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33화 (33/227)
  • # 호장리 수영장 (8)

    수아도령tv의 생방송 시청자 1388명.

    캡틴 퇴마의 생방송 시청자 5821명.

    확실히 현수의 채널이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었다.

    더구나 수아도령이 반쯤 미쳐 악령 가득한 건물로 들어간 이후에는, 수아도령tv의 카메라맨과 실장도 촬영을 포기한 듯 앵글과 구도를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결국 수아도령tv를 보던 시청자들도 현수의 채널로 넘어오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태환아. 네가 이 장비 착용해.”

    현수가 몸에 장착된 바디캠과 심령카메라를 태환에게 건넸다.

    “나는 귀신을 볼 수 있으니까 괜찮은데 넌 안 보이잖아. 네가 심령카메라로 주변의 귀신들하고 날 촬영해. 생방송 카메라랑 같이.”

    “아, 네, 넵!”

    “카메라 앵글에 심령카메라 앱 화면이 나오게 세팅해두면 손이 좀 편할 거야.”

    “네.”

    태환이 다급하게 몸에 거치대를 장착하며 대답했다.

    “조명 잘 비추고. 넌 무조건 나만 촬영하는 거야. 알았지?”

    “알겠어요.”

    현수와 태환이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저기, 저희는 어쩌죠?”

    그때 수아도령tv의 카메라맨과 실장이 다가왔다.

    “악령 퇴치고 뭐고 일단 수아도령님은 구해야 할 거 아니에요.”

    현수가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카메라맨과 실장은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보았다.

    “아니, 이런 귀신이나 악령 상대 처음 해봐요?”

    현수가 묻자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저희는 그냥 형이 귀신 있다, 하면 있는구나 하고 촬영했던 거죠. 이런 상황은-”

    “그렇죠. 저희야 뭐, 대표님께서 움직이시는 대로 촬영만 하니까.”

    카메라맨도 한 마디 거들었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태환이 짜증이 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면 수아도령님, 무당은 맞아요? 뭐 영상들 보면 점사 잘 봐주고 하드만.”

    “점사를 보시긴 하는데요. 점사 영상은 보통 다 섭외된 분들이죠. 개인 정보도 있고 하니까.”

    “허.”

    태환이 어이없다는 듯 탄식을 했다.

    - 뭐야. 수아도령tv에 있는 게 다 주작이었음???

    - 어쩐지 점사 영상도 좀 이상하다 했음.

    - 편집영상만 올리더니.

    - 이럴 줄 알았다.

    스태프들의 말을 들은 시청자들이 격분했다.

    이러는 사이에도 수아도령tv의 시청자 수는 계속 하락하고 있었고, 캡틴 퇴마의 시청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겨,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까요?”

    카메라맨이 핸드폰을 들고 물었다.

    “경찰분들은 이 상황을 믿지도 않을뿐더러, 우리 신고를 반기지도 않을 거예요. 일단 우리끼리 해보고 신고를 하죠.”

    현수가 활짝 열린 출입문 앞에 서서 말했다.

    딸랑 딸랑 딸랑-

    캄캄한 복도에서는 을씨년스러운 방울소리가 계속해서 들리고 있었다.

    “어, 어쩌시려고요.”

    “싸워야죠.”

    현수 역시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이거 참.”

    카메라맨과 실장이 난처한 듯 서로를 보았다.

    “차까지 도망가시든가, 아니면 저희를 쫓아오시든가 둘 중 하나 하셔요.”

    현수가 한 마디 덧붙인 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태환도 손전등과 카메라로 현수를 비춰주며 안으로 들어갔다.

    “에잇!”

    이 모습을 지켜보던 카메라맨과 실장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태환의 뒤를 따랐다.

    이 상황에서 자신들의 대표를 버리고 차까지 뛰어가기에는 무서웠던 것이었다.

    * * *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방울소리가 쉬지 않고 들렸다.

    현수는 방울소리를 따라 천천히 복도를 가로질러 걸었다.

    “이 악취. 지난주에 샤워실에서 맡았던 그 악취에요.”

    현수가 한 걸음씩 나서며 말했다.

    자박 자박-

    바닥에 쌓인 집기와 먼지가 밟히자 더욱 공포스러운 소리가 울렸다.

    “모든 방과 창문에 다 부적이 붙어 있네요.”

    태환이 객실 문을 비추며 말했다.

