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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43화 (1,343/1,404)

#1343화 재건 (2)

저 최상급 천사들은 내가 대천사 중 하나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협조를 해줬던 것이다.

하지만 만약 저들의 그런 믿음에 조그마한 균열이라도 생긴다면.

언제 돌아설지 장담할 수 없었다.

마왕 헤르게니아와 달리 저들은 딱히 우호도가 높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저 필요에 의해 서로 도움을 주는 정도의 관계라고 해야 하나.

좋게 표현하자면 적이 아닌 관계 정도일 테고.

나쁘게 말하자면 동료가 아닌 수준이었다.

어쨌든 둘 다 문제가 있는 관계지.

일회용에 가까운.

그러니까 마왕 헤르게니아는 그런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일회용의 관계를 끊어내겠냐고 물어본 것이었다.

만약 저 최상급 천사들이 다시 천사 진영으로 돌아가 우리의 의도와 전혀 다른 말을 해버린다면 그때부터는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 생길 테니까.

일단 확인해야 할 것은.

저들이 과연 아직도 나를 대천사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눈앞에서 대놓고 마검을 써 키메라를 잡았으니.

저들이 아무리 눈치가 없다고 한들.

마검이 마 속성의 무구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눈치챘을 것이다.

그것도 키메라를 상대할 정도의 상위 무구라는 것까지도.

잠시 고민을 한 뒤 우리 팀을 뒤로 하고 두 최상급 천사들에게 걸어갔다.

내가 발을 옮기자마자 저들의 동공이 당황함으로 크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이베스, 로엔.”

그들의 이름을 부르자 잠시 뻣뻣하게 있던 그들의 고개가 바로 아래로 숙여졌다.

“네. 대천사님.”

“말씀하십시오.”

흐음.

이건 연기인 거려나?

아님 진짜 아직도 대천사라고 믿는 건가?

제대로 판단이 서지 않아 그들에게 물었다.

그들 앞에 온전히 힘을 회복한 마검의 검신을 흔들면서.

검은 마기가 그대로 검신을 타고 물씬 넘쳐흐르는 광경은 그들에게도 분명 위협이 될 것이다.

“이거 어떻게 생각해?”

설마 자신들 앞에서 대놓고 마검을 보여줄 거라 생각 못 했는지 둘 다 당황한 눈치를 감추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너무 당당해서 당황한 건가?

어느 쪽이든 난 질문을 했고.

저들은 대답을 해야 했다.

그리고 다음에 나오는 대답 여부에 따라 저들의 앞으로의 처지가 결정될 것이다.

이대로 여기서 묻히던지.

아니면…….

최상급 천사 이베스가 조심스럽게 내게 시선을 올려보며 말했다.

“아마도 마 계열 무구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내가 물어보고 싶은 것은.

과연 저들이 지금도 나를 대천사라고 여기고 있는 가다.

통상적으로 천사들이 마 속성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경우는 거의 없을 테니까.

그것도 대천사가 그렇게 싸우는 건 더 보기 힘들 테고.

그때 옆에서 잠시 머뭇거리던 로엔이 이베스를 대신해 답했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태도로 말을 꺼냈다.

“역시 대천사이십니다!”

“응?”

예상했던 대답과는 너무 다른 반응에 잠시 벙찐 기분이 들었다.

감탄이 가득한 저 표정이라니.

“마도구를 이렇게까지 다룰 수 있다니. 역시 저희들과는 차원이 다르십니다.”

시선을 돌려 이베스를 보자 녀석 역시도 비슷한 감탄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으음.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던 건가?

아님 이것까지도 연기일까?

이 순간만을 넘기면 어떻게든 도망갈 수 있다는 생각일 수도 있고.

곧 이베스가 로엔의 말을 이어받았다.

“간혹 대천사님들께서 적들의 무구를 연구하신다던데. 직접 사용까지 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흠…….”

아마 이럴 땐 아예 대답하지 않는 게 맞는 거려나.

그냥 저들이 오해를 해버리는 편이 오히려 더 낫겠다.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도 없을 테고.

괜히 아니라고 말하기에는.

저들의 눈빛에 너무 감탄이 서려 있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 마왕 헤르게니아들을 바라보자 그녀가 살짝 손을 들었다가 아니라는 듯 다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어쩌면 저들의 대답 여부에 따라 바로 손을 쓸 생각이었던 모양인데.

