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스트리머 퇴마사-29화 (29/227)

제29화

# 호장리 수영장 (4)

쩔뚝 쩔뚝

태환은 아무래도 전처럼 걷지는 못하고 있었다.

현수는 이런 태환을 신경 쓰며 숙소 건물 앞에 섰다.

2층으로 된 숙소 건물 역시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는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이거,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데요.”

태환이 입구를 빤히 보며 말했다.

“어?”

현수가 태환의 옆으로 와 출입문을 보았다.

손전등으로 비춰지는 출입문에는 노란색 종이에 붉은 경면주사 염료로 쓰인 부적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이거, 무슨 부적인지 알겠어?”

현수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그런데 문에 저렇게 붙여놓은 거면 봉인시켜 둔 거 같은데요.”

태환이 부적을 가리키며 말했다.

- 안 들어가는 게 신상에 좋을 것 같은데.

-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 1000원 파워챗

- 어서 들어가 봅시다.

- 저 부적 알 것 같아요. 귀신이 드나들지 못하게 막는 부적인데 출입문에 저렇게 덕지덕지 붙여놓은 건 저 건물 안에 있는 귀신이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거 같아요.

- 진짜 오싹하다. 저렇게 부적들이 붙어 있으니까.

시청자들이 반응하는 사이, 현수는 출입문에 다가가 부적들을 자세히 보았다.

문틈도 꼼꼼히 막으려고 했는지 띠지처럼 부적들로 문을 막아 놓았다.

무턱대고 열었다가는 붙은 부적 중 일부는 찢어질 모양이었다.

그때, 언뜻 보이는 문틈으로 사람의 눈이 보였다.

“헉!”

현수가 뒤로 물러나자 심령카메라로 문틈이 비췄다.

그 화면으로도 회색 형체가 작게 확인이 되었다.

- 악귀다.

- 저 안에 악귀 있네.

- 악귀있네요.

시청자들도 심령카메라를 보고 바로 알아듣는 수준이었다.

“아무래도 이걸 확 여는 건 좀 문제가 있을 것 같아요. 조금 다른 방법을 써보죠.”

현수가 손짓하자 태환이 고개를 갸웃했다.

“고스트사운드 펼쳐. 그리고 위자보드를 해보자.”

현수의 말에 태환의 눈이 커졌다.

지금까지 위자보드는 단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오!!! 위자보드!!!!

- 해외에서는 악귀들하고 위자보드로 소통하더만.

- 갈수록 꿀잼이네.

- 분신사바로는 안 됨??ㅋㅋㅋㅋㅋㅋ

- 귀신이 영어 못하면 어캄???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귀신인데 언어가 문제일까??ㅋㅋㅋㅋㅋ

분신사바보다 조금 더 시각적인 재미가 있으리라고 판단해 고른 아이템이었다.

현수와 태환은 부적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출입문 앞에서 고스트사운드와 위자보드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원래 방 안에서 하는 게 제일 좋다고 하지만 일단 여기서 해보자고.”

캠핑용 간이 테이블을 펼치고 그 위에 나무로 된 위자보드를 놓은 현수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 뭔가 신선해!!!!!

- 영미권에서는 위자보드 하다가 악령의 공격을 받은 사람들 모임이 따로 있을 정도래.

- 언제인가. 어디서는 이거 아예 금지되어 있었다며.

- 진짜?????

- 분신사바랑은 약간 다른 개념이에요. 분신사바는 그냥 귀신을 부르는 거라면 위자보드는 악마나 사탄을 부르는 개념임. 진짜 악령.

- 존잼이다. 분위기 봐라.

테이블 위에 촛불이 놓이고 현수와 태환이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메라는 삼각대를 이용해 현수와 태환, 그리고 위자보드가 모두 보이게 세팅이 되었다.

그 분위기는 무척 음산했다.

부적이 덕지덕지 붙은 문과 악령의 눈이 보이는 문틈.

그리고 그 앞에 켜진 촛불과 위자보드.

현수와 태환은 말판 위에 손을 올려놓고 천천히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우리를 보고 있습니까?”

현수가 물었다.

그러자 촛불이 살짝 흔들리더니 말판이 YES 쪽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 저거 가짜 아님?????

- 저딴 걸 믿는 ㅂㅅ도 있나??????

