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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49화 (1,249/1,404)

#1249화 타란 제국 내전 (5)

쐐애애액!!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가 실피드 옆을 스쳐 가자 마치 거대한 화살이 지나가는 듯 강렬한 파공음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그 충격파로 실피드가 끈 떨어진 연처럼 거칠게 밀려 나갔고.

그 위에 타고 있던 나와 챠밍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것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롤러코스터.

땅조차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하게 높은 고도에서 날고 있는 롤러코스터다.

심지어 안전벨트도 없고.

한 번만 실수해도 실피드는 추락할 것이다.

당연히 챠밍도 죽을힘을 다해 내 허리를 껴안고 버텼다.

“꽉 잡아! 완전히 돌린다!”

“또 돌아요?!”

이번엔 단순히 좌우로 움직이는 수준이 아닌.

실피드의 위아래가 수십 번 뒤 바뀌도록 롤링시키자 챠밍이 찢어질 것 같은 비명이 질렀다.

“꺄아아악!!!”

내 허리엔 거친 압박이 더해졌다.

미리 준비를 한다고 소리를 안 지를 수가 없는 상황이랄까.

결국 챠밍이 앓는 소리를 했다.

“저 아까부터 팔에 힘이 풀릴 것 같아요. 체력 수치가 계속 떨어지거든요.”

“어떻게든 조금만 더 버텨 봐.”

음.

이건 생각을 못 했네.

일단 챠밍은 힘과 체력에 그렇게 많은 스탯을 투자한 상태가 아니었다.

아크 드래곤을 소재로 한 로브를 입고 있어 전체적인 스탯이 올라간 덕분에 지금껏 버틴 것일 것이다.

지금과 같은 초고속 비행에서 수백 번이 넘어가는 곡예를 버텨내는 건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었다.

곡예를 버틸 수 있는 힘과 체력 같은 스펙 자체가 문제가 되니까.

나나 재중이 형 같은 경우는 여력이 있지만.

챠밍 같은 경우는 분명 힘이 부칠 것이다.

잠시라도 좋으니까 고대 마룡 녀석을 떨쳐내야 할 텐데…….

하지만 내 쪽에서 다른 것에 신경 쓰다가 실피드의 비행을 제어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다.

챠밍도 그걸 잘 알기에 지금껏 말하지 않고 버틴 것이었고.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이제야 알린 것이다.

지금 실피드의 속도를 늦추면.

다시 가속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걸려.

그리고 그 찰나의 시간을 고대 마룡은 절대 허투루 쓰지 않겠지.

안 그래도 좌우상하 할 것 없이 돌진해 들어오면서 실피드를 물어뜯으려고 저 난리를 치는데.

여기서 속도가 조금이라도 느려지면.

실피드가 고대 마룡 녀석의 이빨 사이에 꼬치처럼 꿰어져 버릴 것이다.

최소한 챠밍이 힘을 회복할 시간을 벌어야…….

그런데 이건 단순히 힐을 걸어서 체력을 올리는 문제가 아니라.

스태미나 쪽의 문제라.

잠시 고민하고는 바로 챠밍에게 물었다.

“혹시 고대 마룡의 시야를 잠시 흐트릴 수 있을까?”

“네? 으음…….”

급히 물어오는 내 물음에 무언가 생각을 하던 챠밍이 이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있긴 해요. 고대 마룡에게 먹힐진 모르겠지만.”

“그래?”

그리고 챠밍에게서 어떤 스킬인지 듣고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곧 괜찮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챠밍에게 말했다.

“좋아. 딱 한 번 정도는 해볼 만하겠다.”

그 순간 다시 고대 마룡의 턱이 실피드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가며 공포감을 유발했지만 미리 녀석이 날아오는 궤적을 알고 있었기에 겨우 피해낼 수 있었다.

“틈을 안 주네.”

고대 마룡이 지나간 여파에 거칠게 흔들리는 실피드의 동체를 겨우 안정시켜놓고는 챠밍에게 말했다.

“다음에 신호 주면 바로 써!”

“알았어요!”

그리고 고대 마룡이 저 멀리 구름들을 헤치면서 선회해 다시 가속을 붙여서 돌아오는 순간.

“실피드 꼬리 바로 뒤에 붙는다!”

그러자 챠밍이 한 손을 뒤로 돌려 그대로 하나의 스킬을 시전했다.

파아앗!!

그 스킬은 다름 아닌.

검은 색을 띈 얼음 안개들이 허공에 뿌옇게 퍼지며 완전히 상대의 시야를 차단하는 마법이었다.

