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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50화 (1,250/1,404)

#1250화 타란 제국 내전 (6)

현재 타란 제국 수도의 경계는 삼엄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할 정도였다.

곳곳에서 용기사들이 자신의 용을 타고 사주 경계를 하며 외성 바깥을 쭉 돌고 있었고.

성벽의 모든 방어포는 전부 하늘로 향해 배치가 된 상태.

거기다 성벽 전체를 따라 특수해 보이는 방어 마법진이 그림처럼 이어져 환한 빛을 발하는 중이었다.

그 방어 마법진이 발동되어 타란 제국 수도 전체를 보호하는 방어막을 띄고 있어 접근조차 쉬워 보이지 않았다.

이미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가 휩쓸고 간 상태라 당분간은 경계 태세를 해제할 수도 없을 터.

지금 상황에서는 타란 제국 내로 들키지 않고 들어가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흐음. 어떻게든 들어가고 싶은데.”

들키지 않을 정도로 타란 제국과의 거리를 벌려놓은 상태에서 외곽만 돌다 보니 정확한 정보를 더 얻기가 힘들었다.

일단 성벽 가까이 가기라도 해야 뭔가 해볼 텐데, 이 이상 접근했다가는 바로 타란 제국의 용기사들에게 걸리게 된다.

앞으로 더 나가지도 그렇다고 다시 되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계속 근처를 배회하자 챠밍이 내게 말했다.

“오빠. 카샤스 대공에게 도움을 청해보면 어때요?”

“응? 카샤스?”

내 반문에 챠밍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말을 이었다.

“카샤스 대공이라면 계속 타란 제국에 있었으니까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흐음. 그런가?”

확실히 챠밍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우리야 타란 제국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해도.

카샤스 대공이나 아이샤 황녀 같은 경우에는 우리보다야 훨씬 정보가 많을 터.

무엇보다 둘 다 황족이라는 점에서 성마대전 역사에 알려지지 않은 것들까지도 알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슬쩍 고개를 돌려 뒤쪽을 쳐다보자 아직까지는 고대 마룡이 따라오진 못한 듯했다.

생각보다 피해가 컸나?

고대 마룡이 벌써 회복하고 따라왔을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이번에 준 피해가 심각했던 것 같았다.

만약 그대로 따라왔다면 지금쯤 타란 제국에도 들어가지 못한 상태로 추격전을 벌였어야 했겠지.

바로 재중이 형에게 연락을 넣었다.

<불멸> 잘 살아 있네? 상황은?

<주호> 일단 나쁘진 않아요. 챠밍이 잘 도와줘서. 그리고 지금 당장 카샤스 대공에게 물어봐 줄 것이 있어요.

<불멸> 바로 옆에 있다. 뭘 물어보면 돼?

<주호> 어떻게 고대 마룡을 따돌리고 타란 제국까지 오긴 했거든요. 그런데 수도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어요. 너무 경계가 심해서 접근도 힘들고.

<불멸> 몰래 들어갈 방법을 알아봐 달라는 거네. 알았다. 최대한 빨리 알아보고 연락해줄게.

그러더니 재중이 형과의 연락이 끊겼다.

“일단 기다리는 것밖에 답이 없겠어.”

“너무 안 걸렸으면 좋겠어요. 고대 마룡이 회복이 끝나면 바로 여기로 올테니까요.”

챠밍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가 꺼내놓은 용신의 파편을 바라보았다.

혹시나 싶어 그대로 다시 인벤에 용신의 파편을 집어넣었다.

“이걸로 잠시 눈가림 정도는 될 거야.”

용신의 파편이 사라지면 고대 마룡도 우리를 추적할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물론 끊긴 지점에서부터 녀석이 찾아다니긴 할 테지만.

적어도 우리가 움직일 시간 정도는 벌 수 있을 터.

“그럼 실피드에서도 내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실피드를 발견하면 바로 공격할 테니까.”

“그렇겠지?”

그리곤 바로 실피드를 하강시켜 타란 제국과 다소 떨어진 곳에 착지하고는 그대로 실피드를 소환 해제시켰다.

“이동하자.”

혹시나 이동 중에 타란 제국의 용기사들에게 걸릴까봐 은신 망토를 꺼내서 뒤집어썼고.

챠밍 역시도 마찬가지로 은신 망토를 꺼내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저 하늘 멀리서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의 접근에 따른 거친 파동이 점차 퍼지더니 곧 대지를 따라 울리기 시작했다.

단순히 날아다니는 것만으로 이 정도 파장이라…….

