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 호장리 수영장 (9)
수아도령tv의 생방송 중지.
캡틴 퇴마 채널 생방송 시청자 8499명.
카메라맨은 자신이 촬영 중이던 카메라가 꺼진 줄도 모른 채 주변 상황을 살피기에 급급했다.
그러자 수아도령tv에서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이 대거 캡틴 퇴마 채널의 생방송으로 넘어왔고, 갑자기 시청자 수가 늘자 더 다양한 알고리즘에 잡히기 시작한 것이었다.
9000명.
10000명.
숫자는 굉장히 빠르게 올라갔다.
그만큼 채팅창도 폭발할 듯이 빠르게 올라갔다.
- 어디야
- 여기 채널 장난 아님
- 내가 지금까지 겪은 공포 채널 중 여기가 탑임.
- 10000원 파워챗
- 아자아자 파이팅!
- 떡상 가즈아!!!!
- 시청자 수 내가 본 중 제일 높다!!!!
- 게임방송하던 하꼬 스트리머였던 게 엊그제 같은데. 내가 다 뿌듯하구먼.
하지만 정작 현수와 태환은 채팅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꺄하하하하하핫! 끼히히히힛”
강당을 가득 채운 웃음소리는 등골을 더욱 오싹하게 했다.
현수와 태환, 실장, 카메라맨은 자세를 살짝 낮춘 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메아리치는 수아도령의 웃음소리 말고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쿵!
그때 이들 사이로 둥그런 무언가 떨어졌다.
손전등이 그곳으로 집중되자, 잘린 사람의 머리가 보였다.
“으아아악!”
카메라맨과 실장이 소리를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현수 역시 숨이 멎을 것처럼 놀라기는 했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번쩍-
그 사람의 머리는 내내 보고 있는 악귀의 머리였다.
심령카메라로는 선명한 회색 덩어리로 보이고 있었다.
- 대체 뭐예요????
- 뭔데 저렇게 기겁들을?????
- 1000원 파워챗
- 하얀색은 귀신, 회색은 악귀.
- 악귀에요.
- 악귀의 영혼은 회색으로 나와요.
현수는 바로 솔트샷건으로 머리를 쏘았다.
그러자 머리는 가루가 되어 공중으로 흩날렸다.
사아아아아
현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쓰러진 카메라맨과 실장을 보았다.
“방금 떨어진 머리가 눈에 보였어요?”
“네, 네!”
카메라맨과 실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일반인’의 눈으로도 형체를 볼 수 있는 악귀라는 의미였다.
그렇다는 건, 악귀의 힘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태환아, 너도?”
“네, 네! 저도 봤어요.”
태환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청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그 형상을 또렷이 본 것이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일반인들까지 또렷이 볼 수 있는 악귀는 처음 겪어보는 현수였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거지?”
현수가 강당의 높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머리가 떨어진 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신기가 있는 사람, 혹은 기가 약한 사람이 귀신을 볼 수 있다지만 무조건 그런 건 또 아니에요. 귀신의 원한이 너무 강력하거나 아니면 정말 살기가 등등한 악귀거나 할 때에도 누구한테나 보일 수 있죠.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서 그렇지.”
“그럼 공포영화에서 보이는 그런 귀신들의 사례가-”
“아예 없다고는 볼 수 없는 거죠.”
태환도 고출력 손전등으로 비추며 대답했다.
“바, 방금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카메라맨과 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쳐 물었다.
“이곳에 강력한 악귀가 있어요.”
현수가 대답하며 바닥을 보았다.
그러다 문득, 바닥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붉은 페인트로 그린 듯한 선이었다.
“태환아. 바닥 비춰봐.”
현수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러자 태환이 바닥에 있는 붉은 페인트 선을 따라 쭉 손전등을 비춰보았다.
“뭐, 뭡니까, 이게?”
실장이 놀라 미간을 찌푸렸다.
노란색 나무로 된 바닥 위로 두껍고 붉은 한자가 부적처럼 쓰여 있었다.
이 강당의 바닥이 커다란 부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었다.
“이 부적. 무슨 의미야?”
현수가 태환을 보며 물었다.
“어어. 저도 잘 모르겠-”
태환이 대답하다 현수를 보았다.
순간 태환은 현수에게 손전등과 심령카메라, 생방송 카메라를 비춘 채 얼어붙고 말았다.