저 마법의 살상력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야 하나만큼은 완전히 가려주었다.

그리고 그 마법은 정확히 고대 마룡의 안면을 덮치면서 녀석의 시야를 확실히 차단해버렸다.

“크아아?”

설마 갑자기 시야가 차단될 줄은 몰랐던 지 당황한 것 같은 다소 비틀린 움직임을 보였지만.

그렇다고 날아가던 궤적을 벗어나거나 하진 않았다.

그대로 날아가야 우리를 잡을 수 있을 테니.

하지만 고대 마룡의 그런 바람과는 달리.

이미 실피드를 위로 상승시켜 녀석이 달려들던 궤적에서는 완전히 벗어나 있는 상태였다.

“꽉 잡아! 반전한다!”

내 말에 챠밍이 다시 내 허리를 꽉 잡았고.

그대로 실피드의 상하를 반전시켜 실피드를 뒤집어놓았다.

그러자 정확하게 내 머리 위로 고대 마룡이 지나가는 그림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내 손에는 하나의 창이 들려져 있었다.

이건 다름 아닌.

재중이 형이 지니고 있던 고대 마룡의 창.

비록 레플리카이긴 해도.

엄연히 고대 마룡의 창과 같은 스펙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었다.

그와 함께 모든 감각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실피드의 속도와 고대 마룡과의 속도감의 차이가 그려지듯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수많은 가능성과 확률들이 조절이라도 되듯 하나의 영점으로 향해 도달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감각이 전해주는 정보들이 조합되어 확신이 서는 순간.

주저 없이 고대 마룡의 창을 날아오던 고대 마룡의 눈을 향해 집어 던졌다.

강하게 던진 것도 아닌.

그냥 알맞은 타이밍에.

일정한 방향으로만 던졌을 뿐이지만.

고대 마룡의 창의 날카로운 끝이 완벽하고도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쇄도해 날아가더니 한 지점에 정확하게 박혀 들었다.

푸우우욱!!

“카아아악!!”

처음에는 녀석의 마법 방어에 창이 막히는 것 같았지만.

그 마법 방어를 아무 저항 없이 그대로 찢어내면서 창끝이 완벽하게 고대 마룡의 눈을 파고 들어갔다.

그것도 거의 창의 끝부분까지.

“역시 그런 건가.”

어째서 마왕의 창고에 처박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재중이 형이 가지고 있던 이 창.

카브레시아는 고대 마룡 녀석에게 절대적으로 통하는 무기였다.

튕겨 나왔어야 하는 상황에 마법 방어 자체를 찢어버렸으니.

뭐 원래 창에 마법을 찢는 기능이 있기는 한데.

이 정도까지 잘 통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 했다.

그냥 고대 마룡 녀석에게 피해를 좀 주거나 시야를 멀게 해서 좀 떨어뜨려 놓을 정도만 예상했기에.

지금의 일격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고대 마룡 녀석의 눈에서 엄청난 출혈이 일어나면서 비행을 유지하지 못하는지 거대한 몸체가 바로 지상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빠? 방금 그건?”

“아. 전에 재중이 형의 창을 따로 복사해놓았던 건데.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네.”

사실 재중이 형의 무기 말고도 다른 사람들의 무기도 전부 복사해놓기는 했다.

이를테면 챠밍의 아이셔스 스태프라던지.

하지만 그 복사된 아이셔스 스태프를 내가 써봐야 챠밍의 능력보다 훨씬 못하니 그냥 장식품에 가까웠지만.

재중이 형의 창은 이럴 때는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

딱 일회용인.

아마 지금쯤 고대 마룡의 눈을 뚫고 들어간다고 내구도가 다 해서 거의 박살 나기 일보직전인 상태일 것이다.

“어때? 이제 좀 괜찮아졌어?”

내 물음에 챠밍이 두 팔을 뻗어보더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한결 좋아졌어요. 아깐 정말 팔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거든요.”

“고생했어.”

그리고는 둘 다 고개를 내려 저 멀리 지상 쪽을 바라보았다.

챠밍은 안 보인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고.

“어때요?”

나 역시 주변에 감각을 뿌려봤는데 딱히 걸리는 건 없어 보였다.

“제대로 한 방 먹인 것 같은데? 안 걸린다.”

“휴. 다행이다.”

“그래. 지금 최대한 거리를 벌려놓자. 이대로 끝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맞아요. 아마 경직 때문에 잠시 떨어진 것 같은데. 조만간 쫓아 올 거예요.”