- 그냥 힘주면 되는 거잖아 저겈ㅋㅋㅋㅋ

- 짜고 치면 뭘 못햌ㅋㅋㅋ

위자보드에 대해서는 조작여론이 더욱 극렬하게 올라왔다.

하지만 현수와 태환은 분명 아무 힘을 주지 않았는데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곳에 오래 있었습니까?”

현수의 질문에 말판은 YES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누군가 당신을 가뒀습니까?”

역시 말판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곳에서 나오고 싶습니까?”

말판이 움직이지 않았다.

“나오면 저승으로 가고 싶습니까?”

이 질문에 말판이 NO로 움직였다.

태환의 눈이 커지며 현수를 보았다.

“이승에서 뭘 하고 싶습니까?”

현수의 질문에 말판이 알파벳을 하나씩 가리켰다.

“E. A. T. 먹는다? 먹고 싶다고?”

태환이 아주 작게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휘이이이잉-

순간 바람이 불며 촛불이 꺼졌다.

- 위자보드 할 때 막 잡담하면 안 돼요.

- 와 이거 무섭다.

- 위자보드 함부로 사서 하면 안 돼요. 악령이 집에 머물 수도 있음.

- 그래서 위자보드 할 땐 아예 새로운 곳으로 가서 하는 게 좋다고 함.

“뭘 먹고 싶습니까?”

현수가 물었다.

그러자 말판이 또 알파벳을 가리켰다.

YOU

단어를 본 현수는 태환과 눈을 마주쳤다.

굉장히 공격적인 악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신은 살인자입니까?”

현수가 침착하게 물었다.

쾅-

그때 건물 안에서 육중한 소리가 들렸다.

현수와 태환이 깜짝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 1000원 파워챗

- 일단 거기서 탈출하시는 게 좋을 듯요.

- 어째 많이 위험해 보입니다???

- 돔황챠

시청자들이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현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채팅을 확인했다.

- 위자보드 끝내기 전에 반드시 귀신 동의를 받아야 해요.

- 굿바이 찍기 전에 악령한테 먼저 물어보셈.

- 그냥 끝내면 악령 붙을 수도 있어요.

채팅에서 시청자들이 몇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현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제 위자보드를 끝내도 되겠습니까?”

현수가 물었다.

그러자 말판이 NO를 가리켰다.

“형님. 어차피 부적 때문에 못 나올 거예요. 철수하죠.”

태환이 출입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 같긴 하다.”

현수가 문틈으로 보이는 악령의 눈을 보았다.

눈이 점점 붉게 변하더니 이내 문틈으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악령하고 싸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다시 오든가 아니면 여기는 포기하든가, 둘 중 하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현수가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끄그그그그그극-

그때 고스트사운드에서 기괴한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건물 안에서 또 한 번의 육중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빨리 챙기자.”

현수와 태환이 다급하게 짐을 챙겼다.

쿠구구구구궁-

샤워실과 화장실 쪽에서도 이상한 소리가 마구 들려왔다.

현수와 태환은 허겁지겁 짐을 챙겼다.

사아아아아아아

고스트사운드의 전원을 껐음에도 스피커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 되어 버리고 있었다.

- 심령카메라!! 탐지기!!! 한 번 보여주세요

- 지금 다 미쳤다.

- 도망쳐 도망쳐

- 돔황챠 돔황챠ㅋㅋㅋㅋㅋㅋ

- 난리네 난리

현수가 심령카메라로 주변을 비춰보았다.

그러자 회색 형체와 하얀 형체가 사방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뿐만아니라 EMF 탐지기 역시 어디를 가리키든 5개 불빛 모두 풀로 채워졌다.

“나가자. 빨리 나가자.”

현수와 태환이 허겁지겁 출구 쪽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발목을 다친 태환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계속 절뚝거렸다.

- 미쳤다.

- 퇴마고 뭐고 이러다 저 둘 변사체로 발견되겠음.

- 다 주작이라니까 그러네.

- 1000원 파워챗

- 귀신 쳐다보지 말고 계속 달리세요.

현수와 태환이 다급하게 움직일수록, 송출 중인 생방송 화면 역시 격렬하게 흔들렸다.

차가운 한기가 목덜미와 귓불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땀은 비 오 듯 쏟아졌다.

철컹

현수와 태환이 철창 출입문을 짚고 돌아 나갔다.