“어? 왜 그래?”
오싹함을 느낀 현수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현수의 뒤에 서 있던 카메라맨과 실장의 뒤로 수아도령이 나타나 있던 것이다.
- 와 개 씹소름
- 헐!!!! 수아도령
- 얼굴 왜 저럼???
- 얼굴이 이상해 보임.
확실히 수아도령의 얼굴은 얼굴에 밀가루라도 바른 것처럼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꺄하하하하핫!”
순간 날카로운 웃음소리와 함께 수아도령의 카메라맨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콰당-
그러고는 어디로 끌고 가는 듯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으어어어!”
카메라맨이 소리를 질렀다.
“저기요! 저기요!”
현수와 태환, 실장이 각자 든 손전등을 들고 여기저기 비추며 쫓아갔지만 카메라맨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헉. 헉. 헉.”
현수와 태환, 실장은 강당 구석에서 숨을 몰아쉬며 계속 주변을 비춰보았다.
웃음소리도, 카메라맨이 끌려가는 소리도 완벽히 사라져 있었다.
“어디, 어디로 간 거죠? 당장 찾아야죠!”
실장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럴 때 무턱대고 쫓아가면 더 위험할 수 있어요. 차분하게 흔적들을 찾아보죠.”
현수는 도래진 초등학교 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바닥의 그려진 한자를 보았다.
“엄마한테 한 번 물어볼게요.”
태환이 바닥에 그려진 한자 사진을 찍어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태환 군 어머님께서 신내림을 받으셨다고 하거든요. 이곳 바닥에 쓰인 한자가 뭔지 알아보는 동안 수아도령 님하고 사라진 카메라 스태프 분, 흔적을 찾아볼게요.”
현수가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그때, 실장이 핸드폰을 들었다.
“어? 지금 수아도령tv 생방송 알림이 떴어요.”
실장의 말에 현수와 태환이 그의 옆으로 가 핸드폰 화면을 보았다.
실제로 수아도령tv의 생방송이 다시 켜졌다는 앱 푸시 알림이 도착해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실장은 당황한 듯 바로 생방송으로 들어가 보았다.
1491명
2871명
2610명
3132명
갑작스러운 알람에 시청자들도 호기심이 생겼는지 우르르 들어가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만 명 넘게 올라간 현수 채널의 시청자 수가 급감했다.
수아도령과 카메라맨이 사라진 상황에서, 생방송이 켜졌다니 그들의 위치가 궁금했던 사람들이 대거 접속하는 것이었다.
‘저 사람들. 혹시 시청자 끌라고 연기하나?’
불현듯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현수는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며 실장, 태환과 함께 수아도령tv의 생방송을 확인해 보았다.
[꺄하하하핫! 꺄하하하핫!]
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화면 속에서 수아도령의 웃음이 끊이지 않고 들렸다.
딱- 딱- 딱-
이어 뭔가에 부딪히는 듯한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이게 무슨 소리지?”
현수가 고개를 갸웃하고 물었다.
- 핸드폰을 벽에 치고 있는 소리 같은데????
- 핸드폰을 바닥이나 벽에 찍고 있는 거 같아요.
- 아무것도 안 보임.
- 지금 들어가 봤는데 소리 더 무서움.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현수는 바로 수아도령tv의 채팅을 확인해 보았다.
- 정신 차리세요.
- 뭔가 저기 다 미쳐가는 거 같아.
- 정신차리세요ㅠㅠㅠㅠㅠ
- 무슨 일임????
- 연기하고 있네.
이곳 채팅창 역시 혼란의 도가니탕인 건 분명해 보였다.
“답장 왔어요.”
그때 태환이 자기 핸드폰을 열어보며 말했다.
“엄마 말씀이요- 어어. 이거 귀신 부르는 부적이라는데요? 귀신 부를 때 사용하는 거라 막 특이한 경우 아니면 잘 안 쓰는 부적이래요.”
“귀신을 부르는 부적?”
현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 귀신을 불러놓고 감당이 안 되니까 저길 통째로 봉쇄한 거네.
- 아아아아 이제야 대충 와꾸가 나오는구마이.
- 혹시 이거 다 수아도령이 만든 거 아님??????
- 점사도 주작한다는데 이게 되겠음??