챠밍 역시 녀석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날아오는 동안 진짜 엄청나게 시달렸으니.

그 누구보다 고대 마룡의 집요함을 잘 알고 있달까.

고대 마룡은 이 정도에서 포기할 녀석이 절대 아니었다.

바로 실피드의 속도를 올려 구름들 사이를 헤치고 빠르게 전진했다.

곧 여유가 생겼는지 지도를 확인한 챠밍이 말했다.

“그래도 어떻게 많이 오긴 했어요.”

챠밍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이제 사분의 삼 정도 왔으니까. 조만간 타란 제국 수도가 보이겠네.”

“오빠가 아니었으면 절대 여기까지 오지 못 했을 거예요.”

“흐음. 그런가?”

약간 쑥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말을 흐리자 챠밍이 눈을 반짝이면서 날 쳐다봤다.

음.

왠지 훈훈한 느낌이 드는 기분이…….

그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온 몸의 감각이 강하게 울려댔다.

이건…….

그것도 단순히 경고가 아니다.

마치 뭐랄까.

미래가 그려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려나…….

그 그림 속에서는.

저 끝을 모를 아래에서부터 치솟아 오른 브레스에 실피드가 갈려 나가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불길하고도 최악의 그림이랄까.

이미 이런 그림이 그려진다는 건.

한참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친…… 대체 얼마나 멀리서부터 공격했던 거야?”

“네?”

“이미 피하기 늦었어.”

그리고는 챠밍의 허리를 그대로 잡고 실피드를 공중에서 소환 해제 시켜 버렸다.

동시에 아퀼라스 주니어를 불러냈다.

【 아퀼라스 주니어 소환! 】

챠밍과 함께 아퀼라스 주니어에 올라타자마자 바로 스킬을 시전했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패.

이 자리를 챠밍과 바로 벗어날 수 있는 딱 하나의 방법.

그건 오직 이것밖에 없었다.

【 워프! 】

아퀼라스 주니어에 내장되어 있던 워프가 시전되면서 아퀼라스 주니어와 우리 모두 자리에서 사라져버렸고.

저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시야가 반전되어 나타났다.

그와 함께 원래 우리가 있었어야 할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뭔가의 거대한 기운이 대기를 찢어발기면서 훑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중간에 걸리는 모든 것을 녹여버리고.

챠밍도 저 멀리서 솟아오르는 불기둥을 보고는 안색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우리가 저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면.

백 프로 녹아버렸을 것을 잘 알기에 더 그랬다.

“뭐예요……? 저거…….”

“브레스. 고대 마룡이 아래에서 쏘아 올린.”

“세상에…….”

저건.

이전에 타란 제국 함대를 녹여버렸던.

바로 그 브레스였다.

설마 다른 걸 흡수하지 않고 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아니.

어쩌면 이미 타란 제국에 침공하면서부터 흡수해서 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흡수형 브레스를 거기서 쓰지 않고 지금 썼다고 하면 말이 되니까.

“우릴 잡기 위해 저걸 썼네요.”

챠밍도 같은 생각인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그만큼 악에 받쳐있다는 거고.”

그러면서 챠밍은 놀랍다는 듯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는 것 같기도 하고.

저만한 규모의 브레스가 채 시야에 들어오기도 전부터 알고 워프로 피했으니.

그러더니 뭔가 눈치챈 듯 잠시 입을 꾸욱 닫고는 있다가 결국 걱정스런 말투로 말했다.

“너무 무리하지 마요. 이걸로 또 쓰러지면…….”

눈가에 걱정하는 느낌이 가득해서 차마 뭐라고 하질 못하겠네.

“알았어. 조심할게.”

확실히 방금은 좀 위험하긴 했었다.

이 정도까지 쓸 생각은 없었는데.

노아 시스템도 경고를 울릴 정도라.

감각이 점점 내 의지를 벗어나는 것 같은 것 같기도 하고…….

덕분에 살았으니 할 말이 없긴 한데.

약간 찝찝한 마음은 버릴 수가 없었다.

“일단 가자. 얼마 안 남았어.”

그리고는 다시 실피드를 불러내어 최대 속도로 날아갔다.

다행히 저 브레스를 쓰면 경직 상태라 바로 따라오지 못 하는 듯 보였고.

덕분에 완전히 타란 제국의 수도 앞까지 날아올 수 있었다.

경계 가득한 수도 방어선이라…….

고대 마룡이 뒤엎고 가서 아직은 꽤 불안해 보였다.

“흐음. 이제 저길 어떻게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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