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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48화 (1,248/1,404)
  • #1248화 타란 제국 내전 (4)

    고대 마룡이 원하는 물건은 오직 하나.

    용신의 파편.

    그걸 이곳 대공령에서 꺼내놓은 이상.

    녀석이 여길 찾아내 날아오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리고 우리가 용신의 파편을 꺼내놓길 기다렸다는 듯이.

    채 몇 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반응한 마룡이 대공령을 향해 맹렬히 날아오고 있었다.

    만약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가 이곳에 도착하면 대공령이 불바다는 되는 건 피할 수 없다.

    녀석을 죽이거나 하지 않는 이상에야.

    하지만 이런 식으로 카샤스 대공의 세력이 먼저 고대 마룡과 붙어버리면…….

    이건 결국 타란 제국 황제만 기분 좋게 해주는 일일 것이다.

    서로가 공멸하는 상황이 발생할 테니까.

    가만히 앉아서 이득만 보는 셈이라 해야 하나.

    당연히 그런 상황만은 피해야 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은…….

    재중이 형이 배달이라는 내 말에 바로 눈치 채고는 물었다.

    “호오. 용신의 파편을 들고 타란 제국으로 돌아가자고?”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하긴.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의 방법이긴 해.”

    확실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자,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다른 선택지를 골랐다가는.

    내전이 시작하기도 전에 카샤스 대공의 세력이 패망해버릴 것이다.

    그럼 지금 오고 있는 유저들이 전부 타란 제국 황제에게 붙을 확률도 존재하고.

    당연히 카샤스 대공은 쫓기는 신세가 될 것이다.

    과거 성마대전 시대의 최강의 영웅이 쫓겨나는 건 아무래도 그림이 안 나오지.

    “아무래도 실피드를 다시 빌려야겠어요.”

    지금 카샤스 대공에게 달려가는 이유는.

    우리가 가진 탈 것 중에 실피드만이, 고대 마룡의 추격을 피해 도망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탈 것들은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기에 무조건 중간에 잡힐 테고.

    그럼 어딘지도 모를 장소에 추락해 고대 마룡과 싸워야 할 텐데.

    그건 최악의 상황이지.

    다른 말로.

    고대 마룡과 추격전을 하다가 중간에 잡히는 순간.

    게임은 끝이나 마찬가지였다.

    바로 대공의 집무실로 뛰어들어가자 몇몇 병사들이 제지했지만, 카샤스 대공이 손을 들자 바로 길을 열어주었다.

    이미 보고를 받았는지 수십에 달하는 영웅급 귀족들이 집무실에 모여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었다.

    아이샤 황녀 역시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었고.

    “카샤스. 들었어?”

    “안 그래도 알리려고 했다. 고대 마룡이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다.”

    “나도 알아. 그래서 말인데 실피드 한 번만 더 빌리자.”

    “실피드를?”

    내 제안에 카샤스 대공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쳐다보다가 바로 물어보았다.

    “실피드만 빌려주면 이 상황. 해결할 수 있나?”

    카샤스 대공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어보자 나 역시 확실한 대답을 해주었다.

    “적어도 이곳 대공령에서 저 고대 마룡이 날뛰는 건 막아줄 수 있겠지.”

    웅성웅성.

    고대 마룡을 막아준다는 내 말에 모여 있던 카샤스 대공 진영의 귀족들이 모두 웅성거렸다.

    당장 전투밖에는 답이 없어 보였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굳이 이렇게 전투 장비를 다 싸매고 우르르 모여 있을 리도 없었다.

    곧 카샤스 대공이 건물 외부의 공터로 실피드를 불러냈다.

    “타고 가라.”

    “땡큐. 그런데 좀 오래 빌릴 거야.”

    “오래라면……?”

    “아. 지금 타란 제국으로 갈 생각이거든.”

    타란 제국으로 향한다는 내 말에 카샤스 대공이 다소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가, 곧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이 있겠지. 알았다. 그럼 이제 대공령은 뭘 준비하면 되겠나.”

    카샤스 대공은 이미 고대 마룡은 내가 확실히 떼어내 준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그 이후 계획을 물어보았다.

    “원래 하던 거 그대로 준비하고 있어. 아, 그리고 조만간 타란 제국이 무너질지도 모르니까 언제든지 진격 준비하고.”

    “흠. 알겠다.”

    “시간이 없어서. 바로 갈게.”

    그러면서 아예 카샤스 대공의 집무실 창문을 통해 뛰쳐나갔다.