    카메라맨과 실장도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핸드폰 손전등을 켜고 이곳저곳을 비췄다.

    확실히 인원이 많아지니 그만큼 빛도 많아져 방송 화질이 좋아졌다.

    - 와 저기 미쳤다.

    - 부적 덕지덕지 붙은 거 개소름이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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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심하세요.

    - 뭔가 징그러워.

    - 저기 대체 뭐임????

    - 부적이 저렇게 붙은 건 옛날에 퇴마를 했던 곳인 거 아님??

    현수는 수시로 채팅창을 확인하며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그때, 열려 있는 방문을 하나 발견했다.

    “103호 문이 열려 있네요. 방울소리가 저기서 나는 거 같진 않은데, 한 번 들러볼게요.”

    현수가 나지막이 멘트를 하며 태환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태환이 손전등을 앞세워 현수의 뒤에 섰다.

    끼익-

    현수가 문을 열자 부적이 덕지덕지 붙은 방이 나타났다.

    방 가운데에는 이불과 공용 슬리퍼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고, 책상 위에는 아기들이 가지고 놀 법한 인형이 놓여 있었다.

    “저 인형에서 뭔가 이상한 게 느껴져요.”

    현수의 말에 태환이 심령카메라 화면을 확대해 보여주었다.

    인형에서는 회색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나오고 있었다.

    악령이 깃들어 있거나, 악령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었다.

    현수는 천천히 인형이 있는 책상 쪽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 순간이었다.

    으에에에에엥- 으에에에엥-

    인형의 입 속에 있는 스피커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건전지를 넣고 버튼을 누르면 우는 소리가 나오는 시스템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저렇게 먼지 쌓여 방치된 인형에서 울음소리가 나오는 것은 기현상이 분명했다.

    “으어어!”

    카메라맨과 실장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두려움에 떨었다.

    잘가닥-

    동시에 방금 들어온 방문 앞에서 소리가 들렸다.

    현수와 태환이 뒤로 돌자 화장실에서 봤던 바로 그 악귀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혀, 형님?”

    태환이 심령카메라를 확인하며 불렀다.

    그 순간이었다.

    악귀가 방으로 뛰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현수의 눈에는 또렷이, 심령카메라에는 회색 형체로 확인이 된 것이었다.

    철컥- 팡!

    현수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며 솔트샷건을 발사했다.

    촤아아아악-

    소금이 앞으로 흩뿌려지며 달려오던 악귀가 뒤로 날아갔다.

    그 장면은, 심령카메라 속에서는 회색 형체가 연기가 되어 사라지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 오우!!!!!!!

    - 설마 설마 했는데 저게 효과가 있네??????

    - 하기야 소금이 귀신을 쫓는 거면 저걸로도 효과가 있긴 하겠지???

    - 신박하다 ㅈ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트샷건이 악귀를 쫓아내는데 나름의 효과가 있었다.

    현수는 눈앞에 사라진 악귀를 찾으려 두리번거리다 다시 방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딸랑 딸랑-

    여전히 어디선가 방울소리는 들리고 있었다.

    “이 인형, 확인해볼게요.”

    현수가 다가가 인형을 들어보았다.

    역시나 건전지가 모두 제거되어 있었다.

    - 건전지가 빠져 있는데 어떻게 소리를 낸 거임?????????

    - 사탄의 인형인가????

    - 저게 어케 가능하지???

    - 이런데도 이게 연출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나.

    - 수아도령tv에서 왔습니다. 여기가 더 꿀잼이네요.

    - 수아도령tv 생방송 폭발 직전임.ㅋㅋㅋㅋㅋ

    수아도령tv의 카메라맨이 아직 카메라를 들고는 있었지만 본인이 뭘 촬영하고 있는지, 어디를 촬영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딸랑- 딸랑- 딸랑-

    방울소리가 점점 커지자 현수는 나가자는 수신호를 보냈다.

    “저 인형. 대체 뭐지?”

    실장이 기분 나쁜 표정으로 책상의 인형을 바라보았다.

    “갑시다, 가.”

    카메라맨이 실장의 등을 떠밀며 현수를 따라 나갔다.

    그 사이, 인형의 눈동자가 천천히 돌아가 나가는 일행의 뒷모습을 빤히 보았다.

