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42화 (1,342/1,404)
  • #1342화 재건 (1)

    타란 제국 수도를 통째로 흡수한 오벨리스크.

    그런 오벨리스크의 힘을 다시 흡수한 마검.

    또 그런 마검에 모인 피의 힘을 한 번에 방출하는 블러드 스트라이크는.

    아무리 키메라의 생명력일 질기다고 할지라도.

    충분한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이번의 한 방은.

    키메라의 목숨을 끊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쿠구구궁!!

    얼마나 많은 힘이 모였는지 블러드 스트라이크를 쓰는 마검의 검신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마검의 두 검날 사이로 모인 어마어마한 양의 피들이 압축되더니 곧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곧 거대하고 붉은 피의 거센 파동이 거칠게 진동했고.

    그런 블러드 스트라이크가 키메라의 몸 안에서 폭사하는 순간.

    이제껏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압도적인 태양과도 같은 밝기의 빛이 번뜩이며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파아아앗!!

    전면의 보이는 모든 것들을 찢어발기며 발산되는 피의 물결은 그야말로 재앙에 가까웠다.

    물론 그 재앙을 맞는 건 키메라뿐이지만.

    강렬한 피의 파장은 곧 키메라의 신체 대부분을 찢어내고 녹여내며 그 자리에서 통째로 증발시켜 버렸다.

    지금만큼은 키메라가 흡수했던 마룡의 비늘도.

    천사의 가호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동안 굳건하게 버텨주던 오벨리스크도 마찬가지였고.

    이미 오벨리스크는 마검에게 대부분의 피를 강제로 흡수당해 그 빛을 잃었으니까.

    최후의 보루마저도 키메라 녀석을 지켜주지 못하자 남는 건 그저 키메라의 신체밖에 없었다.

    그리고 블러드 스트라이크는 그런 키메라의 신체 정도는 그냥 발겨버릴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카하아악!!”

    자신의 몸이 한 번에 녹아 사라지는 동안 키메라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비명을 지르는 것밖엔 없었다.

    그 어떤 방어 수단도.

    지금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블러드 스트라이크의 피의 물결 속에 파묻혀 키메라의 존재가 사라질 때쯤.

    내 시선은 한 곳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시스템 메시지.

    키메라가 정말 죽었다면 시스템 메시지가 바로 울릴 테니까.

    이미 몇 번이나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멀쩡히 살아있는 경우를 봐서 절대 방심을 하지 않았다.

    전과 같이 뒤통수 당하는 건 한 번이면 족하다.

    곧 블러드 스트라이크의 폭발이 끝나면서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오자 살짝 인상을 구겼다.

    분명 시스템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방금 깔끔하게 날려버린 키메라의 신체에 핵이 없었다는 뜻이 된다.

    바로 시선을 돌리면서 우리 팀들에게 외쳤다.

    “아직 살아있어요!”

    정말 목숨 줄 하나는 끈질기다 못해 처절한 생명력이라고 여길 때쯤.

    마왕 헤르게니아가 몸을 날려서 어디론가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곧 한 장소에 도착해서는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한쪽 발을 살짝 들어 올리고는 말했다.

    “그만 사라져.”

    그 말을 끝으로 마왕 헤르게니아가 발을 바닥으로 내려찍었고.

    콰직!

    귓가로 무언가가 박살 나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 키메라의 핵이 부서졌습니다. 》

    《 대천사의 실험체. 고대종 키메라를 처치했습니다!! 》

    그 짧은 사이에 블러드 스트라이크의 범위 밖으로 핵을 빼돌린 듯 했다.

    마왕 헤르게니아는 그 순간을 잘 포착한 듯 했고.

    만약 그녀가 아니었다면 또다시 부활한 키메라와 드잡이를 벌였을 걸 생각하니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 축하합니다! 고대종 키메라가 사망했습니다. 》

    《 오벨리스크가 제거되었습니다. 》

    《 타란 제국 수도에 펼쳐진 제물의 결계가 해제됩니다. 》

    《 과거 크루아 대륙 모든 NPC들에게 이 소식이 전해집니다. 》

    《 과거 크루아 대륙 명성이 대폭 상승합니다. 》

    《 주호 님에게 『 용사 후보 전용 오러 Lv.10 (MAX) 』이 적용됩니다. 》

    《 주호 님에게 『 경험치 제한 돌파 버프 Lv.10 (MAX) 』이 적용되어 레벨 제한이 15레벨로 적용됩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

    키메라 녀석을 잡는데 들인 수고를 떠올려보면 한 번에 오른 레벨 15도 고작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의 레벨이 동시에 오르면서 곳곳에서 레벨업의 빛들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다들 안도의 숨을 내쉬는 동안.

