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32화 (32/227)

제32화

# 호장리 수영장 (7)

캠핑용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현수와 수아도령.

그리고 그 앞으로 놓인 삼각대와 카메라.

곳곳에 켜진 조명.

확실히 수아도령tv는 현수의 방송 장비보다 한참 좋아보였다.

태환은 카메라 뒤에서 이런 현수를 보며 실시간 채팅창을 확인했다.

수아도령의 실장과 카메라맨 역시 실시간 채팅창을 확인하며 본인들 카메라로 촬영을 시작했다.

“자. 오늘 체험에 앞서서 간단히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우리 캡틴 퇴마 박현수 님께서는 언제부터 귀신을 보셨나요?”

“꽤 어렸을 때부터요. 어렸을 땐 산 사람하고 귀신을 구분하지 못해서 따돌림도 많이 당하고 그랬었죠.”

“그래요?”

“네, 네. 막 허공에다 이야기도 하고 그렇게 보였을 테니까요.”

“혹시 집안에 무속인이 계신가요?”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퇴마 방송을 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요?”

“회사에서 퇴직하고, 취미로 게임 방송을 했는데 어떤 시청자 분께서 귀신 보이면 퇴마 방송을 해보라고 추천해 주시더라고요.”

“영상 보니까 무슨 ‘앱’을 사용하던데요. 그 앱은 어떤 앱이죠?”

수아도령이 물었다.

현수는 순간 대답하지 않고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냥 어쩌다 알게 된 앱입니다.”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에서 다운 받을 수 있나요?”

“아뇨. 그런 앱은 아니고요.”

“흐음. 그렇군요?”

수아도령은 현수의 ‘심령카메라’를 확보하고 싶어 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귀신이 설치해줬다는 말을 해봐야 믿지도 않을뿐더러, 현재로썬 현수의 ‘콘텐츠 무기’인 만큼 공유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 수아도령 채널 화질이 훨씬 좋다.

- 역시 십만따리랑 오만따리랑 장비 차이가 나는구나.

- 솔찌 투자해야지. 캡틴 정도 사이즈 됐으면.

- 그러게 말이야.

- 10000원 파워챗

- 카메라 사는데 보태세요.

- 잡담 그만하고 얼른 들어가자.

현수는 자신의 앞에 놓인 태블릿으로 생방송 채팅을 확인했다.

‘수아도령tv의 화질이 그렇게 더 좋나?’

슬쩍 삼각대에 설치된 수아도령의 카메라를 보았다.

DSLR처럼 생긴 카메라가 태블릿과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이 정말 전문 촬영 장비처럼 보였다.

“수아도령 님께서는 오늘 퇴마를 어떡하실 예정이시죠?”

“저는 귀신이 나타나는 곳에서 천도재를 열 생각입니다. 정식 절차에 따른 재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약식으로 천도재를 열면 귀신들을 성불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수아도령이 대답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럼 천도재에 쓸 장비들을 좀 구경해볼 수 있을까요?”

현수의 말에 수아도령은 자신이 준비한 무속 용품들을 꺼내 소개하기 시작했다.

* * *

저녁 9시.

이제 곧 움직일 시간이 되자 현수와 태환, 수아도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퇴마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방문할 곳은, 다름 아닌 ‘호장리 폐 수영장’입니다. 지난주에 왔던 곳이죠?”

현수의 말에 채팅창이 들끓었다.

- 오!!! 마무리!!!

- 와 이걸 수아도령하고 같이 풀어간다고??????

-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조회 수 제대로 빨리겠다.

- 10000원 파워챗

- 흥미진진합니다.

- 오!!!!!!

- 존잼각이다.

시청자들이 제법 흥분한 모습이었다.

현수와 태환이 솔트샷건을 비롯한 장비를 챙기는 동안 수아도령은 굿에 필요한 냉병기와 기타 물품들을 챙겼다.

그러면서 장난감처럼 생긴 솔트샷건을 보고는 피식 코웃음을 쳤다.

“저쪽에서는 장난감으로 악귀와 싸우려는 모양입니다.”

수아도령이 자기 쪽 카메라에 대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말소리는 고스란히 현수와 태환의 귀에 들려왔다.

태환이 화가 난 듯 무어라 말하려 하자 현수가 손사래를 쳤다.

“됐어. 말하지 마.”