    집무실이 고층이었지만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실피드!”

    실피드를 부르자 내가 지상으로 추락하기도 전에 바로 녀석이 날개를 치켜들고는 내 밑으로 날아들었다.

    곧 녀석의 등에 안전하게 착지한 다음.

    올려다보며 재중이 형을 불렀다.

    <주호> 형. 먼저 갈게요. 천천히 따라와요.

    <불멸> 알았다.

    이번에 고대 마룡과는 속도전을 벌여야 한다.

    문제는 실피드가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보다 스펙이 떨어진다는 점이겠지.

    당연히 실피드에 탈 수 있는 숫자를 최대한으로 줄여야 했다.

    고대 마룡의 은신과 공격을 동시에 포착할 수 있는, 나와 함께 갈 딱 한 사람 정도.

    바로 연락부터 넣었다.

    <주호> 지금 어디야?

    <챠밍> 고대 마룡이 온다고 해서 마탑에서 마법 무구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주호> 아. 마탑? 지금 간다. 나와 있어.

    그리고는 바로 실피드를 선회시켜 마탑으로 날아갔다.

    곧 마탑에서 나와 마법으로 하늘을 날고 있는 챠밍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지나치면서 실피드에 태웠다.

    “오빠?”

    “일단 가면서 설명할게. 꽉 잡아. 지금부터는 정신없을 거야.”

    바로 실피드의 속도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자 챠밍이 내 허리를 꽉 붙자고 옅은 비명을 질렀다.

    워낙 실피드가 빨라서 그런지 바로 대공령의 성벽을 넘어가 버렸고 이내 대공령이 아주 작게 사라지듯 뒤로 흘러갔다.

    얼마 뒤 아예 대공령 자체가 보이지 않게 되었고.

    그렇게 거리를 완전히 벌린 뒤 인벤에서 용신의 파편을 꺼내 들었다.

    “오빠? 그건?”

    “아. 용신의 파편. 사실 이거 때문에 고대 마룡이 여기로 날아오고 있는 중이라서.”

    딱 그 한 마디 뿐이었지만.

    챠밍은 바로 이해를 하고 물었다.

    “그럼 우리가 미끼가 되는 건가요?”

    “그런 셈이지.”

    처음에는 마왕 헤르게니아를 태워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녀가 한 방의 공격력은 강할지 몰라도 전반적인 방어 마법은 챠밍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지금은 공격이 필요할 때가 아니다.

    고대 마룡의 추격에서 최소한의 피해로 튀어야 하니까.

    사실 공격하고 있을 만한 여유가 있지도 않고.

    “캬아아아!!”

    용신의 파편을 인벤에서 꺼내놓기 무섭게.

    바로 저 먼 하늘에서부터 반응이 왔다.

    “오빠. 카브레시아!”

    “그래. 제대로 잡아!”

    녀석이 어느 방향에서 오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속도에서 따라잡힐 테니까.

    그래도 최대한 초반에 거리를 벌려둘 필요는 있어서 실피드에 있는 가속 스킬을 썼다.

    【 이중 가속! 】

    아퀼라스 주니어처럼 가속 스킬의 힘을 이용해 앞으로 쭉 뻗어져 나가자 갑자기 시야가 굉장히 좁아졌다.

    동시에 감각을 사방으로 죄다 개방해 냈다.

    VRS 시스템인 노아에게 바로 경고 불이 들어오는 걸 보면.

    꽤 위험한 짓인 듯 했다.

    고속 이동 중에 감각을 풀어버리면 그만큼 들어오는 정보량이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만약 이걸 감당할 수 없게 되면 노아가 개입해서 리바운드를 막아주는 식인데.

    당연히 버틸 수 있는 수준까지만 써야 한다.

    내가 퍼지는 게 먼저일지.

    도착하는 게 먼저일지 모르겠다만.

    “왼쪽 30도. 50도. 90도 방향 동시에 세 발씩 날아온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챠밍에게 정보를 알려줬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의아해했겠지만…….

    챠밍은 곧장 얼음 방벽을 만들어내 내가 알려준 코스로 방어 마법을 시전했다.

    콰아앙!!

    콰과광!!

    아무것도 없었던 허공에서 갑자기 튀어 나온 검은 용암들이 우리를 덮쳤지만.

    챠밍의 얼음 방벽에 막혀서 무위로 돌아가 버렸다.

    “아래 40도 방향. 다섯 발 동시에 온다.”

    역시 쳐다보지 않고 알려주자 챠밍도 실피드의 아래쪽으로 방어 마법을 시전해 공간을 얼려냈다.