    내 손에 들린 마검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 정체불명의 마검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

    《 마검의 진명이 드러납니다. 》

    그러자 내 시야에 가려져 있던 마검의 시스템이 보이기 시작했다.

    『 +0 마검 크레도스 (전설)

    / 출혈 201 타격 95

    - 근력 +103

    - 체력 +118

    - 마력 +105

    - 암흑력 +150

    - 치명타 확률 35%

    - 치명타 대미지 1000%

    - 선 성향 몬스터 타격 시 치명타 대미지 3000%

    - 선 성향 대상 관통 확률 60%

    - 스킬 : 리커버리 리무버 / 적 회복 불가 / 크리티컬 시 발동.

    - 스킬 : 드레인 블러드 / 항시 유지 / 크리티컬 시 효과 증대.

    - 스킬 : 피의 회복 / 적 피해량 비례 회복.

    - 스킬 : 피의 버프 / 피 흡수량 따라 능력치 상승.

    - 스킬 : 피의 축제 / 블러드 스트라이크 선행 스킬. / 크리티컬 시 확률로 적 체력 5/100 감소

    - 스킬 : 블러드 스트라이크 』

    순간 마검의 옵션 시스템을 본 내 눈을 의심했다.

    출혈 201??

    현재 15강 르아 카르테의 출혈은 105.

    순수하게 자체 출혈은 85였다.

    그런데 노강 상태 마검의 출혈 스탯이 201이라고?

    이 정도 스탯이라면.

    어지간한 녀석들은 마검이 스치기만 해도 체력이 쫙 빠져버릴 것이다.

    적의 신체 방어력을 거의 다 깎아버릴 수준이라.

    물론 갑주형이나 단단한 형태의 몬스터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어렵겠지만.

    그래도 타격 스탯 역시 순수하게 95였다.

    기존에 르아 카르테의 타격이 50이라는 걸 고려해본다면.

    타격치 역시도 거의 두 배 가량 오른 셈이었다.

    이게 진정한 마검이라는 건가…….

    같은 마신의 파편으로 얻은 테르타로스 같은 경우 성장형이라 그런지 자체적인 능력은 비교하기가 힘들었다.

    르아 카르테 역시도 마찬가지.

    반면 마검 크레도스는 이번에 키메라를 잡으면서 흡수한 어마어마한 양의 피 덕분에 봉인 해제에 필요한 요구량을 그냥 넘겨버렸다.

    덕분에 한 번에 봉인을 완전히 없애버렸고.

    진짜 마신의 파편으로 된 무기의 성능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레벨 조금 오른 것보다.

    마검 크레도스의 봉인을 푼 게 훨씬 컸다.

    기본적으로 붙는 스탯 역시 엄청났으니까.

    그때 재중이 형이 옆으로 다가오더니 물었다.

    “뭘 그렇게 멍하니 보고 있어?”

    “아. 잠시 이 녀석 좀 살펴본다고요.”

    드랍 템에 신경 써야 할 상황에 오히려 마검 크레도스에게 모든 시선이 뺏겼다.

    그러자 재중이 형도 잠시 마검 크레도스의 옵션을 보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바로 웃어버렸다.

    “옵션 미쳤네.”

    “그렇죠?”

    “현존하는 끝판왕 무긴데? 잘하면 혼자 마왕을 깔 수도 있겠다.”

    그런 재중이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의 체력을 혼자 다 까는 것 자체가 무리긴 한데.

    피해를 최소한으로 보면서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어쩌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마검 크레도스 자체가 사기였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지.

    “마신의 파편이라는 게 이런 줄은 몰랐죠.”

    그러자 재중이 형이 날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너. 마신의 파편 더 가지고 있지?”

    “네. 거기다 다른 것도 좀 가지고 있죠.”

    마왕 스티어의 마왕성에서 얻은 녀석은 아직 제작조차 못 했다.

    그에 맞먹는 용신의 파편도 하나 있고.

    신의 흔적도 헤르마늄 광산에서 얻었으니 이것도 어떻게 할 수 있으려나?

    완성된 신의 무구가 이 정도라는 걸 알았으니…….

    당분간 목표를 수정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암흑력도 엄청 높은데? 역시 마신의 무구인가?”

    “그럼 더 마왕에 가까워진 걸까요?”

    신성력은 천사들 진영의 스탯이니.

    역시 그 반대 역할을 하지 않나 싶었다.

    그걸 잘 증명하는 게.

    옆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오더니 나를 흘깃거리면서 쳐다보았다.

    “왜?”

    “흐응? 마기가 굉장히 짙어졌잖아?”

    “그래? 많이 달라?”