저걸 괴물을 따돌리고 여기까지 온 게 기적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당연히 고대 마룡이 등장함에 따라 타란 제국 수도 쪽에서도 난리가 난 모습이었다.

“저기도 비상이네.”

내 감상에 챠밍도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고대 마룡이 바로 타란 제국으로 날아갈 것 같아요?”

“그건 모르지. 전에도 못 뚫었으니.”

아마 저 타란 제국 수도를 감싸고 있는 초거대 마법진이 고대 마룡을 막아낸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이번 역시 같은 방법을 쓴다면 분명히 막아낼 순 있을 것이다.

반대로 타란 제국에서는 아무도 나오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수도가 날아가지만 않으면 피해는 없다고 봐야 한다.

고대 마룡이 계속 여기에 머물 게 아니라면 말이지.

혹시나 모를 상황에 성벽 위의 모든 방어포가 고대 마룡의 방향으로 돌아가고.

이어 비공정과 용들이 줄줄이 지상에서 떠올라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수도 전체에서 날아오르다 보니 그 숫자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저런 숫자면 고대 마룡을 잠시나마 밀어내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그 어마어마한 숫자에 놀라는 것도 잠시.

고대 마룡이 무언가를 살피는 것 마냥 타란 제국을 공격하지 않고 그 주변만 크게 돌아다녔다.

그 모습을 본 챠밍이 말했다.

“고대 마룡이 우리를 찾는 것 같죠?”

“아마도?”

만약 우리를 찾고 있는 게 아니라면 이미 타란 제국을 향해 브레스를 뿜어냈을 지도 모르겠다.

눈앞에 먹이를 두고 참을성 있게 기다릴 만한 녀석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녀석이 아무리 찾아다녀도 우리를 발견하진 못할 것이다.

용신의 파편은 인벤에 넣어버렸고.

우리는 은신을 한 상태로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만약 녀석이 은신까지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챠밍이 살짝 불안한 말투로 말했다.

“은신을 찾아내진 못하겠죠?”

“걱정하지 마. 그럼 벌써 이쪽부터 공격했을걸?”

“다행이다.”

실피드도 못 꺼내는 상황에서 고대 마룡과 싸우는 건 그야말로 답도 없는 일이라.

걱정이 사라지자 빤히 하늘을 배회하고 있는 고대 마룡과 타란 제국을 번갈아 보던 챠밍이 말을 꺼냈다.

“이대로 서로 싸워주면 좋을 텐데…….”

“글쎄. 고대 마룡이 정상이 아니라서 모르겠네.”

내 말에 챠밍이 놀란 듯 다시 고대 마룡을 쳐다보았다.

“어……? 오빠가 공격했던 창이 그대로 있어요.”

“그러니까. 저게 왜 계속 박혀 있지?”

나 역시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지금쯤 사라졌어야 할 고대 마룡의 창이 녀석의 눈에 박혀서 계속 출혈을 일으키는 중이었다.

“아마 저것 때문에 못 쫓아왔나 보네요.”

내 생각도 챠밍의 생각과 그리 틀리지 않았다.

너무 추격이 늦어서 왜 그런가 했는데 저걸 보자마자 의문이 풀렸으니까.

생각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라…….

그렇게 고대 마룡과 타란 제국의 대치를 지켜보는 와중에 재중이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불멸> 들어갈 방법을 찾긴 했다.

<주호> 그래요?

재중이 형의 말에 챠밍 역시 반가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불멸> 다만 문제가 좀 있어.

<주호> 큰 문제가 아니기만 빌죠.

<불멸> 그냥은 못 들어가고. 아이샤 황녀 쪽에서 준비해둔 비밀 토굴이 있는데 그쪽으로 가야 하거든. 비상 탈출구 같은 거라는데.

역시.

황족이니 숨겨둔 비밀 정도는 있을 거라 예상했었다.

그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고.

<주호> 혹시 숨겨져 있는 건가요?

<불멸> 어. 외부에서 보면 전혀 몰라. 이쪽 애들 중에 하나가 따라 같으면 금방 찾았을 텐데.

<주호> 할 수 없죠. 몸으로 때워야겠네요.

그리고 재중이 형의 설명을 다 듣고 나자 왜 문제가 있다는 건지 알 수 있었다.

“잠수…… 인 걸까요.”

곧 둘 다 재중이 형이 알려준 좌표로 왔는데 타란 제국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강이 있을 뿐.

뭔가 힌트가 될 만한 게 없어 보였다.