    키기긱!!

    카갸각!!

    강렬한 검은 용암들이 스쳐 지나가듯 챠밍의 얼음 방벽을 타고 튕겨 나갔고 이내 저 멀리 지상을 향해 떨어져 사라져버렸다.

    직격 당했으면 실피드가 바로 경직되어 떨어졌을 터.

    한 발이라도 스치기만 해도 출혈은 피할 수 없을 테고, 그럼 속도가 떨어져서 잡힌다.

    그러니까.

    단 한 발이라도 스치면 안 된다.

    적어도 타란 제국 근처에 가기 전까지는.

    “오른쪽 40도. 위쪽 60도 방향. 네 발씩.”

    감각이 알려주는 대로 곧장 말해주자 챠밍 역시 그에 맞는 방어 스킬들을 빠르게 시전해 각 방향에서 날아오는 검은 용암들을 막아내었다.

    “이대로면 마력이 부족할지도 몰라요!”

    챠밍의 마력량도 절대 적지 않았다.

    마력의 최대 보유량 자체만 보면 서버 내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검은 용암을 막아내는데 쏟아 붓는 마력량의 소모가 그 수준을 월등히 상회하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마력을 보조해주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곧장 스킬을 시전했다.

    【 마력 전이! 】

    일단은 내가 보유하고 있는 마력부터 전부 챠밍에게 넘겨주었다.

    그러자 마력의 부족함을 다소 해소한 듯 다시 마법 방벽을 생성해내 검은 용암들을 막아내었다.

    뭐 이것도 임시방편이라.

    바로 금속의 정령을 불러내었다.

    “왁! 갑자기 뭐야!”

    “좀 도와줘.”

    르아 카르테를 꺼내고 그 위로 베르탈륨 광석들을 인벤에서 쏟아냈다.

    “나 지금 손이 바빠서 그런데 나 대신 흡수해 줘.”

    잠시 상황을 살피던 금속의 정령이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검은 용암의 포화를 헤치고 나아가는 지금 상황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바쁘게 움직였다.

    “이걸 가져다 대기만 하면 돼?”

    “응. 그거면 충분해!”

    곧 금속의 정령이 베르탈륨 광석들을 르아 카르테에 가져다 대자, 바로 마력이 흡수되어 내게 채워졌다.

    그걸 그대로 챠밍에게 넘겨주었고.

    공장 돌리듯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 어떻게든 고대 마룡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조금씩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고대 마룡이 검은 용암을 쏘는 순간에는 다소 느려지는 경향이 있었으니까.

    그런 단점도 없었으면 이미 녀석에게 완전히 따라잡혔을 것이다.

    더욱이 녀석이 은신 상태에서 완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는 점도 도움이 되었고.

    효율만으로 치면 거의 최악이라고 볼 수 있는.

    베르탈륨 광석을 계속 소모해가면서 날아가자 어느 순간부터.

    검은 용암이 더 이상 날아오지 않게 되었다.

    이상함을 느낀 챠밍이 바로 내게 물었다.

    “오빠! 검은 용암이 끊겼어요!”

    이걸 다행이라고 하면 할 수도 있겠지만.

    다만 내 감각은 전혀 아니라고 경고를 주고 있었다.

    “진짜 꽉 잡아!”

    다시 한 번 이중 가속을 써서 앞으로 튀어나가는 순간.

    갑자기 바로 옆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낸 고대 마룡의 커다랗게 벌어진 이빨들이 우리가 있던 장소를 거칠게 훑고 지나갔다.

    딱 1초만 늦었어도.

    저 돌진에 실피드의 허리가 그대로 두 동강 났을 터.

    우리 뒤로 커다란 고대 마룡이 지나가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챠밍의 손 떨림이 내 등을 타고 그대로 전달되었다.

    “저건?”

    “그래. 녀석이 더 이상 숨지 않기로 한 모양이야.”

    지금처럼 검은 용암만 쏘아대서는 우리를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듯.

    아예 은신을 풀어버리고 본체를 드러냈다.

    이렇게 되면.

    그간 우리가 지니고 있던 속도의 이점이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그 순간.

    빠르게 아래쪽에서 치고 올라오는 녀석의 거체를 피해 실피드를 옆으로 격하게 롤링시켰고.

    덕분에 겨우 직격을 벗어날 수 있었다.

    아깝다는 듯 거친 입맛을 다시며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녀석을 보고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휴.

    남은 길이 진짜 쉽지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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