    화장실은 각 객실에 포함되어 있었고, 복도에는 레크레이션을 할 수 있는 작은 강당과 관리실 팻말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 캡처님들께서 어떻게 상황 이해를 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는데요. 심령카메라로는 악귀의 모습이 또렷하게 촬영이 되지 않아 모르시겠지만 지난주에 화장실에서 봤던 악귀와 이곳에서 보고 있는 악귀들, 모두 똑같이 생겼어요.”

    현수는 채팅을 보면서 멘트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 어떻게 생겼는데요???

    - 묘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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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겼어요???

    - 도래진 초등학교에서의 악귀는 사진으로 봤는데.

    “머리 길이는 막 길지 않은데요. 생머리에 일자 앞머리. 사백안 눈. 새하얀 피부. 가끔 사백안 눈에 피가 들어차서 피눈물을 흘리기도 하고요.”

    현수가 설명을 해주었다.

    - 와 상상했다.

    - 사백안이 뭔지 검색해봄. 개무서운 눈이네.

    - 사백안이 연쇄살인범의 눈이래요.

    - 고글에서 사백안 검색해보셈. 이미지 검색해보면 쌉소름.

    “그렇게 악귀들 외모가 다 똑같은 경우는 뭐가 있지?”

    현수가 묻자 태환이 대답했다.

    “간단하게 셋 중 하나 아닐까요? 다 다른 귀신인데 우리가 똑같은 외모로 보든가, 아니면 다 다른 귀신인데 외모를 똑같이 바꿨거나, 그것도 아니면 귀신 하나가 분신술을 쓰는 거던가.”

    “어떤 거든 상대하기 귀찮은 건 맞는 사실이네.”

    대화를 나누는 사이 현수와 일행들이 강당 앞에 도착했다.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문이 굳게 닫힌 강당 안에서 방울소리가 격렬하게 들려왔다.

    “이 안에 수아도령님이 계신 것 같은데요.”

    현수가 묻자 실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데 문에 부적이…….”

    커다란 강당 문에는 부적이 아직도 붙어 있었다.

    만약 이 문을 열었다면 부적이 찢겨 있어야 할 터였다.

    딸랑딸랑딸랑

    그러는 사이 방울소리는 점점 더 빠르게 울렸다.

    “분명 이 안에서 울리고 있어요.”

    태환이 강당 문에 귀를 대고 말했다.

    모두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서로를 보다 비장하게 문 앞에 섰다.

    “퇴마고 나발이고 대표님 구하면 도망치고 싶은데, 악령에 쓰인 상태면 어떻게 데리고 가죠?”

    카메라맨이 바닥에 떨어져 있던 각목을 하나 집어 들고 물었다.

    “예전에 태환이한테도 악귀가 쓰였었는데 팥에 효과가 있었어요. 어떻게든 쫓아낼 수 있을 겁니다.”

    현수가 고개를 끄덕인 후 강당 문을 발로 확 밀어찼다.

    콰아앙-

    육중한 강당 문이 양옆으로 열리자 우렁찬 소리가 강당 안에 메아리쳤다.

    뚝-

    동시에 방울소리도 멈추었다.

    현수와 태환이 앞장서서 강당 가운데로 걸어갔다.

    - 불 꺼진 강당 무서워

    - 생각해보면 저런 시설들은 진짜 무서운 거 같음.

    - 군대 안보교육장 같은 느낌이네.

    앞에 작은 단상이 있고 앞에 나무 장판으로 펼쳐져 있는 공간.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고, 강당 구석에는 테이블과 접이식 의자들이 마구 버려져 있었다.

    따로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은 없어보였다.

    “어! 저기!”

    태환이 놀라 강당 가운데를 비췄다.

    “헐, X발.”

    카메라맨과 실장이 놀라 중얼거렸다.

    강당 가운데에는 수아도령이 들고 있던 방울이 덩그러니 놓여 있던 것이었다.

    분명 이 강당에 들어올 수 있는 출입문은 방금 들어온 출입문 하나였다.

    “저게 왜 여기 있는 거죠?”

    실장이 방울로 천천히 다가가 들어보았다.

    분명 수아도령이 쓰던 물건이었다.

    “끼히히히히힛- 꺄하하하핫-”

    그 순간, 강당 어디선가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동시에 실장이 들고 있는 방울도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 웃음소리!!!!!

    - 오늘 밤도 잠 다잤다. 젠장.

    시청자들도 이 웃음소리를 정확하게 듣는 것을 보니 귀신이 내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이 강당에 수아도령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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