    “많이. 지배력이 굉장히 높아졌어. 어지간한 마족들은 널 보자마자 바로 무릎 꿇을걸?”

    지배력?

    아마 암흑력이 높으면 자동적으로 형성되는 무언가의 보조 스탯 같은데.

    마왕 헤르게니아는 마왕이다 보니 확실히 이런 쪽으로 민감한 듯 했다.

    그만큼 스탯이 많이 올랐으니 당연한 거려나.

    당장 마검 두 자루를 들고 있으면 암흑력이 두 배로 뻥튀기된다.

    지금이야 하나밖에 안 들고 있으니까.

    이건 나중에 다시 실험해봐야 할 것 같았다.

    과연 암흑력이 여기서 더 높아지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렇게 마검 크레도스를 살펴보는 동안 전사 형과 우리 팀이 모두 다가왔다.

    “드랍템 뭐 떨어졌습니까?”

    아무래도 전사 형은 이게 가장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하긴.

    어차피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는 카샤스 대공에게 테이밍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죽여서 드랍템을 얻지 못하는 상태라는 거다.

    우리를 포함해 유저들까지 가장 기대했을 드랍템이 증발한 셈이라.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드랍템을 뱉어낼 만한 녀석은 지금은 키메라밖에 없었다.

    곧 재중이 형이 키메라가 드랍한 아이템들을 살펴보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거…… 꽤 재밌는 게 들어가 있네.”

    재중이 형이 드랍템 중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를 먼저 꺼내 올리자 다들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다들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말했다.

    “오벨리스크.”

    “오벨리스크네요.”

    그러자 재중이 형이 다시 웃으면서 답했다.

    “그것도 그냥 오벨리스크도 아닌. 착용 아이템이지.”

    오벨리스크라면 이미 전에 회수한 게 있었다.

    물론 타란 제국 전체에 쓸만한 녀석은 아니었고.

    아마 실질적으로 크게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지금 재중이 형이 든 건 달랐다.

    아이템화가 되어 있는.

    오벨리스크.

    “이거 가변형이다.”

    『 오벨리스크 소드 - 가변형 』

    일전에 키메라가 했던 것 같이.

    중간에 그 형태를 계속 바꿀 수 있는 무구였다.

    쓰는 사람에 따라.

    정말 엄청난 효율을 낼 수 있는 무구일 터.

    거기다.

    『 오벨리스크 풀 플레이트 - 가변형 』

    방어구 역시도 마찬가지.

    키메라가 오벨리스크를 쓰던 형태를 아이템 형식으로 바꾼 듯 했다.

    정확한 스펙은 봐야지 알겠지만.

    이것 역시도 꽤 쓸모가 있을 터.

    그때 내 시선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 고대종 키메라의 신체 파편. 』

    『 고대종 키메라의 핵. 』

    흐음.

    아무래도 이건 우리가 써먹긴 힘들어 보이는데.

    재료템으로 뜨는데.

    정작 이걸 어떻게 가공해야 하는지 전혀 나와 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우린 이 재료템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아는 녀석이 있으니까.

    곧장 키메라의 핵과 신체 파편을 들어 마왕 헤르게니아를 쳐다보았다.

    “전부 줄까?”

    그러자 마왕 헤르게니아의 더 없이 눈이 반짝거렸다.

    “정말 다 가져도 돼?”

    “준다고 했잖아.”

    물론 전부 다 준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막상 살펴보니 우리가 어떻게 쓸 수가 없는 물건이다.

    당장은.

    그렇다면 아예 그녀에게 싹 몰아주는 것도 방법이겠지.

    이번 기회에 생색도 좀 내고.

    “나중에 딴 말 하기 없기다?”

    그러더니 게 눈 감추듯 아주 빠르게 핵과 신체 파편을 챙겨갔다.

    즐거워하는 모습은 덤이었고.

    재중이 형이 옆에서 어깨를 으쓱하면서 웃기도 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그렇죠?”

    그때.

    즐거워하던 마왕 헤르게니아가 살짝 표정을 굳히더니 고개를 돌려 한쪽을 쳐다봤다.

    “저것들은 어떻게 할 거야?”

    자연스럽게 우리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그곳에는 멀뚱멀뚱한 눈으로 우리를 보고 있는 최상급 천사들이 보였다.

    으음.

    마검을 너무 드러내고 써버렸지.

    그렇다는 건.

    저들을 여기서 입막음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아직 쓸모는 있을 것 같은데…….

    앞으로를 생각하면 역시 죽이는 게 맞는 거려나?

    잠시 생각에 잠겨있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내가 대신 죽여줘?”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지은이 : 란델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181-251-9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