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30화 (30/227)

제30화

# 호장리 수영장 (5)

자취방에 도착하자마자 간단히 정리를 한 현수는 바로 촬영한 영상들에 대한 간단한 편집 작업에 들어갔고, 태환은 발목에 파스를 붙인 후 그대로 잠들었다.

현수는 태환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정작 본인이 괜찮다고는 하지만 직접 다쳐서 절뚝거리는 것을 보니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도착 후, 새벽 해가 뜰 때까지 영상을 편집한 현수는 영상 업로드 예약을 걸어두고 컴퓨터를 끌 준비를 했다.

“아유. 이제 자야지.”

그렇게 보고 있던 너튜브 페이지를 끄려는 순간, 알고리즘에 새 영상이 업로드 되었다.

수아도령tv의 새 영상이었다.

[긴급! 호장리 수영장 퇴마에 대한 비하인드]

불과 3시간 전에 업로드 된 영상이었다.

현수의 생방송이 진행되며 본인이 저격당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바로 반박영상을 제작한 모양이었다.

현수는 바로 클릭을 해보았다.

[안녕하세요. 수아도령입니다. 최근 보니까 모 스트리머께서 제가 갔던 호장리 폐 수영장에 간 모양이시더라고요. 많은 스트리머 분들이 방문하고 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그 분께서는 꽤 흥미로운 루트로 영상을 촬영하셨더라고요.]

확실히 현수의 영상을 보고 하는 말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쪽에서 하는 이야기를 보면, 제가 퇴마를 하거나 귀신을 감지한 곳이 잘못되었다, 혹은 다르다-는 뉘앙스의 장면들이 등장을 하던데요.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제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수아도령은 현수의 영상을 이용해 자신의 조회 수를 올릴 계산을 하고 있었다.

[첫 번째, 제가 숙소 건물에 가지 않은 이유는 그 영상에서도 나왔다시피 악령이 봉인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에 가지 않은 겁니다. 만약 방송에 그곳이 노출되면 사람들이 찾아갈 수도 있고요. 많이 위험한 곳인데.]

이 말은 수아도령의 말이 맞았다.

그렇게 위험한 악령이 봉인되어 있다면 누구라도 함부로 그 문을 열어선 안 될 것이었다.

[저도 그곳의 영혼들을 분명 감지했지만 굉장히 조심스럽게 촬영을 했었는데요. 아무래도 이번에 방문한 스트리머 분께서는 너무 지나치게 영혼들을 들쑤셔 놓은 것이 아닌지 걱정입니다. 악령들이 다 깨어난 것 같아서요.]

현수는 수아도령의 멘트를 들으며 댓글들을 확인해 보았다.

- 전문 무당이 가서 본 건데 그걸 일개 스트리머가 뭘 안다고 나댐.

- 캡틴퇴마 맞져????

- 캡틴퇴마 선 넘었지. 대놓고 저격하더만.

- 영상 보면 수아도령님하고 똑같은 루트로 가면서 허접한 장비질 해댐.

- 수아도령님이 뭘 몰라서 그렇게 했을까.

댓글들은 하나같이 수아도령의 편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폐 수영장 덕분에 구독자 수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아직 수아도령의 편이 많은 것이었다.

그렇게 영상을 보는 사이, 메일이 도착했다.

수아도령의 메일이었다.

현수는 바로 영상을 멈추고 메일 본문을 확인해 보았다.

- 안녕하세요. 박현수님.

수아도령tv의 수아도령입니다.

호장리 수영장 촬영 영상을 재밌게 보았습니다.

보니까 제 영상을 보시고 그대로 루트를 따라가신 것 같은데요.

제가 귀신이 있다고 한 지점이나 영기가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 저격을 하신 느낌이 강했습니다.

관련해서 제가 반박영상을 올렸습니다만 한 가지 제안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저희가 합방으로 폐 수영장을 다시 방문하는 게 어떨까요?

가볍게 여쭤보는 것이니 보시고 회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현수를 질타하는 내용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굉장히 의외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현수는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괜찮은 아이디어 같은데?’

현수는 악령의 존재를 촬영하는데 성공했고, 수아도령은 악령의 위치가 공개되면 사람들이 방문할 것이라 위험하다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채팅과 댓글로 양측 시청자들이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현수가 무모하다는 의견과 수아도령이 가짜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는 것이었다.

만약 이 상황에서 현수가 수아도령과 합방으로 악령을 퇴치한다면 둘의 이미지가 확실하게 쇄신이 되는 것은 물론, 두 채널의 시청자들이 서로 합쳐지며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또 한 번의 떡상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었다.

현수가 먼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현수는 바로 답장을 써서 보냈다.

- 안녕하세요, 수아도령님.

메일은 잘 확인하였습니다.

합방으로 진행을 하는 것은 좋습니다만, 다시 방문한다면 시청자들은 악령과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것 같습니다.

혹시 악령을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이 별도로 있으신지 여쭙습니다.

