

그때, 책상 위에 탁상용 액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현수는 손전등으로 책상을 비추며 다가가 액자를 보았다.

이곳 직원들이 함께 호텔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은 것이었다.

“여기, 이 사람. 우리 입구에서 봤던 그 할아버지 아니에요?”

세정이 카메라로 액자 속에 있는 한 경비복의 중년 남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여기 관리인 할아버지. 지금 우리를 쫓고 있는.”

현수는 혼잣말을 하며 책상에 붙어 있는 직원 연락망을 확인해 보았다.

통합 관리실 : 허태훈 (내선 8981)

아래 노인이 나왔던 관리실 연락처였다.

지금 도끼를 들고 설치고 있는 살인마의 이름이었다.

경찰은 부산의 모 호텔 물탱크에서 사망한 20대 여성의 피의자를 남자친구인 안 모 씨와 호텔 관리인 허 모 씨로 특정하고 경찰에 소환,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두 피의자에게 혐의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부산 모 호텔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생활고로 인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지었습니다.

순간 현수는 구희용 호텔에 대한 기사와 자료들을 수집할 때 스치듯 보았던 기사들의 내용이 떠올랐다.

“호텔 관리인 허 모 씨.”

현수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로 고개를 돌렸다.

- 저 관리인이 범인이었네.

- 자기가 사람 죽인 곳에 남아서 계속 거기 지키고 있는 거????

- 개소름이다 진짜.

- 주변에 저런 사람이 또 있을 거 아니야.

시청자들의 후원과 멤버십 가입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황파악이 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채팅들도 연이어 올라왔다.

“그 사람이 범인이었던 거네요.”

세정도 상황을 파악한 듯 말했다.

콰직

그때 문에서 도끼 소리가 들렸다.

“여기 있네~ 여기 있어. 말소리가 너무 커!”

문 밖에서 노인이 소리쳤다.

현수는 노인에게 대응할 수 있는 무기를 찾으려 주위를 빠르게 보았다.

콰직 콰직 콰직

그 사이 도끼질은 더욱 격렬하게 이루어졌다.

현수는 구석에 세워져 있던 대걸레를 들고 싸울 자세를 취했다.

콰아아앙!

이어 청소도구실 문이 열리자마자 노인이 매섭게 덤벼들었다.

현수는 기다렸다는 듯 대걸레로 노인의 복부를 강하게 찍어 밀쳤다.

“으아아압!”

현수가 있는 힘껏 밀치자 노인은 청소도구실 밖 복도까지 밀려났다.

“나가요! 나가!”

현수는 대걸레로 노인의 복부를 강하게 민 채로 소리쳤다.

그러자 세정이 카메라로 현수를 촬영하며 비상계단으로 다시 뛰어 내려갔다.

콰직

노인이 도끼로 대걸레를 부러뜨린 후 현수를 덮치려 했다.

“큭!”

현수가 몸을 숙이며 도끼를 피한 후 비상계단으로 내달렸다.

다다다다다

9층으로 내려오자 세정이 내려가는 계단을 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지금은 8층으로 내려갈 수 없었다.

“902호로!”

현수가 작게 속삭인 후 902호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고는 이불 속에 숨은 다른 일행들 옆 모퉁이에 몸을 기대고 서서 숨을 죽였다.

가라라랑-

이어 도끼소리가 들렸다.

“마스터키를 가진 것 같은데. 어디 숨었으려나?”

짤랑 짤랑-

노인도 열쇠 꾸러미를 가지고 있는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멜로디 섞인 목소리를 흘렸다.

그 순간이었다.

하날하날의 핸드폰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