이런 상황에선 수아도령에 대해 그 어떤 비방을 하지 않는 것이 ‘캡틴 퇴마’ 채널의 이미지에 좋을 것이었다.

결국 수아도령이 현수와 합방을 제안한 것은 ‘캡틴 퇴마’ 채널의 구독자를 가져가 보겠다는 심산일 뿐이기 때문이었다.

저렇게 등 뒤에서 헐뜯어봐야 이미지만 더 안 좋아질 것이었다.

“하.”

태환이 화가 나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현수가 마이크를 살짝 멀리하고 작게 속삭여 물었다.

“태환아. 그런데 지금 수아도령 몸에 아기 귀신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게 보이거든? 그거 뭐야?”

“아기 귀신이요? 뭐 포스 있는 귀신 하나가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는 게 아니고 덕지덕지?”

“응. 어깨, 팔, 다리, 허리, 막 이런데 매달려 있듯이 붙어 있어.”

“그거 잡신인 것 같은데. 잡신 붙은 거면 신 받고 초반에나 점사가 되지 조금 지나면 안 될 걸요?”

태환이 장비를 챙기는 수아도령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래?”

현수 역시 그의 뒷모습을 빤히 보았다.

* * *

잠시 뒤, 현수와 태환, 수아도령, 그리고 수아도령tv의 스태프들이 함께 수영장 철창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각자 채널의 스타일대로 방송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었다.

현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수영장과 샤워실, 화장실, 숙소 건물 등을 파노라마처럼 쭉 촬영했다.

그리고 함께 보이는 심령카메라에는 하얀, 혹은 회색 형체의 영혼들이 곳곳에서 담겼다.

현수는 수아도령이 이 귀신들을 파악할 수 있는지 곁눈질로 지켜보았다.

- 흥미로운 상황이네. 딱 보니까 둘이 웃으면서 악수는 했지만 양쪽 다 서로가 주작질 해대고 있다고 생각하고 까내릴 궁리만 하고 있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짝퉁 진검 승부네.

- 어디가 나락으로 갈지 지켜보는 게 꿀잼일 듯.

시청자들도 대충 분위기를 파악한 모양이었다.

“태환아. 다치지 말고. 갑자기 뭐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샷건 쏴버려.”

“네, 네!”

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전에 왔을 때랑 다르게 귀신들의 수가 많아진 모습입니다. 지금 수많은 기운들이 느껴지거든요?”

수아도령은 걸어가면서 수시로 뒤를 돌아 카메라에 대고 말했다.

확실히 쇼맨십 하나는 확실한 타입이었다.

흡사 여행지를 소개해주는 호스트처럼, 진지하면서도 미소 짓는 표정으로 수영장을 가로질렀다.

딸랑- 딸랑-

수아도령의 방울이 요란하게 울렸다.

현수는 별다른 충격이 없음에도 갑자기 울리는 방울을 보았다.

저건 조작이 아니긴 했던 모양이다.

사아아아아-

이어 여자 귀신이 수아도령의 옆에 나타나 방울을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수아도령은 바로 옆에 있는 귀신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계속 제 이야기만 해대고 있었다.

사아아아아아

이어 주변에 있던 귀신들이 수아도령에게 모이는 것이 보였다.

현수는 심령카메라로 수아도령을 촬영하며 말했다.

“어엇. 지금 보시면 귀신들이 수아도령에게 모이고 있는 것이 포착되는데요.”

심령카메라로도 하얀 형체들이 수아도령 주위에 모여드는 것이 고스란히 포착되었다.

“어어?”

한참 멘트를 치던 수아도령이 미간을 찌푸리며 현수를 보았다.

딸랑-

그때 방울이 한 번 더 울렸다.

- 저게 무슨 상황임????

- 정작 수아도령은 아무것도 못 느끼는 모양인데????

- 심령카메라. 심령카메라.

시청자들의 다급한 채팅이 올라왔다.

“수아도령님. 괜찮으세요?”

현수가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수아도령이 다급하게 물었다.

“원래 귀신은 자신을 볼 수 있는 존재에게 관심을 보이는데, 지금 그런 사람에 무당, 방울소리까지 들리니까 이 주변에 있던 온갖 귀신들이 다 모이는 거 같아요!”

현수가 말했다.

그러자 수아도령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전혀요. 지금 영적 기운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수가 많아지진 않고 있어요.”

그가 차분하게 말했지만 표정은 긴장하고 있는 것이 역력했다.