계속 무언가 쫓아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현수가 수시로 돌아보았지만 정작 쫓아오는 귀신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오싹한 한기가 계속 감도는 것이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차로 돌아온 둘은 바로 가속페달을 밟고 호장리 밖으로 빠져나갔다.

끼이이이익

마을을 나가자마자 현수가 브레이크를 밟은 뒤 한숨을 푹 내쉬었다.

태환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사이드미러로 뒤를 확인했다.

어두컴컴한 시골 도로에는 헤드라이트 불빛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와. 진짜 미쳤네요.”

태환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직도 방송은 켜져 있는 상태였다.

현수가 숨을 헐떡이며 채팅창을 확인하자 멤버십 가입과 파워챗 후원이 엄청나게 많이 쌓여 있었다.

“헉. 헉. 일단 지금 호장리를 빠져 나왔고요. 그곳에 보통 악령이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여러분. 정말 행여나 거기 가지 마세요. 정말요.”

현수는 수아도령을 비롯한 스트리머들이 그곳에 방문했었던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들은 이 정도까지 격렬하게 촬영을 하지는 않았었다.

그렇다는 건 둘 중 하나.

악령들이 그들에게는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아무래도 제가 귀신을 보고 그들하고 소통을 할 수 있으니까, 놈들이 더 격렬하게 날뛴 것 같아요.”

현수는 채팅창을 보며 말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웃기고 앉았넼ㅋㅋㅋ

- 귀신은 자길 보는 사람에게 더 반응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 진짜???? 헐.

- 캡틴님 진짜 귀신 보시는 거 맞는 것 같음.

- 보통 저런 심령 앱은 믿을 게 안 되는데 이상하게 현수님이 가리키는 곳에 귀신이 있다고 표기됨. 이상한 현상도 일어나고. 만약 이게 연출이면 스태프들이 꽤 많아야 할 듯.

- 연출 아닌 거 같아요. 한 달째 구독해서 영상 보고 있는데 연출 느낌이 아님. 편집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CG도 안 보임.

- 방송국에서 영상 제작하는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영상에는 조작 흔적이 없습니다. 촬영 환경에서의 조작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100000원 파워챗

- 수고하셨습니다.

- 무사하셨으면 됐습니다.

- 1000원 파워챗

- 수고하셨어요~

채팅은 쉬지 않고 올라오고 있었다.

“우선 이동할게요. 여기 계속 있을 수는 없으니까.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멤버십 가입해주신 분들도 감사드립니다. 오늘 생방송은 여기까지 하고요. 내일 저녁 때 후기 방송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현수가 카메라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꽤 높은 텐션의 목소리였지만 얼굴은 잔뜩 지쳐 있었다.

태환도 옆에서 완전 땀에 쩐 얼굴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렇게 방송 종료를 한 뒤, 현수와 태환은 등받이에 등을 푹 기댄 후 눈을 감았다.

“우와.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

“무서운 건 둘째 치고 진짜 죽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러니까. 그런데 너 어떡하냐. 다쳐서.”

“괜찮아요. 침 좀 맞으면 금방 나아요.”

태환이 발목을 주물거리며 대답했다.

“집에 데려다 줄게.”

“바로 형 집으로 가셔도 돼요.”

“아유. 다쳤는데 무슨 소리야.”

“집에 가봤자 아무도 없어요.”

태환의 대답에 현수는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형님. 멤버십 오픈해 놨으면 뭔가 프리미엄 서비스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아. 그런 거. 구상은 했는데 이제 뭐, 구독자 5만 명 조금 넘었는데 너무 갈라놓으면 안 될 것 같아서.”

“7만 명인데요? 약 8만 명. 올랐어요. 오늘 방송 이후로.”

태환이 현수의 채널 인사이트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진짜? 대충 3만 명 정도가 늘었네?”

“엄청 빠르네요. 대충 보니까~ 호장리 수영장 들어가면서부터 구독자 수가 늘었네요.”

태환이 영상 재생 중 언제 구독 버튼을 눌렀는지에 대한 타임라인을 확인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수아도령tv의 루트를 그대로 따라간 것이 효과가 있는 모양이었다.

“근데 그 ‘수아도령’. 가만히 있을까요? 자기 저격한 걸 뻔히 알 텐데.”

태환이 제 볼을 긁적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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