당장은 죽일 필요가 없다고 여겼을지도.

그렇다고 바로 믿거나 하진 않았다.

NPC들은 필요에 따라 언제라도 뒤통수를 치는 녀석들이라.

그리고 녀석들의 말에서 하나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분명 대천사들이 마 계열 무구를 연구한다고 했던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몇몇 존재들이 떠올랐다.

하나는 내가 가진 대천사의 검의 원래 주인인 녀석.

또 다른 하나는.

이번에 마주친 더미 상태의 대천사라는 녀석.

이 녀석은 아예 대놓고 키메라라는 걸 만들어댔으니 어떻게 보면 천사들의 말에 더 부합하는 녀석일 것이다.

“너희들은 힘든가?”

슬쩍 흘려서 물어보자 바로 로엔이 고개를 저어 보였다.

“다른 속성. 그것도 반대되는 속성을 누르려면 그만큼 한쪽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해야 합니다.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위력이 나오지도 않을 테고요.”

이베스도 말을 이었다.

“마기를 확실히 제어하지 못한다면 본연의 속성마저 방해를 받아 오히려 신체가 상합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한 마디로 어지간한 천사들은 시도조차 하지 못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마왕 헤르게니아도 천사 계열의 스킬을 쓸 때는 아예 원래의 마력을 봉인시켜놓고 하니까.

어떻게 보면 저들의 말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저들의 관점에서만 보면.

대천사의 검의 최종 스킬인 그랜드 크로스.

이걸 마왕들이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아니.

불가능에 가깝겠지.

반대 속성 중 가장 끝단에 있는 스킬을 마왕이 쓸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렇다 보니 저들은 내가 대천사가 아니라는 걸 전혀 의심조차 하지 않는 듯 했다.

오히려 마검의 힘을 억지로 내리눌러서 사용했다고 판단하는 모양이었고.

흐음.

그리고 만약 저들이 마검 자체를 모른다면?

마신의 무구라는 게 쉽게 드러나는 게 아니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두 천사들에 대한 처분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굳이 내가 대천사라고 믿는 녀석들의 목을 날려버릴 이유는 없으니까.

거기다 이 녀석들은.

여러 가지로 써먹을 곳이 많은 녀석들이었다.

이렇게 죽이기에는 좀 아깝지.

슬쩍 시선을 돌려 재중이 형을 보며 말했다.

<주호> 이 녀석들. 아직 제가 대천사라고 굳게 믿는 것 같아요.

<불멸> 아아. 확실히 그래 보이네. 거기다 마검이 뭔지 모르는 것 같은데?

<주호> 당장 죽일 필요는 없겠죠?

<불멸> 일단 한 번 두고 보자. 써먹을 데 많은 녀석들이니.

재중이 형도 그렇게 판단했다는 건.

거의 확실하다는 거다.

그때 이베스가 내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저 키메라는 어떻게…….”

“당분간 불문에 부친다.”

그리고는 슬쩍 단서를 흘려놓았다.

“전에 말했듯이 다른 대천사가 이 일에 관여된 것 같으니까.”

그러자 이베스와 로엔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의 진영에서 저런 실험을 하고 있었다는 게 알려지면.

그것도 금기를 실행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눈치가 빠른지 이베스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제 쪽 라인을 돌려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그런 이베스에게 손을 저어 보였다.

“아니. 누군지는 안다. 그러니 너희들은 내가 따로 명하기 전까지는 입을 다물고 있어.”

이미 안다는 말에 두 천사들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신들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데 말이지.

솔직히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그 대천사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마왕 헤르게니아가 그 녀석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는 당부하듯 말을 꺼냈다.

“너희들은 우리가 여기에 온 것을 전혀 모르는 거다.”

“네?”

“무슨?”

순간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두 천사들이 쳐다보자 검지로 입을 가리는 시늉을 하면서 말했다.

“감찰원의 동태를 내부의 적들이 알게 되면 앞으로의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 이해했나?”

“적…… 입니까?”

적이라는 내 표현에 이베스와 로엔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그래. 사실 감찰원은 그 녀석들의 흔적을 쫓아 온 것이다. 이제 거의 꼬리를 잡았군. 너희들이 말을 맞춰주면 앞으로의 추적이 어렵지 않을 거다.”