“할 수 없네. 들어가자.”

그리고는 챠밍과 함께 강으로 뛰어들었고.

유속이 빠른 탓에 잠시 휩쓸렸지만 곧 자세를 잡고는 잠수한 상태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주호> 갑자기 확 빨려 들어가는 곳이 있다고 했지?

<챠밍> 찾아볼게요.

그렇게 둘이 손을 잡고 돌아다니며 얼마나 찾았을까.

한순간 몸이 확 쏠리는 느낌이 들자마자 고개를 돌렸고 챠밍 역시 발견한 듯 미소 지었다.

<챠밍> 저기 같아요.

확실히 재중이 형이 말한 대로 동굴 같은 구조가 보였다.

그곳으로 수영해 쭉 들어가자 점차 유속이 느려지더니 곧 수면으로 보이는 곳까지 나왔다.

“후읍!”

“합!”

챠밍의 체력이 다 떨어지기 전에 둘 다 수면 위로 올라왔고.

주변을 둘러보니 비밀 통로로 보이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아마 이 통로를 따라 계속 가면 타란 제국의 수도로 바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러니 못 찾지.”

“그러게요.”

“그럼 가볼까?”

혹시나 이동 중간에 뭔가 경계를 하는 몬스터나 적이 있을 것을 염려해 천천히 움직였으나.

감각에 걸리는 녀석이 없는 걸 보면 딱히 그런 위험은 없는 듯했다.

그렇게 쭉 긴 통로를 따라 걸어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토벽으로 된 동굴이 아닌.

석벽으로 된 동굴로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여기 위에서부터 타란 제국인가 봐요.”

“용케 이런 걸 만들어놨네. 알고만 있다면 적들이 치고 들어오기 아주 좋은 동굴인데.”

내 말에 챠밍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풋. 그 적이 지금은 우리잖아요.”

“아…… 확실히 그렇네.”

타란 제국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적이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석벽을 쭉 따라가다가 중간에 벽이 나왔는데 벽 너머가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벽을 밀자 반대편 통로가 다시 나왔다.

“엄청 화려…… 하네요?”

이건 반대편 통로로 나온 챠밍의 첫 평가였다.

그리고 그걸 확인하고 나서야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설마 여기. 황궁 아냐?”

“아마 맞는 것 같아요.”

바로 감각을 퍼트려보자 주변으로 부산하게 뛰어다니는 녀석들이 계속 감지가 되었다.

그간 한 명도 느껴지지 않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고대 마룡이 쳐들어오자 여기도 비상이 걸린 듯 한데…….

문제는.

여긴 우리가 은신 상태로 계속 다닐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황궁 안에서는 어지간한 은신은 다 걸려.”

내 말에 챠밍도 잘 알고 있다는 듯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가 거주하는 황궁이다 보니 암살자 같은 경우도 많을 테고.

그런 녀석들을 잡기 위해 곳곳에 은신을 감지하는 장치나 아티펙트, 마법진 같은 것들이 즐비했다.

여기서 은신을 걸고 돌아다니는 건 그야말로 죽여 달라는 말고 다름없었다.

그렇다고 은신을 풀면.

나나 챠밍은 이미 얼굴이 알려졌기에 혹시라도 아는 누군가와 마주친다면 꽤 곤란한 상황이 될 테고.

흐음.

어쩐다.

잠시 고민을 하면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이곳을 향해 누군가 걸어오는 게 느껴졌다.

그것도 그냥 일반적인 녀석들이 아니라.

무거운 갑옷을 걸친 상태.

발걸음의 진동만 봐도 이건 확실했다.

“귀찮게 됐는데…… 누군가 접근하네.”

“순찰…… 일까요?”

“아마도.”

왜 이런 곳까지 도는지 모르겠다만.

마주치면 상황이 꽤 복잡해진다.

보아하니 마법사도 포함된 듯한데…….

이러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적어도 좀 더 안전한 곳에서 하고 싶었는데.

고민할 시간도 없어 바로 품에서 뭔가를 꺼내자 챠밍이 날 보고는 물었다.

“오빠 그건?”

그런 챠밍을 보고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제부터 우릴 신경 쓸 여유는 없을걸?”

그렇게 용신의 파편을 꺼내자마자.

우르르릉!!

황궁의 석벽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우르릉 떨리면서 충격이 전해져왔다.

그 모습을 보고는 흡족한 듯 웃어 보였다.

“어디. 우리 고대 마룡이 얼마나 활약해주는지 지켜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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