“어어! 어!”

태환도 현수 옆에서 심령카메라 화면을 같이 보다 뒷걸음질 쳤다.

회색 형체가 수아도령을 향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것이 포착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장면은 현수의 카메라를 통해, 생방송으로도 그대로 송출되었다.

“조심해요!”

현수는 달려오는 회색 형체, 악귀의 모습을 정확히 볼 수 있었다.

푸세식 변기에서 봤던 바로 그 악귀였다.

현수가 팔을 뻗으며 외치는 순간, 그 악귀가 수아도령의 몸속에 들어갔다.

화아아아악-

동시에 수아도령은 방울과 부채를 양손에 꽉 쥔 채 고개를 푹 떨어트렸다.

“형?”

“대표님?”

카메라맨과 실장이 수아도령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수아도령tv의 생방송으로도 그대로 송출되었다.

“형? 갑자기 왜 그래?”

실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가갔다.

그 순간이었다.

현수는 수아도령의 몸에서 피어나는 회색 연기를 볼 수 있었다.

도래진 초등학교 때의 태환처럼 빙의가 된 것이었다.

현수와 태환은 부적을 지니고 있으니 빙의되지 않았지만, 정작 무당인 수아도령은 부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차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꺄하하핫!”

순간 수아도령이 고개를 들며 괴상한 웃음소리를 냈다.

입꼬리는 귀에 걸쳐질 듯 길게 당겨졌고, 평범했던 눈은 과하게 치켜떠 사백안으로 변해 있었다.

“대표님!”

“수아도령님!”

현수와 스태프가 동시에 외쳤지만 수아도령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냅다 숙소 건물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꺄하하하하하!”

마치 미친 사람처럼 날카로운 웃음소리를 마구 외치기도 했다.

“혀, 형!”

“대표님! 대표님!”

수아도령tv의 스태프들이 쫓아가며 소리쳤다.

현수의 카메라는 3자 입장에서 이 모든 광경이 그대로 촬영되었다.

- 뭐임???? 뭐임 뭐임???

- 둘이 짠 거 아냐????

- 수아도령 ㅁㅊ거 같은데???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수아도령은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숙소 건물까지 미친 듯이 뛰어갔고, 그 뒤로 스태프와 현수, 태환이 쫓아갔다.

사아아아아아아

수영장 주변에 있던 모든 귀신들이 숙소건물 주변에 모여드는 것이 보였다.

“헉, 헉! 지금 수아도령님한테 악귀가 쓰였어요. 그리고 지금 주변 귀신들이 모여들고 있는데요!”

현수가 심령카메라로 주변을 보여주며 소리쳤다.

어두운 가운데 화면이 급박하게 돌아가니 화질은 순식간에 뭉개지고 있었다.

- 보이지도 않네.

- 아 시끄러워.

- 숨소리랑 덜그럭거리는 소리밖에 안 나.

- 1000원 파워챗

- 화질 좀 어케 해주세요.

하지만 현수와 태환은 채팅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수아도령을 쫓기에 바빴다.

급기야 수아도령은 숙소건물 출입문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부적으로 봉인이 되어 있는 바로 그 건물이었다.

“어어. 우리가 위자보드를 했던 그 문으로 가고 있어요!”

현수가 뜀박질을 멈추며 말했다.

“에헤이. 이거 참.”

태환도 현수 옆에 멈춰 심령카메라를 보았다.

사아아아아-

2층짜리 숙소 건물의 창문마다 회색 귀신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모두 똑같이 생긴, 새하얀 얼굴에 사백안의 눈을 가진 귀신들이었다.

심지어 머리스타일도 칼 같은 단발머리로 모두 동일했다.

얼마나 많은 얼굴이 창문에 보이기 시작하는지, 무척 징그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콰아아아앙-

수아도령이 어깨로 문을 부수고 건물 안에 들어갔다.

그러자 창밖을 보고 있던 모든 귀신들의 고개가 180도로 돌아가더니 안쪽으로 향했다.

“자, 잠깐만요! 따라 들어가지 마세요.”

태환이 쫓아가던 수아도령tv 스태프들을 부르며 말했다.

“저 안에는 악귀가 가득했어요. 지금 따라 들어가시면 위험할 수 있어요.”

현수가 스태프들에게 말했다.

그 사이, 건물 안에서는 방울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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