- 혹시 그래서 신이 빡쳐서 점사 안 주나???
- ㅋㅋㅋㅋㅋㅋ그럴 수도 있겠다.
시청자들은 수아도령의 자작극도 의심하는 듯했다.
어쩌면 자작극이 아니라, 정말 그가 악령을 불러들였다가 수습이 안 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추측들을 했다.
“실장님. 지금 저희 채팅에 이거 다 수아도령님께서 만드신 건 아닌지 물어보시는데요?”
“아니에요! 그때 왔던 게 처음이고 이번이 두 번째에요. 정말이에요.”
실장은 말도 안 된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는 있어 보였다.
한참 대화를 하는 사이, 갑자기 수아도령tv 생방송 화면에 정체 모를 입술과 이빨이 나타났다.
어두운 조명 가운데 핸드폰 액정 불빛으로만 어릿하게 보이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음성은 또렷이 들렸다.
[하악- 하악- 하악- 끼히히힛- 무니다고라사니바코요라재리모다리바가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꺄하하하핫]
동시에 또 다른 웃음소리 역시 겹쳐서 들렸다.
현수는 최소한 수아도령과 카메라맨이 함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가봅시다.”
현수와 태환, 실장이 함께 출구로 향했다.
두두두두두두두
그때, 뒤에서 무언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현수와 태환이 뒤를 도는 순간, 실장이 냅다 출입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어엇! 실장님!”
현수와 태환이 뒤를 돌아보았을 때에는 뜀박질 소리도 멈춘 뒤였다.
하지만 소리에 놀란 실장은 출입문을 향해 미친 듯이 내달렸다.
“혼자 가시면 안 돼요!”
현수와 태환이 그를 쫓아 달렸다.
“으아아아악!”
완전히 겁에 질린 실장은 문밖으로 나가자마자 복도를 가로질렀다.
“실장님!”
현수와 태환이 번갈아 소리치며 쫓아갔지만 실장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냅다 달렸다.
다다다다다다-
그 장면은 시청자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 실장 발암.....
- 뭐하는데 혼자.
- 절대 떨이지지 말라는 말 못 들었냐?????
- 꼭 저러다 죽어요.
- 수아도령 쪽은 주인부터 스태프까지 다 비호감이네.
- 극혐.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끄악!”
점점 멀어지다 어둠으로 들어찼을 무렵, ‘콰당’하는 소리와 함께 짧은 비명이 들려왔다.
현수와 태환이 다급하게 손전등으로 앞을 비춰보자 실장이 쓰러진 채, 어딘가로 끌려가는 것이 포착되었다.
“으아아아악!”
바닥에 있는 먼지와 집기들을 모두 헤집으며, 실장은 악귀에게 발이 붙잡힌 채 화장실로 끌려 들어갔다.
쾅!
현수와 태환도 솔트샷건을 앞세워 안으로 들어갔다.
고요-
화장실 안은 무척 조용했다.
현수가 숨을 몰아쉬며 EMF 탐지기를 확인해 보았다.
화장실 전체에서 5개 불빛 모두 감지되었다.
둘은 완전 말라 먼지가 잔뜩 쌓인 화장실 안을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갔다.
뚝- 뚝-
세면대 수도꼭지에서는 걸쭉하고 검은 액체가 한 방울씩 떨어지며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끼익-
현수가 맨 끝부터 칸 문을 열어보았다.
먼지가 쌓여 회색으로 변한 변기들이 보였다.
다음 칸막이 문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칸막이 문을 열어보자, 둘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실장이 검은 액체에 뒤덮인 채 몸을 웅크리고 떨고 있었다.
“으어어어- 으어어어-”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무슨 일을 겪은 것인지,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걸쭉한 액체가 온 몸에 묻어 있었다.
그리고 정신도 반쯤 놓은 것처럼 시선을 고정하지 못했다.
“실장님!”
현수가 심령카메라를 한 번 확인하고는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악귀에 쓰인 상태는 아니라는 확신을 얻기 위해서였다.
“으더더더더더- 으더더더더-”
그는 마치 추운 것처럼 몸을 파르르 떨었다.
“무슨 일을 겪으신 거예요?”
현수가 물었다.
그러자 실장은 몸을 떨며 현수를 한 번 돌아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평범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은 아닌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