뜻하지 않게 큰일(?)에 말려든 두 천사들은 당황하기도 했지만 곧 감정을 다스리면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명령 받듭니다.”

“알겠습니다.”

아마도 이번 타란 제국 사태가 천사 진영의 어떤 내분에 의해 생긴 일이라고 판단한 듯 했다.

그래서인지 바로 협조를 하겠다고 한 셈이고.

“이번 일이 잘 끝나면 상부에 말을 잘 해주겠다. 두 사람의 공로로.”

그 순간.

《 천사군 8군단 최상급 천사 이베스와의 친밀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천사군 13군단 최상급 천사 로엔과의 친밀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으음.

이건 또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건가?

아마도 내가 공로를 약속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모양이었고.

“감사합니다.”

“성심성의를 다해 돕겠습니다.”

뭐 이것도 나쁘지 않네.

무엇보다 시스템 메시지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일이었다.

이 녀석들이 배신을 할 확률을 낮춰주는 셈이라.

무작정 믿긴 힘들지만.

적어도 이 일이 끝나기 전까지는 검을 거꾸로 쥐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일단 너희들의 할 일은. 살아남은 잔류 천사 부대들을 규합하도록.”

“알겠습니다.”

“명 받습니다.”

“그리고 외부로 말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모두 입단속 시켜. 무슨 뜻인지 알겠지?”

“비밀스럽게 움직이라는 뜻입니다.”

“그래. 이제 가 봐.”

곧 이베스와 로엔이 내린 명령을 처리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그러자 지켜보던 마왕 헤르게니아가 살짝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

“역시 죽이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아직. 쓸 데가 있어. 그리고 당분간 배신하지는 않을 거야.”

“그래?”

“어. 내가 보상을 약속했거든.”

물론 당장 해줄 방법이 없는 뻥카지만.

“흐응. 알아서 해. 문제가 생기면 바로 죽여버릴 테니까.”

“그땐 좋을 대로 해.”

일단 키메라가 죽고 난 뒤 드랍한 아이템을 모두 수거부터 했다.

당장 우리가 얻은 수확은 이게 전부라.

개중에는 눈에 띄게 좋은 아이템도 상당히 있었고.

또 강화석 역시도 많이 나왔다.

『 +1강 확정 정제 강화석. 』

『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 』

『 10강 방어구 정제 강화석. 』

같은 고강화 아이템들 역시 즐비하게 떨어졌다.

아무래도 그만큼 난도가 높았다는 뜻이기도 하고.

특히

『 한계 돌파 강화석. 』

같은 그동안 떨어지지 않았던 아이템도 나왔다.

어지간한 고난이도 퀘스트를 해야 겨우 하나 얻을까 말까한 녀석이라 반가운 기분이었다.

『 오벨리스크 파편 』

이건 아이템 제작을 위한 재료템이었고.

아마 키메라가 썼던 것으로 추정되는 몇 가지 스킬들도 함께 떨어졌다.

특이한 건.

『 불완전한 마룡의 심장 』

키메라에게서는 전혀 나오지 않아야 하는 아이템이 나왔다는 점이었다.

마지막에 고대 마룡의 힘을 흡수했기 때문인가 싶기도.

『 최상급 천사의 날개 』

라던가 하는 아이템도 그렇고.

그밖에도 천사 계열 아이템과 용과 관련된 제작 재료템들이 꽤 많이 떨어졌는데 이것들은 당장 쓸 수가 없어서 일단 묻어두었다.

몇몇 처음 보는 악세서리들도 천천히 분배할 생각이고.

재중이 형이 드랍템을 살펴보더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고생한 것 치고 나쁘진 않네.”

“네. 쓸 만한 게 많아요.”

전사 형이나 우리 팀들 역시 만족한 듯 했다.

드랍템을 모두 수거한 다음.

멀리 무너져 내린 타란 제국성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카샤스 대공에게로 다가갔다.

“정리는 끝났나?”

“뭐 대충.”

그리고 똑같이 무너진 타란 제국성을 쳐다보며 침묵을 지키다 결국 카샤스 대공에게 말을 꺼냈다.

“이제부턴 네가 황제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지은이 : 란델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181-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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