연락처 남겨드릴 테니 조금 더 구체적으로 논의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현수 010********

메일을 보내자 금세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캡틴퇴마 박현수 님이시죠?]

“네, 안녕하세요.”

[악령을 퇴치하는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죠.]

“제 영상 보셨을 때 악령들이 거기 확실히 많이 있긴 한 거죠?”

[네, 뭐, 그렇습니다.]

현수는 수아도령의 대답이 왠지 석연치 않다고 느꼈다.

아무래도 현수가 진단했던 대로, 수아도령은 폐 수영장에서 그렇다 할 귀신을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정말 말 그대로 쇼맨십으로 촬영을 한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짐짓 모른 척, 통화를 이어갔다.

“만약 악령들이 해코지를 하거나 하면 어떡하죠?”

[아유. 그런 걱정을 있으시면, 공포 스트리머 하면 안 되죠. 하하핫!]

수아도령이 호탕하게 말했다.

현수는 입을 삐쭉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 주 토요일에 함께 가시는 게 어떨까요? 제 방송 시간이 저녁 9시니까 그때 맞춰서 호장리에서 뵙죠.”

[캡틴 퇴마님 시간에 맞추는 건가요?]

“생방 하시면 시청자 몇 명 쯤 들어오세요?”

[많을 땐 한 천 명 정도요.]

“저는 지난 생방 때 5천 명 정도 됐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 시간에 맞추는 게 시청자들 유입에 좋을 것 같아요.”

[아- 네. 그럽시다.]

수아도령이 곧바로 수긍했다.

“그럼 저희 합방하는 것에 대해서는 방송에 공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방문 일정에 대해선 비공개로 하죠. 시청자들이 찾아올 수 있으니까.”

[네, 네. 그렇게 하십시다.]

현수는 수아도령과의 통화를 마친 후 커뮤니티 탭에 게시 글을 올렸다.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입니다.

오늘 저녁 9시, 호장리 폐 수영장 후기 방송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울러 수아도령tv의 수아도령님과의 합방에 대한 이야기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현수가 글을 올린 후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러고는 스르르 잠에 들었다.

* * *

달각 달각

주방 쪽에서 그릇 부딪치는 소리에 현수가 눈을 떴다.

고개를 돌려보니 태환이 가스레인지 앞에서 뭔가를 만드는 뒷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태환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귀신 역시 보였다.

현수가 귀신을 빤히 보자 귀신도 현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신분을 확인할 수 없는 할머니 귀신이었다.

일전에도 몇 번 방에서 봤던 터라 현수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저기-”

현수가 입모양으로 말하며 부적을 가리켰다.

그러자 귀신이 부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히익-

할머니 귀신은 부적을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벽을 통과해 사라져 버렸다.

“어? 일어나셨어요?”

그때 태환이 돌아보며 물었다.

현수는 손을 들어 보이고는 시계를 확인했다.

저녁 7시를 넘기고 있었다.

“집에 안 가 봐도 돼?”

“아무도 없다니까요.”

태환이 작은 협탁을 펼친 후 냄비를 가져와 올렸다.

얼큰한 김치찌개 향이 확 올라왔다.

“와. 너 요리도 하니?”

“그럼요. 어지간한 한식은 다 만들줄 알아요.”

“대박이네.”

“어릴 때부터 집에 혼자 있어 버릇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죠, 뭐.”

태환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는 현수의 앞에 수저를 놓았다.

“그랬구먼. 아. 아까 아침에 수아도령한테 연락와서 컨택했어.”

“진짜요?”

“응. 너 자는 사이에. 합방하자던데?”

“와. 그 사람도 대인배네요. 자기 저격한 사람하고 같이 합방을.”

“덕분에 마니아들 사이에선 ‘캡틴 퇴마 파’와 ‘수아도령tv 파’로 나뉘어 있는 것 같아. 아마 한동안 더 확실하게 갈라질 거고. 이럴 때 둘이 같이 그 폐 수영장 퇴마를 하러 가면 꽤 이목이 집중되지 않겠어?”

“음. 그도 그렇겠네요. 궁금하긴 하겠다. 상황 아는 사람들은.”

“그래서 다음 주 토요일에 같이 수영장 가기로 했어.”

“아하. 네, 네.”

“얼른 밥 먹고 후기 방송 준비하자.”

현수가 숟가락으로 밥을 뜨며 말했다.

* * *

“안녕하세요! 캡틴 퇴마! 박현수입니다.”

“이태환입니다~”

현수와 태환이 웹캠 앞에서 손을 흔들며 말했다.

- 안녕하세요!

- 올ㅋ 후기 방송이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ㅇ란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수백 명의 시청자가 곧바로 찾아 들어왔다.

“자. 오늘은 호장리 폐 수영장의 후기 방송을 진행할 건데요. 영상 같이 보시죠.”

현수는 바로 바탕화면에 녹화 영상을 돌리며 시청자들과 소통을 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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